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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넘은 ‘핌피(PIMFY)’…지역 갈등 부추긴다
입력 2016.06.28 (18:00) 수정 2016.06.28 (19:03) 취재K
"작가 ○○○, △△△이 태어난 곳", "문인·기자촌의 옛터", "책의 도시" 등등 …

올 상반기 전국은 '국립 한국문학관' 유치를 놓고 들썩였다. 지방자치단체들은 태스크포스팀(TF)은 물론 지역 문화계와 함께 유치위원회도 조직했다.

다들 '우리야 말로 문향(文鄕)'이라며 출사표를 내던졌다. 유치 결의문을 채택하고 서명 운동을 벌였다. 사활을 건 전쟁 같았다.

지난달 후보지를 공모한 결과 16개 시·도의 24개 시·군·구가 유치 신청을 했다.

이렇게 많은 지자체가 관심을 보인 것은 문학관이 정신적 수도라는 상징성 외에 500억 원에 가까운 사업비가 투입되기 때문이다. 정치인이나 단체장의 입장에는 한국문학관 유치가 곧 자신의 치적이 될 수 있다.

이들의 유치 공세는 상상을 초월했다고 한다. 문체부 관계자는 "동원될 수 있는 로비 수단은 다 동원됐다고 보면 되고 한마디로 업무가 마비될 정도였다"고 말했다.

여기에 지역 문인과 출향 문인까지 나서면서 문단 갈등까지 우려된다는 목소리가 나왔고 '특정 지역 내정설' 등 유언비어도 나돌았다.

정관주 문체부 1차관이 “국립한국문학관 추진을 무기한 중단한다”고 밝히고 있다.정관주 문체부 1차관이 “국립한국문학관 추진을 무기한 중단한다”고 밝히고 있다.


결국 정부는 지난 24일 사업 추진을 전격 중단했다. 건립 계획을 원점에서 재검토하겠다는 것이다.

정부는 "불필요한 갈등과 혼란이 심화되는 상황에서 후보지가 선정되더라도 반발과 불복 등 심각한 후유증이 우려된다"며 "모든 진행 상황을 중단하고 범국민적 합의와 공감을 이끌어낼 수 있는 대안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국책 사업이 첫 단추를 채 끼우기도 전에 부지 선정을 위한 공모 과정에서부터 제동이 걸린 것이다. '영남권 신공항' 논란의 과정을 보는 듯하다. 우리 사회의 부끄러운 민낯이다.

문체부는 애초 다음 달 부지를 선정한 뒤 2019년까지 한국문학관의 건립을 끝내고 이듬해 개관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건립 계획을 원점에서 다시 검토하기로 함에 따라 이 사업은 다음 정부로 넘어갈 수도 있다.



정관주 문체부 제1차관은 "각 지역의 지나친 과열 경쟁 때문에 이대로 진행해서는 도저히 안되겠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영남권 신공항 사업 백지화에 이어 또 다시 '지역 갈등'을 이유로 국책 사업이 주저앉은 셈이다.

또다른 문체부 관계자는 "공신력이 생명인 정부기관이 진행하던 공모 절차를 중도에 중단한 것은 이유여하를 불문하고 바람직하지 못한 일"이라며 침통한 표정을 지었다.

일부에서는 수익성 있는 사업을 어떻게든 유치하려는 지역 이기주의인 '핌피'(PIMFY; Please In My Front Yard·제발 우리 집 앞마당에서 해주세요)현상이 도를 넘었다고 지적한다.

정 차관은 "문학은 통합과 화합을 이뤄내야 하는 것인데 지자체 간에 배수의 진을 친 자존심 경쟁으로 변질된 데다 해당 지역과 연고가 있는 문인까지 유치 운동에 나서면서 갈등의 골이 깊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지역에만 책임이 있는 것은 아니다. 우선 정부의 관리·조정 능력에 의구심이 든다. 초기단계부터 두손을 들었다.

후보지 선정에 경쟁이 뒤따르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경쟁이 심하다고 중단하는 것은 직무 유기일 수 있다. 객관적인 평가 기구를 구성해 공정하고 투명한 심사 절차를 거쳐 결정하면 된다.

이와 함께 핌피 현상에 따른 부작용을 제어할 방법을 마련해야 한다. 특정 지역이 수익성 높은 시설을 가져가면 반대로 혐오시설을 떠안도록 하는 방안도 생각해 볼 수 있다.

'님비'(NIMBY; Not In My Back Yard·내 집 뒷마당에는 절대 안 됩니다)현상을 타개하기 위해 기피 시설을 설치할 경우 각종 보상을 해주는 것처럼 핌피 현상에도 반대 급부를 강제하는 것이다.



문체부의 중단 결정에 대해 일부 지자체들은 “사전 협의나 통보없이 일방적으로 발표해 유감”이라며 반발했다.

하지만 문학계는 의외로 환영 의사를 밝혔다. 한국문인협회 등 5개 문학단체는 "문학관 선정에 지역 안배의 논리나 정치적 힘의 논리가 개입되어선 안된다"고 말했다.

문학계의 바람대로 부지 선정은 대한민국 대표 문학관으로 위상 정립을 할 수 있는 상징성과 여타 분야에 파급 효과를 줄 수 있는 확장성 등을 원칙으로 결정돼야 한다. 또 기존 시설을 재활용하는 등 다양한 방법도 생각해 볼 수 있다.

지금부터라도 정부는 문화인들과 머리를 맞대고 원칙을 지키면서 일을 차근차근 추진해야 한다. 우리의 정신적인 수도를 선정하는 일이다. 그만큼 신중에 신중을 기해야 한다.
  • 도넘은 ‘핌피(PIMFY)’…지역 갈등 부추긴다
    • 입력 2016-06-28 18:00:09
    • 수정2016-06-28 19:03:32
    취재K
"작가 ○○○, △△△이 태어난 곳", "문인·기자촌의 옛터", "책의 도시" 등등 …

올 상반기 전국은 '국립 한국문학관' 유치를 놓고 들썩였다. 지방자치단체들은 태스크포스팀(TF)은 물론 지역 문화계와 함께 유치위원회도 조직했다.

다들 '우리야 말로 문향(文鄕)'이라며 출사표를 내던졌다. 유치 결의문을 채택하고 서명 운동을 벌였다. 사활을 건 전쟁 같았다.

지난달 후보지를 공모한 결과 16개 시·도의 24개 시·군·구가 유치 신청을 했다.

이렇게 많은 지자체가 관심을 보인 것은 문학관이 정신적 수도라는 상징성 외에 500억 원에 가까운 사업비가 투입되기 때문이다. 정치인이나 단체장의 입장에는 한국문학관 유치가 곧 자신의 치적이 될 수 있다.

이들의 유치 공세는 상상을 초월했다고 한다. 문체부 관계자는 "동원될 수 있는 로비 수단은 다 동원됐다고 보면 되고 한마디로 업무가 마비될 정도였다"고 말했다.

여기에 지역 문인과 출향 문인까지 나서면서 문단 갈등까지 우려된다는 목소리가 나왔고 '특정 지역 내정설' 등 유언비어도 나돌았다.

정관주 문체부 1차관이 “국립한국문학관 추진을 무기한 중단한다”고 밝히고 있다.정관주 문체부 1차관이 “국립한국문학관 추진을 무기한 중단한다”고 밝히고 있다.


결국 정부는 지난 24일 사업 추진을 전격 중단했다. 건립 계획을 원점에서 재검토하겠다는 것이다.

정부는 "불필요한 갈등과 혼란이 심화되는 상황에서 후보지가 선정되더라도 반발과 불복 등 심각한 후유증이 우려된다"며 "모든 진행 상황을 중단하고 범국민적 합의와 공감을 이끌어낼 수 있는 대안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국책 사업이 첫 단추를 채 끼우기도 전에 부지 선정을 위한 공모 과정에서부터 제동이 걸린 것이다. '영남권 신공항' 논란의 과정을 보는 듯하다. 우리 사회의 부끄러운 민낯이다.

문체부는 애초 다음 달 부지를 선정한 뒤 2019년까지 한국문학관의 건립을 끝내고 이듬해 개관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건립 계획을 원점에서 다시 검토하기로 함에 따라 이 사업은 다음 정부로 넘어갈 수도 있다.



정관주 문체부 제1차관은 "각 지역의 지나친 과열 경쟁 때문에 이대로 진행해서는 도저히 안되겠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영남권 신공항 사업 백지화에 이어 또 다시 '지역 갈등'을 이유로 국책 사업이 주저앉은 셈이다.

또다른 문체부 관계자는 "공신력이 생명인 정부기관이 진행하던 공모 절차를 중도에 중단한 것은 이유여하를 불문하고 바람직하지 못한 일"이라며 침통한 표정을 지었다.

일부에서는 수익성 있는 사업을 어떻게든 유치하려는 지역 이기주의인 '핌피'(PIMFY; Please In My Front Yard·제발 우리 집 앞마당에서 해주세요)현상이 도를 넘었다고 지적한다.

정 차관은 "문학은 통합과 화합을 이뤄내야 하는 것인데 지자체 간에 배수의 진을 친 자존심 경쟁으로 변질된 데다 해당 지역과 연고가 있는 문인까지 유치 운동에 나서면서 갈등의 골이 깊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지역에만 책임이 있는 것은 아니다. 우선 정부의 관리·조정 능력에 의구심이 든다. 초기단계부터 두손을 들었다.

후보지 선정에 경쟁이 뒤따르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경쟁이 심하다고 중단하는 것은 직무 유기일 수 있다. 객관적인 평가 기구를 구성해 공정하고 투명한 심사 절차를 거쳐 결정하면 된다.

이와 함께 핌피 현상에 따른 부작용을 제어할 방법을 마련해야 한다. 특정 지역이 수익성 높은 시설을 가져가면 반대로 혐오시설을 떠안도록 하는 방안도 생각해 볼 수 있다.

'님비'(NIMBY; Not In My Back Yard·내 집 뒷마당에는 절대 안 됩니다)현상을 타개하기 위해 기피 시설을 설치할 경우 각종 보상을 해주는 것처럼 핌피 현상에도 반대 급부를 강제하는 것이다.



문체부의 중단 결정에 대해 일부 지자체들은 “사전 협의나 통보없이 일방적으로 발표해 유감”이라며 반발했다.

하지만 문학계는 의외로 환영 의사를 밝혔다. 한국문인협회 등 5개 문학단체는 "문학관 선정에 지역 안배의 논리나 정치적 힘의 논리가 개입되어선 안된다"고 말했다.

문학계의 바람대로 부지 선정은 대한민국 대표 문학관으로 위상 정립을 할 수 있는 상징성과 여타 분야에 파급 효과를 줄 수 있는 확장성 등을 원칙으로 결정돼야 한다. 또 기존 시설을 재활용하는 등 다양한 방법도 생각해 볼 수 있다.

지금부터라도 정부는 문화인들과 머리를 맞대고 원칙을 지키면서 일을 차근차근 추진해야 한다. 우리의 정신적인 수도를 선정하는 일이다. 그만큼 신중에 신중을 기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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