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를 넘어…’ 北 김정은의 홀로서기 전략은?

입력 2016.06.30 (18: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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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이 최고인민회의 제13기 4차 회의에서 국무위원장에 추대되면서 자신만의 '유일 영도체계'를 완성했다. 7차 당 대회 때 '노동당 위원장'이라는 새로운 직책을 신설해 그 자리에 앉았던 것처럼 이번에도 '국무위원장'이라는 자신을 위한 새 직책을 따로 만드는 방식을 썼다.

북한 평양 만수대의사당에서 어제(29일) 열린 최고인민회의 제13기 제4차 회의에서 김정은 북한 국방위 1위원장이 국무위원장에 추대된 뒤 박수를 받고 있다. (사진=조선중앙TV)북한 평양 만수대의사당에서 어제(29일) 열린 최고인민회의 제13기 제4차 회의에서 김정은 북한 국방위 1위원장이 국무위원장에 추대된 뒤 박수를 받고 있다. (사진=조선중앙TV)


이번 최고인민회의에서 신설된 '국무위원회'는 기존의 국방위원회를 대체하는 북한의 최고정책기관이다. 아버지 김정일 국방위원장은 1998년 헌법개정을 통해 국방위원회를 실질적 최고기관으로 승격함으로서 권력 장악에 마침표를 찍었지만 아들 김정은 위원장은 아예 새로운 기구를 만들어냈다.

김 위원장은 이미 북한 전체 무력을 통솔하는 인민군 최고사령관을 맡고 있고 지난 5월 7차 당 대회에서는 최고 당직인 '노동당 위원장' 직책을 만들어 추대됐다. 이번에 국무위원장 자리에 오르면서 제도적으로도 당·정·군을 모두 장악하게 된 셈이다. 통일부는 이에 대해 "김정은 시대의 권력구조가 완성된 것"이라고 평가했다.



당·정·군 아우른 '정상국가' 시도

김정은 위원장은 국무위원회를 신설함으로써 과도기적 직함인 '국방위 1위원장'을 탈피하는 한편 자신의 위상과 권한을 강화했다. 개정된 사회주의 헌법은 김정은 국무위원장을 북한의 '최고 영도자'(헌법 100조)이자 '전반적 무력의 최고사령관으로서 국가의 일체 무력을 지휘 통솔한다'(헌법 102조)라고 규정했다.



이와 함께 군 중심이었던 국방위원회를 당과 내각까지 국정 전반에 권한을 행사할 수 있도록 확대 개편한 것이 눈에 띈다. 종전 국방위원회의 부위원장들은 이용무 인민군 차수와 오극렬 인민군 대장 등 군 원로들이 차지하고 있었고, 국방위원도 주로 군 인력에 집중돼 있었다.

하지만 새로 생긴 국무위원회의 부위원장은 군 인사인 황병서를 비롯해 내각의 대표인 박봉주 내각총리, 당 실세인 최룡해 당 중앙위 부위원장이 골고루 배치됐다. 세대 교체와 함께 당·정·군의 핵심이 김정은 위원장을 보좌하는 자리를 골고루 3분할한 셈이다.



북한의 정책기관이 당의 노선을 집행하는 기능을 한다는 점을 감안할 때, 이같은 개편은 당의 정책을 국방뿐만 아닌 국가 기능 전체에서 효율적으로 수행하기 위한 의도로 보인다.

위원급에 군 인사뿐 아니라 당의 선전선동 담당(김기남), 대남 담당(김영철), 외교 담당(리수용, 리용호) 핵심인사들이 줄줄이 포진한 점이 눈길을 끈다. 국방 중심의 종전 국방위원회와 달리 남북관계, 외교까지 영역을 확장하겠다는 것이다.

올 초부터 진행된 핵실험과 장거리 로켓 발사 성공, 최근의 무수단 미사일 대기권 재진입 등 국방 분야 성과로 인한 자신감이 개편의 배경이 됐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아버지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그늘에서 벗어나려는 의도도 엿보인다. 선군 사상을 통치이념으로 세우고 국방위원장에 국가 전반 사업에 대한 지도와 특사권까지 일임했던 아버지와는 달리 당이나 국가 중심의 통치를 하려 한다는 것이다. 정부 당국자는 "당 국가 체제의 정상국가화를 시도하려는 움직임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북한은 중거리탄도미사일 '화성-10'(무수단) 시험발사를 진행한 과학자와 기술자들을 25~29일까지 평양으로 불러 기념행사를 벌이고 치하했다고 밝혔다. 사진은 지난 25일에 열린 환영행사 장면.(사진-노동신문)북한은 중거리탄도미사일 '화성-10'(무수단) 시험발사를 진행한 과학자와 기술자들을 25~29일까지 평양으로 불러 기념행사를 벌이고 치하했다고 밝혔다. 사진은 지난 25일에 열린 환영행사 장면.(사진-노동신문)


대남기구 '조평통' 격상...대남 공세 강화 예고

대남 업무를 관장하는 조국평화통일위원회(조평통) 조직도 격상됐다. 대남 협상에서 남측 통일부의 협상 파트너 역할을 했던 서기국을 폐지함과 동시에, 조평통은 노동당의 외곽단체에서 정식 국가기구로 승격됐다. 향후 북한이 대남 전략을 강화할 의도임을 짐작할 수 있다.

이번 최고인민회의가 지난 5월 당 대회의 후속조치에 충실한 행사임을 감안하면, 이는 김정은 위원장이 당 대회에서 제시한 '통일과업 관철'을 위한 조직 개편으로 볼 수 있다.

북한은 이달 초, 남북한 당국과 정당·단체 대표들이 참석하는 '통일대회합'을 열자고 제의했고, 6·15 남북공동선언 16주년을 맞아서는 남북 관계 개선을 위해 "민족 공동의 합의들을 이행하고 존중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주장하는 등 대남 대화 공세를 이어왔다. 앞으로 국가기구가 된 조평통으로 대남 정책이나 대화 관련 업무들이 일원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북한은 어제(29일) 최고인민회의에서 대남기구인 조국평화통일위원회를 국가기구로 승격하고 서기국을 폐지한다고 밝혔다. 사진은 조평통 개편 사실을 보도한 노동신문 기사. (사진=노동신문)북한은 어제(29일) 최고인민회의에서 대남기구인 조국평화통일위원회를 국가기구로 승격하고 서기국을 폐지한다고 밝혔다. 사진은 조평통 개편 사실을 보도한 노동신문 기사. (사진=노동신문)


이번 최고인민회의에서는 7차 당 대회에서 제시됐던 '국가경제발전 5개년 전략'도 언급됐다. 박봉주 내각 총리는 보고를 통해 식량문제와 전기 문제의 해결, 석탄 등 자연자원의 생산량 능가, 경공업 발전 등을 목표로 제시했다. 일단 박봉주 총리가 국무위원으로 임명되면서 '5개년 전략'의 수행체계는 갖췄다는 평가다.

하지만 지난 최고인민회의들이 경제발전의 구체적 목표치를 제시했었던 점을 감안하면 이번에는 추상적인 목표들만 나열하는 등 경제발전 계획을 구체화하지는 못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정부 관계자는 "북한 정권이 경제 성과에 대한 부담을 느끼는 것으로 보인다"며 "대북 제재 하에서 외부 투자가 없는 자강력제일주의만으로는 한계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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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아버지를 넘어…’ 北 김정은의 홀로서기 전략은?
    • 입력 2016-06-30 18:05:14
    취재K
북한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이 최고인민회의 제13기 4차 회의에서 국무위원장에 추대되면서 자신만의 '유일 영도체계'를 완성했다. 7차 당 대회 때 '노동당 위원장'이라는 새로운 직책을 신설해 그 자리에 앉았던 것처럼 이번에도 '국무위원장'이라는 자신을 위한 새 직책을 따로 만드는 방식을 썼다.

북한 평양 만수대의사당에서 어제(29일) 열린 최고인민회의 제13기 제4차 회의에서 김정은 북한 국방위 1위원장이 국무위원장에 추대된 뒤 박수를 받고 있다. (사진=조선중앙TV)

이번 최고인민회의에서 신설된 '국무위원회'는 기존의 국방위원회를 대체하는 북한의 최고정책기관이다. 아버지 김정일 국방위원장은 1998년 헌법개정을 통해 국방위원회를 실질적 최고기관으로 승격함으로서 권력 장악에 마침표를 찍었지만 아들 김정은 위원장은 아예 새로운 기구를 만들어냈다.

김 위원장은 이미 북한 전체 무력을 통솔하는 인민군 최고사령관을 맡고 있고 지난 5월 7차 당 대회에서는 최고 당직인 '노동당 위원장' 직책을 만들어 추대됐다. 이번에 국무위원장 자리에 오르면서 제도적으로도 당·정·군을 모두 장악하게 된 셈이다. 통일부는 이에 대해 "김정은 시대의 권력구조가 완성된 것"이라고 평가했다.



당·정·군 아우른 '정상국가' 시도

김정은 위원장은 국무위원회를 신설함으로써 과도기적 직함인 '국방위 1위원장'을 탈피하는 한편 자신의 위상과 권한을 강화했다. 개정된 사회주의 헌법은 김정은 국무위원장을 북한의 '최고 영도자'(헌법 100조)이자 '전반적 무력의 최고사령관으로서 국가의 일체 무력을 지휘 통솔한다'(헌법 102조)라고 규정했다.



이와 함께 군 중심이었던 국방위원회를 당과 내각까지 국정 전반에 권한을 행사할 수 있도록 확대 개편한 것이 눈에 띈다. 종전 국방위원회의 부위원장들은 이용무 인민군 차수와 오극렬 인민군 대장 등 군 원로들이 차지하고 있었고, 국방위원도 주로 군 인력에 집중돼 있었다.

하지만 새로 생긴 국무위원회의 부위원장은 군 인사인 황병서를 비롯해 내각의 대표인 박봉주 내각총리, 당 실세인 최룡해 당 중앙위 부위원장이 골고루 배치됐다. 세대 교체와 함께 당·정·군의 핵심이 김정은 위원장을 보좌하는 자리를 골고루 3분할한 셈이다.



북한의 정책기관이 당의 노선을 집행하는 기능을 한다는 점을 감안할 때, 이같은 개편은 당의 정책을 국방뿐만 아닌 국가 기능 전체에서 효율적으로 수행하기 위한 의도로 보인다.

위원급에 군 인사뿐 아니라 당의 선전선동 담당(김기남), 대남 담당(김영철), 외교 담당(리수용, 리용호) 핵심인사들이 줄줄이 포진한 점이 눈길을 끈다. 국방 중심의 종전 국방위원회와 달리 남북관계, 외교까지 영역을 확장하겠다는 것이다.

올 초부터 진행된 핵실험과 장거리 로켓 발사 성공, 최근의 무수단 미사일 대기권 재진입 등 국방 분야 성과로 인한 자신감이 개편의 배경이 됐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아버지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그늘에서 벗어나려는 의도도 엿보인다. 선군 사상을 통치이념으로 세우고 국방위원장에 국가 전반 사업에 대한 지도와 특사권까지 일임했던 아버지와는 달리 당이나 국가 중심의 통치를 하려 한다는 것이다. 정부 당국자는 "당 국가 체제의 정상국가화를 시도하려는 움직임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북한은 중거리탄도미사일 '화성-10'(무수단) 시험발사를 진행한 과학자와 기술자들을 25~29일까지 평양으로 불러 기념행사를 벌이고 치하했다고 밝혔다. 사진은 지난 25일에 열린 환영행사 장면.(사진-노동신문)

대남기구 '조평통' 격상...대남 공세 강화 예고

대남 업무를 관장하는 조국평화통일위원회(조평통) 조직도 격상됐다. 대남 협상에서 남측 통일부의 협상 파트너 역할을 했던 서기국을 폐지함과 동시에, 조평통은 노동당의 외곽단체에서 정식 국가기구로 승격됐다. 향후 북한이 대남 전략을 강화할 의도임을 짐작할 수 있다.

이번 최고인민회의가 지난 5월 당 대회의 후속조치에 충실한 행사임을 감안하면, 이는 김정은 위원장이 당 대회에서 제시한 '통일과업 관철'을 위한 조직 개편으로 볼 수 있다.

북한은 이달 초, 남북한 당국과 정당·단체 대표들이 참석하는 '통일대회합'을 열자고 제의했고, 6·15 남북공동선언 16주년을 맞아서는 남북 관계 개선을 위해 "민족 공동의 합의들을 이행하고 존중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주장하는 등 대남 대화 공세를 이어왔다. 앞으로 국가기구가 된 조평통으로 대남 정책이나 대화 관련 업무들이 일원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북한은 어제(29일) 최고인민회의에서 대남기구인 조국평화통일위원회를 국가기구로 승격하고 서기국을 폐지한다고 밝혔다. 사진은 조평통 개편 사실을 보도한 노동신문 기사. (사진=노동신문)

이번 최고인민회의에서는 7차 당 대회에서 제시됐던 '국가경제발전 5개년 전략'도 언급됐다. 박봉주 내각 총리는 보고를 통해 식량문제와 전기 문제의 해결, 석탄 등 자연자원의 생산량 능가, 경공업 발전 등을 목표로 제시했다. 일단 박봉주 총리가 국무위원으로 임명되면서 '5개년 전략'의 수행체계는 갖췄다는 평가다.

하지만 지난 최고인민회의들이 경제발전의 구체적 목표치를 제시했었던 점을 감안하면 이번에는 추상적인 목표들만 나열하는 등 경제발전 계획을 구체화하지는 못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정부 관계자는 "북한 정권이 경제 성과에 대한 부담을 느끼는 것으로 보인다"며 "대북 제재 하에서 외부 투자가 없는 자강력제일주의만으로는 한계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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