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농장 농부들의 검은 눈물, “블랙 티” 산업

입력 2016.07.05 (17:52) 수정 2016.07.06 (16:11)

읽어주기 기능은 크롬기반의
브라우저에서만 사용하실 수 있습니다.

인도 동북부 아삼(Assam)주는 인도의 전통적인 차 산업의 중심지로 유명하다. 하지만 이번 취재에 동행한 42살의 인도인 래쉬팔 다스고트라씨조차 이 지역은 첫 방문이라고 할 정도로 약간 외딴 곳에 떨어져 있어 취재가 쉽지 않은 곳이다.



인도 영토 전체를 놓고 봤을때 국경지대와 근접해 있어 상대적으로 발전이 덜 된 지역으로 간주된다. '아삼'의 다양한 도시에서는 상품일 경우 1㎏에 180만원 정도에 팔리는 '블랙티'가 생산되고 있다. 우리가 홍차라고 부르는 것의 영어식 표현이 '블랙티'인 셈이다. 인구가 3천만명 안팎인 이 지역은 '블랙 티'와 녹차 재배 등이 지금도 주수입원이라고 할 정도로 영국 식민지 시절부터 차 재배가 대규모로 이뤄지고 있다.

카메라 맨이 조르하트로 가는 여정을 촬영하는 모습카메라 맨이 조르하트로 가는 여정을 촬영하는 모습


아삼주 구와하티에 비행기로 도착해 바로 차로 6시간 거리 떨어진 조르하트로 이동했다. 이곳으로 가는 길은 초록색으로 가득한 광활한 차밭에 둘러싸여 있다. 넓은 평지에 끊임없이 펼쳐진 차밭은 대부분 100여년 전에 조성됐다. 차 나무의 적정 수령이 60년이라고 봤을 때 너무 오래된 차나무는 수확량이 많지 않은 편이라고 차밭에서 일하는 농부는 설명했다.

차밭에서 찻잎을 따는 농부차밭에서 찻잎을 따는 농부


이상기후의 영향은 차 산업에도 큰 타격을 주고 있다. 최저기온과 최고 기온이 모두 상승하면서 최근 5,6년 사이 차 수확량이 크게 줄기 시작했다. 또 병충해도 늘면서 최근 차 산업은 조정기를 맞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1911년 세워진 조르하트 차 연구소 관계자는 지난해와 올해의 경우 이상기후에 철저히 대비해 수확량이 늘고 있다면서, 기후를 바꿀수는 없지만 맞춤형 차 농사법을 개발해 적극적으로 대응하면서 위기를 기회로 바꾸고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인도의 시민사회 단체들은 차 산업의 가장 큰 위기는 내부에서 파생됐다고 지적한다. 인도 내 최저 임금에도 못 미치는 돈을 받으면서 일하고 있는 차농장 농부, 여성 근로자들의 처우 개선 문제가 요즘 가장 큰 화두라는 것이다. 농부들은 고용 근로자처럼 일하고 있는데, 차잎을 따는 일은 대부분 여성들의 몫이다. 50대의 여성을 이른 아침에 만나 인터뷰했다. 10년 동안 일한 이 여성은 2주 정도 일하면 천 200루피 정도 돈을 받는다고 했다. 하루에 100루피 정도의 일당인데, 한국 돈으로는 2000원에 채 못미치는 금액이다. 당연히 현지 도시 근로자의 최저 임금보다 낮은 금액이다.

아삼주 조르하트 지역의 차 농장아삼주 조르하트 지역의 차 농장


물론 이런 상황을 인도 정부는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차 산업 노동자의 노동권과 건강권을 보장하기 위해 관련 법까지 마련해 둔 상태이지만, 역시 제도상 문제라기 보다는 실행력의 부재로 봐야 한다는 지적이 많다. 임금이 밀리기 일쑤인데다 이들에게 제공되는 집단 주거공간도 비위생적으로 관리되고 있고, 직접 가보니 비가 오면 물이 새는 곳이 많았다. 근거리에 학교가 없어 아이들의 교육을 걱정하는 농부들도 많았다. 정부에서 관리하는 차밭에서 더 심각한 문제가 발생한다고 조하르트에서 활동하는 변호사 수듭따 나얀 고스와미씨는 지적했다.

차 농장 근로자의 임금 관련 소송을 맡고 있는 변호사 수듭따 나얀 고스와미씨.차 농장 근로자의 임금 관련 소송을 맡고 있는 변호사 수듭따 나얀 고스와미씨.


농부들에게 '지금 당신이 재배하는 차를 살수 있냐'고 질문하니 언감생심 차를 사서 마실 생각은 꿈에도 못한다고 고백했다. 한국에선 유명 브랜드 홍차로 팔리는 아삼차를 좋아하는 취재진에게 해줄 말이 있냐고 물었더니 '정부에 근로자들에 대한 지원이 늘어날 수 있도록 말이나 건네달라'는 부탁이 돌아왔다. 인도 정부 내부에서는 12억명이 넘는 전체 인구 가운데 빈곤층이 4억 명 이상되는 상황에 차밭 농부들의 문제가 새삼스러울 것이 없다는 의견도 있다고 한다. 하지만 차 산업을 이끄는 글로벌 기업들이 농부들의 피땀어린 노력으로 큰 수익을 올리는 것을 감안한다면, 글로벌 기업들이 인권 문제로 접근해 적극적으로 개선에 나서야 한다는 시민단체들의 목소리가 요즘은 더 힘을 얻고 있다. 인도에서 매일 아침 맛과 향을 음미하면서 마시는 차가 농부와 차밭 근로자들의 검은 눈물로 다가오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 제보하기
▷ 카카오톡 : 'KBS제보' 검색, 채널 추가
▷ 전화 : 02-781-1234, 4444
▷ 이메일 : kbs1234@kbs.co.kr
▷ 유튜브, 네이버, 카카오에서도 KBS뉴스를 구독해주세요!


  • 차농장 농부들의 검은 눈물, “블랙 티” 산업
    • 입력 2016-07-05 17:52:26
    • 수정2016-07-06 16:11:52
    취재K
인도 동북부 아삼(Assam)주는 인도의 전통적인 차 산업의 중심지로 유명하다. 하지만 이번 취재에 동행한 42살의 인도인 래쉬팔 다스고트라씨조차 이 지역은 첫 방문이라고 할 정도로 약간 외딴 곳에 떨어져 있어 취재가 쉽지 않은 곳이다. 인도 영토 전체를 놓고 봤을때 국경지대와 근접해 있어 상대적으로 발전이 덜 된 지역으로 간주된다. '아삼'의 다양한 도시에서는 상품일 경우 1㎏에 180만원 정도에 팔리는 '블랙티'가 생산되고 있다. 우리가 홍차라고 부르는 것의 영어식 표현이 '블랙티'인 셈이다. 인구가 3천만명 안팎인 이 지역은 '블랙 티'와 녹차 재배 등이 지금도 주수입원이라고 할 정도로 영국 식민지 시절부터 차 재배가 대규모로 이뤄지고 있다. 카메라 맨이 조르하트로 가는 여정을 촬영하는 모습 아삼주 구와하티에 비행기로 도착해 바로 차로 6시간 거리 떨어진 조르하트로 이동했다. 이곳으로 가는 길은 초록색으로 가득한 광활한 차밭에 둘러싸여 있다. 넓은 평지에 끊임없이 펼쳐진 차밭은 대부분 100여년 전에 조성됐다. 차 나무의 적정 수령이 60년이라고 봤을 때 너무 오래된 차나무는 수확량이 많지 않은 편이라고 차밭에서 일하는 농부는 설명했다. 차밭에서 찻잎을 따는 농부 이상기후의 영향은 차 산업에도 큰 타격을 주고 있다. 최저기온과 최고 기온이 모두 상승하면서 최근 5,6년 사이 차 수확량이 크게 줄기 시작했다. 또 병충해도 늘면서 최근 차 산업은 조정기를 맞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1911년 세워진 조르하트 차 연구소 관계자는 지난해와 올해의 경우 이상기후에 철저히 대비해 수확량이 늘고 있다면서, 기후를 바꿀수는 없지만 맞춤형 차 농사법을 개발해 적극적으로 대응하면서 위기를 기회로 바꾸고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인도의 시민사회 단체들은 차 산업의 가장 큰 위기는 내부에서 파생됐다고 지적한다. 인도 내 최저 임금에도 못 미치는 돈을 받으면서 일하고 있는 차농장 농부, 여성 근로자들의 처우 개선 문제가 요즘 가장 큰 화두라는 것이다. 농부들은 고용 근로자처럼 일하고 있는데, 차잎을 따는 일은 대부분 여성들의 몫이다. 50대의 여성을 이른 아침에 만나 인터뷰했다. 10년 동안 일한 이 여성은 2주 정도 일하면 천 200루피 정도 돈을 받는다고 했다. 하루에 100루피 정도의 일당인데, 한국 돈으로는 2000원에 채 못미치는 금액이다. 당연히 현지 도시 근로자의 최저 임금보다 낮은 금액이다. 아삼주 조르하트 지역의 차 농장 물론 이런 상황을 인도 정부는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차 산업 노동자의 노동권과 건강권을 보장하기 위해 관련 법까지 마련해 둔 상태이지만, 역시 제도상 문제라기 보다는 실행력의 부재로 봐야 한다는 지적이 많다. 임금이 밀리기 일쑤인데다 이들에게 제공되는 집단 주거공간도 비위생적으로 관리되고 있고, 직접 가보니 비가 오면 물이 새는 곳이 많았다. 근거리에 학교가 없어 아이들의 교육을 걱정하는 농부들도 많았다. 정부에서 관리하는 차밭에서 더 심각한 문제가 발생한다고 조하르트에서 활동하는 변호사 수듭따 나얀 고스와미씨는 지적했다. 차 농장 근로자의 임금 관련 소송을 맡고 있는 변호사 수듭따 나얀 고스와미씨. 농부들에게 '지금 당신이 재배하는 차를 살수 있냐'고 질문하니 언감생심 차를 사서 마실 생각은 꿈에도 못한다고 고백했다. 한국에선 유명 브랜드 홍차로 팔리는 아삼차를 좋아하는 취재진에게 해줄 말이 있냐고 물었더니 '정부에 근로자들에 대한 지원이 늘어날 수 있도록 말이나 건네달라'는 부탁이 돌아왔다. 인도 정부 내부에서는 12억명이 넘는 전체 인구 가운데 빈곤층이 4억 명 이상되는 상황에 차밭 농부들의 문제가 새삼스러울 것이 없다는 의견도 있다고 한다. 하지만 차 산업을 이끄는 글로벌 기업들이 농부들의 피땀어린 노력으로 큰 수익을 올리는 것을 감안한다면, 글로벌 기업들이 인권 문제로 접근해 적극적으로 개선에 나서야 한다는 시민단체들의 목소리가 요즘은 더 힘을 얻고 있다. 인도에서 매일 아침 맛과 향을 음미하면서 마시는 차가 농부와 차밭 근로자들의 검은 눈물로 다가오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이 기사가 좋으셨다면

오늘의 핫 클릭

실시간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는 뉴스

이 기사에 대한 의견을 남겨주세요.

수신료 수신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