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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 밑이 불안하다”…원전 위협하는 해저 단층
입력 2016.07.07 (15:29) 취재K
지난 4일 저녁, 울산 부근 동해 바다 밑이 흔들렸다. 11초 뒤 진동은 경북 포항에 닿았고, 충청과 호남을 거쳐 50여 초 뒤에는 수도권까지 사실상 내륙 전체를 뒤흔들었다. 규모 5의 지진이 남긴 위력이다.

규모 5 지진, 국내 어디든 일어날 수 있다



이번 지진은 1978년 지진 관측 이후 역대 5번째로 강한 지진이다. 그동안 규모 5 이상의 지진은 이번 지진 포함 모두 7차례 발생했다. 진앙을 보면 북한, 서해, 내륙, 동해까지 지역을 가리지 않는다. 지진은 한 번 발생한 곳 주변에서 다시 일어나기 쉽다. 전국을 뒤흔들 수 있는 지진이 앞으로 국내 어디에서든 발생할 수 있다는 의미이다.

“울산 지진 일으킨 건 쓰시마-고토 단층대”

동해에서는 지난 2004년 울진 앞바다에서 규모 5.2의 지진이 발생한 바 있다. 규모 2~3 정도의 지진은 1년에 수 차례씩 발생하고 있다. 이곳 주변에는 지각이 쪼개진 단층대가 많기 때문이다. 내륙에는 양산 단층이, 동해에는 후포 단층, 울릉 단층 등이 늘어서 있다.



또 일본 규슈 서쪽 해역으로부터 동해까지 길게 쓰시마-고토 단층이 위치해 있다. 국내 단층에 비해 길이나 규모 면에서 훨씬 큰 단층이다. 큰 단층 주위에는 여러 지류 단층이나 기생 단층이 존재한다. 이렇게 여러 단층들이 밀집한 곳을 단층대(fault zone)라고 일컫는데, 이번 울산 지진도 쓰시마-고토 단층대에서 발생했을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다.

제대로 조사조차 안 된 해저 활성 단층

이번 지진의 발생 원인에 대해 논란은 남아 있다. 진앙이 위치 상으로 울릉 단층과 쓰시마-고토 단층의 사이에 있어 어느 단층에서 발생했는지 단정 짓기 이르다는 것이다. 아직 파악되지 않은 새로운 활성 단층에서 발생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분석이 쉽지 않은 건 바다 밑의 단층에 대해 아직 조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내륙의 단층에 비해 해저 단층을 조사하는 것은 쉽지 않다. 더 많은 예산과 시간이 요구되지만 내륙 지진에 비해 해저 지진은 충격이 크지 않아 투자의 필요성이 낮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지난 2011년 동일본 대지진 이후 상황이 달라졌다. 2013년 서해에서만 모두 52차례의 지진이 났는데, 예년에 1년 동안 국내 전체에서 발생하는 횟수(47.6)를 넘어선 것이다. 동일본 대지진으로 한반도 부근의 지각이 동쪽으로 2~6cm 가량 끌려가면서 해저 단층들이 꿈틀대기 시작한 것이다.

이를 계기로 정부는 2014년부터 한-중 합동으로 서해 해저 단층을 조사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아직 분석조차 나오지 못했고, 동해의 해저 단층은 제대로 된 조사가 이뤄지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

국내에 더 큰 지진 발생할까?

쓰시마-고토 단층은 지각 운동이 활발한 활성 단층이다. 연세대 지구시스템과학과 홍태경 교수는 "쓰시마-고토 단층은 길이가 긴 활성 단층이기 때문에 배출되는 에너지의 양도 많아 앞으로도 강한 지진이 발생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또 국내에도 아직 파악되지 않은 해저 활성 단층들이 많을 것으로 추정되는데 규모에 따라 얼마든지 강한 지진이 발생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전문가들은 역사 지진 기록과 국내 단층들의 규모를 바탕으로 국내에서도 규모 6.5에서 최대 규모 7까지의 지진이 발생할 수 있다고 경고한다.

단층대 주위에 세워진 원자력 발전소

문제는 국내 원자력 발전소가 이러한 활성 단층에서 멀지 않은 곳에 세워져 있다는 점이다.이번 울산 지진의 진앙에서도 반경 70km 안에 고리와 월성원전 13기가 있다.



지진 당시 이 원전들은 정상 가동됐다. 지진의 규모가 원전 안전에 영향을 줄 정도는 아니었기 때문이라는 것이 원자력안전위원회의 설명이다. 실제 진앙지에서 가장 가까운 월성 원전의 관측 지진값은 0.0144g로 설계 기준인 0.2g의 14분의 1 수준에 불과했다.

g는 지진으로 건물이 실제 받는 힘인 지반 가속도를 의미한다. 원전 설계기준 0.2g는 원전 바로 아래에서 규모 6.5 정도의 지진이 나도 견딜 수 있는 수준이라고 원자력안전위원회는 설명했다.

다만 지진 다발 지역에 원전이 밀집돼 있는 만큼 기준을 더 높여야 한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서울대 건설환경공학부 김재관 교수는 "다른 나라의 설계 기준을 보면, 재현 주기가 만 년 이상 되는 지진에 대해서도 대비를 하는 등 내진 설계가 상향되는 추세에 있다" 며 국내에서도 내진 설계 기준을 높일 필요성이 있다고 주장했다.

현재 새로 건설중인 원전은 0.3g로 더 높은 내진 설계 기준을 따르고 있다. 기존 원전도 보강을 통해 내진 설계를 강화할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 “바다 밑이 불안하다”…원전 위협하는 해저 단층
    • 입력 2016-07-07 15:29:18
    취재K
지난 4일 저녁, 울산 부근 동해 바다 밑이 흔들렸다. 11초 뒤 진동은 경북 포항에 닿았고, 충청과 호남을 거쳐 50여 초 뒤에는 수도권까지 사실상 내륙 전체를 뒤흔들었다. 규모 5의 지진이 남긴 위력이다.

규모 5 지진, 국내 어디든 일어날 수 있다



이번 지진은 1978년 지진 관측 이후 역대 5번째로 강한 지진이다. 그동안 규모 5 이상의 지진은 이번 지진 포함 모두 7차례 발생했다. 진앙을 보면 북한, 서해, 내륙, 동해까지 지역을 가리지 않는다. 지진은 한 번 발생한 곳 주변에서 다시 일어나기 쉽다. 전국을 뒤흔들 수 있는 지진이 앞으로 국내 어디에서든 발생할 수 있다는 의미이다.

“울산 지진 일으킨 건 쓰시마-고토 단층대”

동해에서는 지난 2004년 울진 앞바다에서 규모 5.2의 지진이 발생한 바 있다. 규모 2~3 정도의 지진은 1년에 수 차례씩 발생하고 있다. 이곳 주변에는 지각이 쪼개진 단층대가 많기 때문이다. 내륙에는 양산 단층이, 동해에는 후포 단층, 울릉 단층 등이 늘어서 있다.



또 일본 규슈 서쪽 해역으로부터 동해까지 길게 쓰시마-고토 단층이 위치해 있다. 국내 단층에 비해 길이나 규모 면에서 훨씬 큰 단층이다. 큰 단층 주위에는 여러 지류 단층이나 기생 단층이 존재한다. 이렇게 여러 단층들이 밀집한 곳을 단층대(fault zone)라고 일컫는데, 이번 울산 지진도 쓰시마-고토 단층대에서 발생했을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다.

제대로 조사조차 안 된 해저 활성 단층

이번 지진의 발생 원인에 대해 논란은 남아 있다. 진앙이 위치 상으로 울릉 단층과 쓰시마-고토 단층의 사이에 있어 어느 단층에서 발생했는지 단정 짓기 이르다는 것이다. 아직 파악되지 않은 새로운 활성 단층에서 발생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분석이 쉽지 않은 건 바다 밑의 단층에 대해 아직 조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내륙의 단층에 비해 해저 단층을 조사하는 것은 쉽지 않다. 더 많은 예산과 시간이 요구되지만 내륙 지진에 비해 해저 지진은 충격이 크지 않아 투자의 필요성이 낮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지난 2011년 동일본 대지진 이후 상황이 달라졌다. 2013년 서해에서만 모두 52차례의 지진이 났는데, 예년에 1년 동안 국내 전체에서 발생하는 횟수(47.6)를 넘어선 것이다. 동일본 대지진으로 한반도 부근의 지각이 동쪽으로 2~6cm 가량 끌려가면서 해저 단층들이 꿈틀대기 시작한 것이다.

이를 계기로 정부는 2014년부터 한-중 합동으로 서해 해저 단층을 조사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아직 분석조차 나오지 못했고, 동해의 해저 단층은 제대로 된 조사가 이뤄지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

국내에 더 큰 지진 발생할까?

쓰시마-고토 단층은 지각 운동이 활발한 활성 단층이다. 연세대 지구시스템과학과 홍태경 교수는 "쓰시마-고토 단층은 길이가 긴 활성 단층이기 때문에 배출되는 에너지의 양도 많아 앞으로도 강한 지진이 발생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또 국내에도 아직 파악되지 않은 해저 활성 단층들이 많을 것으로 추정되는데 규모에 따라 얼마든지 강한 지진이 발생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전문가들은 역사 지진 기록과 국내 단층들의 규모를 바탕으로 국내에서도 규모 6.5에서 최대 규모 7까지의 지진이 발생할 수 있다고 경고한다.

단층대 주위에 세워진 원자력 발전소

문제는 국내 원자력 발전소가 이러한 활성 단층에서 멀지 않은 곳에 세워져 있다는 점이다.이번 울산 지진의 진앙에서도 반경 70km 안에 고리와 월성원전 13기가 있다.



지진 당시 이 원전들은 정상 가동됐다. 지진의 규모가 원전 안전에 영향을 줄 정도는 아니었기 때문이라는 것이 원자력안전위원회의 설명이다. 실제 진앙지에서 가장 가까운 월성 원전의 관측 지진값은 0.0144g로 설계 기준인 0.2g의 14분의 1 수준에 불과했다.

g는 지진으로 건물이 실제 받는 힘인 지반 가속도를 의미한다. 원전 설계기준 0.2g는 원전 바로 아래에서 규모 6.5 정도의 지진이 나도 견딜 수 있는 수준이라고 원자력안전위원회는 설명했다.

다만 지진 다발 지역에 원전이 밀집돼 있는 만큼 기준을 더 높여야 한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서울대 건설환경공학부 김재관 교수는 "다른 나라의 설계 기준을 보면, 재현 주기가 만 년 이상 되는 지진에 대해서도 대비를 하는 등 내진 설계가 상향되는 추세에 있다" 며 국내에서도 내진 설계 기준을 높일 필요성이 있다고 주장했다.

현재 새로 건설중인 원전은 0.3g로 더 높은 내진 설계 기준을 따르고 있다. 기존 원전도 보강을 통해 내진 설계를 강화할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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