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24 이슈] ‘어린 신부’ 금지…미국, 조혼 얼마나 많길래

<앵커 멘트>

조혼은 아주 오래전부터 특히 저개발국가를 중심으로 만연한 악습인데요.

그런데 저개발국가만이 아니라 미국에서도 최근에야 조혼을 금지하는 법안이 시행됐다는데요.

어떻게 된 일인지 조지현 기자와 알아봅니다.

<질문>
조지현 기자, 그럼 미국에서 지금까지는 조혼이 합법이었다는 건가요?

<답변>
네, 일부 주에서는 그렇습니다.

영상부터 하나 보실까요?

미국 뉴욕 타임스퀘어입니다.

웨딩촬영이 한창인데요.

그런데 신부가 너무 어려 보이죠?

<녹취> "(애가 몇 살이죠?) 12살이에요. (12살이라고요? 당신은 몇 살이죠?) 난 65살이에요. (이건 불법이에요.) 난 아이의 부모로부터 허락을 받았어요."

사실 이 영상은 조혼에 대한 사람들의 인식을 알아보는 실험인데요.

<녹취> "엄마 어디 있니?"

<녹취> "아이한테서 손 떼세요."

지나가던 시민들은 분노하지만 버지니아와 뉴욕 등 일부 주에서는 최근까지도 부모의 허락 등이 있으면 12살짜리와도 결혼할 수 있었습니다.

<질문>
실제 미국에서 조혼하는 사람이 많나요?

<답변>
버지니아 주의 경우를 한번 볼까요?

2004년에서 2013년까지 10년 동안 18살 미만 4,500명이 결혼했는데요.

90% 이상이 여성이었고 200여 명은 만 15세 이하였습니다.

뉴저지에서도 1995년부터 2012년까지 3500명의 미성년자가 혼인 신고를 했습니다.

그런데 90% 이상은 배우자가 성인이었습니다.

나이 차이가 꽤 있다는 얘기죠.

미 시민단체들은 이렇게까지 나이 차가 나는 결혼은 사실상 미성년자의 의지와는 무관한 강제 결혼이라면서 미 전역에서 매년 천명 이상이 강제결혼을 당한다고 밝히고 있습니다.

특히 미성년자를 성적으로 학대한 경우 피해자와 결혼해서 수사를 피하는 데 이용된다고 비난받아 왔습니다.

결국, 버지니아주는 이달 들어서 18세 미만은 원칙적으로 결혼할 수 없고 예외적으로 법원이 인정하는 경우에만 16세까지 결혼을 허가하는 법안을 시행했습니다.

캘리포니아와 메릴랜드, 뉴저지, 뉴욕에서도 올해 들어서야 비슷한 법안을 도입했습니다.

<질문>
어린 나이에 결혼하는 게 아주 오래된 문제인데 쉽게 안 바뀌나 봐요?

<답변>
네, 오히려 시리아 등에서 전쟁이 계속되면서 조혼문제는 더 심각해지고 있는데요.

요르단의 시리아 난민촌을 조사해봤더니 시리아 전쟁 전에는 18세 이하 소녀의 조혼율이 13%였는데 2014년에는 32%로 늘었습니다.

게다가 이들의 절반은 남편의 나이가 10살 이상 더 많다고 합니다.

15살짜리 이 소녀는 학교를 마치는 게 꿈이었지만 부모의 결정으로 결혼했고 7개월짜리 아들을 돌보고 있습니다.

이 소녀도 14살인데요.

부모들은 아이들을 보호하기 위한 결정이었다고 말합니다.

<녹취> 움 압둘 라흐만(시어머니) : "친정부 민병대가 괴롭힐까 봐 두렵습니다. 많은 여성이 성폭행을 당해요."

하지만 보호하기 위해서만 조혼을 시키는 건 아닌데요.

<녹취> "내 얘기 한번 들어볼래요. 누구도 소녀를 판다는 말은 들으려 하지 않죠."

이 소녀는 아프가니스탄 출신의 18살 소니타 알리자데입니다.

15살에 부모에 의해서 몸값으로 우리 돈 천만 원을 받고 결혼으로 팔려가게 됐는데요.

몰래 이 영상을 올린 덕분에 후원을 받아서 겨우 미국 유학길에 오르게 됐습니다.

<질문>
전 세계적으로 조혼이 얼마나 많은 건가요?

<답변>
지난해 기준으로 전 세계에서 여성 7억 명이 18세 전에 결혼했습니다.

<질문>
그렇게나 많이 조혼을 하나요?

<답변>
2억 5천만 명은 15세가 되기 전에 결혼했는데요.

2초에 1명꼴로 18세 미만의 소녀들이 결혼하고 있는 셈입니다.

조혼 비율이 특히 높은 인도입니다.

이 영상에게 보이는 신부는 겨우 다섯 살인데요.

결혼을 하기 싫은 것인지 울음을 터뜨리는 모습이죠?

여러 명의 어린아이들이 결혼식을 올리는 모습도 보이는데요.

이 영상 속 아이들의 부모는 아이들을 억지로 결혼시킨 뒤 도피했다고 알려졌습니다.

마지막으로 강제 조혼이 여전히 심각한 아프리카 여성의 말을 한번 들어 볼까요?

<인터뷰> 컨피던스 S(가명) : "강제로 결혼하는 건 성폭행과 다를 바가 없어요. 오히려 더 나쁘죠. 인생을 망쳐버리니까 살인이나 마찬가지예요."

글로벌 이슈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