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따라잡기] 모야모야병 여대생…한 달 만에 깨어나

입력 2016.07.08 (08:34) 수정 2016.07.08 (0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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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 멘트>

한 달 전 강도를 만난 뒤 의식을 잃었던 '모야모야병' 여대생 기억하시죠?

이 여대생이 최근 극적으로 깨어났습니다.

아직 말을 하진 못하지만 눈과 손을 조금씩 움직여 의사표현을 할 정도로 상태가 나아졌습니다.

한편, 피해 여대생에게 강도 행각을 벌인 피고인 여 모 씨의 재판이 어제 열렸습니다.

여 씨는 여대생이 모야모야병 환자란 걸 몰랐기 때문에, 여대생이 쓰러진 것에 대해 책임이 없다며, 혐의를 강하게 부인하고 있는데요.

또, 술에 취해 당시 상황이 기억나지 않는다고 말했습니다.

사건을 뉴스따라잡기에서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어제 오후 취재진이 직접 김 모 양의 병실을 찾아가 봤습니다.

의식불명 상태에서 세 번의 수술을 받았던 김 양은 한 달 만에 의식을 되찾았습니다

얼마 전엔 중환자실에서 일반 병실로 옮겼는데요.

<녹취> 이00(피해 여대생 어머니) : "좋아? 좋으면 눈 깜빡거려 봐."

꼭 감았던 눈은 이제 뜰 수 있게 됐고,

<녹취> 이00(피해 여대생 어머니) : "주먹 한 번 쥐어 볼래?"

힘없이 떨궜던 손은 주먹을 꼬옥 쥘 정도로 힘이 붙었습니다.

문병 온 친구들의 말에 검지손가락을 치켜 올리기도 합니다.

<녹취> 피해 여대생 친구 : "(우리) 와서 좋으면 1번. 좋아? 자주 올까? 빨리 일어나서 대답해 줄 거지?"

아직 말을 할 순 없지만 깨어나 말을 알아듣는 것만으로도 김 양의 부모님에겐 기적 같은 일입니다.

<녹취> 이00(피해 여대생 어머니) : “지금은 보거나 말을 하질 못 해요. 지금 현재로써 저희는 그것만 해도 너무 감사하고. 말로 표현할 수 없을 정도로 진짜 좋습니다.”

하지만 한 달 만에 의식을 찾았다는 기쁨도 잠시, 첫 재판이 있었던 어제, 김 양 부모님은 다시 마음이 무거워졌습니다.

강도치상 혐의로 기소된 피고인 여 모 씨가 재판에서 자신의 혐의를 인정하지 않고 있기 때문입니다.

어제 재판에서 여 씨의 변호인은 현장 CCTV 영상에 여 씨가 김 양 목에 흉기를 들이대는 장면이 없다며 공소사실을 부인했습니다.

여 씨 역시 범행 당시 상황이 기억나지 않는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녹취> 경찰 관계자(음성변조) : “술에 취해서 기억이 안 나는데 CCTV에 나온 사람은 자기가 맞다 이렇게 진술했어요. 안 했다는 것도 아니고 했다는 것도 아니고 술에 취해서 기억이 안 난대요.”

여 씨 측은 또, 김 양이 모야모야병을 앓았던 것을 몰랐기 때문에, 김 양이 쓰러진 것에 대해 책임이 없다고 주장했습니다.

<녹취> 이00(피해 여대생 어머니) : “그렇게 건강한 딸이었는데 그 사람이 그렇게 안 했으면 저희 애가 이렇게 될 리가 없죠. 그건 말도 안 되는 이야기죠.”

크면서 속 한 번 썩인 적 없는 착한 딸이었던 김 양, 부모님 부담을 덜어드리기 위해 고등학생 시절부터 대학에 입학한 지금까지 아르바이트를 해왔다는데요.

김 양은 지난달 5일 밤에도 평소처럼 아르바이트를 마치고 귀가하다 사건이 벌어진 겁니다.

<녹취> 이00(피해 여대생 어머니) : “원래 밤 12시까지 하거든요. 그런데 11시 49분에 전화가 왔어요. 엄마가 나갈까 그랬더니 엄마 괜찮아. (매일) 다니는 데니까...”

아르바이트를 하는 식당에서 집까지는 걸어서 10분도 채 되지 않는 거리.

마중 나가겠다는 엄마를 한사코 말린 딸은 잠시 뒤, 헐레벌떡 집으로 뛰어 들어왔습니다.

<녹취> 이00(피해 여대생 어머니) : “집에를 애가 뛰어들어온 거예요. 그래서 왜 그러느냐 했더니 말을 잘 못하더라고요. 강도가 칼, 칼 하길래 너무 당황해서…….”

강도가 칼로 딸을 위협했다는 소리에 경찰에 신고를 한 김 양의 부모.

그런데, 경찰이 도착하자마자 딸아이는 두통을 호소하면서 의식을 잃고 쓰러졌습니다.

<녹취> 이00(피해 여대생 어머니) : “그때 숨을 헉헉거리고 있었어요. 그런데 갑자기 애가 눕더라고요. 신발 벗은 상태로 거실 자체에서. 그런데 머리가 엄청 아프대요. 그때 눈이 약간 좀 돌아가고…….”

다급히 병원으로 실려 간 김 양.

그런데 병원에서 청천벽력같은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알고 보니 김양이 뇌혈관이 좁아지는 희귀질환인 '모야모야병'을 앓고 있었고, 갑자기 뇌졸중이 일어났다는 겁니다.

<녹취> 이00(피해 여대생 어머니) : “저는 그런 병이 있는 자체도 몰랐어요. (뇌 사진을) 찍고 선생님께서 모야모야병을 이야기해서 저희는 그거 때문에 온 게 아니라고…….”

지금까지 의심되는 증상 전혀 없이 건강하기만 했던 딸은 그날 밤 사건 이후 무려 3차례나 수술을 받았습니다.

김 양이 쓰러진 뒤 경찰은 즉시 현장 CCTV를 분석해 달아난 강도를 붙잡았습니다.

<녹취> 경찰 관계자(음성변조) : “아버지가 이야기를 했어요. 아르바이트가 끝나고 왔으니까 이리로 왔을 것이다. 평상시에 이 길, 이 길, 이 골목길을 거쳐서 왔을 것이라고 이야기를 했기 때문에 그 길에 있는 CCTV를 전부 다 확인했어요.”

아르바이트를 마친 김 양이 골목길에 접어든 순간, 남성이 김 양을 밀치며 흉기를 들이댔고 김 양이 저항하며 강도를 뿌리치고 도망친 뒤 남성 역시 범행 현장을 벗어난 모습이 포착된 겁니다.

<녹취> 경찰 관계자(음성변조) : “뿌리치자마자 튀었어요. 도망도 뭐 어슬렁어슬렁 걸어가요.”

김 양의 부모는 그날 밤으로 시계를 되돌릴 수만 있다면 하는 생각으로 가슴을 칩니다.

<녹취> 이00(피해 대학생 어머니) : “제가 나갔으면 중간에 만날 수도 있고 또 아르바이트를 말려서라도 시키지 말걸 이런 생각도 들고.”

김 양의 가족을 힘들게 한 건 또 있었습니다.

사건 이후 뇌에 물이 차는 증상으로 무려 세 차례의 수술을 받은 김 양.

2주 동안 병원비만 무려 1800만 원이 나왔습니다.

희귀질환으로 정부지원을 받아도 600만원이 넘는 돈이 고스란히 가족의 몫이었던 것.

앞으로 병원비가 얼마나 더 나올지 가늠하기 힘든 상황에서 피고인 여 씨로부터 합의는커녕 연락조차 받지 못했습니다.

여 씨는 한 때 지상파 방송사에서 개그맨으로 활동하기도 했는데요.

<녹취> 경찰 관계자(음성변조) : “이 사람이 하는 게 없고 직업이 무직으로 굉장히 오래 있었어요. 생활고로 보여요.”

김 양의 안타까운 소식이 알려진 뒤, 다행히 많은 시민들이 도움의 손길을 내밀었고, 검찰은 그제 범죄피해자 경제적 지원 심의위원회를 열어 김 양에게 치료비와 생계비 등 약 천 만원을 지원하기로 했습니다.

이제 김 양 가족의 바람은 하나, 김 양의 치료가 잘 이뤄지는 것뿐입니다.

<녹취> 이00(피해 여대생 어머니) : “모야모야병 자체는 희귀난치병이라 치료 자체가 완치가 안 된다고 하셨거든요. 그래서 그런 부분이 지금 제일 마음이 힘든 부분이라고 해야 하나요.”

다음 재판은 다음달 18일. 검찰은 CCTV등 증거물을 통해 혐의를 입증하겠다고 밝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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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뉴스 따라잡기] 모야모야병 여대생…한 달 만에 깨어나
    • 입력 2016-07-08 08:38:27
    • 수정2016-07-08 09:05: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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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 멘트>

한 달 전 강도를 만난 뒤 의식을 잃었던 '모야모야병' 여대생 기억하시죠?

이 여대생이 최근 극적으로 깨어났습니다.

아직 말을 하진 못하지만 눈과 손을 조금씩 움직여 의사표현을 할 정도로 상태가 나아졌습니다.

한편, 피해 여대생에게 강도 행각을 벌인 피고인 여 모 씨의 재판이 어제 열렸습니다.

여 씨는 여대생이 모야모야병 환자란 걸 몰랐기 때문에, 여대생이 쓰러진 것에 대해 책임이 없다며, 혐의를 강하게 부인하고 있는데요.

또, 술에 취해 당시 상황이 기억나지 않는다고 말했습니다.

사건을 뉴스따라잡기에서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어제 오후 취재진이 직접 김 모 양의 병실을 찾아가 봤습니다.

의식불명 상태에서 세 번의 수술을 받았던 김 양은 한 달 만에 의식을 되찾았습니다

얼마 전엔 중환자실에서 일반 병실로 옮겼는데요.

<녹취> 이00(피해 여대생 어머니) : "좋아? 좋으면 눈 깜빡거려 봐."

꼭 감았던 눈은 이제 뜰 수 있게 됐고,

<녹취> 이00(피해 여대생 어머니) : "주먹 한 번 쥐어 볼래?"

힘없이 떨궜던 손은 주먹을 꼬옥 쥘 정도로 힘이 붙었습니다.

문병 온 친구들의 말에 검지손가락을 치켜 올리기도 합니다.

<녹취> 피해 여대생 친구 : "(우리) 와서 좋으면 1번. 좋아? 자주 올까? 빨리 일어나서 대답해 줄 거지?"

아직 말을 할 순 없지만 깨어나 말을 알아듣는 것만으로도 김 양의 부모님에겐 기적 같은 일입니다.

<녹취> 이00(피해 여대생 어머니) : “지금은 보거나 말을 하질 못 해요. 지금 현재로써 저희는 그것만 해도 너무 감사하고. 말로 표현할 수 없을 정도로 진짜 좋습니다.”

하지만 한 달 만에 의식을 찾았다는 기쁨도 잠시, 첫 재판이 있었던 어제, 김 양 부모님은 다시 마음이 무거워졌습니다.

강도치상 혐의로 기소된 피고인 여 모 씨가 재판에서 자신의 혐의를 인정하지 않고 있기 때문입니다.

어제 재판에서 여 씨의 변호인은 현장 CCTV 영상에 여 씨가 김 양 목에 흉기를 들이대는 장면이 없다며 공소사실을 부인했습니다.

여 씨 역시 범행 당시 상황이 기억나지 않는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녹취> 경찰 관계자(음성변조) : “술에 취해서 기억이 안 나는데 CCTV에 나온 사람은 자기가 맞다 이렇게 진술했어요. 안 했다는 것도 아니고 했다는 것도 아니고 술에 취해서 기억이 안 난대요.”

여 씨 측은 또, 김 양이 모야모야병을 앓았던 것을 몰랐기 때문에, 김 양이 쓰러진 것에 대해 책임이 없다고 주장했습니다.

<녹취> 이00(피해 여대생 어머니) : “그렇게 건강한 딸이었는데 그 사람이 그렇게 안 했으면 저희 애가 이렇게 될 리가 없죠. 그건 말도 안 되는 이야기죠.”

크면서 속 한 번 썩인 적 없는 착한 딸이었던 김 양, 부모님 부담을 덜어드리기 위해 고등학생 시절부터 대학에 입학한 지금까지 아르바이트를 해왔다는데요.

김 양은 지난달 5일 밤에도 평소처럼 아르바이트를 마치고 귀가하다 사건이 벌어진 겁니다.

<녹취> 이00(피해 여대생 어머니) : “원래 밤 12시까지 하거든요. 그런데 11시 49분에 전화가 왔어요. 엄마가 나갈까 그랬더니 엄마 괜찮아. (매일) 다니는 데니까...”

아르바이트를 하는 식당에서 집까지는 걸어서 10분도 채 되지 않는 거리.

마중 나가겠다는 엄마를 한사코 말린 딸은 잠시 뒤, 헐레벌떡 집으로 뛰어 들어왔습니다.

<녹취> 이00(피해 여대생 어머니) : “집에를 애가 뛰어들어온 거예요. 그래서 왜 그러느냐 했더니 말을 잘 못하더라고요. 강도가 칼, 칼 하길래 너무 당황해서…….”

강도가 칼로 딸을 위협했다는 소리에 경찰에 신고를 한 김 양의 부모.

그런데, 경찰이 도착하자마자 딸아이는 두통을 호소하면서 의식을 잃고 쓰러졌습니다.

<녹취> 이00(피해 여대생 어머니) : “그때 숨을 헉헉거리고 있었어요. 그런데 갑자기 애가 눕더라고요. 신발 벗은 상태로 거실 자체에서. 그런데 머리가 엄청 아프대요. 그때 눈이 약간 좀 돌아가고…….”

다급히 병원으로 실려 간 김 양.

그런데 병원에서 청천벽력같은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알고 보니 김양이 뇌혈관이 좁아지는 희귀질환인 '모야모야병'을 앓고 있었고, 갑자기 뇌졸중이 일어났다는 겁니다.

<녹취> 이00(피해 여대생 어머니) : “저는 그런 병이 있는 자체도 몰랐어요. (뇌 사진을) 찍고 선생님께서 모야모야병을 이야기해서 저희는 그거 때문에 온 게 아니라고…….”

지금까지 의심되는 증상 전혀 없이 건강하기만 했던 딸은 그날 밤 사건 이후 무려 3차례나 수술을 받았습니다.

김 양이 쓰러진 뒤 경찰은 즉시 현장 CCTV를 분석해 달아난 강도를 붙잡았습니다.

<녹취> 경찰 관계자(음성변조) : “아버지가 이야기를 했어요. 아르바이트가 끝나고 왔으니까 이리로 왔을 것이다. 평상시에 이 길, 이 길, 이 골목길을 거쳐서 왔을 것이라고 이야기를 했기 때문에 그 길에 있는 CCTV를 전부 다 확인했어요.”

아르바이트를 마친 김 양이 골목길에 접어든 순간, 남성이 김 양을 밀치며 흉기를 들이댔고 김 양이 저항하며 강도를 뿌리치고 도망친 뒤 남성 역시 범행 현장을 벗어난 모습이 포착된 겁니다.

<녹취> 경찰 관계자(음성변조) : “뿌리치자마자 튀었어요. 도망도 뭐 어슬렁어슬렁 걸어가요.”

김 양의 부모는 그날 밤으로 시계를 되돌릴 수만 있다면 하는 생각으로 가슴을 칩니다.

<녹취> 이00(피해 대학생 어머니) : “제가 나갔으면 중간에 만날 수도 있고 또 아르바이트를 말려서라도 시키지 말걸 이런 생각도 들고.”

김 양의 가족을 힘들게 한 건 또 있었습니다.

사건 이후 뇌에 물이 차는 증상으로 무려 세 차례의 수술을 받은 김 양.

2주 동안 병원비만 무려 1800만 원이 나왔습니다.

희귀질환으로 정부지원을 받아도 600만원이 넘는 돈이 고스란히 가족의 몫이었던 것.

앞으로 병원비가 얼마나 더 나올지 가늠하기 힘든 상황에서 피고인 여 씨로부터 합의는커녕 연락조차 받지 못했습니다.

여 씨는 한 때 지상파 방송사에서 개그맨으로 활동하기도 했는데요.

<녹취> 경찰 관계자(음성변조) : “이 사람이 하는 게 없고 직업이 무직으로 굉장히 오래 있었어요. 생활고로 보여요.”

김 양의 안타까운 소식이 알려진 뒤, 다행히 많은 시민들이 도움의 손길을 내밀었고, 검찰은 그제 범죄피해자 경제적 지원 심의위원회를 열어 김 양에게 치료비와 생계비 등 약 천 만원을 지원하기로 했습니다.

이제 김 양 가족의 바람은 하나, 김 양의 치료가 잘 이뤄지는 것뿐입니다.

<녹취> 이00(피해 여대생 어머니) : “모야모야병 자체는 희귀난치병이라 치료 자체가 완치가 안 된다고 하셨거든요. 그래서 그런 부분이 지금 제일 마음이 힘든 부분이라고 해야 하나요.”

다음 재판은 다음달 18일. 검찰은 CCTV등 증거물을 통해 혐의를 입증하겠다고 밝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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