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밤에 꽃을 피울까?…‘밤의 여왕’의 비밀

입력 2016.07.20 (12:00) 수정 2016.07.20 (14: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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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친 모래와 돌 위에 기어가듯 볼품 없이 뻗어나간 선인장 줄기들... 하지만 꽃은 뜻밖으로 탐스럽습니다. 이른바 '밤의 여왕'으로도 불리는 '셀레니체레우스'(Selenicereus) 선인장입니다. 일년에 딱 한 번, 밤에 6시간 가량만 꽃을 피웁니다. 이달 초 국립수목원 열대식물자원연구센터 온실에서 핀 꽃입니다.

셀레니체레우스 꽃대 (Selenicereus grandiflorus) 사진제공: 국립수목원셀레니체레우스 꽃대 (Selenicereus grandiflorus) 사진제공: 국립수목원



희거나 연노랑빛의 화사한 꽃 크기가 15~20cm에 이를 정도로 크고 웅장합니다. 갑자기 밤에 보게 되면 깜짝 놀랄 정도이지요. 향기도 매혹적인 바닐라향을 퍼뜨립니다. 이 때문에 '밤의 여왕'이란 별칭 외에 바닐라 선인장, 향기로운 선인장으로 불리기도 합니다. 관상가치가 뛰어나 세계적으로 매니아들이 탐내는 선인장입니다. 멕시코와 중미가 원산지이죠.


왜 밤에 꽃을 피울까요? 사막의 선인장 중에는 유독 밤에 꽃을 피우는 종들이 있습니다. 식물의 꽃은 수분 매개자를 부르기 위한 수단입니다. 사막의 경우 뜨거운 낮보다는 열기가 식은 밤중에 곤충을 부르는 게 효과적일 수 있습니다. 셀레니체레우스의 수분 매개자는 나방과 박쥐입니다. 밤에 돌아다니는 나방과 박쥐가 선인장 꽃의 향기에 끌려와 꿀을 먹고 수분을 해주는 거죠. 선인장도 나방이나 박쥐를 선택하기 위해 밤에 꽃을 피우도록 진화한 걸로 보입니다.

밤에 피는 선인장 피타하야(pitahaya)밤에 피는 선인장 피타하야(pitahaya)

국립수목원 온실에는 나방이나 박쥐가 없습니다. 대신 향기에 유인된 작은 날파리 등 각종 곤충들이 꽃을 더듬고 다니는 것을 동영상 속에서 볼 수 있습니다. 우리나라 온실 속에서는 날파리들이 수분 매개자 역할을 하는 셈입니다.


일년에 한 번, 늦은 봄이나 초여름 사이에 6시간만 꽃을 피우기 때문에 그 시간에 맞춰 개화 과정을 촬영하는 게 쉬운 일이 아닙니다. 이번에 촬영한 꽃은 저녁 7시부터 꽃봉오리를 열기 시작해 새벽 1시쯤 만개하고 시들었습니다. 지난 2008년 셀레니체레우스 2종을 들여온 국립수목원이 개화 과정을 동영상으로 촬영해 공개한 것은 이번이 처음입니다.

밤에 피기 때문에 일반인은 꽃을 볼 수 없고 다만 사진과 동영상으로 볼 수 있을 뿐입니다. 이유미 국립수목원장은 "짧은 시간 밤에만 꽃을 피우는 선인장이라서 개화 모습을 관람객에게 공개하지는 못하지만 앞으로 매년 개화 과정을 촬영해 연구 자료로 활용하고 일반에 공개할 예정"이라고 밝혔습니다.

일반인들도 집에서 '밤의 여왕'을 키우고 꽃을 볼 수 있습니다. 다만 충분한 비료와 수분, 햇빛이 필요합니다. 또 겨울철에도 늘 섭씨 5도 이상을 유지해줘야 합니다. '셀레니체레우스'는 식물학자인 린네가 1753년 이름을 붙여 처음으로 문헌에 기록했습니다. 라틴어로 밤에 크게 핀다는 뜻을 갖고 있습니다.

자료 제공: 국립수목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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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왜 밤에 꽃을 피울까?…‘밤의 여왕’의 비밀
    • 입력 2016-07-20 12:00:32
    • 수정2016-07-20 14:01:26
    취재K
거친 모래와 돌 위에 기어가듯 볼품 없이 뻗어나간 선인장 줄기들... 하지만 꽃은 뜻밖으로 탐스럽습니다. 이른바 '밤의 여왕'으로도 불리는 '셀레니체레우스'(Selenicereus) 선인장입니다. 일년에 딱 한 번, 밤에 6시간 가량만 꽃을 피웁니다. 이달 초 국립수목원 열대식물자원연구센터 온실에서 핀 꽃입니다.

셀레니체레우스 꽃대 (Selenicereus grandiflorus) 사진제공: 국립수목원


희거나 연노랑빛의 화사한 꽃 크기가 15~20cm에 이를 정도로 크고 웅장합니다. 갑자기 밤에 보게 되면 깜짝 놀랄 정도이지요. 향기도 매혹적인 바닐라향을 퍼뜨립니다. 이 때문에 '밤의 여왕'이란 별칭 외에 바닐라 선인장, 향기로운 선인장으로 불리기도 합니다. 관상가치가 뛰어나 세계적으로 매니아들이 탐내는 선인장입니다. 멕시코와 중미가 원산지이죠.


왜 밤에 꽃을 피울까요? 사막의 선인장 중에는 유독 밤에 꽃을 피우는 종들이 있습니다. 식물의 꽃은 수분 매개자를 부르기 위한 수단입니다. 사막의 경우 뜨거운 낮보다는 열기가 식은 밤중에 곤충을 부르는 게 효과적일 수 있습니다. 셀레니체레우스의 수분 매개자는 나방과 박쥐입니다. 밤에 돌아다니는 나방과 박쥐가 선인장 꽃의 향기에 끌려와 꿀을 먹고 수분을 해주는 거죠. 선인장도 나방이나 박쥐를 선택하기 위해 밤에 꽃을 피우도록 진화한 걸로 보입니다.

밤에 피는 선인장 피타하야(pitahaya)
국립수목원 온실에는 나방이나 박쥐가 없습니다. 대신 향기에 유인된 작은 날파리 등 각종 곤충들이 꽃을 더듬고 다니는 것을 동영상 속에서 볼 수 있습니다. 우리나라 온실 속에서는 날파리들이 수분 매개자 역할을 하는 셈입니다.


일년에 한 번, 늦은 봄이나 초여름 사이에 6시간만 꽃을 피우기 때문에 그 시간에 맞춰 개화 과정을 촬영하는 게 쉬운 일이 아닙니다. 이번에 촬영한 꽃은 저녁 7시부터 꽃봉오리를 열기 시작해 새벽 1시쯤 만개하고 시들었습니다. 지난 2008년 셀레니체레우스 2종을 들여온 국립수목원이 개화 과정을 동영상으로 촬영해 공개한 것은 이번이 처음입니다.

밤에 피기 때문에 일반인은 꽃을 볼 수 없고 다만 사진과 동영상으로 볼 수 있을 뿐입니다. 이유미 국립수목원장은 "짧은 시간 밤에만 꽃을 피우는 선인장이라서 개화 모습을 관람객에게 공개하지는 못하지만 앞으로 매년 개화 과정을 촬영해 연구 자료로 활용하고 일반에 공개할 예정"이라고 밝혔습니다.

일반인들도 집에서 '밤의 여왕'을 키우고 꽃을 볼 수 있습니다. 다만 충분한 비료와 수분, 햇빛이 필요합니다. 또 겨울철에도 늘 섭씨 5도 이상을 유지해줘야 합니다. '셀레니체레우스'는 식물학자인 린네가 1753년 이름을 붙여 처음으로 문헌에 기록했습니다. 라틴어로 밤에 크게 핀다는 뜻을 갖고 있습니다.

자료 제공: 국립수목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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