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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가족의 이상세계 가능할까…부천영화제 ‘캡틴 판타스틱’
입력 2016.07.22 (17:22) 연합뉴스
일가족 만의 '판타스틱'한 세계를 구축하는 것이 과연 가능할까.

제20회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BIFAN)가 개막작으로 선택한 '캡틴 판타스틱'은 이런 질문에 대한 답을 추구한다는 점에서 흥미롭다.

또 가족의 사랑과 갈등, 문명세계로의 복귀 과정에서 겪는 성장 스토리를 담았다는 점에서 '사랑·환상·모험'을 표방한 영화제의 성격에 부합하는 선택이기도 하다.

벤(비고 모르텐슨)은 태평양 연안 북서부의 깊은 숲 속에서 아이들 6명을 홀로 키운다.

이들은 직접 사슴을 사냥해 가죽을 벗기고 뼈를 발라 먹는다. 단검을 이용한 격투 훈련도 하고 암벽 등반도 연습한다.

그렇다고 이들이 원시적인 삶을 산다고 판단하면 오판이다. 저녁이 되면 모닥불에 모여 아버지 벤이 과제로 내준 책을 읽는다.

이들이 읽는 책은 도스토옙스키의 소설에서부터 최신 양자 물리학까지 다양하고 수준이 높다.

각자 악기 하나씩을 능숙하게 다룰 정도로 음악에도 재능을 보인다. 한마디로 전인교육을 받는 셈이다.

이들이 기성 사회로부터 스스로를 격리시켜 숲에서 생활하는 것은 자본주의 사회에 대한 거부감 때문이다.

벤과 아이들이 꾸려 나가는 그들만의 세계는 벤의 아내이자 아이들의 엄마인 레슬리가 오랜 투병 끝에 스스로 목숨을 끊은 이후 분열의 조짐을 보인다.

레슬리의 장례식에 참석하기 위해 문명 세계와 조우하게 된 벤의 아이들이 그동안 자신들이 책 속의 세상에서만 산 것이 아닌가하는 회의에 빠지게 되기 때문이다.

영화 '캡틴 판타스틱'은 벤이 구현하려 했던 이상, 플라톤의 '국가론'에 나오는 철인(哲人)들이 사는 세상이 실현 가능한지를 탐구한다.

벤이 아이들을 양육하는 방식은 독특하다. 아이들을 어른 취급하며 항상 직설적으로 솔직하게 말한다. 성교가 무엇이냐는 막내딸의 물음에 남녀 성기의 결합이라고 대답하는 식이다.

이런 벤의 교육 방식은 나름의 효과를 본다. 아버지 몰래 대입 준비를 한 것이지만 장남 보데번(조지 맥케이)은 하버드, 스탠퍼드, 예일, MIT 등 미국의 일류대학 모두로부터 합격 통지서를 받는다.

문제는 이들이 고립생활을 하는 것에서 비롯된다. 팝스타 레이디 가가가 누구인지, 스포츠용품 브랜드 나이키와 아디다스가 무엇인지 몰라 일반인들과 쉽게 어울리지 못한다. 가족 이외 타인과 교류해본 적도 없어 사람을 사귀는 방법도 서툴다.

벤의 누이와 장인이 벤에게 아이들을 일반 학교에 보내라고 성화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영화는 충돌하는 두 가치 중 어느 한쪽의 손을 들어주지는 않는다. 각자의 강점과 필요성을 두루 보여주고서 마지막에 가서 절묘한 타협안을 제시한다.

'반지의 제왕' 시리즈에서 아라곤 역을 연기한 비고 모르텐슨이 아버지 벤으로 분해 지적이면서도 동시에 육체적으로 강인한 면모를 보여준다. 벤의 6남매 각자의 개성이 뚜렷하게 잘 드러난 점도 인상적이다.

'캡틴 판타스틱'은 배우 출신 감독 맷 로스의 두번째 연출작이다. 올해 칸 영화제 주목할 만한 시선 부문에서 감독상을 받았다.

김세윤 BIFAN 프로그래머는 "어릴 때부터 영화의 판타스틱한 상상력을 경험해 BIFAN의 미래 관객으로 성장하기를 바라면서 올해 '패밀리존'을 부활시킨 취지에 맞았다"며 '캡틴 판타스틱'을 개막작으로 선정한 이유를 설명했다.

온 가족이 볼만한 영화를 상영하는 '패밀리 판타스틱' 섹션이 2011년을 마지막으로 폐지됐다가 올 영화제부터 '패밀리 존'이라는 명칭으로 되살아났다.

그는 "'다른' 것을 '틀린' 것으로 몰아세우지 않는 이야기, 관용과 공존의 가치를 배워가는 가족의 모습 등이 우리 시대 관객들에게 좋은 자극과 깊은 울림을 줄거라는 확신이 있었다"면서 "무엇보다 제목마저 '판타스틱'하지 않은가"라고 덧붙였다.
  • 일가족의 이상세계 가능할까…부천영화제 ‘캡틴 판타스틱’
    • 입력 2016-07-22 17:22:18
    연합뉴스
일가족 만의 '판타스틱'한 세계를 구축하는 것이 과연 가능할까.

제20회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BIFAN)가 개막작으로 선택한 '캡틴 판타스틱'은 이런 질문에 대한 답을 추구한다는 점에서 흥미롭다.

또 가족의 사랑과 갈등, 문명세계로의 복귀 과정에서 겪는 성장 스토리를 담았다는 점에서 '사랑·환상·모험'을 표방한 영화제의 성격에 부합하는 선택이기도 하다.

벤(비고 모르텐슨)은 태평양 연안 북서부의 깊은 숲 속에서 아이들 6명을 홀로 키운다.

이들은 직접 사슴을 사냥해 가죽을 벗기고 뼈를 발라 먹는다. 단검을 이용한 격투 훈련도 하고 암벽 등반도 연습한다.

그렇다고 이들이 원시적인 삶을 산다고 판단하면 오판이다. 저녁이 되면 모닥불에 모여 아버지 벤이 과제로 내준 책을 읽는다.

이들이 읽는 책은 도스토옙스키의 소설에서부터 최신 양자 물리학까지 다양하고 수준이 높다.

각자 악기 하나씩을 능숙하게 다룰 정도로 음악에도 재능을 보인다. 한마디로 전인교육을 받는 셈이다.

이들이 기성 사회로부터 스스로를 격리시켜 숲에서 생활하는 것은 자본주의 사회에 대한 거부감 때문이다.

벤과 아이들이 꾸려 나가는 그들만의 세계는 벤의 아내이자 아이들의 엄마인 레슬리가 오랜 투병 끝에 스스로 목숨을 끊은 이후 분열의 조짐을 보인다.

레슬리의 장례식에 참석하기 위해 문명 세계와 조우하게 된 벤의 아이들이 그동안 자신들이 책 속의 세상에서만 산 것이 아닌가하는 회의에 빠지게 되기 때문이다.

영화 '캡틴 판타스틱'은 벤이 구현하려 했던 이상, 플라톤의 '국가론'에 나오는 철인(哲人)들이 사는 세상이 실현 가능한지를 탐구한다.

벤이 아이들을 양육하는 방식은 독특하다. 아이들을 어른 취급하며 항상 직설적으로 솔직하게 말한다. 성교가 무엇이냐는 막내딸의 물음에 남녀 성기의 결합이라고 대답하는 식이다.

이런 벤의 교육 방식은 나름의 효과를 본다. 아버지 몰래 대입 준비를 한 것이지만 장남 보데번(조지 맥케이)은 하버드, 스탠퍼드, 예일, MIT 등 미국의 일류대학 모두로부터 합격 통지서를 받는다.

문제는 이들이 고립생활을 하는 것에서 비롯된다. 팝스타 레이디 가가가 누구인지, 스포츠용품 브랜드 나이키와 아디다스가 무엇인지 몰라 일반인들과 쉽게 어울리지 못한다. 가족 이외 타인과 교류해본 적도 없어 사람을 사귀는 방법도 서툴다.

벤의 누이와 장인이 벤에게 아이들을 일반 학교에 보내라고 성화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영화는 충돌하는 두 가치 중 어느 한쪽의 손을 들어주지는 않는다. 각자의 강점과 필요성을 두루 보여주고서 마지막에 가서 절묘한 타협안을 제시한다.

'반지의 제왕' 시리즈에서 아라곤 역을 연기한 비고 모르텐슨이 아버지 벤으로 분해 지적이면서도 동시에 육체적으로 강인한 면모를 보여준다. 벤의 6남매 각자의 개성이 뚜렷하게 잘 드러난 점도 인상적이다.

'캡틴 판타스틱'은 배우 출신 감독 맷 로스의 두번째 연출작이다. 올해 칸 영화제 주목할 만한 시선 부문에서 감독상을 받았다.

김세윤 BIFAN 프로그래머는 "어릴 때부터 영화의 판타스틱한 상상력을 경험해 BIFAN의 미래 관객으로 성장하기를 바라면서 올해 '패밀리존'을 부활시킨 취지에 맞았다"며 '캡틴 판타스틱'을 개막작으로 선정한 이유를 설명했다.

온 가족이 볼만한 영화를 상영하는 '패밀리 판타스틱' 섹션이 2011년을 마지막으로 폐지됐다가 올 영화제부터 '패밀리 존'이라는 명칭으로 되살아났다.

그는 "'다른' 것을 '틀린' 것으로 몰아세우지 않는 이야기, 관용과 공존의 가치를 배워가는 가족의 모습 등이 우리 시대 관객들에게 좋은 자극과 깊은 울림을 줄거라는 확신이 있었다"면서 "무엇보다 제목마저 '판타스틱'하지 않은가"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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