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저격수에 연설문 사전 유출…발칵 뒤집힌 공화당

입력 2016.07.22 (18:03) 수정 2016.07.22 (18: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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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 재벌 도널드 트럼프를 대통령 후보로 공식 선출한 미국 공화당 전당대회가 트럼프의 후보 수락 연설을 끝으로 대단원의 막을 내렸다. 최근 불거진 인종 갈등으로 전당대회 시작 전부터 우려됐던 유혈 충돌 사태 등은 다행히 일어나지 않았다.

하지만 전당대회의 대미를 장식할 대통령 후보 수락 연설이 도널드 트럼프 후보에 대한 비난전을 주도하고 있는 민주당 측 인사에게 사전에 유출돼 먼저 공개되는 '심각한 보안사고'가 발생했다. 전당대회 마지막 날 공화당 내부는 발칵 뒤집혀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고, 극적인 효과를 노리면서 야심적으로 준비한 도널드 트럼프의 수락 연설도 '원고 사전 공개'라는 돌출 변수 때문에 빛이 바랬다.

클린턴 지지 슈퍼팩이 먼저 공개한 트럼프 연설문

미국의 정치 전문 매체인 폴리티코는 힐러리 클린턴을 지지하는 슈퍼팩 '커렉트 더 레코드(Correct the Record)'가 당일 행사가 진행되기 몇 시간 전에 도널드 트럼프의 후보 수락 연설문을 확보해 유출했다고 보도했다.

이 슈퍼팩 설립자는 힐러리 클린턴과 가까운 데이비드 브록이다. 데이비드 브록은 클린턴 전 장관을 지지하는 슈퍼팩 '커렉트 더 레코드(Correct the Record)'와 트럼프를 겨냥한 정보를 파헤치는 그룹 '아메리칸 브리지(American Bridge)'를 이끌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의 연설문을 사전에 입수해 유출한 데이비드 브록.도널드 트럼프의 연설문을 사전에 입수해 유출한 데이비드 브록.

데이비드 브록은 "연설문에 접근할 수 있는 공화당 관계자가 우리에게 연설문 초안이 포함된 문서를 보내줬다"고 말했다. 이 단체는 도널드 트럼프가 연설하기 4시간여 전인 오후 6시 조금 지나서 트럼프 연설문 초안을 언론사에 보냈다.

폴리티코는 데이비드 브록이 "도널드 트럼프가 이번 전당대회가 실패라고 생각하지 않을지 모르지만, 그는 연설을 시작하기 전에 연설 내용을 미국 국민들이 알게 했다"며 우쭐댔다고 보도했다. 트럼프 선거 운동 본부는 슈퍼팩이 연설문을 언론에 보낸 직후에 서둘러 트럼프의 연설이 포함된 자료를 언론사에 보냈다. 그 내용은 '커렉트 더 레코드'가 공개한 것과 일치했다고 폴리티코는 전했다.

“연설문 사전 유출은 재앙”

트럼프 진영은 연설문 초안이 어떻게 유출됐는지에 대한 질문에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그러나 막후에서 공화당 전당대회를 돕고 있는 공화당 고위 관계자는 폴리티코와의 인터뷰에서 연설문 유출이 '재앙'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트럼프 선대위 위원장인 폴 매나포트와 그의 팀들이 얼마나 황금 시간을 준비하지 않았는지를 입증시켜주고 있다고 비판했다.

미국 공화당 대선후보 도널드 트럼프의 장녀 이반카가 21일(현지시간) 미국 오하이오주 클리블랜드 ‘퀴큰론스 아레나’에서 열린 공화당 전당대회 마지막날 행사에 등장, 찬조 연설을 하고 있다. (사진=AP)미국 공화당 대선후보 도널드 트럼프의 장녀 이반카가 21일(현지시간) 미국 오하이오주 클리블랜드 ‘퀴큰론스 아레나’에서 열린 공화당 전당대회 마지막날 행사에 등장, 찬조 연설을 하고 있다. (사진=AP)

'커렉트 더 레코드'가 입수한 초안은 원격프롬프터용으로 정리된 문서였다. 데이비드 브록은 "입수한 연설문이 진짜인지를 확인하는데 시간이 조금 걸렸지만 여러 경로를 통해 조작된 문건이 아니라는 걸 확인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문건의 소스를 밝힐 수는 없지만, 제대로 된 장소에서 제시간에 일하는 합법적인 공화당원임은 분명하다"고 말했다.

그는 또 "공화당 내의 협조 그룹과 함께 트럼프 선거운동 캠프 비밀 정보를 찾아내는 일을 계속할 것"이라면서 "내가 트럼프의 캠프의 구성원이었다면 조금 충격을 받았을 것이다. 연설문까지 유출되는 걸 보면 트럼프 선거운동 조직이 얼마나 느슨하고 조직화해 있지 않은지를 말해준다"고 비아냥댔다.

[바로가기] ☞ 공화당원, 민주당에 트럼프 연설을 유출하다(폴리티코)

“데이비드 브록은 네거티브 선거전의 막후”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과 도널드 트럼프 간 막말과 인신공격이 격화하고 있던 지난 5월 미국의 뉴욕타임스는 네거티브 선거전의 막후에 민주당 측에선 데이비드 브록(53), 공화당측엔 로저 스톤(64)이 있다고 보도한 바 있다.

뉴욕타임스는 브록의 역할은 트럼프 진영의 복잡한 머릿속으로 들어가 다음 수를 예측하고, 트럼프 측의 공격을 피하는 것이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폴리티코 역시 브록이 진보적 후원자들에게 "트럼프 타워를 지하 2층까지 주저앉히기에" 충분하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이번 연설문 사전 유출 사태는 민주당의 힐러리 클린턴 후보와 도널드 트럼프 후보 간의 본선 경쟁이 본격화되면서 양 진영의 또 다른 정보 전쟁의 서막이 올랐음을 보여주는 상징적인 사건이라고 미국 언론들은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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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트럼프 저격수에 연설문 사전 유출…발칵 뒤집힌 공화당
    • 입력 2016-07-22 18:03:33
    • 수정2016-07-22 18:05:39
    취재K
부동산 재벌 도널드 트럼프를 대통령 후보로 공식 선출한 미국 공화당 전당대회가 트럼프의 후보 수락 연설을 끝으로 대단원의 막을 내렸다. 최근 불거진 인종 갈등으로 전당대회 시작 전부터 우려됐던 유혈 충돌 사태 등은 다행히 일어나지 않았다.

하지만 전당대회의 대미를 장식할 대통령 후보 수락 연설이 도널드 트럼프 후보에 대한 비난전을 주도하고 있는 민주당 측 인사에게 사전에 유출돼 먼저 공개되는 '심각한 보안사고'가 발생했다. 전당대회 마지막 날 공화당 내부는 발칵 뒤집혀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고, 극적인 효과를 노리면서 야심적으로 준비한 도널드 트럼프의 수락 연설도 '원고 사전 공개'라는 돌출 변수 때문에 빛이 바랬다.

클린턴 지지 슈퍼팩이 먼저 공개한 트럼프 연설문

미국의 정치 전문 매체인 폴리티코는 힐러리 클린턴을 지지하는 슈퍼팩 '커렉트 더 레코드(Correct the Record)'가 당일 행사가 진행되기 몇 시간 전에 도널드 트럼프의 후보 수락 연설문을 확보해 유출했다고 보도했다.

이 슈퍼팩 설립자는 힐러리 클린턴과 가까운 데이비드 브록이다. 데이비드 브록은 클린턴 전 장관을 지지하는 슈퍼팩 '커렉트 더 레코드(Correct the Record)'와 트럼프를 겨냥한 정보를 파헤치는 그룹 '아메리칸 브리지(American Bridge)'를 이끌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의 연설문을 사전에 입수해 유출한 데이비드 브록.
데이비드 브록은 "연설문에 접근할 수 있는 공화당 관계자가 우리에게 연설문 초안이 포함된 문서를 보내줬다"고 말했다. 이 단체는 도널드 트럼프가 연설하기 4시간여 전인 오후 6시 조금 지나서 트럼프 연설문 초안을 언론사에 보냈다.

폴리티코는 데이비드 브록이 "도널드 트럼프가 이번 전당대회가 실패라고 생각하지 않을지 모르지만, 그는 연설을 시작하기 전에 연설 내용을 미국 국민들이 알게 했다"며 우쭐댔다고 보도했다. 트럼프 선거 운동 본부는 슈퍼팩이 연설문을 언론에 보낸 직후에 서둘러 트럼프의 연설이 포함된 자료를 언론사에 보냈다. 그 내용은 '커렉트 더 레코드'가 공개한 것과 일치했다고 폴리티코는 전했다.

“연설문 사전 유출은 재앙”

트럼프 진영은 연설문 초안이 어떻게 유출됐는지에 대한 질문에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그러나 막후에서 공화당 전당대회를 돕고 있는 공화당 고위 관계자는 폴리티코와의 인터뷰에서 연설문 유출이 '재앙'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트럼프 선대위 위원장인 폴 매나포트와 그의 팀들이 얼마나 황금 시간을 준비하지 않았는지를 입증시켜주고 있다고 비판했다.

미국 공화당 대선후보 도널드 트럼프의 장녀 이반카가 21일(현지시간) 미국 오하이오주 클리블랜드 ‘퀴큰론스 아레나’에서 열린 공화당 전당대회 마지막날 행사에 등장, 찬조 연설을 하고 있다. (사진=AP)
'커렉트 더 레코드'가 입수한 초안은 원격프롬프터용으로 정리된 문서였다. 데이비드 브록은 "입수한 연설문이 진짜인지를 확인하는데 시간이 조금 걸렸지만 여러 경로를 통해 조작된 문건이 아니라는 걸 확인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문건의 소스를 밝힐 수는 없지만, 제대로 된 장소에서 제시간에 일하는 합법적인 공화당원임은 분명하다"고 말했다.

그는 또 "공화당 내의 협조 그룹과 함께 트럼프 선거운동 캠프 비밀 정보를 찾아내는 일을 계속할 것"이라면서 "내가 트럼프의 캠프의 구성원이었다면 조금 충격을 받았을 것이다. 연설문까지 유출되는 걸 보면 트럼프 선거운동 조직이 얼마나 느슨하고 조직화해 있지 않은지를 말해준다"고 비아냥댔다.

[바로가기] ☞ 공화당원, 민주당에 트럼프 연설을 유출하다(폴리티코)

“데이비드 브록은 네거티브 선거전의 막후”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과 도널드 트럼프 간 막말과 인신공격이 격화하고 있던 지난 5월 미국의 뉴욕타임스는 네거티브 선거전의 막후에 민주당 측에선 데이비드 브록(53), 공화당측엔 로저 스톤(64)이 있다고 보도한 바 있다.

뉴욕타임스는 브록의 역할은 트럼프 진영의 복잡한 머릿속으로 들어가 다음 수를 예측하고, 트럼프 측의 공격을 피하는 것이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폴리티코 역시 브록이 진보적 후원자들에게 "트럼프 타워를 지하 2층까지 주저앉히기에" 충분하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이번 연설문 사전 유출 사태는 민주당의 힐러리 클린턴 후보와 도널드 트럼프 후보 간의 본선 경쟁이 본격화되면서 양 진영의 또 다른 정보 전쟁의 서막이 올랐음을 보여주는 상징적인 사건이라고 미국 언론들은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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