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제2의 우라늄 농축시설”…어떻게 숨기고 개발했나?

입력 2016.07.22 (18:09) 수정 2016.07.22 (1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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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정책연구기관 과학국제안보연구소(ISIS, Institute for Science and International Security)가 21일(현지시간) 공개한 옛 우라늄 농축시설 의심 장소는 그간 공개되지 않았던 곳이다. ISIS는 이 시설이 지금도 농축시설로 운영되고 있다는 증거는 없다면서도, 영변 외에 북한이 우라늄 농축시설을 운영한다면 이 곳이 유력할 것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 ISIS 보고서 ‘북한의 미심쩍은 옛 소규모 농축시설’

ISIS가 이날 발표한 보고서를 보면 이 시설은 핵단지가 있는 평안북도 영변에서 서쪽으로 약 45㎞ 떨어진 장군대산 지하에 자리잡고 있다. 적어도 2개의 터널 출입구가 있으며 그 중 하나는 군용기가 들어갈 수 있을 정도의 크기다. 200∼300개의 원심분리기가 사용됐을 것으로 추정된다. 장군대산은 평안북도 구성시 방현비행장과 가까운 곳으로, 옛 농축시설로 추정된 장소는 북한의 무인기 생산공장으로 알려진 방현항공기공장 자리에 위치해 있다.


1990년대부터 2000년대 초 사이에 주로 쓰인 것으로 보이는 이 시설은 북한이 본격적으로 영변에 우라늄 농축을 위한 핵단지를 건설하기 전에 연구개발용으로 쓰였을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서는 지적했다. 주로 개별 원심분리기에 의한 작동 실험이나 소수의 원심분리기에 대한 연동 실험이었을 것으로 보고서는 추정했다.

옛 우라늄 농축시설 장소로 의심되는 장군대산 아래로 들어갈 수 있는 터널 입구. 왼편에 항공기 2대가 보인다. (사진=ISIS ‘구글어스’ 촬영)옛 우라늄 농축시설 장소로 의심되는 장군대산 아래로 들어갈 수 있는 터널 입구. 왼편에 항공기 2대가 보인다. (사진=ISIS ‘구글어스’ 촬영)

‘비밀스런 우라늄 개발’ 어떻게?

보고서는 북한이 파키스탄으로부터 원심분리기 관련 기술에 대한 도움을 받았을 것으로 추정했다. 파키스탄의 우라늄 원심분리 프로그램의 본산인 칸 연구소로부터 결정적 기술들을 얻었을 거라는 것이다. 북한과 파키스탄의 군사협력 계획에 따라 당시 칸 연구소에는 '노동' 탄도미사일의 주요 기술을 파키스탄에 전수하던 북한 미사일 기술진들이 있었다. 이들이 원심분리기술에 대한 자문을 구했고 파키스탄이 원심분리 기술에 대한 상당한 도움을 주는데 동의했다.

미국 국제안보연구소(ISIS)가 공개한 북한의 옛 우라늄 농축시설로 추정되는 장소의 구글어스 이미지. 방현지행장에 있는 장군대산 아래에 위치하고 있다.미국 국제안보연구소(ISIS)가 공개한 북한의 옛 우라늄 농축시설로 추정되는 장소의 구글어스 이미지. 방현지행장에 있는 장군대산 아래에 위치하고 있다.

이렇게 얻은 기술로 북한은 1990년대 후반부터 2000년대 초에 원심분리 농축 프로그램을 비밀리에 발전시켰다. 1994년 핵 동결을 하기로 한 플루토늄 생산 프로그램과 병행했을 것이라는 게 연구소의 분석이다.

북한은 항공기와 마찬가지로 원심분리기에도 고강도 금속판이 쓰인다는 점을 감안해 장군대산 지하 방현 비행기공장에 원심분리 설비를 갖추기 시작했을 것이라고 보고서는 밝혔다. 설비도 대부분 갖춰져 있고 산 밑이어서 국제원자력기구(IAEA)나 해외 정보기관들의 감시를 피하기도 쉽다는 장점이 있기 때문에 이곳에서 원심분리 설비를 갖추기 시작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북한은 2002년 우라늄 핵 프로그램을 시인했고, 2010년에는 미국 원자력 전문가인 지그프리드 해커 박사를 영변으로 초청해 원심분리기 2천 개 가량을 갖춘 우라늄 농축시설을 공개했다. 하지만 영변 이외 장소에는 농축 시설이 없다고 주장했다. 북한의 주장에도 불구하고 일부 외국 언론과 탈북자들은 영변 외 지역에서 북한이 우라늄 농축 원심분리기를 운영했거나 하고 있다고 끊임없이 주장해 왔다.


북한의 고농축 우라늄 얼마나 될까?

ISIS는 지난 6월에 낸 보고서에서는 보고서에서 "북한이 우라늄 농축을 통해 주로 핵무기 원료 물질을 늘려왔으며, 현재 13~21개의 핵무기를 보유할 수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고 밝힌 바 있다. 이 기관은 2014년 말에는 북한의 보유 핵무기수를 10~16개로 제시했었다. 1년 6개월 사이 4~6개가 늘어난 것으로 본 것이다. 당시 ISIS는 영변이 아닌 제 2의 장소에서 생산된 분량은 보고서에 포함하지 않아, 추정치보다 생산량이 더 늘 수도 있다고 분석하기도 했다.

[연관 기사] ☞ 美 연구기관 ISIS “北, 지난 18개월간 보유핵무기 4∼6개 추가” (2016.6.15)

북한이 우라늄 농축시설을 가동하고 있다는 징후가 있지만 고농축 우라늄의 실제 보유량에 대해서는 의견이 분분하다.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가 발간하는 '북핵미사일리포트'는 "북한이 보유하고 있다고 주장하는 2,000개의 원심분리기를 가동할 경우 적어도 매년 20kT의 폭발력을 지니는 핵무기 1~2개를 제조할 수 있는 고농축 우라늄 생산이 가능하다는 게 중론"이라고 밝혔다. 1945년 8월 미국이 일본 나가사키에 투하해 6만 4천여 명이 사망했던 핵무기의 위력이 22kT이었다. 역시 영변 외 다른 우라늄 농축시설이 있을 것은 가정하지 않은 수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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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6-07-22 18:09:17
    • 수정2016-07-22 18:10:22
    취재K
미국 정책연구기관 과학국제안보연구소(ISIS, Institute for Science and International Security)가 21일(현지시간) 공개한 옛 우라늄 농축시설 의심 장소는 그간 공개되지 않았던 곳이다. ISIS는 이 시설이 지금도 농축시설로 운영되고 있다는 증거는 없다면서도, 영변 외에 북한이 우라늄 농축시설을 운영한다면 이 곳이 유력할 것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 ISIS 보고서 ‘북한의 미심쩍은 옛 소규모 농축시설’

ISIS가 이날 발표한 보고서를 보면 이 시설은 핵단지가 있는 평안북도 영변에서 서쪽으로 약 45㎞ 떨어진 장군대산 지하에 자리잡고 있다. 적어도 2개의 터널 출입구가 있으며 그 중 하나는 군용기가 들어갈 수 있을 정도의 크기다. 200∼300개의 원심분리기가 사용됐을 것으로 추정된다. 장군대산은 평안북도 구성시 방현비행장과 가까운 곳으로, 옛 농축시설로 추정된 장소는 북한의 무인기 생산공장으로 알려진 방현항공기공장 자리에 위치해 있다.


1990년대부터 2000년대 초 사이에 주로 쓰인 것으로 보이는 이 시설은 북한이 본격적으로 영변에 우라늄 농축을 위한 핵단지를 건설하기 전에 연구개발용으로 쓰였을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서는 지적했다. 주로 개별 원심분리기에 의한 작동 실험이나 소수의 원심분리기에 대한 연동 실험이었을 것으로 보고서는 추정했다.

옛 우라늄 농축시설 장소로 의심되는 장군대산 아래로 들어갈 수 있는 터널 입구. 왼편에 항공기 2대가 보인다. (사진=ISIS ‘구글어스’ 촬영)
‘비밀스런 우라늄 개발’ 어떻게?

보고서는 북한이 파키스탄으로부터 원심분리기 관련 기술에 대한 도움을 받았을 것으로 추정했다. 파키스탄의 우라늄 원심분리 프로그램의 본산인 칸 연구소로부터 결정적 기술들을 얻었을 거라는 것이다. 북한과 파키스탄의 군사협력 계획에 따라 당시 칸 연구소에는 '노동' 탄도미사일의 주요 기술을 파키스탄에 전수하던 북한 미사일 기술진들이 있었다. 이들이 원심분리기술에 대한 자문을 구했고 파키스탄이 원심분리 기술에 대한 상당한 도움을 주는데 동의했다.

미국 국제안보연구소(ISIS)가 공개한 북한의 옛 우라늄 농축시설로 추정되는 장소의 구글어스 이미지. 방현지행장에 있는 장군대산 아래에 위치하고 있다.
이렇게 얻은 기술로 북한은 1990년대 후반부터 2000년대 초에 원심분리 농축 프로그램을 비밀리에 발전시켰다. 1994년 핵 동결을 하기로 한 플루토늄 생산 프로그램과 병행했을 것이라는 게 연구소의 분석이다.

북한은 항공기와 마찬가지로 원심분리기에도 고강도 금속판이 쓰인다는 점을 감안해 장군대산 지하 방현 비행기공장에 원심분리 설비를 갖추기 시작했을 것이라고 보고서는 밝혔다. 설비도 대부분 갖춰져 있고 산 밑이어서 국제원자력기구(IAEA)나 해외 정보기관들의 감시를 피하기도 쉽다는 장점이 있기 때문에 이곳에서 원심분리 설비를 갖추기 시작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북한은 2002년 우라늄 핵 프로그램을 시인했고, 2010년에는 미국 원자력 전문가인 지그프리드 해커 박사를 영변으로 초청해 원심분리기 2천 개 가량을 갖춘 우라늄 농축시설을 공개했다. 하지만 영변 이외 장소에는 농축 시설이 없다고 주장했다. 북한의 주장에도 불구하고 일부 외국 언론과 탈북자들은 영변 외 지역에서 북한이 우라늄 농축 원심분리기를 운영했거나 하고 있다고 끊임없이 주장해 왔다.


북한의 고농축 우라늄 얼마나 될까?

ISIS는 지난 6월에 낸 보고서에서는 보고서에서 "북한이 우라늄 농축을 통해 주로 핵무기 원료 물질을 늘려왔으며, 현재 13~21개의 핵무기를 보유할 수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고 밝힌 바 있다. 이 기관은 2014년 말에는 북한의 보유 핵무기수를 10~16개로 제시했었다. 1년 6개월 사이 4~6개가 늘어난 것으로 본 것이다. 당시 ISIS는 영변이 아닌 제 2의 장소에서 생산된 분량은 보고서에 포함하지 않아, 추정치보다 생산량이 더 늘 수도 있다고 분석하기도 했다.

[연관 기사] ☞ 美 연구기관 ISIS “北, 지난 18개월간 보유핵무기 4∼6개 추가” (2016.6.15)

북한이 우라늄 농축시설을 가동하고 있다는 징후가 있지만 고농축 우라늄의 실제 보유량에 대해서는 의견이 분분하다.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가 발간하는 '북핵미사일리포트'는 "북한이 보유하고 있다고 주장하는 2,000개의 원심분리기를 가동할 경우 적어도 매년 20kT의 폭발력을 지니는 핵무기 1~2개를 제조할 수 있는 고농축 우라늄 생산이 가능하다는 게 중론"이라고 밝혔다. 1945년 8월 미국이 일본 나가사키에 투하해 6만 4천여 명이 사망했던 핵무기의 위력이 22kT이었다. 역시 영변 외 다른 우라늄 농축시설이 있을 것은 가정하지 않은 수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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