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단과 생명의 땅을 누빈다…청소년 DMZ 탐험대

입력 2016.07.30 (09: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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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록의 싱그러움이 깊어가는 여름, 남과 북을 잇는 임진강을 품은 땅, 경기도 연천인데요.

휴전선에서 약 6km 떨어진 군남 홍수 조절지가 이른 아침부터 학생들로 북적입니다.

방학인데 늦잠도 마다하고 이곳을 찾은 이유는 뭘까요?

<인터뷰> 강라온(부곡고 2학년) : "고3 되기 전에 친구들이랑 추억 쌓고 싶어서 왔어요."

<인터뷰> 정선주(송호고 2학년) : "수업시간에 비무장지대에 대해서 배웠는데, 궁금해서 친구랑 인터넷 찾아보다가 신청해서 오게 됐어요."

중‧고등학생 150여명과 대학생 봉사자들이 팀을 이뤄 DMZ, 비무장지대 인근 ‘평화누리길’을 탐험하는 행사인데요.

출발 지점은 임진강 하류 홍수 피해를 막기 위해 건설된 군남댐.

공사가 한창이던 2009년, 북한의 무단 방류로 인근에서 우리 국민 6명이 사망했던 아픔이 얽힌 곳이기도 하죠.

<녹취> 권경선(경기관광공사 DMZ관광사업팀) : "군남댐은 북한군의 수공에 대비해서 만들어진 댐이에요. 하지만 통일이 되면 이 군남댐이 곧 평화의 상징이 될 예정입니다."

평소 공부에 쫓겨 미처 관심을 갖지 못했던 이야기에 학생들도 조금은 놀란 표정인데요.

<인터뷰> 박세민(평래중 2학년) : "그 댐 자체가 일단 분단의 아픔을 나타내는 거니까 일단 마음도 약간 아팠고."

지금 이곳에는 약 200명의 학생들이 모였습니다.

DMZ가 가진 아름다운 자연, 그 이면에 서린 분단의 아픔, 그리고 평화의 의미를 되새겨 보겠다는 건데요.

그들의 ‘특별한 여정’을 함께 해 볼까요?

만반의 준비를 하고 출발선에 선 학생들, 출발!

처음 가보는 길, 기대를 안고 출발 신호와 함께 힘껏 페달을 밟습니다.

가파른 오르막을 지나고 울퉁불퉁 좁은 오솔길로 접어들자 땀이 줄줄 흐르고 엉덩이도 아프지만, 시원한 바람과 흐드러지게 핀 코스모스에 금세 기분이 좋아집니다.

잠시 공부 스트레스를 잊고 때 묻지 않고 잘 보존된 DMZ 인근의 자연 속을 신나게 달리는 학생들!

<녹취> "조금만 더 북쪽으로 가면 북한인 거잖아."

남북한을 가로지르는 임진강변을 달리며 문득 불과 몇 킬로미터 떨어진 곳에 북한 땅이 있다는 사실도 새삼 실감이 납니다.

<인터뷰> 성정후(동원고 2학년) : "강 너머에 북한 사람들이 산다는 걸 들어서 좀 놀랍기도 했고, 실감이 좀 나기도 했고... 통일에 대해 좀 더 생각해 볼 수 있는 기회가 됐던 거 같아요."

<녹취> "와~ 다 왔다!"

한 시간 넘게 자전거로 달려 온 학생들!

<녹취> "(너무 힘들어요.) 다리가 후들후들거려요. 밥 먹고 싶어요. 밥."

시장이 반찬, 밥이 이렇게 맛있었나 싶은데요.

<녹취> "밥맛이, 참 맛있어요. 좋네요."

식사를 마치고, 이제부터는 천천히 걸으며 보고, 느끼고, 생각하는 시간입니다.

아름다운 자연을 보존하기 위해 걷는 틈틈이 쓰레기도 열심히 줍습니다.

이 때, 갑자기 학생들이 웅성거리는데요.

<녹취> "고라니다!"

갑자기 나타났다 사라진 야생 고라니! 마치 자연이 준 선물 같죠?

임진강을 옆에 끼고 걷는 길, 이끼 폭포도 보이고요.

연천 평화누리길이 자랑하는 절경!

27만 년 전 용암이 흘러내려 만든 주상절리 앞에선 자연의 위대함을 다시 한 번 느낍니다.

4.7Km의 걷기 구간이 끝날 무렵, 후두둑후두둑 빗방울이 떨어졌는데요.

굵은 빗줄기에도 끝까지 완주한 학생들! 소감이 궁금합니다.

<인터뷰> 윤기원(숭곡중 2학년) : "오늘 정말 좋은 경치를 많이 구경하고 좋은 공기를 들이마실 수 있어서 너무 좋았던 거 같아요."

<인터뷰> 이명주(남서울대 3학년) : "이 DMZ가 특별한 곳이잖아요. 제 꿈이 일단 여군인데 DMZ를 지키고 싶다는 생각도 들고."

학생들이 묵을 숙소는 민통선 안에 있는 옛 미군부대 ‘캠프 그리브스’.

드라마 <태양의 후예>의 촬영지기도 했던 이곳은 정전협정 직후부터 50여 년 동안 미군 부대가 주둔했던 곳인데요.

막사와 내무반 등 군부대 환경을 그대로 보존하고 있어 지금은 안보관광지로 활용되고 있습니다.

이곳 캠프 그리브스는 드라마 '태양의 후예' 촬영지로 알려지며 관광명소가 되었는데요.

DMZ 남방 한계선에서 2km 밖에 떨어지지 않아 분단 현실을 피부로 느낄 수 있는 곳이기도 합니다.

드라마 속에서 투철한 애국심을 보여줬던 주인공 역할의 배우가 촬영 중 휴식을 취하던 곳.

<녹취> "유시진이라고 쓰여 있는데, 유시진이라고."

<녹취> "(한번 누워 볼까?) 누워 봐도 돼?"

오늘만은 드라마 주인공이 된 듯 장난도 쳐 봅니다.

들뜬 기분도 잠시, 휴전선에서 얼마 떨어지지 않은, 민간인의 출입이 통제된 곳에 짐을 풀고 나니 분단의 현실이 몸으로 느껴지는데요.

<인터뷰> 김태영(동원고 2학년) : "(오는 길에) 철조망도 있었고, 검문소도 있고 했었는데, 지금 분단의 현실을 조금 더 생생하게 느낄 수 있었던 기회였던 것 같아요."

<인터뷰> 윤진영(동원고 2학년) : "내년이 되면 공부를 해야 되니까 추억 남기려고 해서 왔는데 생각보다 저희 생각만큼 그렇게 가벼운 곳이 아닌 것 같아서."

전쟁의 상흔을 딛고 새로 태어난 DMZ는 세상에 하나뿐인 거대한 자연문화유산입니다.

다함께 모여 DMZ에 대한 다큐멘터리를 보고, 안보와 관련된 퀴즈도 풀어본 학생들에게선 생각의 변화도 읽히는데요.

<인터뷰> 유해든(부천여중 2학년) : "예전에는 통일이 안 되면 좀 편하지 않을까 했는데 얼른 (통일이) 돼서 이제 다 같이 지냈으면 좋겠어요."

전쟁과 분단의 상징이자 평화와 생명의 땅인 DMZ!

평화누리길 탐험 행사를 통해 그 가치를 온몸으로 체험해 본 학생들, 특별한 경험과 추억만큼이나 안보와 환경에 대한 의식도 훌쩍 성장한 하루였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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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분단과 생명의 땅을 누빈다…청소년 DMZ 탐험대
    • 입력 2016-07-30 09:54:48
    정치
초록의 싱그러움이 깊어가는 여름, 남과 북을 잇는 임진강을 품은 땅, 경기도 연천인데요.

휴전선에서 약 6km 떨어진 군남 홍수 조절지가 이른 아침부터 학생들로 북적입니다.

방학인데 늦잠도 마다하고 이곳을 찾은 이유는 뭘까요?

<인터뷰> 강라온(부곡고 2학년) : "고3 되기 전에 친구들이랑 추억 쌓고 싶어서 왔어요."

<인터뷰> 정선주(송호고 2학년) : "수업시간에 비무장지대에 대해서 배웠는데, 궁금해서 친구랑 인터넷 찾아보다가 신청해서 오게 됐어요."

중‧고등학생 150여명과 대학생 봉사자들이 팀을 이뤄 DMZ, 비무장지대 인근 ‘평화누리길’을 탐험하는 행사인데요.

출발 지점은 임진강 하류 홍수 피해를 막기 위해 건설된 군남댐.

공사가 한창이던 2009년, 북한의 무단 방류로 인근에서 우리 국민 6명이 사망했던 아픔이 얽힌 곳이기도 하죠.

<녹취> 권경선(경기관광공사 DMZ관광사업팀) : "군남댐은 북한군의 수공에 대비해서 만들어진 댐이에요. 하지만 통일이 되면 이 군남댐이 곧 평화의 상징이 될 예정입니다."

평소 공부에 쫓겨 미처 관심을 갖지 못했던 이야기에 학생들도 조금은 놀란 표정인데요.

<인터뷰> 박세민(평래중 2학년) : "그 댐 자체가 일단 분단의 아픔을 나타내는 거니까 일단 마음도 약간 아팠고."

지금 이곳에는 약 200명의 학생들이 모였습니다.

DMZ가 가진 아름다운 자연, 그 이면에 서린 분단의 아픔, 그리고 평화의 의미를 되새겨 보겠다는 건데요.

그들의 ‘특별한 여정’을 함께 해 볼까요?

만반의 준비를 하고 출발선에 선 학생들, 출발!

처음 가보는 길, 기대를 안고 출발 신호와 함께 힘껏 페달을 밟습니다.

가파른 오르막을 지나고 울퉁불퉁 좁은 오솔길로 접어들자 땀이 줄줄 흐르고 엉덩이도 아프지만, 시원한 바람과 흐드러지게 핀 코스모스에 금세 기분이 좋아집니다.

잠시 공부 스트레스를 잊고 때 묻지 않고 잘 보존된 DMZ 인근의 자연 속을 신나게 달리는 학생들!

<녹취> "조금만 더 북쪽으로 가면 북한인 거잖아."

남북한을 가로지르는 임진강변을 달리며 문득 불과 몇 킬로미터 떨어진 곳에 북한 땅이 있다는 사실도 새삼 실감이 납니다.

<인터뷰> 성정후(동원고 2학년) : "강 너머에 북한 사람들이 산다는 걸 들어서 좀 놀랍기도 했고, 실감이 좀 나기도 했고... 통일에 대해 좀 더 생각해 볼 수 있는 기회가 됐던 거 같아요."

<녹취> "와~ 다 왔다!"

한 시간 넘게 자전거로 달려 온 학생들!

<녹취> "(너무 힘들어요.) 다리가 후들후들거려요. 밥 먹고 싶어요. 밥."

시장이 반찬, 밥이 이렇게 맛있었나 싶은데요.

<녹취> "밥맛이, 참 맛있어요. 좋네요."

식사를 마치고, 이제부터는 천천히 걸으며 보고, 느끼고, 생각하는 시간입니다.

아름다운 자연을 보존하기 위해 걷는 틈틈이 쓰레기도 열심히 줍습니다.

이 때, 갑자기 학생들이 웅성거리는데요.

<녹취> "고라니다!"

갑자기 나타났다 사라진 야생 고라니! 마치 자연이 준 선물 같죠?

임진강을 옆에 끼고 걷는 길, 이끼 폭포도 보이고요.

연천 평화누리길이 자랑하는 절경!

27만 년 전 용암이 흘러내려 만든 주상절리 앞에선 자연의 위대함을 다시 한 번 느낍니다.

4.7Km의 걷기 구간이 끝날 무렵, 후두둑후두둑 빗방울이 떨어졌는데요.

굵은 빗줄기에도 끝까지 완주한 학생들! 소감이 궁금합니다.

<인터뷰> 윤기원(숭곡중 2학년) : "오늘 정말 좋은 경치를 많이 구경하고 좋은 공기를 들이마실 수 있어서 너무 좋았던 거 같아요."

<인터뷰> 이명주(남서울대 3학년) : "이 DMZ가 특별한 곳이잖아요. 제 꿈이 일단 여군인데 DMZ를 지키고 싶다는 생각도 들고."

학생들이 묵을 숙소는 민통선 안에 있는 옛 미군부대 ‘캠프 그리브스’.

드라마 <태양의 후예>의 촬영지기도 했던 이곳은 정전협정 직후부터 50여 년 동안 미군 부대가 주둔했던 곳인데요.

막사와 내무반 등 군부대 환경을 그대로 보존하고 있어 지금은 안보관광지로 활용되고 있습니다.

이곳 캠프 그리브스는 드라마 '태양의 후예' 촬영지로 알려지며 관광명소가 되었는데요.

DMZ 남방 한계선에서 2km 밖에 떨어지지 않아 분단 현실을 피부로 느낄 수 있는 곳이기도 합니다.

드라마 속에서 투철한 애국심을 보여줬던 주인공 역할의 배우가 촬영 중 휴식을 취하던 곳.

<녹취> "유시진이라고 쓰여 있는데, 유시진이라고."

<녹취> "(한번 누워 볼까?) 누워 봐도 돼?"

오늘만은 드라마 주인공이 된 듯 장난도 쳐 봅니다.

들뜬 기분도 잠시, 휴전선에서 얼마 떨어지지 않은, 민간인의 출입이 통제된 곳에 짐을 풀고 나니 분단의 현실이 몸으로 느껴지는데요.

<인터뷰> 김태영(동원고 2학년) : "(오는 길에) 철조망도 있었고, 검문소도 있고 했었는데, 지금 분단의 현실을 조금 더 생생하게 느낄 수 있었던 기회였던 것 같아요."

<인터뷰> 윤진영(동원고 2학년) : "내년이 되면 공부를 해야 되니까 추억 남기려고 해서 왔는데 생각보다 저희 생각만큼 그렇게 가벼운 곳이 아닌 것 같아서."

전쟁의 상흔을 딛고 새로 태어난 DMZ는 세상에 하나뿐인 거대한 자연문화유산입니다.

다함께 모여 DMZ에 대한 다큐멘터리를 보고, 안보와 관련된 퀴즈도 풀어본 학생들에게선 생각의 변화도 읽히는데요.

<인터뷰> 유해든(부천여중 2학년) : "예전에는 통일이 안 되면 좀 편하지 않을까 했는데 얼른 (통일이) 돼서 이제 다 같이 지냈으면 좋겠어요."

전쟁과 분단의 상징이자 평화와 생명의 땅인 DMZ!

평화누리길 탐험 행사를 통해 그 가치를 온몸으로 체험해 본 학생들, 특별한 경험과 추억만큼이나 안보와 환경에 대한 의식도 훌쩍 성장한 하루였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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