풀밭에 알들이?…붉은귀거북 퇴치는 이렇게!

입력 2016.08.03 (1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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붉은귀거북은 전국의 저수지나 연못에서 쉽게 볼 수 있는 외래종입니다. 잡식성으로 식성이 좋고 생명력이 강해 토종인 남생이를 몰아내는 등 수중 생태계를 파괴합니다. 2001년 환경부는 생태계교란종으로 지정하고 퇴치에 나섰습니다. 세계자연보전연맹이 선정한 최악의 세계 100대 침입 외래종 가운데 하나입니다.

안산 화랑 저수지. 붉은귀거북은 도시 공원 연못이나 저수지에 많이 서식한다.안산 화랑 저수지. 붉은귀거북은 도시 공원 연못이나 저수지에 많이 서식한다.

햇빛을 쬐는 붉은귀거북들햇빛을 쬐는 붉은귀거북들
 
황소개구리나 배스 등 상당수 외래종이 그렇듯이 붉은귀거북도 퇴치가 어렵습니다. 수풀이 우거진 저수지나 연못에서 붉은귀거북을 모두 잡아내기는 쉽지 않습니다. 일부를 포획했더라도 번식력이 뛰어나 다시 순식간에 개체 수가 늘어납니다. 붉은귀거북은 토종 거북류보다 덩치가 크고 공격적일 뿐만 아니라 알도 많이 낳고 부화 성공률도 높습니다. 그렇다면 효과적인 퇴치법은 무엇일까요?

붉은귀거북 둥지 속의 알붉은귀거북 둥지 속의 알

붉은귀거북은 수중에서 살지만 육지에 알을 낳습니다. 5월 말에서 8월까지, 따뜻한 계절이 알을 낳는 시기입니다. 통상 한번에 10개 이상의 알을 낳습니다. 알이 있는 둥지를 찾아낸다면 한번에 10마리 이상의 붉은귀거북을 퇴치하는 셈이지요. 그렇다면 어떻게 둥지를 찾을까요? 조금만 주의를 기울이면 누구든지 거북이 둥지를 찾을 수 있습니다.

안산 화랑 저수지안산 화랑 저수지

무엇보다 연못이나 저수지 주변의 풀밭을 눈여겨볼 필요가 있습니다. 안산 화랑저수지의 경우 통상 물가에서 5~8m가량 떨어진 풀밭에 알을 낳습니다. 첫번째 단서는 짓이겨진 흙입니다. 주변 흙과 달리 뭔가에 눌린 듯한 흙덩어리가 보인다면 의심이 가는 곳입니다. 붉은귀거북은 구멍을 파고 알을 낳은 뒤 그 위를 마치 뚜껑을 덮듯이 흙을 짓이겨 덮어놓습니다. 자신의 몸통으로 둥지 위 흙을 눌러 단단하게 덮는 거죠. 그런 곳을 들춰보면 어김없이 거북이 알이 나옵니다.


붉은귀거북의 둥지 흔적붉은귀거북의 둥지 흔적

위 사진 가운데 어디에 거북이 둥지가 있을까요? 언뜻 보기에는 풀들이 자라서 거북이 둥지 같은 건 없어 보입니다. 하지만 사진 가운데 부분 흙이 주변과 조금 다르지 않나요? 주변보다 가운데 부분 흙은 다져진 것 같지 않나요? 확대해 보면 차이가 조금 더 선명해집니다.

이런 곳은 붉은귀거북 알이 있을 확률이 90% 이상입니다. 다져진 곳 흙을 들춰보면 뚜껑이 열리듯 납작한 흙덩어리가 뜯겨 나옵니다. 붉은귀거북이 몸에 품고 온 물을 흙과 섞어 함께 짓이긴 뒤 둥지 위를 덮어 놓은 겁니다. 10~15cm가량 파보면 알이 나옵니다. 여기서만 14개의 알이 나왔습니다.


붉은귀거북 둥지 흔적. 알을 묻은 지 하루가량 지난 곳.붉은귀거북 둥지 흔적. 알을 묻은 지 하루가량 지난 곳.

또 다른 둥지 현장입니다. 여기는 금방 눈에 띄지요? 흙과 풀이 엉켜있는 곳, 알을 낳은 지 하루도 채 지나지 않은 곳입니다. 흙 속에 엉켜 짓이겨진 풀들이 아직 푸릇하지요. 여기서도 어김없이 붉은귀거북 알이 나왔습니다. 이번에는 12개. 붉은귀거북은 햇빛이 잘 드는 언덕 쪽에 알을 낳는 경우가 많습니다. 나무 아래는 알을 낳지 않습니다. 나무에 가려 그늘지기 때문이겠지요?


붉은귀거북 둥지 흔적. 알을 묻은 지 5일가량 경과.붉은귀거북 둥지 흔적. 알을 묻은 지 5일가량 경과.

여기는 어떤가요? 눈에 띄는 곳이 있나요? 여기는 둥지를 만든 지 5일 이상 지난 것으로 보입니다. 둥지 주변이 풀로 덮이기 시작하고 짓이겨진 흙도 시간이 지나서 주변과 비슷해졌습니다. 비가 오고나면 더욱 구별이 안 갑니다. 그래도 둥지 바로 위 부분은 주변의 흙에 비해 뭔가 흔적이 남았습니다.


사진 가운데 부분을 자세히 보면 다져진 흙이 보입니다. 일주일 정도만 더 지나면 둥지 위로도 풀이 무성해져서 아예 찾기가 힘들겠죠. 그러니 붉은귀거북 둥지를 찾으려면 적어도 일주일에 한 번 이상은 저수지나 연못 주변을 돌아볼 필요가 있습니다. 방금 알을 낳은 곳일수록 찾기가 쉽습니다.


안산 화랑저수지 주변에서 불과 40분 동안에 붉은귀거북 둥지 6개를 찾았습니다. 알은 적게는 8개에서 많게는 17개, 모두 75개였습니다. 40분 만에 붉은귀거북 75마리를 잡은 셈입니다. 어렵게 물속에서 붉은귀거북을 잡을 게 아니라 5월에서 8월까지, 번식기에 물가를 뒤진다면 이렇게 쉽게 잡을 수 있습니다. 알들은 80일 정도 지난 뒤에 부화합니다.

안산 화랑저수지 주변에서 40분 동안 거둔 붉은귀거북 알안산 화랑저수지 주변에서 40분 동안 거둔 붉은귀거북 알


붉은귀거북은 1970년대 후반 애완용으로 수입되기 시작했습니다. 새끼일 때는 귀엽고 키우기도 쉽지만 다 큰 성체는 더는 귀엽지도 않고 냄새도 심해 야생에 버리는 경우가 많습니다. 종교적 행사용으로 수입돼 대량으로 방생 되기도 했습니다. 지금은 수입 자체가 금지된 데다가 자치단체마다 붉은귀거북 퇴치에 애를 먹고 있습니다. 여름철, 여러분도 공원 연못이나 저수지에 간다면 한 번이라도 발밑의 흙을 유심히 관찰해보세요.

자료 제공: 최종인 안산시 환경정책과
정지화 서울대 산림과학부 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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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풀밭에 알들이?…붉은귀거북 퇴치는 이렇게!
    • 입력 2016-08-03 11:29:00
    취재K
붉은귀거북은 전국의 저수지나 연못에서 쉽게 볼 수 있는 외래종입니다. 잡식성으로 식성이 좋고 생명력이 강해 토종인 남생이를 몰아내는 등 수중 생태계를 파괴합니다. 2001년 환경부는 생태계교란종으로 지정하고 퇴치에 나섰습니다. 세계자연보전연맹이 선정한 최악의 세계 100대 침입 외래종 가운데 하나입니다.

안산 화랑 저수지. 붉은귀거북은 도시 공원 연못이나 저수지에 많이 서식한다.
햇빛을 쬐는 붉은귀거북들 
황소개구리나 배스 등 상당수 외래종이 그렇듯이 붉은귀거북도 퇴치가 어렵습니다. 수풀이 우거진 저수지나 연못에서 붉은귀거북을 모두 잡아내기는 쉽지 않습니다. 일부를 포획했더라도 번식력이 뛰어나 다시 순식간에 개체 수가 늘어납니다. 붉은귀거북은 토종 거북류보다 덩치가 크고 공격적일 뿐만 아니라 알도 많이 낳고 부화 성공률도 높습니다. 그렇다면 효과적인 퇴치법은 무엇일까요?

붉은귀거북 둥지 속의 알
붉은귀거북은 수중에서 살지만 육지에 알을 낳습니다. 5월 말에서 8월까지, 따뜻한 계절이 알을 낳는 시기입니다. 통상 한번에 10개 이상의 알을 낳습니다. 알이 있는 둥지를 찾아낸다면 한번에 10마리 이상의 붉은귀거북을 퇴치하는 셈이지요. 그렇다면 어떻게 둥지를 찾을까요? 조금만 주의를 기울이면 누구든지 거북이 둥지를 찾을 수 있습니다.

안산 화랑 저수지
무엇보다 연못이나 저수지 주변의 풀밭을 눈여겨볼 필요가 있습니다. 안산 화랑저수지의 경우 통상 물가에서 5~8m가량 떨어진 풀밭에 알을 낳습니다. 첫번째 단서는 짓이겨진 흙입니다. 주변 흙과 달리 뭔가에 눌린 듯한 흙덩어리가 보인다면 의심이 가는 곳입니다. 붉은귀거북은 구멍을 파고 알을 낳은 뒤 그 위를 마치 뚜껑을 덮듯이 흙을 짓이겨 덮어놓습니다. 자신의 몸통으로 둥지 위 흙을 눌러 단단하게 덮는 거죠. 그런 곳을 들춰보면 어김없이 거북이 알이 나옵니다.


붉은귀거북의 둥지 흔적
위 사진 가운데 어디에 거북이 둥지가 있을까요? 언뜻 보기에는 풀들이 자라서 거북이 둥지 같은 건 없어 보입니다. 하지만 사진 가운데 부분 흙이 주변과 조금 다르지 않나요? 주변보다 가운데 부분 흙은 다져진 것 같지 않나요? 확대해 보면 차이가 조금 더 선명해집니다.

이런 곳은 붉은귀거북 알이 있을 확률이 90% 이상입니다. 다져진 곳 흙을 들춰보면 뚜껑이 열리듯 납작한 흙덩어리가 뜯겨 나옵니다. 붉은귀거북이 몸에 품고 온 물을 흙과 섞어 함께 짓이긴 뒤 둥지 위를 덮어 놓은 겁니다. 10~15cm가량 파보면 알이 나옵니다. 여기서만 14개의 알이 나왔습니다.


붉은귀거북 둥지 흔적. 알을 묻은 지 하루가량 지난 곳.
또 다른 둥지 현장입니다. 여기는 금방 눈에 띄지요? 흙과 풀이 엉켜있는 곳, 알을 낳은 지 하루도 채 지나지 않은 곳입니다. 흙 속에 엉켜 짓이겨진 풀들이 아직 푸릇하지요. 여기서도 어김없이 붉은귀거북 알이 나왔습니다. 이번에는 12개. 붉은귀거북은 햇빛이 잘 드는 언덕 쪽에 알을 낳는 경우가 많습니다. 나무 아래는 알을 낳지 않습니다. 나무에 가려 그늘지기 때문이겠지요?


붉은귀거북 둥지 흔적. 알을 묻은 지 5일가량 경과.
여기는 어떤가요? 눈에 띄는 곳이 있나요? 여기는 둥지를 만든 지 5일 이상 지난 것으로 보입니다. 둥지 주변이 풀로 덮이기 시작하고 짓이겨진 흙도 시간이 지나서 주변과 비슷해졌습니다. 비가 오고나면 더욱 구별이 안 갑니다. 그래도 둥지 바로 위 부분은 주변의 흙에 비해 뭔가 흔적이 남았습니다.


사진 가운데 부분을 자세히 보면 다져진 흙이 보입니다. 일주일 정도만 더 지나면 둥지 위로도 풀이 무성해져서 아예 찾기가 힘들겠죠. 그러니 붉은귀거북 둥지를 찾으려면 적어도 일주일에 한 번 이상은 저수지나 연못 주변을 돌아볼 필요가 있습니다. 방금 알을 낳은 곳일수록 찾기가 쉽습니다.


안산 화랑저수지 주변에서 불과 40분 동안에 붉은귀거북 둥지 6개를 찾았습니다. 알은 적게는 8개에서 많게는 17개, 모두 75개였습니다. 40분 만에 붉은귀거북 75마리를 잡은 셈입니다. 어렵게 물속에서 붉은귀거북을 잡을 게 아니라 5월에서 8월까지, 번식기에 물가를 뒤진다면 이렇게 쉽게 잡을 수 있습니다. 알들은 80일 정도 지난 뒤에 부화합니다.

안산 화랑저수지 주변에서 40분 동안 거둔 붉은귀거북 알

붉은귀거북은 1970년대 후반 애완용으로 수입되기 시작했습니다. 새끼일 때는 귀엽고 키우기도 쉽지만 다 큰 성체는 더는 귀엽지도 않고 냄새도 심해 야생에 버리는 경우가 많습니다. 종교적 행사용으로 수입돼 대량으로 방생 되기도 했습니다. 지금은 수입 자체가 금지된 데다가 자치단체마다 붉은귀거북 퇴치에 애를 먹고 있습니다. 여름철, 여러분도 공원 연못이나 저수지에 간다면 한 번이라도 발밑의 흙을 유심히 관찰해보세요.

자료 제공: 최종인 안산시 환경정책과
정지화 서울대 산림과학부 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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