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라피티’ 범죄가 아닌 예술이 되려면…
입력 2016.08.03 (15:29)
수정 2016.08.03 (1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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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7월 시민들이 그라피티로 꾸며진 지하철 6호선 녹사평역 앞을 지나고 있다
압구정 굴다리와 신촌 굴다리, 홍대 골목 그리고 녹사평역…
이 장소들에는 한 가지 공통점이 있다.
이른바 거리의 예술, '그라피티'(graffiti) 명소라는 것이다.
그라피티는 통상 스프레이 페인트 등을 활용해 벽면 등에 그림을 그리거나 글자를 새기는 것을 의미한다.
1960년대 미국 필라델피아에서 시작된 것으로 알려진 그라피티는 흑인 등 소수집단들이 주도해왔으며 지금은 미술의 한 장르로 인정되고 있다. 국내에서도 그라피티 작품을 모은 전시회가 심심찮게 열리고 있다.
세계적으로 유명한 국내의 한 전자기업은 그라피티로 디자인한 휴대용 스피커를 선보였고, 한 고가 브랜드는 그라피티 숄더백을 판매하기도 했다.
20여 개 서울 지하철역에 그려진 그라피티 [사진=서울메트로 제공]
◆ 허용되지 않은 그라피티는 범죄
이렇게 대중화한 그라피티라 할지라도 허용되지 않은 공간에 그리는 문제를 유발한다.
지난달 21일부터 서울 시내 지하철역 승강장 벽면 등에서 잇달아 유성 매직으로 그려진 그라피티가 발견됐다.
무엇을 뜻하는지 쉽게 알아볼 수 없는 글자인 이 그라피티들이 발견된 역은 강남역, 회현역, 합정역 등 20곳이 넘는다. 음료수 자판기, 교통카드 발매기, 물품보관함 등 그라피티가 발견된 곳도 다양하다.
서울지하철을 운영하는 서울메트로와 도시철도공사는 공공 환경을 위해 일일이 이 그라피티를 제거하는 수고를 해야 했다.
결국 서울메트로 등은 담당 경찰서에 '공공시설물 훼손'으로 신고했고 서울경찰청 광역수사대에도 수사 협조를 의뢰했다.
지하철 등 공공장소에 허락 없이 낙서하는 행위를 가볍게 생각할 수 있지만 이는 '재물손괴'에 해당하는 명백한 범죄 행위다. 재물손괴 혐의가 인정되는 자는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7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게 된다.
특히 공공장소 낙서를 내버려둘 경우 '깨진 유리창 이론'과 같이 더 큰 범죄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올해 5월 20대 남성이 충북 제천에서 그라피티 하는 모습이 담긴 CCTV 중 한 장면
◆ 한국 지하철, 외국인이 선호하는 그라피티 명소?
하지만 허용되지 않은 그라피티의 위법성에 대한 인식은 여전히 갈 길이 멀어 보인다.
올해 5월 충북 제천에서는 상가 철문, 주택 벽면 등 60여 곳에 그라피티를 한 20대 남성이 경찰에 붙잡혔다.
경찰과 시청에 각각 80여 건과 40여 건의 신고를 유발한 이 그라피티를 그린 남성은 범행 동기는 매우 단순했다.
"그림을 그리는 게 재밌다"는 게 이유였다.
특히 우리나라에서는 외국인에 의한 '무단' 그라피티가 자주 발생하고 있다.
지난해 5월 서울, 인천, 안산 지역의 지하철 전동차에 2013년부터 2015년까지 20여 차례나 그라피티를 남긴 스페인 등 외국인 남성 3명이 경찰에 붙잡혔다.
지난해 5월 대구 지하철 2호선 사월역 전동차에 그려진 그라피티. ‘BLIND’라는 알파벳이 적혀 있다.
같은 달 대구, 인천의 지하철 전동차에 그라피티를 한 남성 2명 역시 각각 독일과 그리스 출신의 외국인이었다.
특히 이들은 새벽 시간 환기구·환풍구를 통해 몰래 지하철 역사에 침입해 이 같은 일을 저질렀다. 경찰은 이미 출국한 용의자들에 대해 재물손괴죄와 건조물 침입죄를 함께 적용해 인터폴에 수배 요청을 했다.
당시 경찰은 그라피티에 대한 형사 처벌 강화하기로 했으며, 2명 이상이 공동으로 그라피티를 할 경우 '폭력행위 등 처벌에 관한 법률'에 따른 공동재물손괴죄를 적용해 가중 처벌하기로 했다.
경찰 관계자는 "가벼운 범죄를 방치하면 큰 범죄로 이어진다는 '깨진 유리창 이론'을 바탕으로 그라피티를 범죄로 판단하고 엄정히 단속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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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라피티’ 범죄가 아닌 예술이 되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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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입력 2016-08-03 15:29:22
- 수정2016-08-03 15:30:20
압구정 굴다리와 신촌 굴다리, 홍대 골목 그리고 녹사평역…
이 장소들에는 한 가지 공통점이 있다.
이른바 거리의 예술, '그라피티'(graffiti) 명소라는 것이다.
그라피티는 통상 스프레이 페인트 등을 활용해 벽면 등에 그림을 그리거나 글자를 새기는 것을 의미한다.
1960년대 미국 필라델피아에서 시작된 것으로 알려진 그라피티는 흑인 등 소수집단들이 주도해왔으며 지금은 미술의 한 장르로 인정되고 있다. 국내에서도 그라피티 작품을 모은 전시회가 심심찮게 열리고 있다.
세계적으로 유명한 국내의 한 전자기업은 그라피티로 디자인한 휴대용 스피커를 선보였고, 한 고가 브랜드는 그라피티 숄더백을 판매하기도 했다.
◆ 허용되지 않은 그라피티는 범죄
이렇게 대중화한 그라피티라 할지라도 허용되지 않은 공간에 그리는 문제를 유발한다.
지난달 21일부터 서울 시내 지하철역 승강장 벽면 등에서 잇달아 유성 매직으로 그려진 그라피티가 발견됐다.
무엇을 뜻하는지 쉽게 알아볼 수 없는 글자인 이 그라피티들이 발견된 역은 강남역, 회현역, 합정역 등 20곳이 넘는다. 음료수 자판기, 교통카드 발매기, 물품보관함 등 그라피티가 발견된 곳도 다양하다.
서울지하철을 운영하는 서울메트로와 도시철도공사는 공공 환경을 위해 일일이 이 그라피티를 제거하는 수고를 해야 했다.
결국 서울메트로 등은 담당 경찰서에 '공공시설물 훼손'으로 신고했고 서울경찰청 광역수사대에도 수사 협조를 의뢰했다.
지하철 등 공공장소에 허락 없이 낙서하는 행위를 가볍게 생각할 수 있지만 이는 '재물손괴'에 해당하는 명백한 범죄 행위다. 재물손괴 혐의가 인정되는 자는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7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게 된다.
특히 공공장소 낙서를 내버려둘 경우 '깨진 유리창 이론'과 같이 더 큰 범죄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 한국 지하철, 외국인이 선호하는 그라피티 명소?
하지만 허용되지 않은 그라피티의 위법성에 대한 인식은 여전히 갈 길이 멀어 보인다.
올해 5월 충북 제천에서는 상가 철문, 주택 벽면 등 60여 곳에 그라피티를 한 20대 남성이 경찰에 붙잡혔다.
경찰과 시청에 각각 80여 건과 40여 건의 신고를 유발한 이 그라피티를 그린 남성은 범행 동기는 매우 단순했다.
"그림을 그리는 게 재밌다"는 게 이유였다.
특히 우리나라에서는 외국인에 의한 '무단' 그라피티가 자주 발생하고 있다.
지난해 5월 서울, 인천, 안산 지역의 지하철 전동차에 2013년부터 2015년까지 20여 차례나 그라피티를 남긴 스페인 등 외국인 남성 3명이 경찰에 붙잡혔다.
같은 달 대구, 인천의 지하철 전동차에 그라피티를 한 남성 2명 역시 각각 독일과 그리스 출신의 외국인이었다.
특히 이들은 새벽 시간 환기구·환풍구를 통해 몰래 지하철 역사에 침입해 이 같은 일을 저질렀다. 경찰은 이미 출국한 용의자들에 대해 재물손괴죄와 건조물 침입죄를 함께 적용해 인터폴에 수배 요청을 했다.
당시 경찰은 그라피티에 대한 형사 처벌 강화하기로 했으며, 2명 이상이 공동으로 그라피티를 할 경우 '폭력행위 등 처벌에 관한 법률'에 따른 공동재물손괴죄를 적용해 가중 처벌하기로 했다.
경찰 관계자는 "가벼운 범죄를 방치하면 큰 범죄로 이어진다는 '깨진 유리창 이론'을 바탕으로 그라피티를 범죄로 판단하고 엄정히 단속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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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현 기자 honor@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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