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따라잡기] “쇠 갈리는 소리 들려”…차량 결함? 운전자 과실?

입력 2016.08.04 (08:32) 수정 2016.08.04 (09: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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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 멘트>

도로에 서 있던 남성을 지나 차량 한 대가 빠른 속도로 지나갑니다.

그리곤 주차돼 있던 화물차와 충돌합니다.

이 사고로 60대 여성과 그 딸, 그리고 어린 손자 2명이 숨졌습니다.

이 비극적인 사고의 원인을 두고 차량 결함과 정비 불량 운전자 과실 등 여러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습니다.

그런데 앞서 영상에서 차를 피했던 남성은 문제의 차량에서 쇠가 갈리는 듯한 큰 굉음이 났다고 취재진에게 말했는데요.

한 전문가는 이 소리가 차량 결함의 증거일 수 있다고 지적합니다.

대체 사고 당시 도로 위에선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요?

사건을 한번 따라가 보겠습니다.

<리포트>

친정엄마인 박 모 씨와 딸 한 모 씨 그리고 세 살과 생후 3개월 된 두 손자의 빈소가 함께 차려진 장례식장

일가족에 닥친 이 비극적 사건 앞에 유족들은 아직도 실감이 나지 않습니다.

<녹취> 피해자 유족(음성변조) : “친정아버지, 친정엄마가 자기 딸하고 손자들하고 해수욕장에 물놀이 간다고 (했죠.)”

운전을 했던 한 씨는 부상을 입고 치료 중인데 아내와 딸, 그리고 손자까지 잃은 큰 충격에 헤어 나오지 못하고 있습니다.

<녹취> 강택중(계장/부산 남부경찰서 교통사고조사계) : “외관상으로는 다행히 많이 다치신 것 같진 않은데 정신적인 충격은 많이 받으신 것 같습니다.”

일가족의 안타까운 사고 소식이 전해지면서 사고 현장엔 추모객들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녹취> 목격자(음성변조) : “나는 그 애를 봤기 때문에 너무 눈물이 나오고, 지금도 그래요.”

그렇다면 사고 당일 도로 위에선 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60대 한 씨 부부는 오랜만에 친정 나들이를 온 딸과 손자들을 데리고 그제 오후 해수욕장에 물놀이를 가던 길이었습니다.

현장 인근 CCTV를 통해 본 사고 당시 모습입니다.

도로 가에 서 있던 남성이 화들짝 놀라 몸을 피하자마자 한 씨의 승용차가 빠른 속도로 지나갑니다.

그리고 앞에 정차해 있던 화물 트럭의 뒤를 그대로 들이받습니다.

다른 방향의 CCTV 영상을 보니 한 씨의 차량은 교차로에서 신호를 무시한 채 좌회전한 뒤였습니다.

<녹취> 목격자(음성변조) : “그냥 확 지나가다 쾅했으니까. 순간 속도가 높다는 그것만 알죠.”

<녹취> 목격자(음성변조) : “커브를 돌 때 삑 소리가 났기 때문에 제가 보게 됐고, 진짜 폭발음이 들렸습니다. 쾅하기 전에 이 차가 속도가 좀 높네 (했죠.) ”

소방대원 35명이 투입될 정도로 사고 현장은 참혹했습니다.

<녹취> 이효동(센터장/부산 남구 용당 119안전센터) : “어린애가 도로 중앙선에 떨어져 있는 것을 저희 구급대가 심폐소생술을 하면서 병원에 이송했고요. 운전자분은 맨발 상태로 밖에 나와서 환자를 구출하려고 (하고 있었습니다.)“

운전했던 한씨가 직접 가족을 구해보려 했지만 역부족이었습니다.

<녹취> 이효동(센터장/부산 남구 용당 119안전센터) : “자 자체가 다 찌그러져서 형체를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찌그러져 있어서 저희가 장비를 활용해서 사람을 구조하려고 해도 상당히 좀 어려웠습니다.”

인근 병원으로 이송됐지만 한 씨를 제외한 일가족 4명은 모두 목숨을 잃었습니다.

그런데 사고차량의 블랙박스를 확인했더니 뜻밖의 정황이 포착됐습니다.

사고 직전 차 안, 갑자기 속도가 빨라지더니 다급한 음성이 들립니다.

<녹취> 한 모 씨(사고 차량 운전자) : “이 차가 왜 이러나. 아이고 아이고.”

차에 뭔가 이상 증상이 나타난 듯 당황한 운전자 한 씨, 하지만 차량 속도는 줄어들지 않고 차량의 경적 소리가 이어집니다.

다른 가족들은 이 위험천만한 상황에서 자신이 아닌 아이들의 안전부터 걱정합니다.

<녹취> 사고 피해자 : “아기, 아기, 아기 어떡하지.”

하지만 차는 도로에 불법주차 돼 있던 화물차량을 그대로 들이받고 맙니다.

한 씨는 당시 차량의 브레이크가 말을 듣지 않았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강택중(계장/부산 남부경찰서 교통사고조사계) : “갑자기 브레이크가 말을 안 듣더라. 말을 안 들어서 할 수 없이 신호위반을 할 수밖에 없었고 좌회전으로 피한다고 꺾었는데 충돌을 했다고 말씀을 하시고 계신 거죠.”

경찰은 크게 3가지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수사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우선 차량의 근본적 결함으로 인한 사고 가능성입니다.

한 차량 전문가는 차체 결함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습니다.

<녹취> 김필수(교수/대림대학교 자동차과) : “본인이 차가 왜 이러지 하는 말을 하면서 가속페달을 계속 밟을 가능성은 적다는 겁니다. 이 운전자가 베테랑 운전자기 때문에 그런 측면에서 보면 운전자의 실수일 가능성보다도 자동차 급발진일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죠.”

블랙박스에 담긴 자동차 엔진의 굉음과 차체의 흔들림이 차량 결함의 가능성을 뒷받침 한다고 지적합니다.

<녹취> 김필수(교수/대림대학교 자동차과) : “그 이전에 자동차 엔진 쪽에서 굉음이 생기면서 소리가 커졌다는 부분도 있고요.”

사고 당시 차와 충돌할 뻔한 목격자 역시 차에서 커다란 굉음이 들렸다고 말합니다.

<녹취> 사고 목격자 : “갑자기 뒤에서 쇠 갈리는 소리가 엄청나게 컸어요. 그래서 이게 뭐지 싶어서 뒤를 돌아봤는데 불과 한 10m 정도(에 차가 있는 걸) 보고 나서 도망을 간 겁니다. 그 도로도 엄청 시끄러운데 그 소리를 듣고 반응을 한 거 보면 소리가 엄청나게 컸죠.”

반면 차량 정비를 하는 과정에서 차체에 문제가 생겼을 가능성도 있는 만큼 경찰은 이 부분 역시 집중적으로 조사하고 있습니다.

특히 브레이크가 말을 안 들었다는 운전자 한 씨의 말에 따라 사고가 난 도로 CCTV 영상을 분석하고 있습니다.

사고가 난 차량의 브레이크 등이 켜졌는지 여부가 확인되면 차량에 어떤 문제가 있었는지를 밝히는 데 중요한 단서가 될 걸로 보입니다.

한편, 운전자 한 씨의 운전 미숙으로 인한 사고 가능성도 함께 제기되고 있습니다.

유족들은 한 씨가 택시 운전을 오래 해온 점을 근거로 들며 운전 미숙이 아니라고 주장합니다.

<녹취> 피해자 유족(음성변조) : “택시 운전을 오래 했죠. 제법 베테랑이죠. 정확하게 17년 넘었죠.”

<녹취> 피해자 유족(음성변조) : “그렇죠. 현업으로 택시 기사를 하고 계시고 사고 이력도 없어요. ”

하지만 경찰은 내리막길을 과속으로 달렸다는 점에서 운전 부주의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고 있습니다.

그런가 하면 불법 주차를 했던 화물 트럭이 사고를 키웠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인터뷰> 최재원(교수/도로교통공단 부산지부) : “영상을 보시면 아시겠지만, 좌회전하자마자 큰 차가 있었거든요. 제 생각에는 그런 불법 주차한 차량이 없었다면 지금 같은 그런 피해는 좀 막을 수 있었을 거로 생각합니다.”

또 사고 당시 세 살과 생후 3개월인 손자들이 카시트가 아닌 엄마와 할머니 품에 안겨 있던 사실도 밝혀졌습니다.

의문투성이인 이번 사고 원인은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의 분석 결과가 나오는 보름 뒤에야 그 윤곽이 드러날 전망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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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뉴스 따라잡기] “쇠 갈리는 소리 들려”…차량 결함? 운전자 과실?
    • 입력 2016-08-04 08:34:53
    • 수정2016-08-04 09:24: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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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 멘트>

도로에 서 있던 남성을 지나 차량 한 대가 빠른 속도로 지나갑니다.

그리곤 주차돼 있던 화물차와 충돌합니다.

이 사고로 60대 여성과 그 딸, 그리고 어린 손자 2명이 숨졌습니다.

이 비극적인 사고의 원인을 두고 차량 결함과 정비 불량 운전자 과실 등 여러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습니다.

그런데 앞서 영상에서 차를 피했던 남성은 문제의 차량에서 쇠가 갈리는 듯한 큰 굉음이 났다고 취재진에게 말했는데요.

한 전문가는 이 소리가 차량 결함의 증거일 수 있다고 지적합니다.

대체 사고 당시 도로 위에선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요?

사건을 한번 따라가 보겠습니다.

<리포트>

친정엄마인 박 모 씨와 딸 한 모 씨 그리고 세 살과 생후 3개월 된 두 손자의 빈소가 함께 차려진 장례식장

일가족에 닥친 이 비극적 사건 앞에 유족들은 아직도 실감이 나지 않습니다.

<녹취> 피해자 유족(음성변조) : “친정아버지, 친정엄마가 자기 딸하고 손자들하고 해수욕장에 물놀이 간다고 (했죠.)”

운전을 했던 한 씨는 부상을 입고 치료 중인데 아내와 딸, 그리고 손자까지 잃은 큰 충격에 헤어 나오지 못하고 있습니다.

<녹취> 강택중(계장/부산 남부경찰서 교통사고조사계) : “외관상으로는 다행히 많이 다치신 것 같진 않은데 정신적인 충격은 많이 받으신 것 같습니다.”

일가족의 안타까운 사고 소식이 전해지면서 사고 현장엔 추모객들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녹취> 목격자(음성변조) : “나는 그 애를 봤기 때문에 너무 눈물이 나오고, 지금도 그래요.”

그렇다면 사고 당일 도로 위에선 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60대 한 씨 부부는 오랜만에 친정 나들이를 온 딸과 손자들을 데리고 그제 오후 해수욕장에 물놀이를 가던 길이었습니다.

현장 인근 CCTV를 통해 본 사고 당시 모습입니다.

도로 가에 서 있던 남성이 화들짝 놀라 몸을 피하자마자 한 씨의 승용차가 빠른 속도로 지나갑니다.

그리고 앞에 정차해 있던 화물 트럭의 뒤를 그대로 들이받습니다.

다른 방향의 CCTV 영상을 보니 한 씨의 차량은 교차로에서 신호를 무시한 채 좌회전한 뒤였습니다.

<녹취> 목격자(음성변조) : “그냥 확 지나가다 쾅했으니까. 순간 속도가 높다는 그것만 알죠.”

<녹취> 목격자(음성변조) : “커브를 돌 때 삑 소리가 났기 때문에 제가 보게 됐고, 진짜 폭발음이 들렸습니다. 쾅하기 전에 이 차가 속도가 좀 높네 (했죠.) ”

소방대원 35명이 투입될 정도로 사고 현장은 참혹했습니다.

<녹취> 이효동(센터장/부산 남구 용당 119안전센터) : “어린애가 도로 중앙선에 떨어져 있는 것을 저희 구급대가 심폐소생술을 하면서 병원에 이송했고요. 운전자분은 맨발 상태로 밖에 나와서 환자를 구출하려고 (하고 있었습니다.)“

운전했던 한씨가 직접 가족을 구해보려 했지만 역부족이었습니다.

<녹취> 이효동(센터장/부산 남구 용당 119안전센터) : “자 자체가 다 찌그러져서 형체를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찌그러져 있어서 저희가 장비를 활용해서 사람을 구조하려고 해도 상당히 좀 어려웠습니다.”

인근 병원으로 이송됐지만 한 씨를 제외한 일가족 4명은 모두 목숨을 잃었습니다.

그런데 사고차량의 블랙박스를 확인했더니 뜻밖의 정황이 포착됐습니다.

사고 직전 차 안, 갑자기 속도가 빨라지더니 다급한 음성이 들립니다.

<녹취> 한 모 씨(사고 차량 운전자) : “이 차가 왜 이러나. 아이고 아이고.”

차에 뭔가 이상 증상이 나타난 듯 당황한 운전자 한 씨, 하지만 차량 속도는 줄어들지 않고 차량의 경적 소리가 이어집니다.

다른 가족들은 이 위험천만한 상황에서 자신이 아닌 아이들의 안전부터 걱정합니다.

<녹취> 사고 피해자 : “아기, 아기, 아기 어떡하지.”

하지만 차는 도로에 불법주차 돼 있던 화물차량을 그대로 들이받고 맙니다.

한 씨는 당시 차량의 브레이크가 말을 듣지 않았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강택중(계장/부산 남부경찰서 교통사고조사계) : “갑자기 브레이크가 말을 안 듣더라. 말을 안 들어서 할 수 없이 신호위반을 할 수밖에 없었고 좌회전으로 피한다고 꺾었는데 충돌을 했다고 말씀을 하시고 계신 거죠.”

경찰은 크게 3가지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수사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우선 차량의 근본적 결함으로 인한 사고 가능성입니다.

한 차량 전문가는 차체 결함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습니다.

<녹취> 김필수(교수/대림대학교 자동차과) : “본인이 차가 왜 이러지 하는 말을 하면서 가속페달을 계속 밟을 가능성은 적다는 겁니다. 이 운전자가 베테랑 운전자기 때문에 그런 측면에서 보면 운전자의 실수일 가능성보다도 자동차 급발진일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죠.”

블랙박스에 담긴 자동차 엔진의 굉음과 차체의 흔들림이 차량 결함의 가능성을 뒷받침 한다고 지적합니다.

<녹취> 김필수(교수/대림대학교 자동차과) : “그 이전에 자동차 엔진 쪽에서 굉음이 생기면서 소리가 커졌다는 부분도 있고요.”

사고 당시 차와 충돌할 뻔한 목격자 역시 차에서 커다란 굉음이 들렸다고 말합니다.

<녹취> 사고 목격자 : “갑자기 뒤에서 쇠 갈리는 소리가 엄청나게 컸어요. 그래서 이게 뭐지 싶어서 뒤를 돌아봤는데 불과 한 10m 정도(에 차가 있는 걸) 보고 나서 도망을 간 겁니다. 그 도로도 엄청 시끄러운데 그 소리를 듣고 반응을 한 거 보면 소리가 엄청나게 컸죠.”

반면 차량 정비를 하는 과정에서 차체에 문제가 생겼을 가능성도 있는 만큼 경찰은 이 부분 역시 집중적으로 조사하고 있습니다.

특히 브레이크가 말을 안 들었다는 운전자 한 씨의 말에 따라 사고가 난 도로 CCTV 영상을 분석하고 있습니다.

사고가 난 차량의 브레이크 등이 켜졌는지 여부가 확인되면 차량에 어떤 문제가 있었는지를 밝히는 데 중요한 단서가 될 걸로 보입니다.

한편, 운전자 한 씨의 운전 미숙으로 인한 사고 가능성도 함께 제기되고 있습니다.

유족들은 한 씨가 택시 운전을 오래 해온 점을 근거로 들며 운전 미숙이 아니라고 주장합니다.

<녹취> 피해자 유족(음성변조) : “택시 운전을 오래 했죠. 제법 베테랑이죠. 정확하게 17년 넘었죠.”

<녹취> 피해자 유족(음성변조) : “그렇죠. 현업으로 택시 기사를 하고 계시고 사고 이력도 없어요. ”

하지만 경찰은 내리막길을 과속으로 달렸다는 점에서 운전 부주의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고 있습니다.

그런가 하면 불법 주차를 했던 화물 트럭이 사고를 키웠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인터뷰> 최재원(교수/도로교통공단 부산지부) : “영상을 보시면 아시겠지만, 좌회전하자마자 큰 차가 있었거든요. 제 생각에는 그런 불법 주차한 차량이 없었다면 지금 같은 그런 피해는 좀 막을 수 있었을 거로 생각합니다.”

또 사고 당시 세 살과 생후 3개월인 손자들이 카시트가 아닌 엄마와 할머니 품에 안겨 있던 사실도 밝혀졌습니다.

의문투성이인 이번 사고 원인은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의 분석 결과가 나오는 보름 뒤에야 그 윤곽이 드러날 전망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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