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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후] “정말 대한민국 영사님 맞습니까?”
입력 2016.08.05 (09:11) 수정 2016.08.10 (16:17) 취재후
▲ 주상하이 대한민국총영사관

7월 23일 13시 24분. 쾅! 쾅! 쾅! 누군가 현관문을 마구 주먹으로 두드리고 발로 차는 듯하다. 밖에서 남성들이 "카이먼(開門, 문 열어)!" 고함 지르는 소리도 들린다. 집 안에 있는 여성과 노모는 안절부절 못한 채 떨고 있다. 여성은 어딘가로 계속 전화를 걸어 도움을 요청한다. 중국공안이 도착했지만 몇마디 훈계성 말만 남기고 돌아간다.

상하이 교민인 40대 여성 S 씨가 건넨 폐쇄회로(CCTV) 화면 내용이다. 집 앞까지 찾아온 몇몇 중국인 남성의 행패는 화면 속에서 2시간여 동안 계속됐다.

S 씨는 눈물을 글썽이면서 하소연했다. "어머니하고 저하고 여자 둘이 사는 집인데 시도때도 없이 찾아와서 협박하고... 정말 무서워서 살 수가 없어요." 도대체 S씨에게는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중국인 직원 해고, 그리고 시작된 악몽

S 씨는 중국 상하이에서 직원 4~5명을 두고 소규모로 의류 관련 사업을 하고 있다. 그에게 악몽이 찾아온 건 지난 3월 중국인 30대 남자직원 N 씨를 해고하면서부터다. 1년여 함께 일했던 N 씨는 이때부터 수시로 찾아와 돈을 요구하기 시작했다.

S 씨의 얘기는 이렇다.

월급을 다 줬는데도 N 씨가 각종 개인적 사유를 들거나 죽이겠다고 협박을 하면서 10만 위안(천7백만 원)을 달라고 요구했다. 돈을 좀 주면 떨어지려니 싶어 그때마다 준 돈이 지금까지 6만 2천 위안(1천만 원)이다. 그러고는 강제로 나머지 3만 8천 위안에 대한 지불각서를 작성하도록 하고 깡패들을 동원해 협박을 해왔다.

중국인 전 직원 N 씨의 주장은 다르다. 영사관 측이 면담한 내용을 보면 이렇다.

S 대표와 서면계약 없이 기본급 1만 위안과 성과급을 받기로 구두 계약했다. 그러나 월급을 계속 체불해 10만 위안을 못 받았다. 사채도 끌어다 줬는데 갚지 않았다. 아직 받지 못한 임금 3만 8천 위안을 받기 위해 채권추심 행위를 하는 것이다.

누가 진실이고 누가 거짓인지 섣불리 판단할 필요는 없다. 사사로이 추론할 일도 아니다. 우리는 그저 공신력 있는 기관의 법적 판단에 기댈 뿐이다.

한국인 손 들어준 중국노동중재위

지난달 중국인 N 씨는 상하이시 민항구 노동인사쟁의중재위원회에 S 씨를 신고하고, 밀린 임금을 달라는 중재를 신청한다. '월급을 2만 위안씩 받기로 했으나 S 씨가 임금을 체불해 지금까지 못 받은 4만 위안을 지급하라'는 게 중재신청 요지다.

영사와의 면담내용과 대동소이하나 월급액 등 다소 다른 부분도 보인다. 다만 N 씨는 노동계약서를 쓰지 않았다고 일관되게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어찌 된 영문인지 한국인 사장 S 씨는 N 씨와 맺은 노동계약서를 가지고 있다.

S 씨와 N 씨의 노동계약서S 씨와 N 씨의 노동계약서


이 계약서를 보면 N 씨의 월급은 영사에게 말한 '1만 위안'도, 중재위에서 주장한 '2만 위안'도 아닌 '3천 위안'이다. 계약서 마지막 장엔 N 씨의 자필 서명도 있다. 결국 중국 중재위는 N 씨의 신청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지난달 13일 나온 중재위 결정문의 주요 부분을 그대로 옮긴다.

「노동계약서의 약정과 은행 명세를 보면 피신청인(S 씨)은 이미 신청인(N 씨)의 임금을 모두 지급했고 차액이 없다. 그러므로 피신청인이 임금차액을 지급해야 한다는 신청인의 요구는 근거가 부족해 지지하기 어렵다.(중략) 신청인의 중재청구를 받아들이지 않는다. 본 재결은 종국적이며, 결정문이 나온 날부터 법률효력을 발생한다. 신청인은 불복할 경우 15일 내에 법원에 소송을 제기할 수 있다.」

중국노동중재위 결정문중국노동중재위 결정문


중국 노동 당국이 이처럼 외국인 고용주의 손을 들어주는 경우는 이례적이다. 그만큼 사실관계가 명확하다는 뜻일 것이다. 결정문에 입각해 본다면, 두 사람 사이에 임금 관련 채권-채무는 존재하지 않는다. 따라서 중국인 N 씨가 건장한 남성들을 동원해 S 씨에게 돈을 요구하는 건 '채권추심 행위'가 아니라 '금품 갈취를 위한 협박'이라고 판단해도 무리가 없을 것이다.

한국총영사관은 어떻게 대응했나?

다시 S 씨의 집 CCTV가 찍힌 그 날, 즉 중재위 결정이 나온 뒤 열흘이 지난 7월 23일 14시 19분. 상하이 한국총영사관에서 영사 한 명이 출동했다. 견디다 못한 S 씨가 영사관에 신변을 지켜달라는 도움을 요청한 것이다. 영사가 S 씨를 상담하는 동안에도 밖에서는 돈을 달라며 문을 발로 걷어차고 소란을 피우는 소리가 그대로 CCTV에 담겨있다.

그러나 담당 영사는 "문을 차고 두드리는 건 위법이 아니라고 하더라", "상대방에게 경고하겠지만 강제성은 없다"는 말만 되풀이한다. 그 뒤 파출소에 동행해 "폭력 행위를 못하도록 해달라"고 당부했다고는 하지만 도움은 되지 못한 듯하다. 영사가 돌아간 뒤 문 밖의 남성들은 아예 문고리를 망가뜨리고, 외부 공조실에 침입해 전기까지 차단하는 등 더욱 난폭해졌으니 말이다.

그렇다면 담당 영사가 거듭 강조한 대로, 이렇게 건장한 남성들이 수시로 찾아와 몇 시간 동안 문을 걷어차고 두드리고 윽박질러 사실상 타인을 감금상태에 빠뜨리는 행위는 중국법상 위법이 아닐까?

"협박죄는 사실 입증하기가 어렵습니다. 그러나 그런 행동이 위법이 아니라고 단정할 수도 없죠. 더구나 재물손괴가 있었다면 위법성을 피하기 어렵습니다. 상식적으로 생각해 보세요." 현지 변호사의 말이다.

이러한 경우라면, 영사관 측이 좀 더 적극적으로 중국 공안에 그들 행위의 위법 가능성에 우려를 표명하고 교민의 안전을 확보해달라 요구할 수는 없었던 걸까? 영사관이 이번 민원을 어떻게 처리했는지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아국인이 잘못해 일으킨 민사분쟁"?

상하이 한국총영사관이 7월 26일 외교부로 보낸 민원처리 보고서를 보자. 이번 사건을 '아국인이 회사를 불법 운영하는 과정에서 중국인 직원과의 임금 체불 관련 분쟁을 일으키고, 해당 직원이 이를 추심하는 과정에서 발생한 협박, 폭행 시비'라고 규정했다. 그리고 다음과 같은 근거를 덧붙였다.

1) 동 민원인(S 씨)은 중국인 명의로 회사를 (불법)운영하고
2) 중국 노동법에 의한 노동계약서를 작성하지 않은 불법행위가 있고
3) 회사 운영을 잘못하여 이러한 분쟁을 야기한 장본인

이런 판단하에 처리된 민원의 결과는 불을 보듯 뻔하다. S 씨와 그 노모가 느꼈을 신변의 위협과 공포는 그들 자신에게는 실체적인 것이었겠으나 담당 영사에게는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영사관 측은 보고서에서 '심각한 신변 위협이 없는 상황에서 신변 보호는 제공할 수 없는 서비스'라고 못박았다.

그러나 이상하지 않은가. 지금도 중국에서 동포(조선족) 명의를 빌려 자영업을 하는 교민(위 1번)이 적지 않다. 과거 외자 기업으로 등록하기가 복잡하고 어려웠던 데서 기인한 일이란 사실을 영사관이 모를 리 없다. 그러한 교민들은 모두 영사관의 조력을 받을 수 없는 범법자들인가?

또 영사관의 판단(2, 3번)은 민원인이 아니라 오히려 협박의 가해자로 지목된 중국인 N 씨의 주장(중국 중재위조차 수용하지 않은)과 정확히 일치한다. 왜 영사관은 S 씨가 제시한 노동계약서도, 임금 체불이 없다는 중국 중재위의 결정문도, 교민 모녀의 주장도 모두 묵살한 것일까?

담당 영사는 이에 대해 "S 씨가 처음에 노동계약서를 쓰지 않았다고 했다가 말을 바꿔 믿기 어려웠고(S 씨는 영사에게 그런 말을 한 적이 없다고 주장한다), 중재위 결정은 최종심이 아니라 법원에 제소가 가능하기 때문에 수용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문제는, 법원이 판단해야 할 몫을 담당영사가 예단함으로써 '재외국민 보호'라는 영사관의 기본 책무를 도외시한 게 아니냐 하는 점이다. S 씨가 영사관에 요청한 민원은 '분쟁의 시시비비를 가려달라'는 게 아니라 '협박과 행패로부터 좀 구해달라'는 것이었으니까 말이다.

'민사 인한 신변 보호' 안된다는 영사관

지난 7월 16일 박근혜 대통령은 '재외국민 보호를 강화'하라고 지시했다. 새누리당이 발의한 '재외국민보호법 개정안'도 국회에 계류 중이다. 해외에서 각종 테러가 잇따르고 우리 국민을 대상으로 한 범죄도 급증하고 있어 재외국민 보호 대책이 절실하다는 판단일 것이다.

그러나 이런 대통령의 지시가 있은 지 불과 열흘 만에 상하이 총영사관은 오히려 이번 민원을 사례로 들어 외교부에 '민사분쟁으로 인한 신변 보호 요청을 영사서비스 제공 불가 항목에 포함시켜 달라'고 건의했다.

해외에서 교민이나 여행자가 신변의 위험에 빠지는 경우는 다양하다. 가해자에게 범죄의 목적이 있는 경우도 있으나, 채권·채무나 계약관계의 문제로 인해 협박, 폭행, 납치 등의 위험에 처하는 경우가 중국에서는 훨씬 더 많다. 후자의 경우 영사관에 도움을 요청하지 말라는 뜻인가?

영사관이 '민사분쟁에 관여하지 않는다'는 것은 '사인 간의 법적 분쟁은 현지의 법과 절차에 따라 해결해야 한다'는 의미이지, '민사분쟁이 원인이라면 우리 국민의 신변 안전이 위협받더라도 무시하라'는 의미는 아닐 것이다.

헌법 2조 2항은 '국가는 법률이 정하는 바에 의하여 재외국민을 보호해야 할 의무를 진다'고 명시하고 있다. 국가는 어느 곳이든, 어떤 상황이든 자국민을 보호해야 한다. 그게 국가가 존재하는 이유이고 영사관이 존재하는 이유다.

상하이 교민들은 묻고 있다. "정말 대한민국 영사관 맞습니까? 한국 영사님 맞습니까?" 자, 이제 영사관 측이 교민들에게 대답할 차례다.
  • [취재후] “정말 대한민국 영사님 맞습니까?”
    • 입력 2016-08-05 09:11:02
    • 수정2016-08-10 16:17:17
    취재후
▲ 주상하이 대한민국총영사관

7월 23일 13시 24분. 쾅! 쾅! 쾅! 누군가 현관문을 마구 주먹으로 두드리고 발로 차는 듯하다. 밖에서 남성들이 "카이먼(開門, 문 열어)!" 고함 지르는 소리도 들린다. 집 안에 있는 여성과 노모는 안절부절 못한 채 떨고 있다. 여성은 어딘가로 계속 전화를 걸어 도움을 요청한다. 중국공안이 도착했지만 몇마디 훈계성 말만 남기고 돌아간다.

상하이 교민인 40대 여성 S 씨가 건넨 폐쇄회로(CCTV) 화면 내용이다. 집 앞까지 찾아온 몇몇 중국인 남성의 행패는 화면 속에서 2시간여 동안 계속됐다.

S 씨는 눈물을 글썽이면서 하소연했다. "어머니하고 저하고 여자 둘이 사는 집인데 시도때도 없이 찾아와서 협박하고... 정말 무서워서 살 수가 없어요." 도대체 S씨에게는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중국인 직원 해고, 그리고 시작된 악몽

S 씨는 중국 상하이에서 직원 4~5명을 두고 소규모로 의류 관련 사업을 하고 있다. 그에게 악몽이 찾아온 건 지난 3월 중국인 30대 남자직원 N 씨를 해고하면서부터다. 1년여 함께 일했던 N 씨는 이때부터 수시로 찾아와 돈을 요구하기 시작했다.

S 씨의 얘기는 이렇다.

월급을 다 줬는데도 N 씨가 각종 개인적 사유를 들거나 죽이겠다고 협박을 하면서 10만 위안(천7백만 원)을 달라고 요구했다. 돈을 좀 주면 떨어지려니 싶어 그때마다 준 돈이 지금까지 6만 2천 위안(1천만 원)이다. 그러고는 강제로 나머지 3만 8천 위안에 대한 지불각서를 작성하도록 하고 깡패들을 동원해 협박을 해왔다.

중국인 전 직원 N 씨의 주장은 다르다. 영사관 측이 면담한 내용을 보면 이렇다.

S 대표와 서면계약 없이 기본급 1만 위안과 성과급을 받기로 구두 계약했다. 그러나 월급을 계속 체불해 10만 위안을 못 받았다. 사채도 끌어다 줬는데 갚지 않았다. 아직 받지 못한 임금 3만 8천 위안을 받기 위해 채권추심 행위를 하는 것이다.

누가 진실이고 누가 거짓인지 섣불리 판단할 필요는 없다. 사사로이 추론할 일도 아니다. 우리는 그저 공신력 있는 기관의 법적 판단에 기댈 뿐이다.

한국인 손 들어준 중국노동중재위

지난달 중국인 N 씨는 상하이시 민항구 노동인사쟁의중재위원회에 S 씨를 신고하고, 밀린 임금을 달라는 중재를 신청한다. '월급을 2만 위안씩 받기로 했으나 S 씨가 임금을 체불해 지금까지 못 받은 4만 위안을 지급하라'는 게 중재신청 요지다.

영사와의 면담내용과 대동소이하나 월급액 등 다소 다른 부분도 보인다. 다만 N 씨는 노동계약서를 쓰지 않았다고 일관되게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어찌 된 영문인지 한국인 사장 S 씨는 N 씨와 맺은 노동계약서를 가지고 있다.

S 씨와 N 씨의 노동계약서S 씨와 N 씨의 노동계약서


이 계약서를 보면 N 씨의 월급은 영사에게 말한 '1만 위안'도, 중재위에서 주장한 '2만 위안'도 아닌 '3천 위안'이다. 계약서 마지막 장엔 N 씨의 자필 서명도 있다. 결국 중국 중재위는 N 씨의 신청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지난달 13일 나온 중재위 결정문의 주요 부분을 그대로 옮긴다.

「노동계약서의 약정과 은행 명세를 보면 피신청인(S 씨)은 이미 신청인(N 씨)의 임금을 모두 지급했고 차액이 없다. 그러므로 피신청인이 임금차액을 지급해야 한다는 신청인의 요구는 근거가 부족해 지지하기 어렵다.(중략) 신청인의 중재청구를 받아들이지 않는다. 본 재결은 종국적이며, 결정문이 나온 날부터 법률효력을 발생한다. 신청인은 불복할 경우 15일 내에 법원에 소송을 제기할 수 있다.」

중국노동중재위 결정문중국노동중재위 결정문


중국 노동 당국이 이처럼 외국인 고용주의 손을 들어주는 경우는 이례적이다. 그만큼 사실관계가 명확하다는 뜻일 것이다. 결정문에 입각해 본다면, 두 사람 사이에 임금 관련 채권-채무는 존재하지 않는다. 따라서 중국인 N 씨가 건장한 남성들을 동원해 S 씨에게 돈을 요구하는 건 '채권추심 행위'가 아니라 '금품 갈취를 위한 협박'이라고 판단해도 무리가 없을 것이다.

한국총영사관은 어떻게 대응했나?

다시 S 씨의 집 CCTV가 찍힌 그 날, 즉 중재위 결정이 나온 뒤 열흘이 지난 7월 23일 14시 19분. 상하이 한국총영사관에서 영사 한 명이 출동했다. 견디다 못한 S 씨가 영사관에 신변을 지켜달라는 도움을 요청한 것이다. 영사가 S 씨를 상담하는 동안에도 밖에서는 돈을 달라며 문을 발로 걷어차고 소란을 피우는 소리가 그대로 CCTV에 담겨있다.

그러나 담당 영사는 "문을 차고 두드리는 건 위법이 아니라고 하더라", "상대방에게 경고하겠지만 강제성은 없다"는 말만 되풀이한다. 그 뒤 파출소에 동행해 "폭력 행위를 못하도록 해달라"고 당부했다고는 하지만 도움은 되지 못한 듯하다. 영사가 돌아간 뒤 문 밖의 남성들은 아예 문고리를 망가뜨리고, 외부 공조실에 침입해 전기까지 차단하는 등 더욱 난폭해졌으니 말이다.

그렇다면 담당 영사가 거듭 강조한 대로, 이렇게 건장한 남성들이 수시로 찾아와 몇 시간 동안 문을 걷어차고 두드리고 윽박질러 사실상 타인을 감금상태에 빠뜨리는 행위는 중국법상 위법이 아닐까?

"협박죄는 사실 입증하기가 어렵습니다. 그러나 그런 행동이 위법이 아니라고 단정할 수도 없죠. 더구나 재물손괴가 있었다면 위법성을 피하기 어렵습니다. 상식적으로 생각해 보세요." 현지 변호사의 말이다.

이러한 경우라면, 영사관 측이 좀 더 적극적으로 중국 공안에 그들 행위의 위법 가능성에 우려를 표명하고 교민의 안전을 확보해달라 요구할 수는 없었던 걸까? 영사관이 이번 민원을 어떻게 처리했는지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아국인이 잘못해 일으킨 민사분쟁"?

상하이 한국총영사관이 7월 26일 외교부로 보낸 민원처리 보고서를 보자. 이번 사건을 '아국인이 회사를 불법 운영하는 과정에서 중국인 직원과의 임금 체불 관련 분쟁을 일으키고, 해당 직원이 이를 추심하는 과정에서 발생한 협박, 폭행 시비'라고 규정했다. 그리고 다음과 같은 근거를 덧붙였다.

1) 동 민원인(S 씨)은 중국인 명의로 회사를 (불법)운영하고
2) 중국 노동법에 의한 노동계약서를 작성하지 않은 불법행위가 있고
3) 회사 운영을 잘못하여 이러한 분쟁을 야기한 장본인

이런 판단하에 처리된 민원의 결과는 불을 보듯 뻔하다. S 씨와 그 노모가 느꼈을 신변의 위협과 공포는 그들 자신에게는 실체적인 것이었겠으나 담당 영사에게는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영사관 측은 보고서에서 '심각한 신변 위협이 없는 상황에서 신변 보호는 제공할 수 없는 서비스'라고 못박았다.

그러나 이상하지 않은가. 지금도 중국에서 동포(조선족) 명의를 빌려 자영업을 하는 교민(위 1번)이 적지 않다. 과거 외자 기업으로 등록하기가 복잡하고 어려웠던 데서 기인한 일이란 사실을 영사관이 모를 리 없다. 그러한 교민들은 모두 영사관의 조력을 받을 수 없는 범법자들인가?

또 영사관의 판단(2, 3번)은 민원인이 아니라 오히려 협박의 가해자로 지목된 중국인 N 씨의 주장(중국 중재위조차 수용하지 않은)과 정확히 일치한다. 왜 영사관은 S 씨가 제시한 노동계약서도, 임금 체불이 없다는 중국 중재위의 결정문도, 교민 모녀의 주장도 모두 묵살한 것일까?

담당 영사는 이에 대해 "S 씨가 처음에 노동계약서를 쓰지 않았다고 했다가 말을 바꿔 믿기 어려웠고(S 씨는 영사에게 그런 말을 한 적이 없다고 주장한다), 중재위 결정은 최종심이 아니라 법원에 제소가 가능하기 때문에 수용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문제는, 법원이 판단해야 할 몫을 담당영사가 예단함으로써 '재외국민 보호'라는 영사관의 기본 책무를 도외시한 게 아니냐 하는 점이다. S 씨가 영사관에 요청한 민원은 '분쟁의 시시비비를 가려달라'는 게 아니라 '협박과 행패로부터 좀 구해달라'는 것이었으니까 말이다.

'민사 인한 신변 보호' 안된다는 영사관

지난 7월 16일 박근혜 대통령은 '재외국민 보호를 강화'하라고 지시했다. 새누리당이 발의한 '재외국민보호법 개정안'도 국회에 계류 중이다. 해외에서 각종 테러가 잇따르고 우리 국민을 대상으로 한 범죄도 급증하고 있어 재외국민 보호 대책이 절실하다는 판단일 것이다.

그러나 이런 대통령의 지시가 있은 지 불과 열흘 만에 상하이 총영사관은 오히려 이번 민원을 사례로 들어 외교부에 '민사분쟁으로 인한 신변 보호 요청을 영사서비스 제공 불가 항목에 포함시켜 달라'고 건의했다.

해외에서 교민이나 여행자가 신변의 위험에 빠지는 경우는 다양하다. 가해자에게 범죄의 목적이 있는 경우도 있으나, 채권·채무나 계약관계의 문제로 인해 협박, 폭행, 납치 등의 위험에 처하는 경우가 중국에서는 훨씬 더 많다. 후자의 경우 영사관에 도움을 요청하지 말라는 뜻인가?

영사관이 '민사분쟁에 관여하지 않는다'는 것은 '사인 간의 법적 분쟁은 현지의 법과 절차에 따라 해결해야 한다'는 의미이지, '민사분쟁이 원인이라면 우리 국민의 신변 안전이 위협받더라도 무시하라'는 의미는 아닐 것이다.

헌법 2조 2항은 '국가는 법률이 정하는 바에 의하여 재외국민을 보호해야 할 의무를 진다'고 명시하고 있다. 국가는 어느 곳이든, 어떤 상황이든 자국민을 보호해야 한다. 그게 국가가 존재하는 이유이고 영사관이 존재하는 이유다.

상하이 교민들은 묻고 있다. "정말 대한민국 영사관 맞습니까? 한국 영사님 맞습니까?" 자, 이제 영사관 측이 교민들에게 대답할 차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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