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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터널’ 김성훈 감독 “재난 이후 상황이 더 재난같다”
입력 2016.08.05 (19:08) 연합뉴스
영화 '터널'은 시작하자마자 터널이 무너진다. 붕괴 과정도 순식간이다. 일반적인 재난영화 공식을 따르지 않는다.

대개의 영화는 재난 발생 전 여러 전조 현상을 보여주며 긴장감을 고조시킨다. 그리고 재난이 벌어졌을 때 그 과정을 스펙타클하게 그린다. 무엇인가 무너지고 파괴되고 폭발하는 장면이 통상의 재난영화에서 하이라이트다.

'터널'이 기존 재난영화와 다른 이런 독특한 구조를 띠게 된 것은 왜일까. 영화를 연출한 김성훈 감독은 5일 종로구 한 카페에서 진행된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전조는 길 수 있지만 대부분 재난은 순간에 일어난다. 오히려 그 이후가 더 재난 같다고 생각했다"며 그 이유를 밝혔다.

"'터널'은 앞의 이야기를 빼고 어떻게 보면 클라이맥스부터 시작한다. 재난 발생 이후 살아남으려는 사람과 구하려는 사람이 있고, 거기에 여러 이해집단이 끼어들고, 그런 상황 자체가 더 재난이지 않을까."

거두절미하고 바로 본론으로 들어가는 것은 김 감독이 전작 '끝까지 간다'에서 보여준 모습이기도 하다. '끝까지 간다'에서 주인공 건수(이선균)는 극 초반 자동차로 사람을 치어 죽이며 사건에 휘말려 들어간다.

인물을 설명하는 장면을 차근차근 보여주고서 사건을 제시하기보다는 일단 어떤 일이 벌어지고 나서 인물이 그 일을 해결하는 과정에서 그의 성격을 보여주는 방식을 선호하기 때문이라고 김 감독은 설명했다.

'터널'이 재난 이후 상황을 그리고 있지만 그렇다고 구조 작업을 집중적으로 다루지도 않는다. 이 또한 일반적인 재난영화와 궤를 달리한다.

'터널'은 터널 안에 갇힌 정수(하정우)의 생존 과정을 주로 그리되 터널 밖 구조 작업에 대한 여러 인간 군상의 반응을 보여준다. 특히 구조 작업이 더디게 진행돼 인근 제2터널 공사가 차질을 빚자 사람의 목숨보다 이해타산의 논리가 득세하는 모습을 뼈아프게 보여준다.

김 감독은 "터널 안 정수는 '온 나라가 나서서 나를 구해준다고 하는데 구조되지 않겠어'라며 긍정적으로 버티고 있는데 터널 밖 사회는 지쳐가고 기운이 빠지는 모습을 대조적으로 보여주고 싶었다"고 말했다.

그는 터널 밖 사회를 묘사할 때 재난의 원인을 어느 한 인물로 몰아가지 않으려고 노력했다고 했다. 전형적인 악인을 그리려고 하지 않았다는 것.

"이 영화에서는 악당이 없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그렇게 되면 본질이 왜곡될 것 같았다. 재난은 어느 한두 명의 문제가 아니라 전체적인 시스템의 분위기 때문에 일어나는 것이기 때문이다."

우리 사회의 재난 상황을 보면 지난해 발생한 '세월호 참사'를 떠올리지 않을 수가 없다. '터널'에서 보인 모습도 그렇다. 여러 장면에서 '세월호 참사'로 드러난 우리 사회의 부끄러운 민낯이 연상된다.

김 감독은 "가슴 아픈 사건과의 유사성을 거론하는 것은 당연한 것 같다. 그 자장(磁場) 안에서 재난물을 만들다 보니 알게 모르게 스며들지 않았을까. 오히려 그 기억을 걷어내고 영화를 만드는 것이 더 어려웠을 것"이라고 말했다.

'터널'은 동명의 소설을 원작으로 한다. 그러나 여러 면에서 원작과 차이를 보인다. 대표적인 부분은 결말이다. 소설에서 주인공들은 모두 자살한다. 영화는 소설과 다른 방식으로 마무리된다.

김 감독은 그 이유에 대해 "저 스스로가 영화에서 그런 암울한 결말을 보고 싶지 않았다"고 잘라 말했다.

그는 "정수 부부만은 행복할 것이라고 믿고 싶었다"면서도 "그 둘을 제외한 나머지 사회가 과연 이전과 다르게 안전해졌느냐는 점에는 의문을 품었고 그런 점을 암시하는 장면을 영화 결말에 반영했다"고 덧붙였다.
  • ‘터널’ 김성훈 감독 “재난 이후 상황이 더 재난같다”
    • 입력 2016-08-05 19:08:57
    연합뉴스
영화 '터널'은 시작하자마자 터널이 무너진다. 붕괴 과정도 순식간이다. 일반적인 재난영화 공식을 따르지 않는다.

대개의 영화는 재난 발생 전 여러 전조 현상을 보여주며 긴장감을 고조시킨다. 그리고 재난이 벌어졌을 때 그 과정을 스펙타클하게 그린다. 무엇인가 무너지고 파괴되고 폭발하는 장면이 통상의 재난영화에서 하이라이트다.

'터널'이 기존 재난영화와 다른 이런 독특한 구조를 띠게 된 것은 왜일까. 영화를 연출한 김성훈 감독은 5일 종로구 한 카페에서 진행된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전조는 길 수 있지만 대부분 재난은 순간에 일어난다. 오히려 그 이후가 더 재난 같다고 생각했다"며 그 이유를 밝혔다.

"'터널'은 앞의 이야기를 빼고 어떻게 보면 클라이맥스부터 시작한다. 재난 발생 이후 살아남으려는 사람과 구하려는 사람이 있고, 거기에 여러 이해집단이 끼어들고, 그런 상황 자체가 더 재난이지 않을까."

거두절미하고 바로 본론으로 들어가는 것은 김 감독이 전작 '끝까지 간다'에서 보여준 모습이기도 하다. '끝까지 간다'에서 주인공 건수(이선균)는 극 초반 자동차로 사람을 치어 죽이며 사건에 휘말려 들어간다.

인물을 설명하는 장면을 차근차근 보여주고서 사건을 제시하기보다는 일단 어떤 일이 벌어지고 나서 인물이 그 일을 해결하는 과정에서 그의 성격을 보여주는 방식을 선호하기 때문이라고 김 감독은 설명했다.

'터널'이 재난 이후 상황을 그리고 있지만 그렇다고 구조 작업을 집중적으로 다루지도 않는다. 이 또한 일반적인 재난영화와 궤를 달리한다.

'터널'은 터널 안에 갇힌 정수(하정우)의 생존 과정을 주로 그리되 터널 밖 구조 작업에 대한 여러 인간 군상의 반응을 보여준다. 특히 구조 작업이 더디게 진행돼 인근 제2터널 공사가 차질을 빚자 사람의 목숨보다 이해타산의 논리가 득세하는 모습을 뼈아프게 보여준다.

김 감독은 "터널 안 정수는 '온 나라가 나서서 나를 구해준다고 하는데 구조되지 않겠어'라며 긍정적으로 버티고 있는데 터널 밖 사회는 지쳐가고 기운이 빠지는 모습을 대조적으로 보여주고 싶었다"고 말했다.

그는 터널 밖 사회를 묘사할 때 재난의 원인을 어느 한 인물로 몰아가지 않으려고 노력했다고 했다. 전형적인 악인을 그리려고 하지 않았다는 것.

"이 영화에서는 악당이 없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그렇게 되면 본질이 왜곡될 것 같았다. 재난은 어느 한두 명의 문제가 아니라 전체적인 시스템의 분위기 때문에 일어나는 것이기 때문이다."

우리 사회의 재난 상황을 보면 지난해 발생한 '세월호 참사'를 떠올리지 않을 수가 없다. '터널'에서 보인 모습도 그렇다. 여러 장면에서 '세월호 참사'로 드러난 우리 사회의 부끄러운 민낯이 연상된다.

김 감독은 "가슴 아픈 사건과의 유사성을 거론하는 것은 당연한 것 같다. 그 자장(磁場) 안에서 재난물을 만들다 보니 알게 모르게 스며들지 않았을까. 오히려 그 기억을 걷어내고 영화를 만드는 것이 더 어려웠을 것"이라고 말했다.

'터널'은 동명의 소설을 원작으로 한다. 그러나 여러 면에서 원작과 차이를 보인다. 대표적인 부분은 결말이다. 소설에서 주인공들은 모두 자살한다. 영화는 소설과 다른 방식으로 마무리된다.

김 감독은 그 이유에 대해 "저 스스로가 영화에서 그런 암울한 결말을 보고 싶지 않았다"고 잘라 말했다.

그는 "정수 부부만은 행복할 것이라고 믿고 싶었다"면서도 "그 둘을 제외한 나머지 사회가 과연 이전과 다르게 안전해졌느냐는 점에는 의문을 품었고 그런 점을 암시하는 장면을 영화 결말에 반영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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