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기정 우승 베를린 코스서 80돌 기념마라톤 열려

"손기정의 우승 스토리를 인터넷을 통해 접한 시기는 1년 전이었습니다. 너무 감동적이었죠. 페이스북을 통해 기념마라톤 행사를 알렸더니 반응이 아주 뜨거웠답니다."

독일 아마추어 마라톤 동호인 모임 '토르페도 베를린'을 이끄는 슈페판 실하넥-뎀케(57) 씨는 6일(현지시간) 베를린 올림픽 경기장 앞 광장에서 출발하는 기념마라톤 개최 경위를 이렇게 설명하며 큰 만족감을 보였다.

이날 오전 광장에는 손기정의 1936년 베를린올림픽 마라톤 우승 80주년을 기념하고 당시 마라톤 풀코스에 도전한다는 매력에 이끌린 건각들이 하나둘씩 모여 어느새 출전을 약속한 60명가량이 자리했다.

주로 베를린에서 마라톤을 취미로 즐기는 이들이 다수였고 그 외 독일 전역에서 많은 동호인들이 참석했다. 여기에 일부 한국인과 캐나다인이 가세했다.

이들은 경기장 앞 광장에서 출발해 하펠 강변 등을 잇는 과거 코스를 그대로 뛴다는 생각에 들 뜬 마음으로 출발선에 섰고, 총포 대신 징소리를 신호음으로 오전 9시에 출발했다.

40명가량은 전체 코스 완주를, 약 20명은 절반 코스를 계주 형식으로 나뉘어 각각 뛰었다.

이에 앞서 이 행사가 의미가 있다고 보고 지원에 나선 사단법인 한국겨레얼살리기국민운동본부(겨레얼살리기운동)의 베를린지부 장현자 총무는 인사말을 통해 "손기정 옹이 일장기를 달고 뛸 수밖에 없었던 것은 한국인들에게는 아픈 역사"라며 "그것을 기억하는 성공적인 기념마라톤이 되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이날 행사는 토르페도 베를린과 또 다른 한 마라톤 독립동호인 모임이 주최하고, 베를린 한인회와 겨레얼살리기운동 베를린지부가 입상자 메달 등을 후원했다.

실하넥-뎀케 씨는 "순전히 손기정의 우승 의미를 생각하며 기획한 자그마한 아마추어 행사였는데, 베를린 한인회와 겨레얼살리기운동 베를린지부가 여러모로 도움을 줘 특별히 감사하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한편 오는 27일에는 베를린 한인회가 주관하고 겨레얼살리운동 베를린지부가 주최하는 제4회 베를린 손기정 마라톤대회가 열린다.

이 대회는 격년에 한 번꼴로 열리는 사실상 정례 행사로서 10㎞, 5㎞, 3㎞, 1㎞ 등 단축 코스로 경기를 진행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