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영화] ‘부산행’의 시발점 ‘서울역’

입력 2016.08.10 (19: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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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부산행'에 천만 관객이 탑승한 가운데 개봉을 앞둔 '서울역'에도 영화팬들의 발길이 이어질지 귀추가 주목된다.

'부산행'에서는 석우(공유) 부녀가 탑승한 KTX가 출발할 때 잠시 서울역이 소란스러워지는 장면이 나온다. 카메라는 이내 KTX 내부에 초점을 맞추기에 이후 서울역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는지 알 길이 없다.

도대체 서울역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던 것일까. KTX에 몰래 올라탄 첫번째 감염자는 어쩌다가 다리에 심각한 상처를 입었을까.

'부산행'을 본 관객이라면 당연히 품게 되는 이런 의문에 '서울역'은 친절하게 답해주지 않는다. '서울역'이 '부산행'의 프리퀄(전작)이라고 알려졌기에 영화팬들은 이같이 기대를 저버리는 '서울역'의 태도에 실망할 수 있다.

하지만 '부산행'을 본 관객이라면 '부산행'에서 못다 한 연상호 감독의 이야기를 들을 기회라는 점에서 '부산행'과 같으면서도 다른 '서울역'을 볼 필요가 있다.

'서울역'은 의문의 바이러스가 시작된 서울역을 배경으로 아수라장이 된 대재난 속에서 오직 생존을 위해 사투를 벌이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그리고 있다.

집을 나온 소녀 혜선(심은경)과 그의 남자친구 기웅(이준), 그리고 딸을 찾아 나선 아버지(류승룡)가 중심인물이다.

'서울역'은 좀비 바이러스가 감염자 한 명으로부터 시작돼 온 나라를 공황상태로 몰아넣는 과정을 그린다는 점에서 '부산행'과 유사성을 갖지만 좀 더 비관적이고 암울하다.

우선 서울역의 어두운 면을 그린다. 서울역 주변의 노숙자, 창녀, 미치광이, 폭력배, 주정꾼 등이 등장한다. 좀비 바이러스가 노숙자에게서 시작돼 주로 노숙자 중심으로 퍼진 점은 의미심장하다.

역무원이나 경찰관 등 공권력은 서울역의 이 같은 '주변인'들을 경시한다. 도움을 요청하는 노숙자의 말을 무시하거나 감염자 무리를 노숙자들이 폭동을 일으킨 것으로 간주해 사태가 확산하는 데 일조하기까지 한다.

연상호 감독은 10일 영화 시사회 후 진행된 기자간담회에서 "'서울역'을 만들 때, 서울역이라는 공간에서 익숙하게 보이는 자잘한 사건들, 심야 뉴스에나 나오는 자잘한 뉴스의 총합을 보여주고 싶었다"며 영화에서 서울역의 풍경을 이런 식으로 그린 이유를 설명했다.

'서울역'의 결말은 절망 그 자체다. 파국적 상황에서 일말의 희망을 기대할 수 있는 끝맺음을 보여 준 '부산행'과 사뭇 다르다.

특히 이제는 위험에서 벗어났다고 생각하는 순간 반전이 이뤄져 '서울역'의 결말은 더 충격적이다. '돼지의 왕'이나 '사이비' 등 연 감독의 전작을 본 관객들이라면 어느 정도 수긍할 수 있지만 그렇지 않은 관객은 놀랄 수 있다.

감독은 왜 이런 선택을 했을까.

그는 "제가 가진 여러 생각 중 극단적인 것을 보여주고 싶을 때 애니메이션이라는 도구를 사용한다"며 이런 결말이 평범하지 않음을 인정했다.

그러면서 "이 영화의 엔딩은 끝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영화를 보고 돌아가는 관객들이 이 영화의 비관적인 엔딩을 보고 무엇인가를 생각하고 살아간다면 영화의 이 엔딩이 무엇인가의 시작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정서와 표현방식 등에서 크게 차이를 보이지만 '서울역'은 '부산행'과 세계관을 공유한다.

그래서 연 감독은 "'서울역'이 개봉함으로써 '부산행'의 내적 의미가 달라지기 시작한 것 같다"며 "'부산행'이라는 영화가 본래의 짝이라고 할 수 있는 '서울역'이 개봉하면서 원래 영화가 가진 내적인 결들을 점점 찾아가는 느낌이 든다"고 말했다.

'부산행'을 온전히 이해하고 싶다면, 애써 외면하지 않고 사회의 이면을 볼 용기가 있다면 선택할 만한 영화다.

18일 개봉. 15세 이상 관람가. 9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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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새영화] ‘부산행’의 시발점 ‘서울역’
    • 입력 2016-08-10 19:32:29
    연합뉴스
영화 '부산행'에 천만 관객이 탑승한 가운데 개봉을 앞둔 '서울역'에도 영화팬들의 발길이 이어질지 귀추가 주목된다.

'부산행'에서는 석우(공유) 부녀가 탑승한 KTX가 출발할 때 잠시 서울역이 소란스러워지는 장면이 나온다. 카메라는 이내 KTX 내부에 초점을 맞추기에 이후 서울역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는지 알 길이 없다.

도대체 서울역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던 것일까. KTX에 몰래 올라탄 첫번째 감염자는 어쩌다가 다리에 심각한 상처를 입었을까.

'부산행'을 본 관객이라면 당연히 품게 되는 이런 의문에 '서울역'은 친절하게 답해주지 않는다. '서울역'이 '부산행'의 프리퀄(전작)이라고 알려졌기에 영화팬들은 이같이 기대를 저버리는 '서울역'의 태도에 실망할 수 있다.

하지만 '부산행'을 본 관객이라면 '부산행'에서 못다 한 연상호 감독의 이야기를 들을 기회라는 점에서 '부산행'과 같으면서도 다른 '서울역'을 볼 필요가 있다.

'서울역'은 의문의 바이러스가 시작된 서울역을 배경으로 아수라장이 된 대재난 속에서 오직 생존을 위해 사투를 벌이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그리고 있다.

집을 나온 소녀 혜선(심은경)과 그의 남자친구 기웅(이준), 그리고 딸을 찾아 나선 아버지(류승룡)가 중심인물이다.

'서울역'은 좀비 바이러스가 감염자 한 명으로부터 시작돼 온 나라를 공황상태로 몰아넣는 과정을 그린다는 점에서 '부산행'과 유사성을 갖지만 좀 더 비관적이고 암울하다.

우선 서울역의 어두운 면을 그린다. 서울역 주변의 노숙자, 창녀, 미치광이, 폭력배, 주정꾼 등이 등장한다. 좀비 바이러스가 노숙자에게서 시작돼 주로 노숙자 중심으로 퍼진 점은 의미심장하다.

역무원이나 경찰관 등 공권력은 서울역의 이 같은 '주변인'들을 경시한다. 도움을 요청하는 노숙자의 말을 무시하거나 감염자 무리를 노숙자들이 폭동을 일으킨 것으로 간주해 사태가 확산하는 데 일조하기까지 한다.

연상호 감독은 10일 영화 시사회 후 진행된 기자간담회에서 "'서울역'을 만들 때, 서울역이라는 공간에서 익숙하게 보이는 자잘한 사건들, 심야 뉴스에나 나오는 자잘한 뉴스의 총합을 보여주고 싶었다"며 영화에서 서울역의 풍경을 이런 식으로 그린 이유를 설명했다.

'서울역'의 결말은 절망 그 자체다. 파국적 상황에서 일말의 희망을 기대할 수 있는 끝맺음을 보여 준 '부산행'과 사뭇 다르다.

특히 이제는 위험에서 벗어났다고 생각하는 순간 반전이 이뤄져 '서울역'의 결말은 더 충격적이다. '돼지의 왕'이나 '사이비' 등 연 감독의 전작을 본 관객들이라면 어느 정도 수긍할 수 있지만 그렇지 않은 관객은 놀랄 수 있다.

감독은 왜 이런 선택을 했을까.

그는 "제가 가진 여러 생각 중 극단적인 것을 보여주고 싶을 때 애니메이션이라는 도구를 사용한다"며 이런 결말이 평범하지 않음을 인정했다.

그러면서 "이 영화의 엔딩은 끝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영화를 보고 돌아가는 관객들이 이 영화의 비관적인 엔딩을 보고 무엇인가를 생각하고 살아간다면 영화의 이 엔딩이 무엇인가의 시작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정서와 표현방식 등에서 크게 차이를 보이지만 '서울역'은 '부산행'과 세계관을 공유한다.

그래서 연 감독은 "'서울역'이 개봉함으로써 '부산행'의 내적 의미가 달라지기 시작한 것 같다"며 "'부산행'이라는 영화가 본래의 짝이라고 할 수 있는 '서울역'이 개봉하면서 원래 영화가 가진 내적인 결들을 점점 찾아가는 느낌이 든다"고 말했다.

'부산행'을 온전히 이해하고 싶다면, 애써 외면하지 않고 사회의 이면을 볼 용기가 있다면 선택할 만한 영화다.

18일 개봉. 15세 이상 관람가. 9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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