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랜드파더’서 57년 연기내공 박근형 “버스면허까지 땄죠”

입력 2016.08.17 (14: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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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남전 참전용사인 기광(박근형)은 오래전 가족과 등진 채 홀로 공장에서 출퇴근 버스를 운전하며 근근이 살아간다.

그러던 어느 날, 연락이 끊겼던 아들의 자살 소식을 듣는다. 아들의 죽음이 석연치 않음을 알게 되지만, 경찰은 그의 말을 귀 기울이지 않는다. 결국, 그는 홀로 남겨진 손녀를 위해 목숨을 건 응징에 나선다.

영화 '그랜드파더'는 한국 영화에서 좀처럼 만나기 어려운 70대 노인을 단독 주연으로 내세운 작품이다.

언뜻 줄거리와 외형만 보면 할리우드 영화 '테이큰' 시리즈와 닮았다. '테이큰' 시리즈에서 주인공 리암 니슨은 납치당한 딸을 구하기 위해 목숨을 건 싸움을 감행한다. 그러나 '테이큰'이 리암 니슨의 화려한 액션을 동력으로 삼고 있다면, '그랜드파더'는 홀로 남겨진 손녀와 할아버지의 정서적 교감, 주인공의 심리 변화 등에 상당한 시간을 할애한다.

기광은 자신이 모는 폐차 직전의 버스처럼, 베트남전 트라우마와 고엽제 후유증에 시달리는 한물간 노인이다. 그러나 아들과 손녀라는 혈육 앞에서는 마지막 순간까지 총을 손에 놓지 않은 노병으로 돌아온다.

이 작품은 '박근형을 위한 영화'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박근형은 아들을 잃은 슬픔과 손녀에 대한 연민 등 기광의 복잡한 심리를 섬세하게 보여준다. 스크린에 종종 클로즈업돼 비치는 그의 얼굴, 특히 꽉 다문 입술과 흔들림 없는 눈동자, 이마의 주름 하나하나에서 57년간 쌓아온 그의 연기 내공이 느껴진다.

박근형은 17일 시사회 직후 간담회에서 "한국에서 한 번도 제대로 시도되지 않은 영화인 데다, 노년의 이야기이기 때문에 더더욱 열심히 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경쟁 사회 속에서 함께 어우러져 살다 보면 누군가에게 의도치 않은 폐를 끼치게 되고, 그 결과가 끔찍한 재앙으로 닥치는 경우가 있다"면서 "이 영화는 결국 그런 소통의 문제를 다뤘다"고 설명했다.

올해 77세인 박근형은 액션신을 대역 없이 소화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영화 속 버스운전사라는 캐릭터를 소화하기 위해 버스운전면허를 별도 취득했고, 몸집을 불리기 위해 트레이닝도 받았다. 영화 촬영이 30도가 넘는 한여름 불볕더위에서 진행되면서 두 번이나 응급실 신세를 지기도 했다.

그런 노력 덕분에 리암 니슨처럼 맨몸으로 악당을 제압하는 '무지막지한' 액션신은 아니지만, 장도리와 엽총 액션신은 그의 서구적 마스크와 어우러져 강렬한 인상을 남긴다. 영화 포스터에 '대배우 박근형의 액션 느와르'라는 표제가 붙은 것도 이 때문이다. 이 작품을 연출한 이서 감독은 "이 영화의 원작인 '인간사냥'을 보자마자 박근형을 떠올렸다"고 말했다.

'그랜드파더'는 배우 박근형에게는 맞춤옷을 입은 듯한 영화지만, 관객들이 편안하게 몰두할 수 있는 영화만은 아니다. 미성년 성매매, 청소년 범죄 등 우리가 직접 마주하기 불편한 우리 사회의 민낯이 담겨있기 때문이다.

영화는 기광이 처한 상황 등에 초점을 맞추며 기광의 복수에 정당성을 부여한다. 그러나 복수의 결과는 너무 참혹하다. 이 때문에 개인의 사적 복수, 그것도 받은 대로 되갚아주는 잔인한 복수가 과연 옳은 것인지 의문을 갖게 된다. 8월 31일 개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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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그랜드파더’서 57년 연기내공 박근형 “버스면허까지 땄죠”
    • 입력 2016-08-17 14:45:25
    연합뉴스
월남전 참전용사인 기광(박근형)은 오래전 가족과 등진 채 홀로 공장에서 출퇴근 버스를 운전하며 근근이 살아간다.

그러던 어느 날, 연락이 끊겼던 아들의 자살 소식을 듣는다. 아들의 죽음이 석연치 않음을 알게 되지만, 경찰은 그의 말을 귀 기울이지 않는다. 결국, 그는 홀로 남겨진 손녀를 위해 목숨을 건 응징에 나선다.

영화 '그랜드파더'는 한국 영화에서 좀처럼 만나기 어려운 70대 노인을 단독 주연으로 내세운 작품이다.

언뜻 줄거리와 외형만 보면 할리우드 영화 '테이큰' 시리즈와 닮았다. '테이큰' 시리즈에서 주인공 리암 니슨은 납치당한 딸을 구하기 위해 목숨을 건 싸움을 감행한다. 그러나 '테이큰'이 리암 니슨의 화려한 액션을 동력으로 삼고 있다면, '그랜드파더'는 홀로 남겨진 손녀와 할아버지의 정서적 교감, 주인공의 심리 변화 등에 상당한 시간을 할애한다.

기광은 자신이 모는 폐차 직전의 버스처럼, 베트남전 트라우마와 고엽제 후유증에 시달리는 한물간 노인이다. 그러나 아들과 손녀라는 혈육 앞에서는 마지막 순간까지 총을 손에 놓지 않은 노병으로 돌아온다.

이 작품은 '박근형을 위한 영화'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박근형은 아들을 잃은 슬픔과 손녀에 대한 연민 등 기광의 복잡한 심리를 섬세하게 보여준다. 스크린에 종종 클로즈업돼 비치는 그의 얼굴, 특히 꽉 다문 입술과 흔들림 없는 눈동자, 이마의 주름 하나하나에서 57년간 쌓아온 그의 연기 내공이 느껴진다.

박근형은 17일 시사회 직후 간담회에서 "한국에서 한 번도 제대로 시도되지 않은 영화인 데다, 노년의 이야기이기 때문에 더더욱 열심히 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경쟁 사회 속에서 함께 어우러져 살다 보면 누군가에게 의도치 않은 폐를 끼치게 되고, 그 결과가 끔찍한 재앙으로 닥치는 경우가 있다"면서 "이 영화는 결국 그런 소통의 문제를 다뤘다"고 설명했다.

올해 77세인 박근형은 액션신을 대역 없이 소화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영화 속 버스운전사라는 캐릭터를 소화하기 위해 버스운전면허를 별도 취득했고, 몸집을 불리기 위해 트레이닝도 받았다. 영화 촬영이 30도가 넘는 한여름 불볕더위에서 진행되면서 두 번이나 응급실 신세를 지기도 했다.

그런 노력 덕분에 리암 니슨처럼 맨몸으로 악당을 제압하는 '무지막지한' 액션신은 아니지만, 장도리와 엽총 액션신은 그의 서구적 마스크와 어우러져 강렬한 인상을 남긴다. 영화 포스터에 '대배우 박근형의 액션 느와르'라는 표제가 붙은 것도 이 때문이다. 이 작품을 연출한 이서 감독은 "이 영화의 원작인 '인간사냥'을 보자마자 박근형을 떠올렸다"고 말했다.

'그랜드파더'는 배우 박근형에게는 맞춤옷을 입은 듯한 영화지만, 관객들이 편안하게 몰두할 수 있는 영화만은 아니다. 미성년 성매매, 청소년 범죄 등 우리가 직접 마주하기 불편한 우리 사회의 민낯이 담겨있기 때문이다.

영화는 기광이 처한 상황 등에 초점을 맞추며 기광의 복수에 정당성을 부여한다. 그러나 복수의 결과는 너무 참혹하다. 이 때문에 개인의 사적 복수, 그것도 받은 대로 되갚아주는 잔인한 복수가 과연 옳은 것인지 의문을 갖게 된다. 8월 31일 개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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