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명’ 北 태영호, 55세 베테랑 외교관…‘금수저’ 서유럽통

입력 2016.08.17 (17:48) 수정 2016.08.18 (1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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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국 망명을 신청한 것으로 전해진 영국 주재 북한대사관 태영호(55) 공사는 서유럽 사정에 정통한 베테랑 외교관으로 평가받는다.

태 공사는 2001년 6월 벨기에 브뤼셀에서 열린 북한과 유럽연합(EU)의 인권대화 때 대표단 단장으로 나서면서 외교무대에 이름을 알렸다. 당시 마흔 살이던 그의 북한 내 직책은 서구라파국(외무성 8국)에서 EU를 담당하는 과장 겸 구주국장 대리였다.

탈북 외교관들의 말을 종합하면 태 공사는 성분이 탁월한 가문에서 태어난 덕분에 고등중학교 재학 중 중국으로 건너가 영어와 중국어를 배웠다. 당시 그와 학업에 함께한 이들이 오진우(1995년 2월 사망) 전 인민무력부장, 허담(1991년 5월 사망) 전 노동당 대남담당 비서 등 고위간부들의 자녀들이었다.

태 공사는 중국에서 돌아온 뒤 5년제 평양 국제관계대학을 졸업하고 외무성 8국에 배치됐다. 곧바로 김정일 총비서의 전담통역 후보인 덴마크어 1호 양성통역으로 선발돼 덴마크 유학길에 올랐다.

영국 정부가 작성한 8월 현재 런던 주재 각국 외교관 명부를 보면 그는 직급이 공사(minister)이다. 북한 대사관 내에서는 현학봉 대사에 이은 2인자로서 차석에 해당한다. 영국 BBC방송도 태 공사는 'deputy to the ambassador'라고 소개했다.

외교관으로서 승승장구한 그의 출신 성분은 2015년 북한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의 친형인 김정철이 기타리스트 에릭 클랩턴의 런던 공연장을 찾았을 때 동행한 장면을 통해 단적으로 확인되기도 했다.

BBC방송, 일간지 가디언, 로이터 통신 등 현지 언론은 태 공사가 영국에서 북한의 좋은 이미지를 서방에 홍보하는 업무를 맡고 있었다고 보도했다. 직무 수행을 위해 런던에서 열리는 극좌단체 행사에 정기적으로 참석해 자주 연설을 했다.

태 공사의 연설은 일부 다른 북한 관리들에게서 자주 볼 수 있는 과장된 수사가 없이 차분하다는 평가를 받았던 것으로 전해진다. 로이터 통신은 태 공사가 때로 북한 혁명군가를 모국어로 부르는 애국심을 과시하기도 했다고 보도했다.

BBC와 가디언의 보도를 종합하면 태 공사의 일상은 평범한 영국 중산층과 비슷했던 것으로 보인다. 한때 골프에 열광하다가 아내의 불평에 골프 대신 테니스를 즐겼으며, 아이들을 영국의 대학 또는 공립학교에 보냈고, 당뇨병 초기 증세로 탄수화물을 자제하고 있었다.

큰 아들은 영국의 한 대학에서 공중보건경제학 학위를 받았고, 덴마크에서 태어난 작은 아들은 막 고교를 졸업한 19세로 임피리얼 칼리지 진학을 앞두고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태 공사는 올여름 영국 주재 외교관 임기가 만료돼 평양으로 돌아갈 예정이었다는 BBC 특파원의 말을 감안하면, 귀국이 임박한 시점에 망명 신청을 해야 할 특별한 사유가 발생했음을 짐작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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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6-08-17 17:48:27
    • 수정2016-08-18 11:12:28
    국제
제3국 망명을 신청한 것으로 전해진 영국 주재 북한대사관 태영호(55) 공사는 서유럽 사정에 정통한 베테랑 외교관으로 평가받는다.

태 공사는 2001년 6월 벨기에 브뤼셀에서 열린 북한과 유럽연합(EU)의 인권대화 때 대표단 단장으로 나서면서 외교무대에 이름을 알렸다. 당시 마흔 살이던 그의 북한 내 직책은 서구라파국(외무성 8국)에서 EU를 담당하는 과장 겸 구주국장 대리였다.

탈북 외교관들의 말을 종합하면 태 공사는 성분이 탁월한 가문에서 태어난 덕분에 고등중학교 재학 중 중국으로 건너가 영어와 중국어를 배웠다. 당시 그와 학업에 함께한 이들이 오진우(1995년 2월 사망) 전 인민무력부장, 허담(1991년 5월 사망) 전 노동당 대남담당 비서 등 고위간부들의 자녀들이었다.

태 공사는 중국에서 돌아온 뒤 5년제 평양 국제관계대학을 졸업하고 외무성 8국에 배치됐다. 곧바로 김정일 총비서의 전담통역 후보인 덴마크어 1호 양성통역으로 선발돼 덴마크 유학길에 올랐다.

영국 정부가 작성한 8월 현재 런던 주재 각국 외교관 명부를 보면 그는 직급이 공사(minister)이다. 북한 대사관 내에서는 현학봉 대사에 이은 2인자로서 차석에 해당한다. 영국 BBC방송도 태 공사는 'deputy to the ambassador'라고 소개했다.

외교관으로서 승승장구한 그의 출신 성분은 2015년 북한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의 친형인 김정철이 기타리스트 에릭 클랩턴의 런던 공연장을 찾았을 때 동행한 장면을 통해 단적으로 확인되기도 했다.

BBC방송, 일간지 가디언, 로이터 통신 등 현지 언론은 태 공사가 영국에서 북한의 좋은 이미지를 서방에 홍보하는 업무를 맡고 있었다고 보도했다. 직무 수행을 위해 런던에서 열리는 극좌단체 행사에 정기적으로 참석해 자주 연설을 했다.

태 공사의 연설은 일부 다른 북한 관리들에게서 자주 볼 수 있는 과장된 수사가 없이 차분하다는 평가를 받았던 것으로 전해진다. 로이터 통신은 태 공사가 때로 북한 혁명군가를 모국어로 부르는 애국심을 과시하기도 했다고 보도했다.

BBC와 가디언의 보도를 종합하면 태 공사의 일상은 평범한 영국 중산층과 비슷했던 것으로 보인다. 한때 골프에 열광하다가 아내의 불평에 골프 대신 테니스를 즐겼으며, 아이들을 영국의 대학 또는 공립학교에 보냈고, 당뇨병 초기 증세로 탄수화물을 자제하고 있었다.

큰 아들은 영국의 한 대학에서 공중보건경제학 학위를 받았고, 덴마크에서 태어난 작은 아들은 막 고교를 졸업한 19세로 임피리얼 칼리지 진학을 앞두고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태 공사는 올여름 영국 주재 외교관 임기가 만료돼 평양으로 돌아갈 예정이었다는 BBC 특파원의 말을 감안하면, 귀국이 임박한 시점에 망명 신청을 해야 할 특별한 사유가 발생했음을 짐작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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