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폭국 日의 딜레마…“미국의 핵 선제사용 포기는 곤란”

입력 2016.08.21 (17: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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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그대로 일본의 딜레마. 일본의 모순이다.

최근 미국 오바마 대통령이 '핵 선제 불사용' 선언을 검토하고 있다고 전해지고 있는 가운데, 이에 대한 일본의 속내가 복잡하다.

워싱턴 포스트는 지난 15일 일본 아베 총리가 북한에 대한 핵 억지력을 약화시킬 수 있다며, 핵 선제불사용 정책에 대한 우려를 해리스 미 태평양 사령관에게 전달했다고 보도했다.

그러자 당장 2차 세계대전 당시 핵폭탄이 투하돼 큰 인명피해를 냈던 히로시마와 나가사키 등에서 반발 기류가 일었다.


오코시 히로시마현 원폭피해자단체 협의회 사무국장은 "핵 선제 불사용은 핵 폐기를 요구하는 피폭자나 핵 비보유국의 생각에 따른 정책"이라며 "아베 총리는 보유국 이상으로 핵에 의존하고 있다. 괘씸하다"며 비판했다. 또 지난 9일 열린 나가사키 평화기원식에서 피폭자 대표로 아베 총리와 만났던 이하라 씨는 "일본 정부는 입으로는 핵무기 폐기를 호소하면서 실제 행동은 반대로 하고 있다"며 "국제사회로부터 신뢰를 잃는 것이 아니냐"고 말했다.

그래서일까? 아베 총리는 20일 기자들과 만나, "해리스 사령관과 핵 선제 불사용에 대한 의견 교환은 전혀 없었다"며 "미국은 아무 결정도 하지 않은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여기에 "긴밀한 의사 소통을 해 나가겠다"고 덧붙였다.

이러한 일련의 과정에 대해 일본 아사히 신문은 "핵을 둘러싼 일본의 이율배반적 입장이 다시 한번 쟁점이 되고 있다"며 분석 기사를 내놓았다.

신문에 따르면 아베 총리는 지난 6일 히로시마시에서 열린 평화기념식에서 "핵이 없는 세상을 향한 노력을 경주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유일한 전쟁 피폭국으로, 비핵 3원칙을 견지하고 핵확산금지조약(NPT)체제를 유지함이 중요하다는 것을 강조한 것이다.

하지만 속내는 다르다. 일본은 핵개발에 나선 북한, 동중국해 진출을 강화하고 있는 중국의 핵 위협에 대해서는 미일 안보조약에 의한 미국의 '핵우산'에 의존하고 있는 실정. 자민당이 지난 15일 패전일에 낸 담화에서도 "일본을 둘러싼 안전보장환경이 더욱 엄중해지고 있다"고 밝혀, 더욱 강한 핵 억지력이 필요함을 내비치기도 했다.

피폭국으로서 핵에는 반대하지만, 미국의 핵 우산은 여전히 강하게 요구하고 있는 일본의 딜레마가 발생하는 지점이다.

일본 외무성의 한 간부는 이에 대해 "핵 폐기는 장기 목표로 둘 수 있다"며 "미국이 핵 선제사용을 부정하지 않는 것이 주변 각국의 일본에 대한 도발을 일정 정도 억제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며 현실론을 내세웠다.

결국 이에 따라 일본이 취할 수 있는 길은 핵보유국의 단계적인 핵군축을 추구하는 '현실적인 접근'을 채택하는 것이라고 신문은 분석했다. 그 방편으로 포괄적핵실험금지조약(CTBT)의 조기 발효를 우선 목표로 하고 있는 것도, 미국에 의한 핵 억지력을 유지하면서 전 세계적인 핵군축을 이행하고자 하는 전략으로 이해할 수 있다는 것이다.

우리의 안보 문제와도 직결되는 만큼, 일본의 딜레마에서 우리가 취해야할 부분은 무엇일지 생각해 볼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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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피폭국 日의 딜레마…“미국의 핵 선제사용 포기는 곤란”
    • 입력 2016-08-21 17:59:50
    취재K
글자 그대로 일본의 딜레마. 일본의 모순이다.

최근 미국 오바마 대통령이 '핵 선제 불사용' 선언을 검토하고 있다고 전해지고 있는 가운데, 이에 대한 일본의 속내가 복잡하다.

워싱턴 포스트는 지난 15일 일본 아베 총리가 북한에 대한 핵 억지력을 약화시킬 수 있다며, 핵 선제불사용 정책에 대한 우려를 해리스 미 태평양 사령관에게 전달했다고 보도했다.

그러자 당장 2차 세계대전 당시 핵폭탄이 투하돼 큰 인명피해를 냈던 히로시마와 나가사키 등에서 반발 기류가 일었다.


오코시 히로시마현 원폭피해자단체 협의회 사무국장은 "핵 선제 불사용은 핵 폐기를 요구하는 피폭자나 핵 비보유국의 생각에 따른 정책"이라며 "아베 총리는 보유국 이상으로 핵에 의존하고 있다. 괘씸하다"며 비판했다. 또 지난 9일 열린 나가사키 평화기원식에서 피폭자 대표로 아베 총리와 만났던 이하라 씨는 "일본 정부는 입으로는 핵무기 폐기를 호소하면서 실제 행동은 반대로 하고 있다"며 "국제사회로부터 신뢰를 잃는 것이 아니냐"고 말했다.

그래서일까? 아베 총리는 20일 기자들과 만나, "해리스 사령관과 핵 선제 불사용에 대한 의견 교환은 전혀 없었다"며 "미국은 아무 결정도 하지 않은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여기에 "긴밀한 의사 소통을 해 나가겠다"고 덧붙였다.

이러한 일련의 과정에 대해 일본 아사히 신문은 "핵을 둘러싼 일본의 이율배반적 입장이 다시 한번 쟁점이 되고 있다"며 분석 기사를 내놓았다.

신문에 따르면 아베 총리는 지난 6일 히로시마시에서 열린 평화기념식에서 "핵이 없는 세상을 향한 노력을 경주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유일한 전쟁 피폭국으로, 비핵 3원칙을 견지하고 핵확산금지조약(NPT)체제를 유지함이 중요하다는 것을 강조한 것이다.

하지만 속내는 다르다. 일본은 핵개발에 나선 북한, 동중국해 진출을 강화하고 있는 중국의 핵 위협에 대해서는 미일 안보조약에 의한 미국의 '핵우산'에 의존하고 있는 실정. 자민당이 지난 15일 패전일에 낸 담화에서도 "일본을 둘러싼 안전보장환경이 더욱 엄중해지고 있다"고 밝혀, 더욱 강한 핵 억지력이 필요함을 내비치기도 했다.

피폭국으로서 핵에는 반대하지만, 미국의 핵 우산은 여전히 강하게 요구하고 있는 일본의 딜레마가 발생하는 지점이다.

일본 외무성의 한 간부는 이에 대해 "핵 폐기는 장기 목표로 둘 수 있다"며 "미국이 핵 선제사용을 부정하지 않는 것이 주변 각국의 일본에 대한 도발을 일정 정도 억제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며 현실론을 내세웠다.

결국 이에 따라 일본이 취할 수 있는 길은 핵보유국의 단계적인 핵군축을 추구하는 '현실적인 접근'을 채택하는 것이라고 신문은 분석했다. 그 방편으로 포괄적핵실험금지조약(CTBT)의 조기 발효를 우선 목표로 하고 있는 것도, 미국에 의한 핵 억지력을 유지하면서 전 세계적인 핵군축을 이행하고자 하는 전략으로 이해할 수 있다는 것이다.

우리의 안보 문제와도 직결되는 만큼, 일본의 딜레마에서 우리가 취해야할 부분은 무엇일지 생각해 볼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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