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인물고기, 전갈, 산미치광이…외래생물 누가 버리나

입력 2016.09.03 (11:02) 수정 2016.09.03 (1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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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완용으로 사육되다 버려지는 외래 동물들이 많다. 왼쪽부터 식인물고기로 알려진 피라니아, 독성이 있는 타란툴라, 전갈류인 데스스토커. 애완용으로 사육되다 버려지는 외래 동물들이 많다. 왼쪽부터 식인물고기로 알려진 피라니아, 독성이 있는 타란툴라, 전갈류인 데스스토커.


"집에서 기르던 타란툴라가 없어졌어요"

최근 한 인터넷 포털 사이트 게시판에 올라온 글이다. 타란툴라는 지구상에서 가장 큰 거미다. 주로 곤충을 먹지만 새나 쥐까지 잡아 먹는 잡식성이다. 강력한 독성으로 인간의 생명을 위협하기도 하다.

포털 사이트에서 타란툴라를 쳐보면 20만원에 성체를 판다는 광고가 올라와 있다. 사육 방법에는 '성격이 매우 사납고 공격적이어서 주의를 요한다'고 돼 있다. 데스스토커(전갈)를 판다는 글들도 보인다.

최근 서울 남산에는 호저(豪猪)라고 불리는 산미치광이(포큐파인)를 봤다는 목격담이 이어지고 있다.

지난달 31일 오후 8시30분께 서울 남산공원을 산책하던 직장인 A씨는 소스라치게 놀랐다. 남산 중턱 수복천 약수터 앞에서 생전 처음 보는 동물을 발견했기 때문이다. 크기는 성인 남성 손에서 팔꿈치 정도까지 인데, 온몸에는 가시가 돋쳐 있었다고 한다.

A씨는 “고슴도치보다 확실히 크기가 컸다”며 “위험한 동물일 수 있어 많이 놀랐다”고 말했다. 그는 “인터넷 등을 통해 검색해본 결과 산미치광이(호저)로 추정된다”고 덧붙였다.

남산에서 목격된 산미치광이로 추정되는 동물 사진을 시민이 찍었다. 왼쪽 아래는 실제 산미치광이 사진. 남산에서 목격된 산미치광이로 추정되는 동물 사진을 시민이 찍었다. 왼쪽 아래는 실제 산미치광이 사진.

그가 휴대전화로 찍은 사진에는 빛나는 눈과 긴 가시가 비교적 선명하게 담겼다. 산미치광이는 아시아, 아프리카, 남미 등지에 서식하는 포유류로 긴 가시 털이 특징인 동물이다.

남산공원을 관리하는 서울시 중부공원녹지사업소에 따르면 남산에서 산미치광이를 봤다는 목격담이 이번이 처음이 아니라고 한다. 지난달 중순께 한 방문객이 남산 중턱에서 “고슴도치와 비슷한 동물을 봤는데, 고슴도치는 아니었다”고 신고해 왔다고 한다.

진짜 산미치광이가 맞다면 우리나라에 자연 서식하지 않는 산미치광이가 어떻게 남산에서 살게된 걸까.

인근 동물원을 의심해 볼 수 있다.

하지만 남산공원 N타워 4층 동물원에서 사육하는 산미치광이 1마리는 우리 안에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결국 산미치광이는 누군가 애완용으로 키우다 버렸을 가능성이 크다는 얘기다.

에버랜드 산미치광이 사육사는 "포큐파인(산미치광이)이 사람을 공격하는 일은 드물지만, 예민해진 상태일 수도 있어 접근하지 않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애완동물을 키우다 유기해 자연 생태계에 악영향을 주는 사례가 잦다.

지난해 7월 강원도 횡성의 한 저수지에서는 남아메리카에 서식하는 육식 물고기 피라니아와 레드파쿠 총 4마리가 발견됐다. 영화를 통해 국내에도 잘 알려진 '육식어종' 피라니아는 이빨이 사람 이를 닮아 '인치어'로도 불린다.

지난해 7월 강원도 횡성에서 발견된 피라니아.지난해 7월 강원도 횡성에서 발견된 피라니아.

당국이 나서 저수지 물을 모두 빼며 추가로 육식 물고기가 있는지 조사를 벌일 정도로 충격을 준 사건이었다.

조사를 벌인 국립생태원은 결국 추가로 육식 물고기를 찾아내지는 못했다.

지난해 7월 강원도 횡성의 마옥저수지에서 발견된 남미산 육식어종인 피라니아와 레드파쿠를 찾기 위해 국립생태원 직원들이 투망을 던지며 포획작업을 벌이고 있다.지난해 7월 강원도 횡성의 마옥저수지에서 발견된 남미산 육식어종인 피라니아와 레드파쿠를 찾기 위해 국립생태원 직원들이 투망을 던지며 포획작업을 벌이고 있다.

전문가들은 우리나라 외래생물종 반입 규정이 허술하다고 지적한다.

지난해 피라니아와 레드파쿠가 저수지에서 발견될 때까지 이 두 종류의 물고기는 환경부가 규정한 생태계 교란생물에 포함돼 있지 않았다. 환경부 장관 승인을 받지 않아도 수입이 가능했다는 의미다.

환경부는 뒤늦게 지난해 12월에서야 '위해우려종'으로 지정했다. 이러는 사이 지난 5년간 4,681마리의 피라니아(1,795마리)와 레드파쿠(2,866마리)가 수입됐다. (환경부 자료)

지난해 충북 청주에서 목격된 아프리카 발톱 개구리도 지난해 12월에서야 위해 우려종으로 지정됐다. 우려종으로 지정되면 수입 또는 반입시 환경부 장관의 승인을 받아야 한다.

대형마트에서 3000~4000원에 팔리는 아프리카 발톱개구리대형마트에서 3000~4000원에 팔리는 아프리카 발톱개구리

■무단 유기는 처벌 근거 없어

더 큰 문제는 위해우려종으로 지정돼도 방사나 이식을 막을 근거는 없다는 것이다. 방사가 금지되는 동물은 큰입배스 등 20종의 생태계교란 생물에 한정된다.

정부가 뒤늦게 대책 마련에 나섰다. 환경부는 지난달 29일 외래 생물에 대한 관리를 강화하는 내용의 생물다양성 보전 및 이용에 관한 법률 개정안을 입법예고했다.

여기에는 기존의 생태계 교란 생물보다 더 범위가 넓게 생태계유출 금지 생물을 정해 방출행위를 금지하겠다는 내용이 담겨 있다.

박천규 환경부 자연보전국장은 "애완동물이라도 외래종일 경우 함부로 방생하지 않는 공감대가 빨리 형성됐으면 한다"며 "빠른 시일내에 법 개정이 이뤄지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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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6-09-03 11:02:53
    • 수정2016-09-03 11:03:25
    취재K
애완용으로 사육되다 버려지는 외래 동물들이 많다. 왼쪽부터 식인물고기로 알려진 피라니아, 독성이 있는 타란툴라, 전갈류인 데스스토커. "집에서 기르던 타란툴라가 없어졌어요" 최근 한 인터넷 포털 사이트 게시판에 올라온 글이다. 타란툴라는 지구상에서 가장 큰 거미다. 주로 곤충을 먹지만 새나 쥐까지 잡아 먹는 잡식성이다. 강력한 독성으로 인간의 생명을 위협하기도 하다. 포털 사이트에서 타란툴라를 쳐보면 20만원에 성체를 판다는 광고가 올라와 있다. 사육 방법에는 '성격이 매우 사납고 공격적이어서 주의를 요한다'고 돼 있다. 데스스토커(전갈)를 판다는 글들도 보인다. 최근 서울 남산에는 호저(豪猪)라고 불리는 산미치광이(포큐파인)를 봤다는 목격담이 이어지고 있다. 지난달 31일 오후 8시30분께 서울 남산공원을 산책하던 직장인 A씨는 소스라치게 놀랐다. 남산 중턱 수복천 약수터 앞에서 생전 처음 보는 동물을 발견했기 때문이다. 크기는 성인 남성 손에서 팔꿈치 정도까지 인데, 온몸에는 가시가 돋쳐 있었다고 한다. A씨는 “고슴도치보다 확실히 크기가 컸다”며 “위험한 동물일 수 있어 많이 놀랐다”고 말했다. 그는 “인터넷 등을 통해 검색해본 결과 산미치광이(호저)로 추정된다”고 덧붙였다. 남산에서 목격된 산미치광이로 추정되는 동물 사진을 시민이 찍었다. 왼쪽 아래는 실제 산미치광이 사진. 그가 휴대전화로 찍은 사진에는 빛나는 눈과 긴 가시가 비교적 선명하게 담겼다. 산미치광이는 아시아, 아프리카, 남미 등지에 서식하는 포유류로 긴 가시 털이 특징인 동물이다. 남산공원을 관리하는 서울시 중부공원녹지사업소에 따르면 남산에서 산미치광이를 봤다는 목격담이 이번이 처음이 아니라고 한다. 지난달 중순께 한 방문객이 남산 중턱에서 “고슴도치와 비슷한 동물을 봤는데, 고슴도치는 아니었다”고 신고해 왔다고 한다. 진짜 산미치광이가 맞다면 우리나라에 자연 서식하지 않는 산미치광이가 어떻게 남산에서 살게된 걸까. 인근 동물원을 의심해 볼 수 있다. 하지만 남산공원 N타워 4층 동물원에서 사육하는 산미치광이 1마리는 우리 안에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결국 산미치광이는 누군가 애완용으로 키우다 버렸을 가능성이 크다는 얘기다. 에버랜드 산미치광이 사육사는 "포큐파인(산미치광이)이 사람을 공격하는 일은 드물지만, 예민해진 상태일 수도 있어 접근하지 않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애완동물을 키우다 유기해 자연 생태계에 악영향을 주는 사례가 잦다. 지난해 7월 강원도 횡성의 한 저수지에서는 남아메리카에 서식하는 육식 물고기 피라니아와 레드파쿠 총 4마리가 발견됐다. 영화를 통해 국내에도 잘 알려진 '육식어종' 피라니아는 이빨이 사람 이를 닮아 '인치어'로도 불린다. 지난해 7월 강원도 횡성에서 발견된 피라니아. 당국이 나서 저수지 물을 모두 빼며 추가로 육식 물고기가 있는지 조사를 벌일 정도로 충격을 준 사건이었다. 조사를 벌인 국립생태원은 결국 추가로 육식 물고기를 찾아내지는 못했다. 지난해 7월 강원도 횡성의 마옥저수지에서 발견된 남미산 육식어종인 피라니아와 레드파쿠를 찾기 위해 국립생태원 직원들이 투망을 던지며 포획작업을 벌이고 있다. 전문가들은 우리나라 외래생물종 반입 규정이 허술하다고 지적한다. 지난해 피라니아와 레드파쿠가 저수지에서 발견될 때까지 이 두 종류의 물고기는 환경부가 규정한 생태계 교란생물에 포함돼 있지 않았다. 환경부 장관 승인을 받지 않아도 수입이 가능했다는 의미다. 환경부는 뒤늦게 지난해 12월에서야 '위해우려종'으로 지정했다. 이러는 사이 지난 5년간 4,681마리의 피라니아(1,795마리)와 레드파쿠(2,866마리)가 수입됐다. (환경부 자료) 지난해 충북 청주에서 목격된 아프리카 발톱 개구리도 지난해 12월에서야 위해 우려종으로 지정됐다. 우려종으로 지정되면 수입 또는 반입시 환경부 장관의 승인을 받아야 한다. 대형마트에서 3000~4000원에 팔리는 아프리카 발톱개구리 ■무단 유기는 처벌 근거 없어 더 큰 문제는 위해우려종으로 지정돼도 방사나 이식을 막을 근거는 없다는 것이다. 방사가 금지되는 동물은 큰입배스 등 20종의 생태계교란 생물에 한정된다. 정부가 뒤늦게 대책 마련에 나섰다. 환경부는 지난달 29일 외래 생물에 대한 관리를 강화하는 내용의 생물다양성 보전 및 이용에 관한 법률 개정안을 입법예고했다. 여기에는 기존의 생태계 교란 생물보다 더 범위가 넓게 생태계유출 금지 생물을 정해 방출행위를 금지하겠다는 내용이 담겨 있다. 박천규 환경부 자연보전국장은 "애완동물이라도 외래종일 경우 함부로 방생하지 않는 공감대가 빨리 형성됐으면 한다"며 "빠른 시일내에 법 개정이 이뤄지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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