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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후] 중국 톈진항에서 살아남기
입력 2016.09.06 (11:42) 취재후
지난 주말인 3일 중국 톈진항에 한진해운 소속 선박이 압류돼 있다는 소식을 들었습니다. 자세한 상황을 파악하기 위해 한진해운 톈진지사에 전화를 걸었습니다. 그런데 한진해운 톈진지사는 제 전화를 응대할 상황이 아니었습니다. 중국 채권자들의 독촉에 업무가 마비됐고, 직원 일부는 일시 감금되기도 했다는 말도 들렸습니다.

처음에는 회사가 법정관리에 들어갔는데 왜 배가 압류되고 직원이 감금되지? 법정관리라면 청산으로 갈 수도 있지만 회생절차를 밟아 더 좋아질 수도 있을 텐데 라고 생각했었던 저로서는 좀 당황스러웠습니다. ‘이게 아니구나’는 생각으로 톈진항 주변 물류회사를 통해 상황을 알게 됐습니다.

한진해운 소속 배 이름은 한진터키호. 지난달 들어와 이미 컨테이너 하역을 마치고 8월 29일 출항 예정이었는데 한진해운 법정관리 소식에 중국 항만 당국이 부두사용료 1,200만 위안 우리 돈 21억 원을 내야 출항 허가를 내 준다고 출항을 막아 6일째 항구에 묶여 있다는 겁니다.

먼저 톈진항 항만국에 취재 요청을 하고 톈진항에 가 보기로 했습니다. 베이징에서 2시간 걸려 도착한 톈진항. 혹시나 하는 마음에 톈진항 항만국에 한 취재 신청은 역시 보안상의 이유로 거부됐습니다.


그러나 중국에는 항상 우회로가 있는 법. 한진터키호가 억류돼 있는 톈진항 오우야 부두 출입문을 직접 찾았습니다. 현장에서 부딪치는 것. 출입문에서 한국의 기업인데 컨테이너에 실린 상품을 보겠다고 사정을 했습니다.

그런데 너무나도 강경한 반응. “한진해운 측과 함께 와서 밀린 하역료를 내야 부두 출입이 가능하고 출항 허가도 해 줄 수 있다”며 오히려 한진해운 측이 이곳으로 오도록 설득하라는 것입니다. 한진해운 측은 가면 붙잡힐지도 모르는데 우리가 어떻게 그곳에 갈 수 있느냐며 미안하다는 답변뿐이었습니다. 결국 실랑이 하는 모습과 항구 부근만 조심스레 취재하고 톈진 시내로 돌아올 수밖에 없었습니다.

시내에서 이곳 물류업체로부터 자세한 상황을 듣게 됐습니다. 해상물류의 특성상 선박운송은 계약 단계뿐 아니라 항구에 도착하고 하역하고 선적하고 출항하는 단계마다 채권 채무가 실시간 발생합니다. 그래서 서로 신뢰에 의한 외상이 가능하고 기간별로 정산을 하곤 합니다.

그런데 한진해운의 법정관리로 지급보증이 되지 않자, 한진해운은 채무 독촉만 받고 화물을 운반할 때 받는 운송료 등 받을 돈은 한 푼도 못 받고 있는 실정이었습니다. 톈진 쪽에서는 오히려 한진해운이 받을 돈이 더 많을 것이라고 설명합니다. 그런데도 중국 회사들의 채권 독촉에 한진해운 직원들은 마치 죄인처럼 어찌할 바를 모르고 있습니다.


그나마 사정을 아는 한국 회사들은 위로도 해 주고 직접적인 독촉은 하지 못하지만, 중국 회사들은 배 억류는 물론 컨테이너도 담보로 확보하면서 직원들을 압박하고 있었습니다.
특히 법적으로는 배나 컨테이너를 압류할 아무런 근거가 없지만 중국에서는 채권 확보라는 명목에 불법적인 압류가 진행되고 있습니다. 한국 정부가 보증한다는 설득에는 콧방귀도 뀌지 않습니다. 한국 정부의 말은 이곳 중국에서는 통하지 않습니다.

정부는 TF를 만들어 대책을 세웠지만, 가장 중요한 ‘자금 지원’은 빠져 있습니다. 산업은행을 비롯한 채권단은 한진그룹 조양호 회장의 자구 노력이 우선이라는 것입니다. 조양호 회장은 무엇을 하고 계신지요. 또 채권단 내에서는 우리나라에 국적 해운사가 2개 있을 필요가 있느냐는 얘기도 나옵니다. 그리고 해운업 구조조정을 얘기합니다.

다 좋습니다. 그러나 지금 해외, 그리고 중국에서는 당장 이런 구조조정보다는 돈이 필요하다고 합니다. 자금 지원이 우선이라는 것입니다. 법보다는 주먹입니다.

다행히도 오늘 정부가 긴급자금 천억 원을, 한진그룹은 2천억 원을 지원한답니다. 왜 진작 이런 조치를 취할 수는 없었나요? 게다가 사태 해결을 위해선 최소 6천억 원 이상이 필요하다고 합니다.

중국에 있는 직원들은 법정관리의 고통을 직접적으로 받고 있습니다. 또 이후 경과에 따라서는 해고될 가능성도 많고요.

1997년 IMF의 고통의 피해는 구조조정 당한 직원들이었습니다. 그리고 이번 한진 사태의 고통도 모두 한진해운 직원들의 몫입니다. 한진해운 직원들은 이곳에서 고군분투하고 있습니다. 중국 톈진항에서 살아남기 위해 . 

[연관 기사] ☞ [뉴스9] “한진해운 배 부두 못 떠난다”…中 회사들 실력 행사
  • [취재후] 중국 톈진항에서 살아남기
    • 입력 2016-09-06 11:42:38
    취재후
지난 주말인 3일 중국 톈진항에 한진해운 소속 선박이 압류돼 있다는 소식을 들었습니다. 자세한 상황을 파악하기 위해 한진해운 톈진지사에 전화를 걸었습니다. 그런데 한진해운 톈진지사는 제 전화를 응대할 상황이 아니었습니다. 중국 채권자들의 독촉에 업무가 마비됐고, 직원 일부는 일시 감금되기도 했다는 말도 들렸습니다.

처음에는 회사가 법정관리에 들어갔는데 왜 배가 압류되고 직원이 감금되지? 법정관리라면 청산으로 갈 수도 있지만 회생절차를 밟아 더 좋아질 수도 있을 텐데 라고 생각했었던 저로서는 좀 당황스러웠습니다. ‘이게 아니구나’는 생각으로 톈진항 주변 물류회사를 통해 상황을 알게 됐습니다.

한진해운 소속 배 이름은 한진터키호. 지난달 들어와 이미 컨테이너 하역을 마치고 8월 29일 출항 예정이었는데 한진해운 법정관리 소식에 중국 항만 당국이 부두사용료 1,200만 위안 우리 돈 21억 원을 내야 출항 허가를 내 준다고 출항을 막아 6일째 항구에 묶여 있다는 겁니다.

먼저 톈진항 항만국에 취재 요청을 하고 톈진항에 가 보기로 했습니다. 베이징에서 2시간 걸려 도착한 톈진항. 혹시나 하는 마음에 톈진항 항만국에 한 취재 신청은 역시 보안상의 이유로 거부됐습니다.


그러나 중국에는 항상 우회로가 있는 법. 한진터키호가 억류돼 있는 톈진항 오우야 부두 출입문을 직접 찾았습니다. 현장에서 부딪치는 것. 출입문에서 한국의 기업인데 컨테이너에 실린 상품을 보겠다고 사정을 했습니다.

그런데 너무나도 강경한 반응. “한진해운 측과 함께 와서 밀린 하역료를 내야 부두 출입이 가능하고 출항 허가도 해 줄 수 있다”며 오히려 한진해운 측이 이곳으로 오도록 설득하라는 것입니다. 한진해운 측은 가면 붙잡힐지도 모르는데 우리가 어떻게 그곳에 갈 수 있느냐며 미안하다는 답변뿐이었습니다. 결국 실랑이 하는 모습과 항구 부근만 조심스레 취재하고 톈진 시내로 돌아올 수밖에 없었습니다.

시내에서 이곳 물류업체로부터 자세한 상황을 듣게 됐습니다. 해상물류의 특성상 선박운송은 계약 단계뿐 아니라 항구에 도착하고 하역하고 선적하고 출항하는 단계마다 채권 채무가 실시간 발생합니다. 그래서 서로 신뢰에 의한 외상이 가능하고 기간별로 정산을 하곤 합니다.

그런데 한진해운의 법정관리로 지급보증이 되지 않자, 한진해운은 채무 독촉만 받고 화물을 운반할 때 받는 운송료 등 받을 돈은 한 푼도 못 받고 있는 실정이었습니다. 톈진 쪽에서는 오히려 한진해운이 받을 돈이 더 많을 것이라고 설명합니다. 그런데도 중국 회사들의 채권 독촉에 한진해운 직원들은 마치 죄인처럼 어찌할 바를 모르고 있습니다.


그나마 사정을 아는 한국 회사들은 위로도 해 주고 직접적인 독촉은 하지 못하지만, 중국 회사들은 배 억류는 물론 컨테이너도 담보로 확보하면서 직원들을 압박하고 있었습니다.
특히 법적으로는 배나 컨테이너를 압류할 아무런 근거가 없지만 중국에서는 채권 확보라는 명목에 불법적인 압류가 진행되고 있습니다. 한국 정부가 보증한다는 설득에는 콧방귀도 뀌지 않습니다. 한국 정부의 말은 이곳 중국에서는 통하지 않습니다.

정부는 TF를 만들어 대책을 세웠지만, 가장 중요한 ‘자금 지원’은 빠져 있습니다. 산업은행을 비롯한 채권단은 한진그룹 조양호 회장의 자구 노력이 우선이라는 것입니다. 조양호 회장은 무엇을 하고 계신지요. 또 채권단 내에서는 우리나라에 국적 해운사가 2개 있을 필요가 있느냐는 얘기도 나옵니다. 그리고 해운업 구조조정을 얘기합니다.

다 좋습니다. 그러나 지금 해외, 그리고 중국에서는 당장 이런 구조조정보다는 돈이 필요하다고 합니다. 자금 지원이 우선이라는 것입니다. 법보다는 주먹입니다.

다행히도 오늘 정부가 긴급자금 천억 원을, 한진그룹은 2천억 원을 지원한답니다. 왜 진작 이런 조치를 취할 수는 없었나요? 게다가 사태 해결을 위해선 최소 6천억 원 이상이 필요하다고 합니다.

중국에 있는 직원들은 법정관리의 고통을 직접적으로 받고 있습니다. 또 이후 경과에 따라서는 해고될 가능성도 많고요.

1997년 IMF의 고통의 피해는 구조조정 당한 직원들이었습니다. 그리고 이번 한진 사태의 고통도 모두 한진해운 직원들의 몫입니다. 한진해운 직원들은 이곳에서 고군분투하고 있습니다. 중국 톈진항에서 살아남기 위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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