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쪽으로 날던 북한 비행기, 톈산 산맥을 넘은 까닭은

입력 2016.09.06 (15:26) 수정 2016.09.06 (15: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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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인천 아시안게임 당시 북한 선수단을 태운 고려항공 여객기가 인천공항에 착륙하고 있다.2014년 인천 아시안게임 당시 북한 선수단을 태운 고려항공 여객기가 인천공항에 착륙하고 있다.

북한으로 향하는 하늘 길은 세 나라에게만 열려 있다.

북한의 유일 항공 업체인 고려항공이 취항하는 국가는 중국(베이징, 선양, 상하이)과 러시아(블라디보스토크), 그리고 중동의 쿠웨이트다.

올 봄 까지 주 1회 운영되던 태국 방콕 노선은 대북 제재 여파로 폐지됐다. 극동을 지역을 벗어나 북한 고려항공이 취항하고 있는 유일한 나라는 쿠웨이트인 셈이다.

달러 벌이를 위해 북한은 쿠웨이트의 주요 건설 현장에 북한 근로자들을 파견하고 있다. 이들을 수송할 여객기가 월1회 쿠웨이트로 날아간다.

중동 건설 현장에는 북한에서 송출된 근로자들이 상당수 근무하고 있다. 사진은 2006년 도하아시안게임 당시 북한과 일본의 남자 경기가 열리던 축구장의 북한 응원단의 모습. 이들 중 상당수가 현지 근로자로 파악된다.중동 건설 현장에는 북한에서 송출된 근로자들이 상당수 근무하고 있다. 사진은 2006년 도하아시안게임 당시 북한과 일본의 남자 경기가 열리던 축구장의 북한 응원단의 모습. 이들 중 상당수가 현지 근로자로 파악된다.

이 쿠웨이트 행 비행편에 차질이 빚어지고 있다고 한다.

지난달 30일 쿠웨이트를 향했던 고려항공 여객기 JS161 편은 평소보다 2시간이 더 걸려 목적지에 도착했다. 고려항공이 보유한 여객기는 운항거리가 길지 않아 동아시아를 벗어나면 경유지에 내려 급유를 해야 하는데, 경유지가 바뀌면서 소요 시간이 길어지고 있다는 것.

미국의소리(VOA)방송은 6일 파키스탄 정부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대북 제재 결의(2270호) 이행 차원에서 북한 고려항공 여객기의 입항을 허용하지 않기로 결정했다고 보도했다.

이에 따르면 고려항공 JS161편은 과거 몇 년간 중간 급유를 위해 기착지로 이용했던 파키스탄 이슬라마바드 공항 대신 중국 우루무치(烏魯木齊)공항에 들른 뒤 쿠웨이트로 향했다. 파키스탄의 착륙 금지 조치 때문이다. 평양으로 돌아오는 JS162 편 역시 우루무치를 경유했다. 쿠웨이트로 가는 길목에 있는 파키스탄에 내릴 때 보다 톈산(天山)산맥 북쪽으로 우회하면서 2시간 이상 더 걸리고 있다.


파키스탄 민간항공국(CAA) 관계자는 VOA와 전화통화에서 "제재 결의 2270호에 따라 착륙 허가를 내주지 않았다"며 "2270호가 유지되는 한 (착륙 불허는) 계속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 소식통은 파키스탄 당국이 지난 7월에만 고려항공 여객기의 착륙 허가를 3차례 거절했다고 밝혔다.

북한에 대한 항공유 판매 및 공급을 금지하는 2270호는 민항기의 해외 급유는 예외로 두고 있다. 하지만 파키스탄 정부는 화물은 물론 승객의 짐까지 의무적으로 검색해야 한다는 2270호의 의무규정을 피하기 위해 아예 입항을 금지한 것으로 풀이된다.

앞서 파키스탄 당국은 지난 6월 안보리 대북 제재 1718위원회에 제출한 이행보고서에서 2270호의 제재 내용을 자국법에 편입시켰다고 밝힌 바 있다.

올 4월에 고려항공의 태국 방콩 노선이 폐지된 것도 같은 이유에서였다. 태국 정부가 각료회에서 유엔 대북제제 결의 2270호를 승인하면서 고려항공 취항은 중단됐다.

방콕 수완나품 국제공항의 안내판에 보이는 고려항공의 운항편. 평양~방콕 노선은 대북제재 여파로 올 4월에 중단됐다.방콕 수완나품 국제공항의 안내판에 보이는 고려항공의 운항편. 평양~방콕 노선은 대북제재 여파로 올 4월에 중단됐다.

파키스탄의 이번 결정으로 고려항공이 이착륙하는 국가는 중국과 러시아, 쿠웨이트 등 3곳으로 줄었다.

고려항공은 이번 대북 제재와는 별도로 안전성 문제 때문에 일부 국가로부터 취항이 금지되기도 했다. 고려항공은 보유 기종이 대부분 구 소련으로부터 수입한 노후 기종이다. AN-24, IL-62. MI-172 등은 안전도에 대한 우려가 제기되자 유럽연합(EU)은 고려항공 소유 비행기 중 비교적 최신 기종인 TU-204을 제외하고 역내 취항을 금지시켰다.

지난 7월 비행기 화재로 중국 선양에 비상 착륙한 고려항공 여객기.지난 7월 비행기 화재로 중국 선양에 비상 착륙한 고려항공 여객기.

지난 7월에는 평양에서 출발해 베이징으로 향하던 고려항공 항공기가 화재로 선양에 긴급 착륙하는 일도 있었다. 사고 항공기의 기종은 1993년형 투폴레프 Tu-204 기종이었는데, 이 사건에 대한 책임을 물어 중국 항공 당국도 고려항공에 대해 제재 조치를 내린 것으로 전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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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서쪽으로 날던 북한 비행기, 톈산 산맥을 넘은 까닭은
    • 입력 2016-09-06 15:26:18
    • 수정2016-09-06 15:43:53
    취재K
2014년 인천 아시안게임 당시 북한 선수단을 태운 고려항공 여객기가 인천공항에 착륙하고 있다.
북한으로 향하는 하늘 길은 세 나라에게만 열려 있다.

북한의 유일 항공 업체인 고려항공이 취항하는 국가는 중국(베이징, 선양, 상하이)과 러시아(블라디보스토크), 그리고 중동의 쿠웨이트다.

올 봄 까지 주 1회 운영되던 태국 방콕 노선은 대북 제재 여파로 폐지됐다. 극동을 지역을 벗어나 북한 고려항공이 취항하고 있는 유일한 나라는 쿠웨이트인 셈이다.

달러 벌이를 위해 북한은 쿠웨이트의 주요 건설 현장에 북한 근로자들을 파견하고 있다. 이들을 수송할 여객기가 월1회 쿠웨이트로 날아간다.

중동 건설 현장에는 북한에서 송출된 근로자들이 상당수 근무하고 있다. 사진은 2006년 도하아시안게임 당시 북한과 일본의 남자 경기가 열리던 축구장의 북한 응원단의 모습. 이들 중 상당수가 현지 근로자로 파악된다.
이 쿠웨이트 행 비행편에 차질이 빚어지고 있다고 한다.

지난달 30일 쿠웨이트를 향했던 고려항공 여객기 JS161 편은 평소보다 2시간이 더 걸려 목적지에 도착했다. 고려항공이 보유한 여객기는 운항거리가 길지 않아 동아시아를 벗어나면 경유지에 내려 급유를 해야 하는데, 경유지가 바뀌면서 소요 시간이 길어지고 있다는 것.

미국의소리(VOA)방송은 6일 파키스탄 정부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대북 제재 결의(2270호) 이행 차원에서 북한 고려항공 여객기의 입항을 허용하지 않기로 결정했다고 보도했다.

이에 따르면 고려항공 JS161편은 과거 몇 년간 중간 급유를 위해 기착지로 이용했던 파키스탄 이슬라마바드 공항 대신 중국 우루무치(烏魯木齊)공항에 들른 뒤 쿠웨이트로 향했다. 파키스탄의 착륙 금지 조치 때문이다. 평양으로 돌아오는 JS162 편 역시 우루무치를 경유했다. 쿠웨이트로 가는 길목에 있는 파키스탄에 내릴 때 보다 톈산(天山)산맥 북쪽으로 우회하면서 2시간 이상 더 걸리고 있다.


파키스탄 민간항공국(CAA) 관계자는 VOA와 전화통화에서 "제재 결의 2270호에 따라 착륙 허가를 내주지 않았다"며 "2270호가 유지되는 한 (착륙 불허는) 계속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 소식통은 파키스탄 당국이 지난 7월에만 고려항공 여객기의 착륙 허가를 3차례 거절했다고 밝혔다.

북한에 대한 항공유 판매 및 공급을 금지하는 2270호는 민항기의 해외 급유는 예외로 두고 있다. 하지만 파키스탄 정부는 화물은 물론 승객의 짐까지 의무적으로 검색해야 한다는 2270호의 의무규정을 피하기 위해 아예 입항을 금지한 것으로 풀이된다.

앞서 파키스탄 당국은 지난 6월 안보리 대북 제재 1718위원회에 제출한 이행보고서에서 2270호의 제재 내용을 자국법에 편입시켰다고 밝힌 바 있다.

올 4월에 고려항공의 태국 방콩 노선이 폐지된 것도 같은 이유에서였다. 태국 정부가 각료회에서 유엔 대북제제 결의 2270호를 승인하면서 고려항공 취항은 중단됐다.

방콕 수완나품 국제공항의 안내판에 보이는 고려항공의 운항편. 평양~방콕 노선은 대북제재 여파로 올 4월에 중단됐다.
파키스탄의 이번 결정으로 고려항공이 이착륙하는 국가는 중국과 러시아, 쿠웨이트 등 3곳으로 줄었다.

고려항공은 이번 대북 제재와는 별도로 안전성 문제 때문에 일부 국가로부터 취항이 금지되기도 했다. 고려항공은 보유 기종이 대부분 구 소련으로부터 수입한 노후 기종이다. AN-24, IL-62. MI-172 등은 안전도에 대한 우려가 제기되자 유럽연합(EU)은 고려항공 소유 비행기 중 비교적 최신 기종인 TU-204을 제외하고 역내 취항을 금지시켰다.

지난 7월 비행기 화재로 중국 선양에 비상 착륙한 고려항공 여객기.
지난 7월에는 평양에서 출발해 베이징으로 향하던 고려항공 항공기가 화재로 선양에 긴급 착륙하는 일도 있었다. 사고 항공기의 기종은 1993년형 투폴레프 Tu-204 기종이었는데, 이 사건에 대한 책임을 물어 중국 항공 당국도 고려항공에 대해 제재 조치를 내린 것으로 전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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