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결’·‘한강블루스’, 한국영화에 새로움 더하다

입력 2016.09.11 (11:35)

읽어주기 기능은 크롬기반의
브라우저에서만 사용하실 수 있습니다.

독특한 개성의 한국영화 2편이 22일 나란히 개봉한다. 신동엽 감독의 '대결'은 최근 한국영화계에서 찾아보기 어려운 정통 액션물이고, 이무영 감독의 '한강블루스'는 한강 주변에서 기거하는 노숙자들의 사연을 담은 영화다.

'대결'의 이야기는 단순하다. '현피'(온라인에서 알게 된 사람을 직접 만나 싸우는 행위)에 의한 살인사건을 수사 중인 강호(이정진) 경사가 의문의 용의자에게 크게 부상하자 동생인 취업준비생 풍호(이주승)가 그 용의자에게 복수한다는 내용이다.

영화는 이 용의자의 정체를 밝혀나가는 과정을 긴장감 있게 그리는 대신 용의자가 누구인지 바로 공개한다. 수사물이 아니라 액션물이라는 것을 관객들에게 보란 듯이 말해주는 듯하다.

'대결'은 플롯을 정교하게 설계하기보다는 액션에 집중한다. 기존의 액션영화와 달리 오직 액션만을 향해 달린다.

영화의 인물 설정과 극 흐름이 액션을 중심으로 짜였다. 주인공 풍호는 온라인에서 널리 알려진 현피 고수이고, 형 강호는 공인단수만 20단에 달하는 무술 경찰이다.

극 중반 이후 영화는 범인으로 드러난 한재희(오지호) 게임회사 대표와 풍호간 대결에 초점을 맞춘다. 복수심에 불타 다짜고짜 한 대표를 찾아갔다가 크게 패한 풍호는 우연히 알게 된 '재야의 고수' 황 노인(신정근)에게서 취권을 배운 뒤 다시 찾아간다. 중장년 영화팬들에게 낯익은 청룽(成龍)의 '취권'(1978)이 연상되는 대목이다.

영화 속 액션 장면은 통쾌한 느낌을 준다. 이는 액션 장면을 소화한 배우들의 공이 크다. 액션 전문배우가 아니지만 이들의 액션 연기는 수준급이다. 이주승은 태권도 4단이고, 신정근은 어릴 적 무술을 배웠기 때문으로 보인다. 오지호와 이정진은 적지 않은 액션영화에서 이미 액션 연기를 몸에 익힌 바 있다.

영화가 보여주는 액션이 다채롭기도 하다. 인도네시아 전통무술 실랏, 필리핀의 전통무술 칼리아르니스, 유도, 합기도, 태권도, 절권도, 취권, 종합격투기 등 다양한 종류의 무술이 인물의 성격과 상황에 맞게 배치됐다.

신동엽 감독은 자신의 이 영화를 두고 "제가 유년시절부터 꿈꿔왔던 영화의 집약체다. 액션에서만큼은 앞으로 이런 영화를 찍을 수 없겠다고 만족할 만큼 나왔다"고 자평했다.

'한강블루스'는 '휴머니스트'(2001), '철없는 아내의 파란만장한 남편, 그리고 태권소녀'(2002), '아버지와 마리와 나'(2008) 등 소외된 이들의 삶을 조망하는 작품을 만들어온 이무영 감독의 신작이다.

'한강블루스'에서도 주류에서 비켜난 인물들이 나온다. 극 중 천주교 사제인 명준(기태영)은 과거 자신을 사랑했던 여인이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는 소식을 듣고 자신도 죽겠다며 한강에 뛰어든다. 이를 지켜본 노숙자 장효(봉만대)는 명준을 구하고, 명준은 장효가 이끄는 노숙자 패거리와 함께 노숙생활을 한다.

패거리에는 자신의 성 정체성 때문에 딸을 먼발치에서 바라볼 뿐인 트랜스젠더 추자(김정석), 아버지가 누구인지 모르는 아이를 밴 채 수녀가 되기를 바라는 소녀 마리아(김희정)가 있다.

명준을 비롯해 장효, 추자, 마리아 모두 가슴 아픈 사연을 갖고 있다. 과거 불행한 사건이 자신으로부터 비롯됐다는 죄책감 때문에 원래 있던 곳을 떠나 노숙생활을 하게 된다.

영화는 이들이 자신의 삶을 용서하고 화해해나가는 과정을 담담하게 그린다. 절제된 연출과 대사가 돋보인다. 일상적이지 않은 인물들의 캐릭터가 개연성 있게 구축되기도 했다.

단, 마리아의 사연을 설명하는 장면이 부족하고 인물들이 용서와 화해로 넘어가는 과정이 다소 급박해 보이는 점은 아쉬운 대목이다.

'맛있는 섹스 그리고 사랑'(2003), '아티스트 봉만대'(2013), '덫: 치명적인 유혹'(2014) 등 '에로 영화'에 일가를 이룬 봉만대 감독이 주연을 맡아 만만치 않은 연기 실력을 보여준다.

■ 제보하기
▷ 카카오톡 : 'KBS제보' 검색, 채널 추가
▷ 전화 : 02-781-1234, 4444
▷ 이메일 : kbs1234@kbs.co.kr
▷ 유튜브, 네이버, 카카오에서도 KBS뉴스를 구독해주세요!


  • ‘대결’·‘한강블루스’, 한국영화에 새로움 더하다
    • 입력 2016-09-11 11:35:58
    연합뉴스
독특한 개성의 한국영화 2편이 22일 나란히 개봉한다. 신동엽 감독의 '대결'은 최근 한국영화계에서 찾아보기 어려운 정통 액션물이고, 이무영 감독의 '한강블루스'는 한강 주변에서 기거하는 노숙자들의 사연을 담은 영화다.

'대결'의 이야기는 단순하다. '현피'(온라인에서 알게 된 사람을 직접 만나 싸우는 행위)에 의한 살인사건을 수사 중인 강호(이정진) 경사가 의문의 용의자에게 크게 부상하자 동생인 취업준비생 풍호(이주승)가 그 용의자에게 복수한다는 내용이다.

영화는 이 용의자의 정체를 밝혀나가는 과정을 긴장감 있게 그리는 대신 용의자가 누구인지 바로 공개한다. 수사물이 아니라 액션물이라는 것을 관객들에게 보란 듯이 말해주는 듯하다.

'대결'은 플롯을 정교하게 설계하기보다는 액션에 집중한다. 기존의 액션영화와 달리 오직 액션만을 향해 달린다.

영화의 인물 설정과 극 흐름이 액션을 중심으로 짜였다. 주인공 풍호는 온라인에서 널리 알려진 현피 고수이고, 형 강호는 공인단수만 20단에 달하는 무술 경찰이다.

극 중반 이후 영화는 범인으로 드러난 한재희(오지호) 게임회사 대표와 풍호간 대결에 초점을 맞춘다. 복수심에 불타 다짜고짜 한 대표를 찾아갔다가 크게 패한 풍호는 우연히 알게 된 '재야의 고수' 황 노인(신정근)에게서 취권을 배운 뒤 다시 찾아간다. 중장년 영화팬들에게 낯익은 청룽(成龍)의 '취권'(1978)이 연상되는 대목이다.

영화 속 액션 장면은 통쾌한 느낌을 준다. 이는 액션 장면을 소화한 배우들의 공이 크다. 액션 전문배우가 아니지만 이들의 액션 연기는 수준급이다. 이주승은 태권도 4단이고, 신정근은 어릴 적 무술을 배웠기 때문으로 보인다. 오지호와 이정진은 적지 않은 액션영화에서 이미 액션 연기를 몸에 익힌 바 있다.

영화가 보여주는 액션이 다채롭기도 하다. 인도네시아 전통무술 실랏, 필리핀의 전통무술 칼리아르니스, 유도, 합기도, 태권도, 절권도, 취권, 종합격투기 등 다양한 종류의 무술이 인물의 성격과 상황에 맞게 배치됐다.

신동엽 감독은 자신의 이 영화를 두고 "제가 유년시절부터 꿈꿔왔던 영화의 집약체다. 액션에서만큼은 앞으로 이런 영화를 찍을 수 없겠다고 만족할 만큼 나왔다"고 자평했다.

'한강블루스'는 '휴머니스트'(2001), '철없는 아내의 파란만장한 남편, 그리고 태권소녀'(2002), '아버지와 마리와 나'(2008) 등 소외된 이들의 삶을 조망하는 작품을 만들어온 이무영 감독의 신작이다.

'한강블루스'에서도 주류에서 비켜난 인물들이 나온다. 극 중 천주교 사제인 명준(기태영)은 과거 자신을 사랑했던 여인이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는 소식을 듣고 자신도 죽겠다며 한강에 뛰어든다. 이를 지켜본 노숙자 장효(봉만대)는 명준을 구하고, 명준은 장효가 이끄는 노숙자 패거리와 함께 노숙생활을 한다.

패거리에는 자신의 성 정체성 때문에 딸을 먼발치에서 바라볼 뿐인 트랜스젠더 추자(김정석), 아버지가 누구인지 모르는 아이를 밴 채 수녀가 되기를 바라는 소녀 마리아(김희정)가 있다.

명준을 비롯해 장효, 추자, 마리아 모두 가슴 아픈 사연을 갖고 있다. 과거 불행한 사건이 자신으로부터 비롯됐다는 죄책감 때문에 원래 있던 곳을 떠나 노숙생활을 하게 된다.

영화는 이들이 자신의 삶을 용서하고 화해해나가는 과정을 담담하게 그린다. 절제된 연출과 대사가 돋보인다. 일상적이지 않은 인물들의 캐릭터가 개연성 있게 구축되기도 했다.

단, 마리아의 사연을 설명하는 장면이 부족하고 인물들이 용서와 화해로 넘어가는 과정이 다소 급박해 보이는 점은 아쉬운 대목이다.

'맛있는 섹스 그리고 사랑'(2003), '아티스트 봉만대'(2013), '덫: 치명적인 유혹'(2014) 등 '에로 영화'에 일가를 이룬 봉만대 감독이 주연을 맡아 만만치 않은 연기 실력을 보여준다.

이 기사가 좋으셨다면

오늘의 핫 클릭

실시간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는 뉴스

이 기사에 대한 의견을 남겨주세요.

수신료 수신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