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염·온난화…과수원이 사라진다

입력 2016.09.11 (22:57) 수정 2016.09.11 (23: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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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남병기(포도 농민) : "(농사지은 지) 23년 됐는데 처음이야 이런 거는. 이 주위에는 우리 밭만 그런 게 아니고 이 주위에는 다 올해......"

<인터뷰> 김봉자(서울 양천구) : "추석 때 가족들 모이면 물김치를 해야 되잖아요. 근데 지금 3배 정도 껑충 올랐으니까 한 통 담기도 그렇고, 부담스럽고......"

<인터뷰> 문경환(농진청 연구관) : "온대 과수를 재배하는 과수원은 점점 사라지고 타이완에서나 가능할 법한 그런 과수 재배방식들이 우리나라에 도입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습니다."

올여름에는 낮 기온이 33도를 넘는 폭염이 한 달 정도 이어지는 기록적인 더위가 나타났습니다.

1994년 이후 가장 더운 날씨였다고 하는데요.

그렇다 보니 사과가 햇볕에 까맣게 타버리는 등 농작물에도 적지 않은 피해가 발생하고 있습니다.

온실가스로 인한 지구 온난화로 점점 더 뜨거워지는 날씨는 우리 먹거리와 농업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알아봤습니다.

<리포트>

추석을 앞둔 대형마트의 과일 코너.

선물 세트를 고르는 손님들과 팔려나간 물건을 채우는 직원들, 모두의 손길이 분주합니다.

이번 추석에는 선물용으로 주로 나가는 큰 과일, 즉 대과 물량이 줄었습니다.

<인터뷰> 김민정(서울 서초구) : "과일이 글쎄 좀 큰 거 같은 건 가격이 작년보다 비싼 거 같아요. 그래서 실속 위주로 보려고 돌아보는 중이에요."

<인터뷰> 나영순(대형마트 과일 담당자) : "작년 같으면 대과가 많아서 주문도 많이 받았었는데 올해는 대과가 많지가 않아요. 날씨 관계로. 그래서 대과는 주문 많이 못 받고 중간 거를 많이 받아요."

또 다른 마트의 채소 코너.

진열대 위 배추의 크기나 상태가 그리 좋아 보이지 않습니다.

<인터뷰> 김대근(대형마트 채소 담당자) : "지금 이거는 좀 괜찮은데, 반 정도 안 좋은 것도 들어오고 지금 형편이 그래서. (지금 진열해 놓은 것도 썩 싱싱해 보이진 않네요?) 네. 지금 당일 들어온 걸 작업하고 진행을 해도 많이 무르거나 겉이 말라 있거나..."

이날 거래된 배추 가격은 한 포기에 7천 원 정도, 고랭지 배추가 폭염 피해를 입으면서 값이 예년보다 서너 배 올랐습니다.

<인터뷰> 김봉자(서울 양천구) : "추석 때 가족들 모이면 물김치를 해야 되잖아요. 근데 지금 3배 정도 껑충 올랐으니까 한 통 담기도 그렇고, 부담스럽고......"

산지 사정은 어떨까?

해발 5백 미터, 산자락으로 둘러싸인 전북 무주군 무풍면.

나무가 줄지어 늘어선 곳이 모두 사과 과수원입니다.

추석을 앞두고 특산물인 고랭지 사과를 수확하고 있습니다.

수확의 기쁨을 누려야 할 때지만 올해는 분위기가 가라앉아 있습니다.

<인터뷰> 백점옥(사과 재배) : "이런 거 한번 봐요. 멀쩡해 보이는 것 같은데 다 쓸 게 없어. 이게 그러니......"

나무에 달린 사과를 따보니 윗부분이 까맣습니다.

35도를 넘나드는 폭염에 사과가 화상을 입은 겁니다.

<인터뷰> 백점옥 : "이거 한번 만져봐요. 뜨끈뜨끈하잖아. 사과가......"

폭염 피해를 입지 않은 사과를 찾기 어려울 정도입니다.

<인터뷰> 백점옥(사과 재배) : "쓸 게 없다니까 이게. 상품가치가 있는 게. 이제는 조금 마음이 잦아들었어요. 미칠 것 같더라고. 이제 포기, 마음 잡고 해야지......"

예년 같으면 한 상자에 4만 원은 받았을 사과.

백 씨는 1년의 땀이 담긴 사과를 차마 그냥 버릴 수는 없어 소에게 주고 있습니다.

해발 8백 미터에 자리 잡은 고랭지 배추밭.

이곳 상황을 보면 배춧값이 세 배 넘게 오른 이유를 알 수 있습니다.

강한 햇볕에 보라색으로 변해버린 잎사귀.

속이 제대로 차지 못한 배추는 뿌리부터 썩고 있습니다.

<인터뷰> 김용주(배추 재배) : "40년 농사지었는데 이런 피해는 처음 봐요. 처음 봐. 장시간 너무 이렇게 뜨겁게 햇볕이 나다 보니까......"

만 2천 포기 넘는 배추가 대부분 상품성이 없는 상태.

농민은 미리 받아놨던 배추값을 상인에게 돌려줘야 할 형편입니다.

<인터뷰> 김용주(배추 재배) : "제가 지금 '밭떼기'(선매)를 팔았거든요. 팔았는데 돈도 다 내줘야 할 형편이고. 아예 손을 안 대고 있잖아요, 지금."

폭염으로 올해 수확은 물론, 내년 농사까지 힘들어진 곳도 있습니다.

거봉 포도의 주요 산지인 경북 영천의 포도밭.

가림막 안으로 들어가자 잎 전체가 갈색으로 변해버린 나무들이 적지 않습니다.

말라버린 가지는 조금만 비틀어도 꺾여 버립니다.

가지뿐 아니라 포도나무 전체가 죽어가고 있는 겁니다.

<녹취> 김덕진(포도 재배) : "(아예 죽으면 앞으로 수확이 한동안 힘드신 거예요?) 3년. 3년을 못 먹지요."

가지에 매달린 포도들도 거봉이란 이름이 무색할 만큼 알 크기가 일반 포도 수준으로 작은 데다 시들어버린 상태입니다.

<녹취> 김덕진(포도 재배) : "(이런 포도들은?) 안됩니다. 이거 한번 보세요. 사 먹겠습니까?"

단맛이 특징인 청포도도 맛이 제대로 들지 못했습니다.

폭염에 열대야까지 이어졌기 때문입니다.

<인터뷰> 남병기(포도 재배) : "뒷맛이 달고 뒷맛이 있어야 되는데 지금 이거 먹으면, 고온 입어버려서 포도가 쪼글쪼글해져서 싱겁고 시큼털털하니......"

올해 영천 지역 5천여 포도농가의 출하량은 많게는 30% 이상 줄어들 것으로 예상됩니다.

이렇게 올여름 폭염으로 인한 농작물 피해는 전국적으로 최소 100억 원이 넘을 것으로 추산됩니다.

지구 온난화가 진행되면서 앞으로는 이런 폭염이 일상적인 모습이 될 것이라는 경고도 나오고 있습니다.

<인터뷰> 박성찬(기상청 기후정책과 사무관) : "지금처럼 온실가스를 배출할 경우에 21세기 말에 우리나라의 폭염 일수를 계산해보면, 지금보다 4배가량, 지금이 한 열흘 정도 되는데요. 미래에는 40일 이상 되는 그런 폭염 일수가 나타날 것으로......"

유엔 산하 기후변화협의체는 우리나라가 지구 평균보다 2.4배 빠른 기온 상승 속도를 보이고 있다고 진단했습니다.

분석대로라면 21세기 말 우리나라의 연 평균 기온은 지금보다 5.3도가량 높아질 것으로 예상됩니다.

<인터뷰> 박성찬(기상청 기후정책과 사무관) : "전 지구보다는 상대적으로 빨리 우리나라 기온이 올라가고 있는 그런 상황은 확실한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그 안에는 당연히 도시화라든지 산업화 이런 부분이 포함돼 있을 것으로 그렇게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연 평균 기온의 상승은 농작물에 어떤 영향을 줄까?

제주에 있는 농촌진흥청 온난화대응농업연구소.

고추가 자라고 있는 비닐하우스가 기온 상승을 가정한 실험실입니다.

입구 쪽은 현재의 외부 기온과 비슷하지만, 하우스 안으로 갈수록 기온이 조금씩 올라 가장 안쪽은 5도 이상 높은 21세기 말의 상황입니다.

<녹취> 문경환(농촌진흥청 농업연구관) : "10년 20년 30년 해서 (기온 상승) 시나리오에 따라서 미래의 고온이 되는 환경으로 점점 들어오시는 거라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보기 좋게 익은 입구 쪽의 고추와 달리, 하우스 안쪽에서는 고추가 확연히 말라 있는 걸 볼 수 있습니다.

<녹취> 문경환 : "(기온이 높은 쪽이) 키는 더 큽니다. 키는 더 큰데 저희가 수확을 하고자하는 고추에 대해서는 수량이 적어지고....."

연구진은 지구 온난화에 따른 주요 과일의 재배지 변동 지도를 만들었습니다.

현재 남부지방과 해안을 중심으로 재배되고 있는 배는 50년 후 산간지역으로 재배지가 옮겨갔다가, 21세기 말이 되면 대관령과 강원 영동, 제주 한라산 기슭에서만 재배가 가능해집니다.

포도는 지금은 중부 이북을 제외한 대부분 지역에서 재배되고 있지만, 50년 후에는 역시 강원도와 산간 지역으로 옮겨가고, 2090년대에는 대관령에서만 재배가 가능해집니다.

온난화 영향을 가장 많이 받는 사과는 50년 후 대관령에서만 재배가 가능하고, 21세기 말에는 우리나라에서 사실상 사라질 것으로 예측됩니다.

<인터뷰> 문경환(농촌진흥청 농업연구관) : "2070~2080년대 이후 2090년대까지 가게 되면 사실상 우리나라가 온대 기후권보다는 아열대 기후권에 가깝게 되기 때문에 온대 과수를 재배하는 그런 의미에서의 과수원은 점점 사라지고 타이완이라든지 이런 지역에서나 가능할 법한 그런 과수 재배방식 이런 것들이 우리나라에 도입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습니다."

연구소에서는 이미 여러 가지 열대과일이 시험 재배되고 있습니다.

동남아에서 주로 재배하는 스타프루트.

자르면 별 모양이 되는 이 열대과일은 난방을 거의 하지 않고도 재배가 가능해 3~4년 안에 농가에 보급될 예정입니다.

중동이나 지중해에서 자라는 올리브 나무는 비닐하우스 없이 자라 올해 세 번째 수확을 앞두고 있습니다.

제주 서귀포에서는 파파야를 재배하는 농가도 생겨났습니다.

열대우림을 연상시키는 이 파파야 농장도 난방을 거의 하지 않고 있습니다.

<인터뷰> 설동준(파파야 재배) : "해변 주변에는 겨울이라도 일기 온도가 영하로 떨어지는 날이 며칠 안 됩니다. 그러다 보니까 며칠 안 되는 그때만 가온(난방)을 하면 되고....."

제주도와 남해안뿐 아니라 내륙지역에서도 열대과일 재배가 늘면서 지난해 국내산 열대 과일 생산량은 천 톤을 넘어섰습니다.

하지만, 앞으로는 열대 과일 같은 새로운 품종 도입이 온난화 속도를 따라잡지 못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오고 있습니다.

<인터뷰> 문경환(농촌진흥청 농업연구관) : "과수 같은 경우도 품종 개량을 하려고 그러면 10년 20년 정도 걸리는데 새로운 품종이 나오기도 전에 이미 환경이 변한다 그러면 새로운 품종을 개발하는데도 상당히 어려움을 겪을 가능성이 큽니다."

온실가스 감축 등을 통해 기온 상승 속도를 획기적으로 줄여야 한다는 주장에 귀를 기울여야 하는 이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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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폭염·온난화…과수원이 사라진다
    • 입력 2016-09-11 23:31:04
    • 수정2016-09-11 23:42: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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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남병기(포도 농민) : "(농사지은 지) 23년 됐는데 처음이야 이런 거는. 이 주위에는 우리 밭만 그런 게 아니고 이 주위에는 다 올해......"

<인터뷰> 김봉자(서울 양천구) : "추석 때 가족들 모이면 물김치를 해야 되잖아요. 근데 지금 3배 정도 껑충 올랐으니까 한 통 담기도 그렇고, 부담스럽고......"

<인터뷰> 문경환(농진청 연구관) : "온대 과수를 재배하는 과수원은 점점 사라지고 타이완에서나 가능할 법한 그런 과수 재배방식들이 우리나라에 도입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습니다."

올여름에는 낮 기온이 33도를 넘는 폭염이 한 달 정도 이어지는 기록적인 더위가 나타났습니다.

1994년 이후 가장 더운 날씨였다고 하는데요.

그렇다 보니 사과가 햇볕에 까맣게 타버리는 등 농작물에도 적지 않은 피해가 발생하고 있습니다.

온실가스로 인한 지구 온난화로 점점 더 뜨거워지는 날씨는 우리 먹거리와 농업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알아봤습니다.

<리포트>

추석을 앞둔 대형마트의 과일 코너.

선물 세트를 고르는 손님들과 팔려나간 물건을 채우는 직원들, 모두의 손길이 분주합니다.

이번 추석에는 선물용으로 주로 나가는 큰 과일, 즉 대과 물량이 줄었습니다.

<인터뷰> 김민정(서울 서초구) : "과일이 글쎄 좀 큰 거 같은 건 가격이 작년보다 비싼 거 같아요. 그래서 실속 위주로 보려고 돌아보는 중이에요."

<인터뷰> 나영순(대형마트 과일 담당자) : "작년 같으면 대과가 많아서 주문도 많이 받았었는데 올해는 대과가 많지가 않아요. 날씨 관계로. 그래서 대과는 주문 많이 못 받고 중간 거를 많이 받아요."

또 다른 마트의 채소 코너.

진열대 위 배추의 크기나 상태가 그리 좋아 보이지 않습니다.

<인터뷰> 김대근(대형마트 채소 담당자) : "지금 이거는 좀 괜찮은데, 반 정도 안 좋은 것도 들어오고 지금 형편이 그래서. (지금 진열해 놓은 것도 썩 싱싱해 보이진 않네요?) 네. 지금 당일 들어온 걸 작업하고 진행을 해도 많이 무르거나 겉이 말라 있거나..."

이날 거래된 배추 가격은 한 포기에 7천 원 정도, 고랭지 배추가 폭염 피해를 입으면서 값이 예년보다 서너 배 올랐습니다.

<인터뷰> 김봉자(서울 양천구) : "추석 때 가족들 모이면 물김치를 해야 되잖아요. 근데 지금 3배 정도 껑충 올랐으니까 한 통 담기도 그렇고, 부담스럽고......"

산지 사정은 어떨까?

해발 5백 미터, 산자락으로 둘러싸인 전북 무주군 무풍면.

나무가 줄지어 늘어선 곳이 모두 사과 과수원입니다.

추석을 앞두고 특산물인 고랭지 사과를 수확하고 있습니다.

수확의 기쁨을 누려야 할 때지만 올해는 분위기가 가라앉아 있습니다.

<인터뷰> 백점옥(사과 재배) : "이런 거 한번 봐요. 멀쩡해 보이는 것 같은데 다 쓸 게 없어. 이게 그러니......"

나무에 달린 사과를 따보니 윗부분이 까맣습니다.

35도를 넘나드는 폭염에 사과가 화상을 입은 겁니다.

<인터뷰> 백점옥 : "이거 한번 만져봐요. 뜨끈뜨끈하잖아. 사과가......"

폭염 피해를 입지 않은 사과를 찾기 어려울 정도입니다.

<인터뷰> 백점옥(사과 재배) : "쓸 게 없다니까 이게. 상품가치가 있는 게. 이제는 조금 마음이 잦아들었어요. 미칠 것 같더라고. 이제 포기, 마음 잡고 해야지......"

예년 같으면 한 상자에 4만 원은 받았을 사과.

백 씨는 1년의 땀이 담긴 사과를 차마 그냥 버릴 수는 없어 소에게 주고 있습니다.

해발 8백 미터에 자리 잡은 고랭지 배추밭.

이곳 상황을 보면 배춧값이 세 배 넘게 오른 이유를 알 수 있습니다.

강한 햇볕에 보라색으로 변해버린 잎사귀.

속이 제대로 차지 못한 배추는 뿌리부터 썩고 있습니다.

<인터뷰> 김용주(배추 재배) : "40년 농사지었는데 이런 피해는 처음 봐요. 처음 봐. 장시간 너무 이렇게 뜨겁게 햇볕이 나다 보니까......"

만 2천 포기 넘는 배추가 대부분 상품성이 없는 상태.

농민은 미리 받아놨던 배추값을 상인에게 돌려줘야 할 형편입니다.

<인터뷰> 김용주(배추 재배) : "제가 지금 '밭떼기'(선매)를 팔았거든요. 팔았는데 돈도 다 내줘야 할 형편이고. 아예 손을 안 대고 있잖아요, 지금."

폭염으로 올해 수확은 물론, 내년 농사까지 힘들어진 곳도 있습니다.

거봉 포도의 주요 산지인 경북 영천의 포도밭.

가림막 안으로 들어가자 잎 전체가 갈색으로 변해버린 나무들이 적지 않습니다.

말라버린 가지는 조금만 비틀어도 꺾여 버립니다.

가지뿐 아니라 포도나무 전체가 죽어가고 있는 겁니다.

<녹취> 김덕진(포도 재배) : "(아예 죽으면 앞으로 수확이 한동안 힘드신 거예요?) 3년. 3년을 못 먹지요."

가지에 매달린 포도들도 거봉이란 이름이 무색할 만큼 알 크기가 일반 포도 수준으로 작은 데다 시들어버린 상태입니다.

<녹취> 김덕진(포도 재배) : "(이런 포도들은?) 안됩니다. 이거 한번 보세요. 사 먹겠습니까?"

단맛이 특징인 청포도도 맛이 제대로 들지 못했습니다.

폭염에 열대야까지 이어졌기 때문입니다.

<인터뷰> 남병기(포도 재배) : "뒷맛이 달고 뒷맛이 있어야 되는데 지금 이거 먹으면, 고온 입어버려서 포도가 쪼글쪼글해져서 싱겁고 시큼털털하니......"

올해 영천 지역 5천여 포도농가의 출하량은 많게는 30% 이상 줄어들 것으로 예상됩니다.

이렇게 올여름 폭염으로 인한 농작물 피해는 전국적으로 최소 100억 원이 넘을 것으로 추산됩니다.

지구 온난화가 진행되면서 앞으로는 이런 폭염이 일상적인 모습이 될 것이라는 경고도 나오고 있습니다.

<인터뷰> 박성찬(기상청 기후정책과 사무관) : "지금처럼 온실가스를 배출할 경우에 21세기 말에 우리나라의 폭염 일수를 계산해보면, 지금보다 4배가량, 지금이 한 열흘 정도 되는데요. 미래에는 40일 이상 되는 그런 폭염 일수가 나타날 것으로......"

유엔 산하 기후변화협의체는 우리나라가 지구 평균보다 2.4배 빠른 기온 상승 속도를 보이고 있다고 진단했습니다.

분석대로라면 21세기 말 우리나라의 연 평균 기온은 지금보다 5.3도가량 높아질 것으로 예상됩니다.

<인터뷰> 박성찬(기상청 기후정책과 사무관) : "전 지구보다는 상대적으로 빨리 우리나라 기온이 올라가고 있는 그런 상황은 확실한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그 안에는 당연히 도시화라든지 산업화 이런 부분이 포함돼 있을 것으로 그렇게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연 평균 기온의 상승은 농작물에 어떤 영향을 줄까?

제주에 있는 농촌진흥청 온난화대응농업연구소.

고추가 자라고 있는 비닐하우스가 기온 상승을 가정한 실험실입니다.

입구 쪽은 현재의 외부 기온과 비슷하지만, 하우스 안으로 갈수록 기온이 조금씩 올라 가장 안쪽은 5도 이상 높은 21세기 말의 상황입니다.

<녹취> 문경환(농촌진흥청 농업연구관) : "10년 20년 30년 해서 (기온 상승) 시나리오에 따라서 미래의 고온이 되는 환경으로 점점 들어오시는 거라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보기 좋게 익은 입구 쪽의 고추와 달리, 하우스 안쪽에서는 고추가 확연히 말라 있는 걸 볼 수 있습니다.

<녹취> 문경환 : "(기온이 높은 쪽이) 키는 더 큽니다. 키는 더 큰데 저희가 수확을 하고자하는 고추에 대해서는 수량이 적어지고....."

연구진은 지구 온난화에 따른 주요 과일의 재배지 변동 지도를 만들었습니다.

현재 남부지방과 해안을 중심으로 재배되고 있는 배는 50년 후 산간지역으로 재배지가 옮겨갔다가, 21세기 말이 되면 대관령과 강원 영동, 제주 한라산 기슭에서만 재배가 가능해집니다.

포도는 지금은 중부 이북을 제외한 대부분 지역에서 재배되고 있지만, 50년 후에는 역시 강원도와 산간 지역으로 옮겨가고, 2090년대에는 대관령에서만 재배가 가능해집니다.

온난화 영향을 가장 많이 받는 사과는 50년 후 대관령에서만 재배가 가능하고, 21세기 말에는 우리나라에서 사실상 사라질 것으로 예측됩니다.

<인터뷰> 문경환(농촌진흥청 농업연구관) : "2070~2080년대 이후 2090년대까지 가게 되면 사실상 우리나라가 온대 기후권보다는 아열대 기후권에 가깝게 되기 때문에 온대 과수를 재배하는 그런 의미에서의 과수원은 점점 사라지고 타이완이라든지 이런 지역에서나 가능할 법한 그런 과수 재배방식 이런 것들이 우리나라에 도입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습니다."

연구소에서는 이미 여러 가지 열대과일이 시험 재배되고 있습니다.

동남아에서 주로 재배하는 스타프루트.

자르면 별 모양이 되는 이 열대과일은 난방을 거의 하지 않고도 재배가 가능해 3~4년 안에 농가에 보급될 예정입니다.

중동이나 지중해에서 자라는 올리브 나무는 비닐하우스 없이 자라 올해 세 번째 수확을 앞두고 있습니다.

제주 서귀포에서는 파파야를 재배하는 농가도 생겨났습니다.

열대우림을 연상시키는 이 파파야 농장도 난방을 거의 하지 않고 있습니다.

<인터뷰> 설동준(파파야 재배) : "해변 주변에는 겨울이라도 일기 온도가 영하로 떨어지는 날이 며칠 안 됩니다. 그러다 보니까 며칠 안 되는 그때만 가온(난방)을 하면 되고....."

제주도와 남해안뿐 아니라 내륙지역에서도 열대과일 재배가 늘면서 지난해 국내산 열대 과일 생산량은 천 톤을 넘어섰습니다.

하지만, 앞으로는 열대 과일 같은 새로운 품종 도입이 온난화 속도를 따라잡지 못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오고 있습니다.

<인터뷰> 문경환(농촌진흥청 농업연구관) : "과수 같은 경우도 품종 개량을 하려고 그러면 10년 20년 정도 걸리는데 새로운 품종이 나오기도 전에 이미 환경이 변한다 그러면 새로운 품종을 개발하는데도 상당히 어려움을 겪을 가능성이 큽니다."

온실가스 감축 등을 통해 기온 상승 속도를 획기적으로 줄여야 한다는 주장에 귀를 기울여야 하는 이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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