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후] 러시아를 향한 북한의 끈질긴 구애(?)

입력 2016.09.13 (09:46) 수정 2016.09.13 (09: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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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회 국제 군사기술포럼 아르미야 2016 전시장 전경제2회 국제 군사기술포럼 아르미야 2016 전시장 전경

대규모 무기·군사장비 전시회인 '제2회 국제 군사기술포럼 아르미야 2016'이 9월 6일 모스크바 근교 쿠빈카 지역의 '파트리옷' 군사공원에서 열렸다. 아르미야, Army라는 말이 뜻하는 것처럼 이 전시회에는 육군이 사용하는 무기, 장비들이 주로 전시된다.

토르폴 대륙간탄도미사일토르폴 대륙간탄도미사일


 S-400 방공 미사일 S-400 방공 미사일

러시아가 자랑하는 '토르폴' 대륙간 탄도미사일, 'S-400' 방공미사일을 비롯해 다연장로켓포, 탱크, 대전차 유도미사일, 드론 등 천여 개의 러시아 군수 기업들이 1만 천 개가 넘는 각종 무기와 장비들을 선보였다. 이 때문에 80개국 이상의 외국 대표단이 행사장을 찾았다. 남북한도 동시에 대표단을 파견했다. 행사장에는 태극기와 인공기가 나란히 펄럭이고 있었다.


행사장 근처 야외 훈련장에서는 러시아가 자랑하는 탱크와 다연장로켓포, 대공 화기 등이 화끈한 화력 시범을 보이기도 했다.

다연장로켓포 화력 시범다연장로켓포 화력 시범

북한 군부 실세가 등장하다.

‘안테이-2500’ 방공미사일‘안테이-2500’ 방공미사일

러시아가 2013년부터 실전 배치한 첨단 방공미사일 '안테이-2500' 전시장에서 낯익은 사람들을 발견했다. 큼직한 별 3개를 어깨에 단 군복 차림의 북한 군인. 북한군 상장은 우리의 육군 중장에 해당한다. 바로 북한 인민무력성의 윤동현 부상(국방 차관)이다.

무기 전시장에 나타난 북한 인민무력성 윤동현 부상무기 전시장에 나타난 북한 인민무력성 윤동현 부상

윤동현 부상은 북한이 올 초부터 잇달아 실시하고 있는 미사일 발사 시험장에 김정은을 수행하고 참석해 온 북한 군부의 실세다. 핵실험과 연쇄 미사일 발사에 대해 국제사회가 강도 높은 대북 제재를 가하고 있는 상황에서 북한 군부 실세가 러시아 군사장비 전시장에 나타났다는 사실은 눈여겨 볼만한 대목이 아닐 수 없다. 쫓아가 질문을 던졌다.

"전시장 둘러보니 소감이 어떤지 여쭤봐도 되겠습니까?"
"동무 뉘기야?"
"남조선에서 왔습니다."
"일 없어.!"


윤 부상은 몸을 홱 들렸고, 뒤에 있던 보좌관이 나를 확 밀쳐냈다. 하마터면 넘어질 뻔 했다. 참 서글픈 생각이 들었다. 남북한이 자유롭게 왕래하던 호시절에는 덕담도 자주 주고받곤 했었다. 남쪽 기자들이 북쪽 당국자에게 질문을 던지면, 북쪽은 농담도 하면서 유연하게 받아넘기곤 하던 시절이 있었다. 그런데 지금은 참 싸늘하다.

북한의 끈질긴 구애(?)


밀리터리 강국인 러시아에서는 무기 전시회, 국제 군사경연 대회 등이 연중 자주 열린다. 북한은 이 같은 행사에 2014년부터 차관급의 고위 대표단을 파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러시아제 무기들의 최신 동향을 파악하고 선진기술을 체험하면서 군사기술 협력의 끈을 놓지 않으려는 의도다.

이번에 파견된 윤동현 부상은 북한 인민무력성의 '군사기술국장'이라는 직책을 갖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2015 통일부 인물정보를 보면 북한 인민 무력성에는 제1부부장 2명, 부부장 6명 등 차관급이 예닐곱 명 정도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다들 중장 계급의 장성들이다. 이 중에서 장비, 무장, 군수, 전투준비 관련 분야의 차관들이 번갈아가며 러시아 방산 전시회에 참가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북한은 그동안 러시아제 무기 구입을 끈질기게 요청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전투기, 레이더, 탱크 등 기동장비들이 주된 관심 장비들인데, 사실 전 분야의 장비에 관심이 있다고 한다. 그런데 구매 조건이 경화 결재가 아닌 광물로 갚는다거나, 장기간 상환한다는 점이어서 실제 구매는 쉽지가 않은 모양이다.

더구나 지금은 국제적인 대북 제재가 강화되는 시점이어서, 러시아 입장도 완강한 것으로 전해진다. 러시아는 명시적으로 북한의 핵보유국 지위를 인정할 수 없고, 핵과 미사일 개발을 용납할 수 없으며, 유엔 안보리의 대북 제재 결의안을 충실히 이행하고 있다고 공언했기 때문이다. 다만, 국제정세가 바뀐다면 어떻게 될지는 아무도 모르는 일이다.

그래서, 알만한 군사 전문가들은, 혹여 러시아가 북한에 무기를 판매하거나 군사기술을 제공한다거나 무상 원조를 하는 일이 없도록, 우리나라가 러시아와의 관계를 돈독히 유지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한다. 아무튼 한 가지 분명한 사실은 현 상황이 어렵다 해도 군사기술 분야에서만큼은, 러시아로부터 유연한 분위기를 이끌어 내려는 북한 군부의 끈질긴 대러 구애(?) 작전을 눈으로 확인했다는 점이다.

[연관기사]
☞ [뉴스9] 러시아 방산 전시장에 나타난 북 군부 실세 (9월 7일)
☞ [뉴스광장] 러시아 방산 전시장에 북한 고위급 파견 (9월 7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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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취재후] 러시아를 향한 북한의 끈질긴 구애(?)
    • 입력 2016-09-13 09:46:01
    • 수정2016-09-13 09:46:33
    취재후·사건후
제2회 국제 군사기술포럼 아르미야 2016 전시장 전경 대규모 무기·군사장비 전시회인 '제2회 국제 군사기술포럼 아르미야 2016'이 9월 6일 모스크바 근교 쿠빈카 지역의 '파트리옷' 군사공원에서 열렸다. 아르미야, Army라는 말이 뜻하는 것처럼 이 전시회에는 육군이 사용하는 무기, 장비들이 주로 전시된다. 토르폴 대륙간탄도미사일  S-400 방공 미사일 러시아가 자랑하는 '토르폴' 대륙간 탄도미사일, 'S-400' 방공미사일을 비롯해 다연장로켓포, 탱크, 대전차 유도미사일, 드론 등 천여 개의 러시아 군수 기업들이 1만 천 개가 넘는 각종 무기와 장비들을 선보였다. 이 때문에 80개국 이상의 외국 대표단이 행사장을 찾았다. 남북한도 동시에 대표단을 파견했다. 행사장에는 태극기와 인공기가 나란히 펄럭이고 있었다. 행사장 근처 야외 훈련장에서는 러시아가 자랑하는 탱크와 다연장로켓포, 대공 화기 등이 화끈한 화력 시범을 보이기도 했다. 다연장로켓포 화력 시범 북한 군부 실세가 등장하다. ‘안테이-2500’ 방공미사일 러시아가 2013년부터 실전 배치한 첨단 방공미사일 '안테이-2500' 전시장에서 낯익은 사람들을 발견했다. 큼직한 별 3개를 어깨에 단 군복 차림의 북한 군인. 북한군 상장은 우리의 육군 중장에 해당한다. 바로 북한 인민무력성의 윤동현 부상(국방 차관)이다. 무기 전시장에 나타난 북한 인민무력성 윤동현 부상 윤동현 부상은 북한이 올 초부터 잇달아 실시하고 있는 미사일 발사 시험장에 김정은을 수행하고 참석해 온 북한 군부의 실세다. 핵실험과 연쇄 미사일 발사에 대해 국제사회가 강도 높은 대북 제재를 가하고 있는 상황에서 북한 군부 실세가 러시아 군사장비 전시장에 나타났다는 사실은 눈여겨 볼만한 대목이 아닐 수 없다. 쫓아가 질문을 던졌다. "전시장 둘러보니 소감이 어떤지 여쭤봐도 되겠습니까?" "동무 뉘기야?" "남조선에서 왔습니다." "일 없어.!" 윤 부상은 몸을 홱 들렸고, 뒤에 있던 보좌관이 나를 확 밀쳐냈다. 하마터면 넘어질 뻔 했다. 참 서글픈 생각이 들었다. 남북한이 자유롭게 왕래하던 호시절에는 덕담도 자주 주고받곤 했었다. 남쪽 기자들이 북쪽 당국자에게 질문을 던지면, 북쪽은 농담도 하면서 유연하게 받아넘기곤 하던 시절이 있었다. 그런데 지금은 참 싸늘하다. 북한의 끈질긴 구애(?) 밀리터리 강국인 러시아에서는 무기 전시회, 국제 군사경연 대회 등이 연중 자주 열린다. 북한은 이 같은 행사에 2014년부터 차관급의 고위 대표단을 파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러시아제 무기들의 최신 동향을 파악하고 선진기술을 체험하면서 군사기술 협력의 끈을 놓지 않으려는 의도다. 이번에 파견된 윤동현 부상은 북한 인민무력성의 '군사기술국장'이라는 직책을 갖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2015 통일부 인물정보를 보면 북한 인민 무력성에는 제1부부장 2명, 부부장 6명 등 차관급이 예닐곱 명 정도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다들 중장 계급의 장성들이다. 이 중에서 장비, 무장, 군수, 전투준비 관련 분야의 차관들이 번갈아가며 러시아 방산 전시회에 참가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북한은 그동안 러시아제 무기 구입을 끈질기게 요청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전투기, 레이더, 탱크 등 기동장비들이 주된 관심 장비들인데, 사실 전 분야의 장비에 관심이 있다고 한다. 그런데 구매 조건이 경화 결재가 아닌 광물로 갚는다거나, 장기간 상환한다는 점이어서 실제 구매는 쉽지가 않은 모양이다. 더구나 지금은 국제적인 대북 제재가 강화되는 시점이어서, 러시아 입장도 완강한 것으로 전해진다. 러시아는 명시적으로 북한의 핵보유국 지위를 인정할 수 없고, 핵과 미사일 개발을 용납할 수 없으며, 유엔 안보리의 대북 제재 결의안을 충실히 이행하고 있다고 공언했기 때문이다. 다만, 국제정세가 바뀐다면 어떻게 될지는 아무도 모르는 일이다. 그래서, 알만한 군사 전문가들은, 혹여 러시아가 북한에 무기를 판매하거나 군사기술을 제공한다거나 무상 원조를 하는 일이 없도록, 우리나라가 러시아와의 관계를 돈독히 유지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한다. 아무튼 한 가지 분명한 사실은 현 상황이 어렵다 해도 군사기술 분야에서만큼은, 러시아로부터 유연한 분위기를 이끌어 내려는 북한 군부의 끈질긴 대러 구애(?) 작전을 눈으로 확인했다는 점이다. [연관기사] ☞ [뉴스9] 러시아 방산 전시장에 나타난 북 군부 실세 (9월 7일) ☞ [뉴스광장] 러시아 방산 전시장에 북한 고위급 파견 (9월 7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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