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중국해 판결 그 후] ① 중국과 더 가까워진 필리핀…두테르테의 의도는?

입력 2016.09.20 (07: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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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7월 12일 헤이그 상설중재재판소(PCA)는 필리핀이 제기한 남중국해(South China Sea) 분쟁과 관련해 중국의 이른바 ‘9단선(九段線, nine dash line)’에 기초한 영유권 주장은 근거가 없으며, 중국의 인공 섬 건설은 불법이라고 밝힘으로써 필리핀의 손을 들어줬다.

이 판결이 우리나라에게도 중요한 것은 향후 판결 결과가 가져올 파장이 우리와 무관치 않기 때문이다. 5조 3천억 달러에 이르는 이 지역 물동량은 전 세계 물동량의 절반을 차지할 만큼 중요한데 한국이나 일본, 타이완 선박은 이 지역을 거쳐야 말래카 해협을 통과할 수 있다. 또 단순히 경제적 측면뿐 아니라 군사 안보적 측면에서 이 지역의 갈등 구조는 우리에게도 영향을 줄 수밖에 없는 구조이다.

세계 초강대국이 된 중국은 일대일로(一帶一路)를 내세우며 태평양 지역의 패권을 차지하기 위해 남중국해는 반드시 손에 넣겠다는 계산이고, 미국은 ‘항행의 자유(freedom of navigation)’를 내세워 중국의 진출을 막으려 하고 있는 상황에서 한국도 남중국해 문제에 대한 입장을 요구받고 있다.

중재재판소 판결 이후 미국과 멀어지는 필리핀

남중국해 분쟁은 큰 틀에서는 미국과 중국의 패권주의 구도 속에서 이해할 수 있지만 지역 국가들의 이해를 구체적으로 들여다 보면 그리 간단치만은 않다. 미국의 지지를 업고 이번 분쟁을 상설중재판소로 끌고 간 필리핀의 경우는 더욱 그렇다. 이번 중재재판소의 판결로 어민들의 전통적 어로권을 인정받은 필리핀은 중국을 강하게 압박할 수 있는 국제법적 근거를 확보하게 됐다.

하지만 최근의 필리핀의 모습을 보면 약간 고개가 갸웃해진다. 필리핀은 이번 판결 이후 미국과의 관계가 소원해지는 모습을 보이고 있는 반면 중국과의 관계는 오히려 좋아지고 있는 것처럼 보이기 때문이다.

일례로 두테르테 필리핀 대통령은 지난 14일 중국과 영유권 분쟁을 겪는 남중국해에서 미국과 합동 순찰을 하지 않기로 했다고 밝혔다. 두테르테는 이 같은 결정의 이유로 "필리핀이 적대적 행위에 휘말리는 것을 원하지 않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다분히 중국을 의식한 조치로 비춰질 수 있는 대목이다.

더구나 두테르테는 지난 11일 자신의 출신지인 필리핀 남부 민다나오에서 필리핀군의 교육과 훈련을 지원하는 미군 특수부대의 철수를 요구하기도 했다. 오히려 중국과 러시아로부터 무기를 비롯한 방위 장비를 구매하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마디로 남중국해 문제로 한 배를 탔던 미국과는 잡았던 손을 놓고, 분쟁 당사국으로 싸웠던 중국과는 손을 잡으려는 모습으로 비춰지기까지 한다.

두테르테의 미국 거리두기 단순한 ‘막말’ 수준 넘어서


물론 이 같은 그의 모습은 이달 초 라오스에서 열린 아세안(ASEAN)정상회의에서 두테르테 대통령과 오바마 대통령 간 충돌의 연장선에서 볼 수 있다. 두테르테가 오바마를 두고 개XX(son of bitch)라고 막말을 하자, 오바마는 양국 정상회담을 취소시키는 해프닝이 있었다.

미국의 트럼프와 비교되는 ‘막말의 달인’답게 어디로 튈지 모르는 두테르테의 ‘좌충우돌 기행’으로 볼 수도 있겠으나 그 막말 뒤에는 그의 정치적 배경과 고도의 전략이 녹아 있다는 분석도 있다.

필리핀의 민간 학자와 외교 전문가들에 따르면 두테르테 대통령은 “중재재판소 판결 결과에 대해 너무 자랑하지 말라”며 수위 조절을 지시했다고 한다. 중국을 협상 테이블로 끌어들이기 위해서라는 것이다.

한마디로 국제사회의 지지를 업고 떠들썩하게 중국을 압박하기 보다는 중국과의 양자협상을 통해 조용하게 이 문제를 해결한다는 것이 두테르테의 기본 생각이라는 것이다. 전임 베니그노 아키노 대통령과는 정반대의 성향이라고 한다.

“두테르테, ‘미국 vs.니카라과’ 모델 따르지 않을 것”

필리핀 학자와 전문가들은 재미있는 한 가지 사례로 1986년 6월 27일 국제사법재판소(ICJ)의 ‘미국 vs. 니카라과’ 판결을 든다. 국제사법재판소는 나카라과의 반미 정권을 전복시키기 위해 미국이 벌였던 군사적 활동은 불법이며, 미국은 니카라과에 3억7천만 달러의 손해배상금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하지만 당시 미국은 ICJ의 사법권을 인정하지 않겠다며 ICJ의 결정을 무시해버렸다. 지금 남중국해 판결에 대한 중국의 반응과 사뭇 비슷하다. 이 때 니카라과는 국제사회에 호소하며 미국을 압박하려했다. 니카라과는 이 문제를 유엔 안보리로 가져갔지만 상임이사국인 미국은 거부권을 행사했다.

니카라과는 다시 유엔총회에 호소했고 94 대 3이라는 압도적 표차로 결의안이 통과됐지만 구속력이 없는 유엔총회 결의안은 휴지 조각에 불과했다. 결국 1990년 니카라과에 새 우파 정권이 들어선 후에야 미국은 거액의 지원금을 주는 댓가로 ICJ 제소 취하를 이끌어냈다.

필리핀 학자들은 아키노 전대통령 같았다면 이번 중재재판소의 판결을 가지고 니카라과처럼 국제사회의 도움을 요청했을 것이라고 말한다. 즉, 유엔뿐만 아니라 G7이나 G20 같은 다자간 협력체에 가서 도움을 요청하고 중국과 영유권 분쟁중에 있는 베트남이나 인도네시아 등 관련국들에게도 비슷한 행동을 취하라고 조언했을 것이라고 말한다.

그러나 두테르테는 전면에 나서서 중국과 대립하기 보다는 뒤에서 사이좋게 문제를 해결하자는 이른바 ‘조용한 외교’를 택하고 있다. 왜 두테르테는 중국과의 ‘조용한 협상’을 추진하고 있는 것일까?

두테르테, 중국 협상 통해 출신지 민다나오 인프라 구축 전망

두테르테는 상설중재재판소의 남중국해 판결을 최대한 활용해 중국으로부터 실리를 챙기려 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자국 어민들의 남중국해 조업을 최대한 보장받으려 하는 것은 물론 낙후된 필리핀의 인프라 투자에 중국의 지원을 이끌려 내려한다는 분석이 많다.

사실 두테르테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그의 출신지 필리핀 민다나오를 알아야 한다. 민다나오는 필리핀의 수도 마닐라에서 남쪽으로 700km 떨어져 있는 필리핀에서 두 번째로 큰 섬으로, 두테르테는 민다나오의 주도인 다바오 시장 출신이다. 필리핀에서 광물자원이 가장 풍부한 지역이지만 이슬람 반군과 공산 반군을 중심으로 유혈충돌이 끊이지 않아 경제는 필리핀에서 가장 낙후된 상태로 남아있다.

두테르테 필리핀 대통령(오른쪽)과 리커창 중국 총리(왼쪽)가 9월 7일(현지시간) 라오스 수도 비엔티안에서 열린 중·아세안 정상회의에서 만나 악수를 나누고 있다.두테르테 필리핀 대통령(오른쪽)과 리커창 중국 총리(왼쪽)가 9월 7일(현지시간) 라오스 수도 비엔티안에서 열린 중·아세안 정상회의에서 만나 악수를 나누고 있다.

두테르테는 이 민다나오 섬에 철도를 놓겠다는 계획이다. 수시로 정전되는 전력망도 손보고 낙후된 민다나오의 인프라를 적극 구축하겠다는 생각이다. 하지만 필리핀 경제의 40%가 마닐라에 집중되어 있는 상황에서 마닐라와 다른 지역을 외국의 도움 없이 동시에 발전시키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싱가포르에 있는 동남아연구소(ISEAS) 맬컴 쿡 박사는 두테르테가 중재재판소의 남중국해 판결문을 중국과의 협상의 지렛대로 사용하려고 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쿡 박사는 두테르테가 중국에 현재 남중국해의 상황을 더 이상 악화시키지 말것과, 민다나오의 인프라 구축에 도움을 줄 것을 요구할 것으로 예측했다. 필리핀 어민의 조업권을 보장하고 낙후된 민다나오의 경제 개발에 도움을 달라는 요지다. 여기에는 두테르테 자신이 중국과 거래할 수 있을 것이라는 자신감이 깔려있다.

그러나 쿡 박사도 지적했듯이 중국이 향후 어떻게 움직이느냐에 따라 두테르테는 이전의 아키노처럼 돌아갈 수도 있다. 중국이 두테르테의 기대처럼 더 이상 남중국해에서 긴장을 고조시키지 않으리라는 보장이 없기 때문이다. 두테르테의 정책에 대해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내는 이들은 그가 민다나오의 다바오 시장 출신이기 때문에 시장 때 하던 식으로 국가를 통치하려 한다고 비판한다.

분명 두테르테의 생각 속에 민다나오는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필리핀 대통령 6년 임기중 투테르테 취임 이후 이제 임기의 3% 남짓 지났을 뿐이라는 반론도 만만치 않다. 그가 민다나오 섬 다바오 시장 출신이라는 티를 벗고 명실상부한 필리핀 대통령의 옷을 입고 국제 외교 무대에 설 수 있을지 관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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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6-09-20 07:03: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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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7월 12일 헤이그 상설중재재판소(PCA)는 필리핀이 제기한 남중국해(South China Sea) 분쟁과 관련해 중국의 이른바 ‘9단선(九段線, nine dash line)’에 기초한 영유권 주장은 근거가 없으며, 중국의 인공 섬 건설은 불법이라고 밝힘으로써 필리핀의 손을 들어줬다.

이 판결이 우리나라에게도 중요한 것은 향후 판결 결과가 가져올 파장이 우리와 무관치 않기 때문이다. 5조 3천억 달러에 이르는 이 지역 물동량은 전 세계 물동량의 절반을 차지할 만큼 중요한데 한국이나 일본, 타이완 선박은 이 지역을 거쳐야 말래카 해협을 통과할 수 있다. 또 단순히 경제적 측면뿐 아니라 군사 안보적 측면에서 이 지역의 갈등 구조는 우리에게도 영향을 줄 수밖에 없는 구조이다.

세계 초강대국이 된 중국은 일대일로(一帶一路)를 내세우며 태평양 지역의 패권을 차지하기 위해 남중국해는 반드시 손에 넣겠다는 계산이고, 미국은 ‘항행의 자유(freedom of navigation)’를 내세워 중국의 진출을 막으려 하고 있는 상황에서 한국도 남중국해 문제에 대한 입장을 요구받고 있다.

중재재판소 판결 이후 미국과 멀어지는 필리핀

남중국해 분쟁은 큰 틀에서는 미국과 중국의 패권주의 구도 속에서 이해할 수 있지만 지역 국가들의 이해를 구체적으로 들여다 보면 그리 간단치만은 않다. 미국의 지지를 업고 이번 분쟁을 상설중재판소로 끌고 간 필리핀의 경우는 더욱 그렇다. 이번 중재재판소의 판결로 어민들의 전통적 어로권을 인정받은 필리핀은 중국을 강하게 압박할 수 있는 국제법적 근거를 확보하게 됐다.

하지만 최근의 필리핀의 모습을 보면 약간 고개가 갸웃해진다. 필리핀은 이번 판결 이후 미국과의 관계가 소원해지는 모습을 보이고 있는 반면 중국과의 관계는 오히려 좋아지고 있는 것처럼 보이기 때문이다.

일례로 두테르테 필리핀 대통령은 지난 14일 중국과 영유권 분쟁을 겪는 남중국해에서 미국과 합동 순찰을 하지 않기로 했다고 밝혔다. 두테르테는 이 같은 결정의 이유로 "필리핀이 적대적 행위에 휘말리는 것을 원하지 않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다분히 중국을 의식한 조치로 비춰질 수 있는 대목이다.

더구나 두테르테는 지난 11일 자신의 출신지인 필리핀 남부 민다나오에서 필리핀군의 교육과 훈련을 지원하는 미군 특수부대의 철수를 요구하기도 했다. 오히려 중국과 러시아로부터 무기를 비롯한 방위 장비를 구매하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마디로 남중국해 문제로 한 배를 탔던 미국과는 잡았던 손을 놓고, 분쟁 당사국으로 싸웠던 중국과는 손을 잡으려는 모습으로 비춰지기까지 한다.

두테르테의 미국 거리두기 단순한 ‘막말’ 수준 넘어서


물론 이 같은 그의 모습은 이달 초 라오스에서 열린 아세안(ASEAN)정상회의에서 두테르테 대통령과 오바마 대통령 간 충돌의 연장선에서 볼 수 있다. 두테르테가 오바마를 두고 개XX(son of bitch)라고 막말을 하자, 오바마는 양국 정상회담을 취소시키는 해프닝이 있었다.

미국의 트럼프와 비교되는 ‘막말의 달인’답게 어디로 튈지 모르는 두테르테의 ‘좌충우돌 기행’으로 볼 수도 있겠으나 그 막말 뒤에는 그의 정치적 배경과 고도의 전략이 녹아 있다는 분석도 있다.

필리핀의 민간 학자와 외교 전문가들에 따르면 두테르테 대통령은 “중재재판소 판결 결과에 대해 너무 자랑하지 말라”며 수위 조절을 지시했다고 한다. 중국을 협상 테이블로 끌어들이기 위해서라는 것이다.

한마디로 국제사회의 지지를 업고 떠들썩하게 중국을 압박하기 보다는 중국과의 양자협상을 통해 조용하게 이 문제를 해결한다는 것이 두테르테의 기본 생각이라는 것이다. 전임 베니그노 아키노 대통령과는 정반대의 성향이라고 한다.

“두테르테, ‘미국 vs.니카라과’ 모델 따르지 않을 것”

필리핀 학자와 전문가들은 재미있는 한 가지 사례로 1986년 6월 27일 국제사법재판소(ICJ)의 ‘미국 vs. 니카라과’ 판결을 든다. 국제사법재판소는 나카라과의 반미 정권을 전복시키기 위해 미국이 벌였던 군사적 활동은 불법이며, 미국은 니카라과에 3억7천만 달러의 손해배상금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하지만 당시 미국은 ICJ의 사법권을 인정하지 않겠다며 ICJ의 결정을 무시해버렸다. 지금 남중국해 판결에 대한 중국의 반응과 사뭇 비슷하다. 이 때 니카라과는 국제사회에 호소하며 미국을 압박하려했다. 니카라과는 이 문제를 유엔 안보리로 가져갔지만 상임이사국인 미국은 거부권을 행사했다.

니카라과는 다시 유엔총회에 호소했고 94 대 3이라는 압도적 표차로 결의안이 통과됐지만 구속력이 없는 유엔총회 결의안은 휴지 조각에 불과했다. 결국 1990년 니카라과에 새 우파 정권이 들어선 후에야 미국은 거액의 지원금을 주는 댓가로 ICJ 제소 취하를 이끌어냈다.

필리핀 학자들은 아키노 전대통령 같았다면 이번 중재재판소의 판결을 가지고 니카라과처럼 국제사회의 도움을 요청했을 것이라고 말한다. 즉, 유엔뿐만 아니라 G7이나 G20 같은 다자간 협력체에 가서 도움을 요청하고 중국과 영유권 분쟁중에 있는 베트남이나 인도네시아 등 관련국들에게도 비슷한 행동을 취하라고 조언했을 것이라고 말한다.

그러나 두테르테는 전면에 나서서 중국과 대립하기 보다는 뒤에서 사이좋게 문제를 해결하자는 이른바 ‘조용한 외교’를 택하고 있다. 왜 두테르테는 중국과의 ‘조용한 협상’을 추진하고 있는 것일까?

두테르테, 중국 협상 통해 출신지 민다나오 인프라 구축 전망

두테르테는 상설중재재판소의 남중국해 판결을 최대한 활용해 중국으로부터 실리를 챙기려 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자국 어민들의 남중국해 조업을 최대한 보장받으려 하는 것은 물론 낙후된 필리핀의 인프라 투자에 중국의 지원을 이끌려 내려한다는 분석이 많다.

사실 두테르테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그의 출신지 필리핀 민다나오를 알아야 한다. 민다나오는 필리핀의 수도 마닐라에서 남쪽으로 700km 떨어져 있는 필리핀에서 두 번째로 큰 섬으로, 두테르테는 민다나오의 주도인 다바오 시장 출신이다. 필리핀에서 광물자원이 가장 풍부한 지역이지만 이슬람 반군과 공산 반군을 중심으로 유혈충돌이 끊이지 않아 경제는 필리핀에서 가장 낙후된 상태로 남아있다.

두테르테 필리핀 대통령(오른쪽)과 리커창 중국 총리(왼쪽)가 9월 7일(현지시간) 라오스 수도 비엔티안에서 열린 중·아세안 정상회의에서 만나 악수를 나누고 있다.
두테르테는 이 민다나오 섬에 철도를 놓겠다는 계획이다. 수시로 정전되는 전력망도 손보고 낙후된 민다나오의 인프라를 적극 구축하겠다는 생각이다. 하지만 필리핀 경제의 40%가 마닐라에 집중되어 있는 상황에서 마닐라와 다른 지역을 외국의 도움 없이 동시에 발전시키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싱가포르에 있는 동남아연구소(ISEAS) 맬컴 쿡 박사는 두테르테가 중재재판소의 남중국해 판결문을 중국과의 협상의 지렛대로 사용하려고 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쿡 박사는 두테르테가 중국에 현재 남중국해의 상황을 더 이상 악화시키지 말것과, 민다나오의 인프라 구축에 도움을 줄 것을 요구할 것으로 예측했다. 필리핀 어민의 조업권을 보장하고 낙후된 민다나오의 경제 개발에 도움을 달라는 요지다. 여기에는 두테르테 자신이 중국과 거래할 수 있을 것이라는 자신감이 깔려있다.

그러나 쿡 박사도 지적했듯이 중국이 향후 어떻게 움직이느냐에 따라 두테르테는 이전의 아키노처럼 돌아갈 수도 있다. 중국이 두테르테의 기대처럼 더 이상 남중국해에서 긴장을 고조시키지 않으리라는 보장이 없기 때문이다. 두테르테의 정책에 대해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내는 이들은 그가 민다나오의 다바오 시장 출신이기 때문에 시장 때 하던 식으로 국가를 통치하려 한다고 비판한다.

분명 두테르테의 생각 속에 민다나오는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필리핀 대통령 6년 임기중 투테르테 취임 이후 이제 임기의 3% 남짓 지났을 뿐이라는 반론도 만만치 않다. 그가 민다나오 섬 다바오 시장 출신이라는 티를 벗고 명실상부한 필리핀 대통령의 옷을 입고 국제 외교 무대에 설 수 있을지 관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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