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24] 연애도 못하는 젊은이들

입력 2016.09.20 (2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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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수영 앵커 > '연못남, 연못녀' 라는 말 들어보셨나요? 연애를 하지 못하는 남녀를 뜻하는 단어입니다. 최근 일본에서는 아예 연애를 하지 않는 젊은이들이 크게 늘고 있다고 합니다.


조지현 기자, 결혼도 아니고 연애를 하지 않는 젊은이가 많다는 점, 놀랍네요. 그 수가 얼마나 되나요?


○조지현 기자 >지난해 2,30대 미혼 남녀를 대상으로 조사를 해봤더니 남성의 70%, 여성의 59%가 연애를 하지 않고 있다고 답했습니다.


또 다른 조사에서는 20대 남성의 절반이상이 30대 남성은 38%, 여성은 25%가 아예 연애 경험이 없었습니다.

20대 때 여성과 헤어진 뒤 20년 가까이 연애를 하지 않았다는 한 40대 남성. 연애를 해보려고 인터넷 데이트 사이트에도 등록해 봤지만 만나보기도 전에 연봉이 낮다며 거부당하는 일이 반복되면서 자신감을 잃었습니다. "다른 사람들로부터 부정당하는 느낌을 받는 것보다 차라리 여자를 만나지 않는 게 편하다"고 말하는데요.

집에서 만화영화를 보는 것이 취미인 다카하시씨도 여자친구가 없습니다. 즐겨보는 만화영화는 주로 로맨스 장르지만 연애는 하지 않습니다. "연애에는 너무 많은 노력이 필요하다"는 이유에서 입니다. "상대방이 날 좋아하게 만들고, 저 역시 그녀를 좋아해야 하고. 제가 주말에 하는 모든 것들 역시 그녀를 위해 포기해야 하는데 그러고 싶지 않아요."라고 말합니다.

■윤수영 앵커 > 상황이 이렇다 보니 연애를 가르쳐주는 학교까지 생겼다고요?

○조지현 기자 > 네, 연애를 배워야 하는 상황인데요. 남녀 사이의 대화 방법부터 데이트 장소 찾는 법 등 다양한 연애 노하우를 알려주는 강좌가 인기를 끌고 있습니다.

20대부터 50대까지 남성을 대상으로 하는 한 연애 강좌는 6개월 코스에 수업료가 300만원이 훌쩍 넘는데도 지금까지 300명 이상이 수료했습니다. 이 강좌를 듣는 남성들은 "여자들이 도대체 무슨 생각을 하는지 전혀 알 수가 없다"면서 "평소에 배울 수 있는 기회가 없었다"는 걸 생각하면 비싸지 않다고 말합니다.

누드 그림 교실[출처=CNN]누드 그림 교실[출처=CNN]

연애 경험이 없는 남성을 위한 누드 그림 교실도 등장했는데요. 여성의 몸을 이해하고 성적인 접촉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일 수 있도록 가르쳐주는 겁니다.

■윤수영 앵커 > 웃어넘길 현상은 아닌 것 같습니다. 가상 연애 산업이란 게 인기라는데 이건 또 뭔가요?

○조지현 기자 > 일본은 워낙 만화영화나 게임이 발달해 있잖아요? 이런 것들로 가상 연애를 즐길 수 있어서 일본 젊은이들이 연애를 하지 않는다고 분석하기도 합니다.


몇년 째 게임 속 캐릭터와 가상 데이트를 즐기고 있는 남성들은 여자친구라고 당당하게 말하기까지 하는데요. "실제 연애를 하면 결혼을 생각해야하니까 3D 여성 캐릭터와 데이트하는 게 더 좋다"며 가상연애의 장점을 설명합니다.

이 외에도 실제 여성이 자신이 좋아하는 만화영화 캐릭터로 분장을 하고 데이트를 해주는 서비스도 있고요. 하루 종일 포옹만 하고 있을 수 있는 '포옹 카페'도 있습니다. 최근에는 가상 여자친구를 만날 수 있는 VR 기기도 등장했습니다.

■윤수영 앵커 > 가상연애도 하고 연애 강좌도 듣는 걸 보면 연애를 하고 싶기는 한 거 같은데 왜 만남을 기피하는 걸까요?

○조지현 기자 > 청년층의 경제적 어려움이 가장 큰 원인으로 꼽힙니다. 일본의 전체 실업률은 3.1%로 전 세계에서 가장 낮은 수준인데요. 그런데 25살부터 44살까지 남성 인구를 따져보면 노동인구가 1470만 명으로 48년 만에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습니다.


일본에서는 현재 2,30대 청년을 '사토리, 달관 세대' 라고 부르는데요. 장기 불황 속에서 성장해서 돈을 벌기보다는 욕심 없이 절제하는 세대라는 뜻입니다. 취업도 힘든 사토리 세대들에게 결혼과 연애는 사치인 거죠. 사랑도 꿈꾸기 힘든 것이 젊은이들의 슬픈 현실입니다. 글로벌 이슈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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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글로벌24] 연애도 못하는 젊은이들
    • 입력 2016-09-20 21:04:13
    국제
■윤수영 앵커 > '연못남, 연못녀' 라는 말 들어보셨나요? 연애를 하지 못하는 남녀를 뜻하는 단어입니다. 최근 일본에서는 아예 연애를 하지 않는 젊은이들이 크게 늘고 있다고 합니다.


조지현 기자, 결혼도 아니고 연애를 하지 않는 젊은이가 많다는 점, 놀랍네요. 그 수가 얼마나 되나요?


○조지현 기자 >지난해 2,30대 미혼 남녀를 대상으로 조사를 해봤더니 남성의 70%, 여성의 59%가 연애를 하지 않고 있다고 답했습니다.


또 다른 조사에서는 20대 남성의 절반이상이 30대 남성은 38%, 여성은 25%가 아예 연애 경험이 없었습니다.

20대 때 여성과 헤어진 뒤 20년 가까이 연애를 하지 않았다는 한 40대 남성. 연애를 해보려고 인터넷 데이트 사이트에도 등록해 봤지만 만나보기도 전에 연봉이 낮다며 거부당하는 일이 반복되면서 자신감을 잃었습니다. "다른 사람들로부터 부정당하는 느낌을 받는 것보다 차라리 여자를 만나지 않는 게 편하다"고 말하는데요.

집에서 만화영화를 보는 것이 취미인 다카하시씨도 여자친구가 없습니다. 즐겨보는 만화영화는 주로 로맨스 장르지만 연애는 하지 않습니다. "연애에는 너무 많은 노력이 필요하다"는 이유에서 입니다. "상대방이 날 좋아하게 만들고, 저 역시 그녀를 좋아해야 하고. 제가 주말에 하는 모든 것들 역시 그녀를 위해 포기해야 하는데 그러고 싶지 않아요."라고 말합니다.

■윤수영 앵커 > 상황이 이렇다 보니 연애를 가르쳐주는 학교까지 생겼다고요?

○조지현 기자 > 네, 연애를 배워야 하는 상황인데요. 남녀 사이의 대화 방법부터 데이트 장소 찾는 법 등 다양한 연애 노하우를 알려주는 강좌가 인기를 끌고 있습니다.

20대부터 50대까지 남성을 대상으로 하는 한 연애 강좌는 6개월 코스에 수업료가 300만원이 훌쩍 넘는데도 지금까지 300명 이상이 수료했습니다. 이 강좌를 듣는 남성들은 "여자들이 도대체 무슨 생각을 하는지 전혀 알 수가 없다"면서 "평소에 배울 수 있는 기회가 없었다"는 걸 생각하면 비싸지 않다고 말합니다.

누드 그림 교실[출처=CNN]
연애 경험이 없는 남성을 위한 누드 그림 교실도 등장했는데요. 여성의 몸을 이해하고 성적인 접촉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일 수 있도록 가르쳐주는 겁니다.

■윤수영 앵커 > 웃어넘길 현상은 아닌 것 같습니다. 가상 연애 산업이란 게 인기라는데 이건 또 뭔가요?

○조지현 기자 > 일본은 워낙 만화영화나 게임이 발달해 있잖아요? 이런 것들로 가상 연애를 즐길 수 있어서 일본 젊은이들이 연애를 하지 않는다고 분석하기도 합니다.


몇년 째 게임 속 캐릭터와 가상 데이트를 즐기고 있는 남성들은 여자친구라고 당당하게 말하기까지 하는데요. "실제 연애를 하면 결혼을 생각해야하니까 3D 여성 캐릭터와 데이트하는 게 더 좋다"며 가상연애의 장점을 설명합니다.

이 외에도 실제 여성이 자신이 좋아하는 만화영화 캐릭터로 분장을 하고 데이트를 해주는 서비스도 있고요. 하루 종일 포옹만 하고 있을 수 있는 '포옹 카페'도 있습니다. 최근에는 가상 여자친구를 만날 수 있는 VR 기기도 등장했습니다.

■윤수영 앵커 > 가상연애도 하고 연애 강좌도 듣는 걸 보면 연애를 하고 싶기는 한 거 같은데 왜 만남을 기피하는 걸까요?

○조지현 기자 > 청년층의 경제적 어려움이 가장 큰 원인으로 꼽힙니다. 일본의 전체 실업률은 3.1%로 전 세계에서 가장 낮은 수준인데요. 그런데 25살부터 44살까지 남성 인구를 따져보면 노동인구가 1470만 명으로 48년 만에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습니다.


일본에서는 현재 2,30대 청년을 '사토리, 달관 세대' 라고 부르는데요. 장기 불황 속에서 성장해서 돈을 벌기보다는 욕심 없이 절제하는 세대라는 뜻입니다. 취업도 힘든 사토리 세대들에게 결혼과 연애는 사치인 거죠. 사랑도 꿈꾸기 힘든 것이 젊은이들의 슬픈 현실입니다. 글로벌 이슈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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