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플러스] 미치도록 일하고 싶다던 이정현 아니던가?

입력 2016.09.28 (18:52) 수정 2016.09.29 (18: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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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권당 대표의 사상 첫 단식투쟁

이정현 새누리당 대표의 단식투쟁은 특이하다. 먼저 집권 여당 대표로는 처음이다. 지금까지 정치권의 단식투쟁은 대부분 권위주의 시절 야당 정치인들의 몫이었다. 새누리당 계열로는 2003년 최병렬 당시 한나라당 대표의 단식투쟁이 대표적이다. 그러나 그 때 한나라당은 야당이었다. 이번 일은 집권당 대표가 야당을 상대로 단식투쟁을 하는 첫 사례다.

문 닫은 단식투쟁도 이례적인 일

보통 단식투쟁은 공개된 장소, 사람들이 많이 다니는 곳에서 한다. 단식투쟁도 시위인데, 가급적 많은 사람이 보면 효과적이 아니겠는가? 물과 소금 말고는 진짜 아무 것도 안 먹는다는 것을 보여주려는 의도도 있을 것이다. 그런데 이정현 대표는 방 안에서 문을 닫아놓고 하고 있다. 정해진 시간에만 언론에 공개한다. 특이하다.


이정현 대표는 2014년 대정부질문에서 국회의원의 단식투쟁을 특권의 시작이라고 비판한 적이 있다.“선거제도가 정착된 나라들 중에서 단식투쟁하는 의원이 있는 나라도 대한민국이 유일하고, 여기에서 의원의 특권이 시작되고 있다"고 발언했다. 자기가 단식투쟁을 하게 되리라고는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을 것이다.

이정현 “단식투쟁에서 특권 시작”

그는 “우리 사회에서 무노동 무임금이 적용되지 않는 유일한 집단이 국회의원”이라는 말도 했다. 지난번 대표 경선 과정에서“미치도록 일하고 싶다"고 했던 이정현 대표는 새누리당의 국정감사 보이콧을 주도했다. 일종의 정치 파업이다.


그런데 이 대표는 무노동 무임금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어느 신문 인터뷰에서 그는 이렇게 말했다.“우리가 지금 일을 안 하고 있는 게 아니다. 정치는 행정과는 다르다. 이 자체가 정치행위다. 이게 어떻게 무노동 무임금이냐?”그는 과거에는 이런 식으로 얘기하지 않았다.

해임 거부로 끝내면 안됐을까?

그는 왜 단식 투쟁과 국감 거부라는 초강수를 들고 나섰던 것일까? 야당의 해임 건의와 청와대의 해임 거부로 이번 사태를 끝내면 안됐을까? 그런데“정세균이 물러나든지 내가 죽든지 둘 중의 하나”라고 배수진을 치고 나섰다. 표면적인 요구는 정세균 국회의장의 퇴진이었다.


정세균 국회의장이 국회법 77조를 위반해 차수를 변경했고, 해임 건의에 해당되지 않는 내용의 김재수 장관 해임안을 상정해 의회주의를 파괴했다고 주장했다. 새누리당 의원들은“의회주의 파괴자 정세균은 물러가라"는 구호를 외쳤다.“대한민국과 대한민국 국민과 대한민국 가치와 대한민국 국회를 지키겠다"고 했다.

국회법 77조 의사일정변경 조항을 어겼는지 아닌지는 헌법재판소 결정을 참고하면 된다. 헌법재판소는 국회의장이 교섭단체 대표와 의사일정을 협의하는 방식과 관련해서 국회의장의 폭넓은 재량권을 인정하고 있다. 그러나 이유가 뭐든 협의가 매끄럽게 이뤄지지 않은 부분이 있는 것은 아쉽다.

국무위원 해임 건의를 규정한 헌법은 해임 건의 사유에 대해서는 아무런 규정을 하지 않고 있다. 따라서 새누리당처럼 직무 수행상의 문제에 대해서 해임 건의를 한 과거의 관례를 따라야 한다고 주장할 수 있다. 그러나 야당처럼 청문회 과정에서 드러난 문제점을 이유로 해임 건의를 하는 것이 불법이거나 불가능하다고 볼 수는 없는 것이다.

국감 가려던 국방위원장 ‘감금’

그래서 이번 일이 국정감사를 거부하고 여당 대표가 단식투쟁까지 할 사안이었느냐는 반문이 나온다. 같은 새누리당 소속인 김영우 국방위원장이 국정감사를 진행하겠다고 나선 이유도 여기에 있을 것이다. 그러나 새누리당 일부 의원들은 김영우 위원장을 사실상 감금해서 국감 참여를 막기도 했다.


20대 국회 들어 새누리당은 정기국회 시작부터 의사일정 진행을 거부하고, 인사청문회를 보이콧했다. 이번에는 국정감사까지 거부했다. 여소야대 상황에서 야당에게 밀리지 않으려는 몸부림으로 보는 사람들이 있다. 반면에 이른바 최순실 게이트를 막으려는 술책이라고 보는 사람들도 있다. 그러나 대부분은 집권당으로서 참 딱하다면서 혀를 차는 반응을 보였다.

지금 새누리당은 원내 1당이다. 여당 성향 무소속을 대거 받아들임으로써 총선에서 더불어 민주당에게 뺏긴 1당 자리를 되찾은 지 오래다. 새누리당 129석, 더불어 민주당 121석, 국민의당 38석, 정의당 6석, 무소속 6석이다. 여소야대라고는 하지만 정치력을 발휘하면 얼마든지 집권당으로서 주도적인 역할을 할 수 있는 가능성은 열려 있다.


3당 정립 체제, 아쉬운 정치력

예를 들어, 국민의당은 당초 김재수 장관 해임안에 부정적인 기류였다. 해임안을 공동제출하기로 했던 3당 합의도 깼다. 새누리당은 소속 의원들에게 국민의당 의원들을 잘 대해주라고 문자까지 돌렸다. 그런데 대북 송금을 문제 삼은 박근혜 대통령의 발언으로 확 돌아섰다는 것이 정치권의 대체적인 시각이다. 여권의 엇박자가 없었다면 지금의 해임안 파동이 발생하지 않았을 가능성도 있는 것이다.

새누리당 정진석 원내대표가 24일 새벽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에서 정세균 국회의장이 차수변경을 하며 교육, 사회, 문화분야 대정부질문를 강제 종료 시키자 강력 항의하고 있다. 새누리당 정진석 원내대표가 24일 새벽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에서 정세균 국회의장이 차수변경을 하며 교육, 사회, 문화분야 대정부질문를 강제 종료 시키자 강력 항의하고 있다.

두 야당은 뿌리가 같지만, 뒤집어보면 서로가 싫다고 갈라선 세력이다. 이혼한 부부는 오히려 남보다 못한 법이다. 새누리당이 불통과 고집이 아니라 양보와 타협으로 접근했다면 두 야당을 갈라치기 하면서 1당의 지위를 톡톡히 누릴 수도 있었다는 얘기다. 과반 의석을 얻지 못한 정당이 연정을 통해 국정 안정을 이루는 모습을 유럽에서 흔히 찾아볼 수 있다.

강경 대립에 골병 드는 한국 정치

야3당의 김재수 장관 해임안 처리가 의회주의 파괴인가, 청와대의 해임 거부가 의회주의 파괴인가, 새누리당의 국정감사 거부가 의회주의 파괴인가? 말 없는 국민들도 속으로는 판단을 내리고 있을 것이다. 이정현 대표가 어디를 바라보며 정치를 하는지도 지켜보고 있을 것이다. 민생과 안보와 경제를 전가의 보도처럼 외치는 새누리당이 아니던가?

단식에 일가견이 있다고 할 수 있는 김영삼 전 대통령은 2003년 단식 중이던 최병렬 한나라당 대표를 찾아가“굶으면 죽는 것은 확실하다"는 유명한 말을 남겼다. 정치권이 이정현 대표가 죽기까지 내버려두지는 않을 것이다. 그러나 그동안 국민과 나라와 한국 정치가 골병 드는 것 만은 확실한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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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6-09-28 18:52:34
    • 수정2016-09-29 18:17:03
    정치
집권당 대표의 사상 첫 단식투쟁 이정현 새누리당 대표의 단식투쟁은 특이하다. 먼저 집권 여당 대표로는 처음이다. 지금까지 정치권의 단식투쟁은 대부분 권위주의 시절 야당 정치인들의 몫이었다. 새누리당 계열로는 2003년 최병렬 당시 한나라당 대표의 단식투쟁이 대표적이다. 그러나 그 때 한나라당은 야당이었다. 이번 일은 집권당 대표가 야당을 상대로 단식투쟁을 하는 첫 사례다. 문 닫은 단식투쟁도 이례적인 일 보통 단식투쟁은 공개된 장소, 사람들이 많이 다니는 곳에서 한다. 단식투쟁도 시위인데, 가급적 많은 사람이 보면 효과적이 아니겠는가? 물과 소금 말고는 진짜 아무 것도 안 먹는다는 것을 보여주려는 의도도 있을 것이다. 그런데 이정현 대표는 방 안에서 문을 닫아놓고 하고 있다. 정해진 시간에만 언론에 공개한다. 특이하다. 이정현 대표는 2014년 대정부질문에서 국회의원의 단식투쟁을 특권의 시작이라고 비판한 적이 있다.“선거제도가 정착된 나라들 중에서 단식투쟁하는 의원이 있는 나라도 대한민국이 유일하고, 여기에서 의원의 특권이 시작되고 있다"고 발언했다. 자기가 단식투쟁을 하게 되리라고는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을 것이다. 이정현 “단식투쟁에서 특권 시작” 그는 “우리 사회에서 무노동 무임금이 적용되지 않는 유일한 집단이 국회의원”이라는 말도 했다. 지난번 대표 경선 과정에서“미치도록 일하고 싶다"고 했던 이정현 대표는 새누리당의 국정감사 보이콧을 주도했다. 일종의 정치 파업이다. 그런데 이 대표는 무노동 무임금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어느 신문 인터뷰에서 그는 이렇게 말했다.“우리가 지금 일을 안 하고 있는 게 아니다. 정치는 행정과는 다르다. 이 자체가 정치행위다. 이게 어떻게 무노동 무임금이냐?”그는 과거에는 이런 식으로 얘기하지 않았다. 해임 거부로 끝내면 안됐을까? 그는 왜 단식 투쟁과 국감 거부라는 초강수를 들고 나섰던 것일까? 야당의 해임 건의와 청와대의 해임 거부로 이번 사태를 끝내면 안됐을까? 그런데“정세균이 물러나든지 내가 죽든지 둘 중의 하나”라고 배수진을 치고 나섰다. 표면적인 요구는 정세균 국회의장의 퇴진이었다. 정세균 국회의장이 국회법 77조를 위반해 차수를 변경했고, 해임 건의에 해당되지 않는 내용의 김재수 장관 해임안을 상정해 의회주의를 파괴했다고 주장했다. 새누리당 의원들은“의회주의 파괴자 정세균은 물러가라"는 구호를 외쳤다.“대한민국과 대한민국 국민과 대한민국 가치와 대한민국 국회를 지키겠다"고 했다. 국회법 77조 의사일정변경 조항을 어겼는지 아닌지는 헌법재판소 결정을 참고하면 된다. 헌법재판소는 국회의장이 교섭단체 대표와 의사일정을 협의하는 방식과 관련해서 국회의장의 폭넓은 재량권을 인정하고 있다. 그러나 이유가 뭐든 협의가 매끄럽게 이뤄지지 않은 부분이 있는 것은 아쉽다. 국무위원 해임 건의를 규정한 헌법은 해임 건의 사유에 대해서는 아무런 규정을 하지 않고 있다. 따라서 새누리당처럼 직무 수행상의 문제에 대해서 해임 건의를 한 과거의 관례를 따라야 한다고 주장할 수 있다. 그러나 야당처럼 청문회 과정에서 드러난 문제점을 이유로 해임 건의를 하는 것이 불법이거나 불가능하다고 볼 수는 없는 것이다. 국감 가려던 국방위원장 ‘감금’ 그래서 이번 일이 국정감사를 거부하고 여당 대표가 단식투쟁까지 할 사안이었느냐는 반문이 나온다. 같은 새누리당 소속인 김영우 국방위원장이 국정감사를 진행하겠다고 나선 이유도 여기에 있을 것이다. 그러나 새누리당 일부 의원들은 김영우 위원장을 사실상 감금해서 국감 참여를 막기도 했다. 20대 국회 들어 새누리당은 정기국회 시작부터 의사일정 진행을 거부하고, 인사청문회를 보이콧했다. 이번에는 국정감사까지 거부했다. 여소야대 상황에서 야당에게 밀리지 않으려는 몸부림으로 보는 사람들이 있다. 반면에 이른바 최순실 게이트를 막으려는 술책이라고 보는 사람들도 있다. 그러나 대부분은 집권당으로서 참 딱하다면서 혀를 차는 반응을 보였다. 지금 새누리당은 원내 1당이다. 여당 성향 무소속을 대거 받아들임으로써 총선에서 더불어 민주당에게 뺏긴 1당 자리를 되찾은 지 오래다. 새누리당 129석, 더불어 민주당 121석, 국민의당 38석, 정의당 6석, 무소속 6석이다. 여소야대라고는 하지만 정치력을 발휘하면 얼마든지 집권당으로서 주도적인 역할을 할 수 있는 가능성은 열려 있다. 3당 정립 체제, 아쉬운 정치력 예를 들어, 국민의당은 당초 김재수 장관 해임안에 부정적인 기류였다. 해임안을 공동제출하기로 했던 3당 합의도 깼다. 새누리당은 소속 의원들에게 국민의당 의원들을 잘 대해주라고 문자까지 돌렸다. 그런데 대북 송금을 문제 삼은 박근혜 대통령의 발언으로 확 돌아섰다는 것이 정치권의 대체적인 시각이다. 여권의 엇박자가 없었다면 지금의 해임안 파동이 발생하지 않았을 가능성도 있는 것이다. 새누리당 정진석 원내대표가 24일 새벽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에서 정세균 국회의장이 차수변경을 하며 교육, 사회, 문화분야 대정부질문를 강제 종료 시키자 강력 항의하고 있다. 두 야당은 뿌리가 같지만, 뒤집어보면 서로가 싫다고 갈라선 세력이다. 이혼한 부부는 오히려 남보다 못한 법이다. 새누리당이 불통과 고집이 아니라 양보와 타협으로 접근했다면 두 야당을 갈라치기 하면서 1당의 지위를 톡톡히 누릴 수도 있었다는 얘기다. 과반 의석을 얻지 못한 정당이 연정을 통해 국정 안정을 이루는 모습을 유럽에서 흔히 찾아볼 수 있다. 강경 대립에 골병 드는 한국 정치 야3당의 김재수 장관 해임안 처리가 의회주의 파괴인가, 청와대의 해임 거부가 의회주의 파괴인가, 새누리당의 국정감사 거부가 의회주의 파괴인가? 말 없는 국민들도 속으로는 판단을 내리고 있을 것이다. 이정현 대표가 어디를 바라보며 정치를 하는지도 지켜보고 있을 것이다. 민생과 안보와 경제를 전가의 보도처럼 외치는 새누리당이 아니던가? 단식에 일가견이 있다고 할 수 있는 김영삼 전 대통령은 2003년 단식 중이던 최병렬 한나라당 대표를 찾아가“굶으면 죽는 것은 확실하다"는 유명한 말을 남겼다. 정치권이 이정현 대표가 죽기까지 내버려두지는 않을 것이다. 그러나 그동안 국민과 나라와 한국 정치가 골병 드는 것 만은 확실한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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