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본문 영역

상세페이지

남북문제 다룬 김기덕 ‘그물’…“누구든 그물에 갇힐 수 있어”
입력 2016.09.28 (20:05) 연합뉴스
그물에 한번 걸린 물고기는 절대 빠져나갈 수 없다. 벗어나려 하면 할수록 비늘이 벗겨지고, 아가미가 찢어진다.

김기덕 감독의 신작 '그물'은 '풍산개'(2011), '붉은 가족'(2013)에 이어 다시 한 번 남북문제를 다룬 영화다.

김 감독은 "그물은 국가와 이데올로기, 개인은 물고기로 생각했다"며 "국가 간 대립 상황에서 한 개인이 어떻게 희생되는지, 얼마나 비참해질 수 있는지를 보여주고 싶었다"고 말했다.

임진강에서 고기를 잡던 북한 어부 철우(류승범)는 배가 고장 나 어쩔 수 없이 남북의 경계선을 넘게 된다.

남한 정보기관은 철우를 '잠재적 간첩', 혹은 '미래의 간첩'으로 가정하고 밤낮없는 취조를 벌인다.

철우는 그러나 북한에 있는 가족들의 품으로 돌아갈 날을 기다리며 온갖 고초를 견딘다.

이 영화에서 가장 인상적인 장면은 남한의 정보요원이 철우를 간첩으로 몰아세우다가 여의치 않자 전향을 설득하기 위해 자본주의의 상징인 명동 한복판에 철우를 풀어놓는 대목이다.

철우는 "남한에서 본 만큼 불행해진다", "보면 기억하고, 다그치면 불게 돼 있다"고 항변하며 눈을 꽉 감지만, 정보요원들은 철우가 눈을 뜨도록 꼼수를 부린다. 어쩔 수 없이 눈을 뜬 철우가 자본주의 모습을 처음 대면한 뒤 놀라는 모습에서는 보이지 않는 폭력에 당한 한 인간의 비참함이 느껴져 처연하게 다가온다.

이 영화는 김 감독의 작품 가운데 메시지가 가장 분명히 드러나면서도 '친절한' 작품이라고 할 만하다. 폭력적이거나 스크린을 똑바로 바라보기 힘든 장면들도 전작들에 비해 많지 않다.

철우는 명동을 시내를 돌아다니다 위기에 빠진 성매매 여성을 구해준 뒤 "자유로운 나라에서 뭐가 그렇게 괴롭나?', "자유가 행복을 보장하지 않는다"와 같은 대사를 주고받는다.

남한의 정보요원과는 "중요한 것은 물질보다 가족이다", "풍족한 남한에서 낭비를 일삼는다"는 식의 대화를 나눈다.

하지만 친절이 너무 과했던 탓일까. 영화 속 등장인물들이 메시지를 직설적으로 전달함으로써 영화적 재미가 반감되는 측면이 있다.

특히 복잡한 내면을 드러내는 주인공 철우를 제외하면 나머지 인물들의 캐릭터는 평면적이고 스테레오타입으로 그려진 점이 아쉽다.

철우를 유일하게 동정하고 눈물까지 흘리는 감시요원 진우(이원근), 이전에 간첩을 놓쳤던 트라우마 때문에 철우를 막무가내로 '빨갱이'로 몰아붙이는 조사관(김영민) 등 명백한 대조를 이루는 캐릭터들은 선뜻 공감하기는 어렵다.

극 중 철우는 우여곡절 끝에 다시 북한으로 돌아간다. 하지만 이미 만신창이가 된 그는 북한에서 또다시 고초를 겪으면서 영혼까지 파괴된다.

어떻게 보면 충분히 예측할 수 있고 단순한 줄거리의 이 영화에 살과 숨을 불어넣는 것은 배우 류승범이다.

'품행제로', '주먹이 운다', '베를린' 등의 영화에서 개성 넘치는 연기를 보여준 류승범은 한국영화에서 그동안 많이 봐왔던 '북한 사람' 캐릭터와는 전혀 다른 독특한 '북한 어부' 캐릭터를 선보이며 강한 인상을 남긴다. 류승범과 김 감독과의 호흡은 이번이 처음이다.

김 감독은 "남북의 분단 현실 속에서 누구든지 철우와 같은 상황에 놓일 수 있다고 생각했다"면서 "너무 슬프고 아픈 영화여서 촬영하는 내내 울면서 찍었다"고 전했다. 이 영화는 제73회 베니스 국제 영화제 비경쟁 부문에 초청돼 호평을 받았다. 10월 6일 개봉.
  • 남북문제 다룬 김기덕 ‘그물’…“누구든 그물에 갇힐 수 있어”
    • 입력 2016-09-28 20:05:08
    연합뉴스
그물에 한번 걸린 물고기는 절대 빠져나갈 수 없다. 벗어나려 하면 할수록 비늘이 벗겨지고, 아가미가 찢어진다.

김기덕 감독의 신작 '그물'은 '풍산개'(2011), '붉은 가족'(2013)에 이어 다시 한 번 남북문제를 다룬 영화다.

김 감독은 "그물은 국가와 이데올로기, 개인은 물고기로 생각했다"며 "국가 간 대립 상황에서 한 개인이 어떻게 희생되는지, 얼마나 비참해질 수 있는지를 보여주고 싶었다"고 말했다.

임진강에서 고기를 잡던 북한 어부 철우(류승범)는 배가 고장 나 어쩔 수 없이 남북의 경계선을 넘게 된다.

남한 정보기관은 철우를 '잠재적 간첩', 혹은 '미래의 간첩'으로 가정하고 밤낮없는 취조를 벌인다.

철우는 그러나 북한에 있는 가족들의 품으로 돌아갈 날을 기다리며 온갖 고초를 견딘다.

이 영화에서 가장 인상적인 장면은 남한의 정보요원이 철우를 간첩으로 몰아세우다가 여의치 않자 전향을 설득하기 위해 자본주의의 상징인 명동 한복판에 철우를 풀어놓는 대목이다.

철우는 "남한에서 본 만큼 불행해진다", "보면 기억하고, 다그치면 불게 돼 있다"고 항변하며 눈을 꽉 감지만, 정보요원들은 철우가 눈을 뜨도록 꼼수를 부린다. 어쩔 수 없이 눈을 뜬 철우가 자본주의 모습을 처음 대면한 뒤 놀라는 모습에서는 보이지 않는 폭력에 당한 한 인간의 비참함이 느껴져 처연하게 다가온다.

이 영화는 김 감독의 작품 가운데 메시지가 가장 분명히 드러나면서도 '친절한' 작품이라고 할 만하다. 폭력적이거나 스크린을 똑바로 바라보기 힘든 장면들도 전작들에 비해 많지 않다.

철우는 명동을 시내를 돌아다니다 위기에 빠진 성매매 여성을 구해준 뒤 "자유로운 나라에서 뭐가 그렇게 괴롭나?', "자유가 행복을 보장하지 않는다"와 같은 대사를 주고받는다.

남한의 정보요원과는 "중요한 것은 물질보다 가족이다", "풍족한 남한에서 낭비를 일삼는다"는 식의 대화를 나눈다.

하지만 친절이 너무 과했던 탓일까. 영화 속 등장인물들이 메시지를 직설적으로 전달함으로써 영화적 재미가 반감되는 측면이 있다.

특히 복잡한 내면을 드러내는 주인공 철우를 제외하면 나머지 인물들의 캐릭터는 평면적이고 스테레오타입으로 그려진 점이 아쉽다.

철우를 유일하게 동정하고 눈물까지 흘리는 감시요원 진우(이원근), 이전에 간첩을 놓쳤던 트라우마 때문에 철우를 막무가내로 '빨갱이'로 몰아붙이는 조사관(김영민) 등 명백한 대조를 이루는 캐릭터들은 선뜻 공감하기는 어렵다.

극 중 철우는 우여곡절 끝에 다시 북한으로 돌아간다. 하지만 이미 만신창이가 된 그는 북한에서 또다시 고초를 겪으면서 영혼까지 파괴된다.

어떻게 보면 충분히 예측할 수 있고 단순한 줄거리의 이 영화에 살과 숨을 불어넣는 것은 배우 류승범이다.

'품행제로', '주먹이 운다', '베를린' 등의 영화에서 개성 넘치는 연기를 보여준 류승범은 한국영화에서 그동안 많이 봐왔던 '북한 사람' 캐릭터와는 전혀 다른 독특한 '북한 어부' 캐릭터를 선보이며 강한 인상을 남긴다. 류승범과 김 감독과의 호흡은 이번이 처음이다.

김 감독은 "남북의 분단 현실 속에서 누구든지 철우와 같은 상황에 놓일 수 있다고 생각했다"면서 "너무 슬프고 아픈 영화여서 촬영하는 내내 울면서 찍었다"고 전했다. 이 영화는 제73회 베니스 국제 영화제 비경쟁 부문에 초청돼 호평을 받았다. 10월 6일 개봉.
kbs가 손수 골랐습니다. 네이버에서도 보세요.
기자 정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