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국 공항서 강제 출국 당한 홍콩 우산 혁명 주역은?

입력 2016.10.05 (11:47) 수정 2016.10.05 (17: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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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부터 2년여 전인 2014년 9월 26일 당시 17살의 고등학생이었던 조슈아 웡을 비롯한 홍콩의 학생들이 홍콩 정부 청사 철문을 넘어 청사 앞 광장을 점거해 시위를 벌이다 체포됐다. 이들의 요구는 홍콩 행정장관(행정 수반)의 실질적인 직선제였다. 학생들의 점거 시위를 계기로 대학생은 물론 고등학교 학생까지 동맹휴학을 결의하고 시위에 동참하는 등 홍콩의 민주화 시위가 확산했다.

2014년 9월 홍콩의 민주화를 요구하는 시위대들이 우산을 쓰고 집회를 하고 있다. (사진=AP)2014년 9월 홍콩의 민주화를 요구하는 시위대들이 우산을 쓰고 집회를 하고 있다. (사진=AP)

홍콩 민주화 시위 언론들은 당국의 최루탄을 우산으로 막아내는 시위대의 행동을 '우산 혁명(Umbrella Revolution)'이라고 이름을 붙이며 찬사를 쏟아냈지만, 중국 정부의 강경 대응 등으로 목표를 이루지 못하고 79일 만에 좌절됐다.

당시 중·고등학생이 조직한 '학민사조'를 이끌면서 우산 혁명을 주도했던 조슈아 웡은 같은 해 '타임'이 선정한 '가장 영향력 있는 10대' 가운데 한 명으로 선정됐고, 포천이 선정한 2015년 가장 위대한 지도자 명단에도 이름을 올렸다. 2016년 3월에는 네이선 로등 또 다른 우산 혁명 주역들과 함께 현실 정치로 자신들의 이념을 실현하겠다며 데모시스토당을 결성해 활동하고 있다.

지난 9월 시행된 홍콩 입법원 선거 사상 최연소인 23살에 입법 의원에 선출된 네이선 로 데모시스토당 대표·왼쪽이 조슈아 웡 (사진=AP)지난 9월 시행된 홍콩 입법원 선거 사상 최연소인 23살에 입법 의원에 선출된 네이선 로 데모시스토당 대표·왼쪽이 조슈아 웡 (사진=AP)

태국서 입국 거부후 강제 출국당한 조슈아 웡

태국의 대학생들은 이처럼 왕성하게 활동하면서 성과를 내고 있는 조슈아 웡을 초청했다. 태국 현대사에서 비극의 하나로 기록된 이른바 '탐마삿 학살' 발생 40주년을 맞아 우산 혁명의 주역인 조슈아 웡으로부터 학생 운동과 관련된 여러 조언을 직접 듣기 위해서였다. 하지만 그는 태국에 입국하려다 공항에서 구금당했다가 하룻만에 강제 출국 조처됐다.이에 앞서 조슈아 웡은 홍콩을 떠나면서 공항에서 '인증샷'을 찍어 소셜 미디어에 올리기도 했다.

조슈아 웡이 방콕행 비행기에 탑승하기 직전 공항에서 ‘셀카’를 찍고 있다. (사진=조슈아 웡 페이스북)조슈아 웡이 방콕행 비행기에 탑승하기 직전 공항에서 ‘셀카’를 찍고 있다. (사진=조슈아 웡 페이스북)


AP 통신등은 지난 4일 밤 늦게 방콕 수완나품 공항에 도착한 뒤 당국에 구금됐던 조슈아 웡이 5일 오전 홍콩행 항공기에 탑승했다고 보도했다.

이와관련해 태국 외무부의 섹 완나메티 대변인은 "외국인에 대한 입국 허가는 다양한 요소를 고려하고 이민법과 규정에 부합될 경우에 이뤄진다"고 밝혔다.중국 외교부도 "관련 보고를 받았다. 법에 따른 태국의 이민 통제 조처를 존중한다"고 밝혔다.

이에앞서 영국 BBC와 태국 현지 언론들은 태국 경찰과 이민국 소속 직원들이 조슈아 웡이 공항에 도착하기를 기다리다가 뒤 곧바로 구금했으며, 휴대전화와 컴퓨터 사용을 제한하고 강제 출국 조처를 할 것이라고 통보했다고 보도했다.

조슈아 웡이 비서장으로 일하고 있는 홍콩 데모시스토는 조슈아 웡이 4일 밤늦게 방콕 수완나품 공항에 도착한 뒤 당국에 구금됐다며 "태국 정부가 불합리하게 웡의 입국 자유를 제한했다"고 주장했다.

웡 비서장을 초청한 태국 학생운동가 넷리윗 초티팟파이산은 "태국 군부가 방문과 관련해 중국 정부로부터 협조요청문을 받은 것 같다"며 중국의 개입 의혹을 제기했다.

조슈아 웡은 '탐마삿 학살' 40주년을 맞는 6일 태국 최고대학으로 꼽히는 쭐라롱껀대학 정치학부 학생들을 대상으로 강연할 예정이었다.

‘탐마삿 학살’ 당시 여학생을 교수형에 처한 뒤 다시 의자로 공격하는 모습. 종군 기자 닐 울비치는 이 사진으로 퓰리처상을 받았다.‘탐마삿 학살’ 당시 여학생을 교수형에 처한 뒤 다시 의자로 공격하는 모습. 종군 기자 닐 울비치는 이 사진으로 퓰리처상을 받았다.

'탐마삿 학살'사건은?

1976년 10월 태국의 두 번째 국립대학인 탐마삿 대학에서 정부의 노동운동 탄압을 비판하는 연극이 공연됐다. 당시 연극에는 2명을 교수형에 처하는 장면이 포함돼 있었다. 그런데 그 가운데 한 명이 공교롭게 왕자와 닮았다는 소문이 돌면서 사태는 걷잡을 수 없이 확산했다.

일부 학생들이 군주제를 폐지하려고 한다는 소문도 나돌았다. 결국, 태국 왕정에 대한 모독이라고 규정한 태국 당국은 10월 6일 군경과 극우민병대까지 동원해 대학을 포위하고 강제 진압에 나섰다. 진압과정에서 실탄을 발사했을 뿐만 아니라 신체 절단 등 잔인한 방법 등도 대거 동원됐다. 태국 정부는 진압과정에서 46명이 숨지고 167명이 다쳤다고 공식 발표했지만, 생존자들은 사상자 규모가 훨씬 크다고 주장하고 있다.

지난 2014년 쿠데타를 통해 집권한 태국 군부정권은 극심한 정치혼란을 막는다는 이유로 그동안 정치 집회를 허락하지 않고 표현의 자유를 비롯한 국민의 기본권도 제한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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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6-10-05 11:47:46
    • 수정2016-10-05 17:09:55
    취재K

지금부터 2년여 전인 2014년 9월 26일 당시 17살의 고등학생이었던 조슈아 웡을 비롯한 홍콩의 학생들이 홍콩 정부 청사 철문을 넘어 청사 앞 광장을 점거해 시위를 벌이다 체포됐다. 이들의 요구는 홍콩 행정장관(행정 수반)의 실질적인 직선제였다. 학생들의 점거 시위를 계기로 대학생은 물론 고등학교 학생까지 동맹휴학을 결의하고 시위에 동참하는 등 홍콩의 민주화 시위가 확산했다.

2014년 9월 홍콩의 민주화를 요구하는 시위대들이 우산을 쓰고 집회를 하고 있다. (사진=AP)
홍콩 민주화 시위 언론들은 당국의 최루탄을 우산으로 막아내는 시위대의 행동을 '우산 혁명(Umbrella Revolution)'이라고 이름을 붙이며 찬사를 쏟아냈지만, 중국 정부의 강경 대응 등으로 목표를 이루지 못하고 79일 만에 좌절됐다.

당시 중·고등학생이 조직한 '학민사조'를 이끌면서 우산 혁명을 주도했던 조슈아 웡은 같은 해 '타임'이 선정한 '가장 영향력 있는 10대' 가운데 한 명으로 선정됐고, 포천이 선정한 2015년 가장 위대한 지도자 명단에도 이름을 올렸다. 2016년 3월에는 네이선 로등 또 다른 우산 혁명 주역들과 함께 현실 정치로 자신들의 이념을 실현하겠다며 데모시스토당을 결성해 활동하고 있다.

지난 9월 시행된 홍콩 입법원 선거 사상 최연소인 23살에 입법 의원에 선출된 네이선 로 데모시스토당 대표·왼쪽이 조슈아 웡 (사진=AP)
태국서 입국 거부후 강제 출국당한 조슈아 웡

태국의 대학생들은 이처럼 왕성하게 활동하면서 성과를 내고 있는 조슈아 웡을 초청했다. 태국 현대사에서 비극의 하나로 기록된 이른바 '탐마삿 학살' 발생 40주년을 맞아 우산 혁명의 주역인 조슈아 웡으로부터 학생 운동과 관련된 여러 조언을 직접 듣기 위해서였다. 하지만 그는 태국에 입국하려다 공항에서 구금당했다가 하룻만에 강제 출국 조처됐다.이에 앞서 조슈아 웡은 홍콩을 떠나면서 공항에서 '인증샷'을 찍어 소셜 미디어에 올리기도 했다.

조슈아 웡이 방콕행 비행기에 탑승하기 직전 공항에서 ‘셀카’를 찍고 있다. (사진=조슈아 웡 페이스북)

AP 통신등은 지난 4일 밤 늦게 방콕 수완나품 공항에 도착한 뒤 당국에 구금됐던 조슈아 웡이 5일 오전 홍콩행 항공기에 탑승했다고 보도했다.

이와관련해 태국 외무부의 섹 완나메티 대변인은 "외국인에 대한 입국 허가는 다양한 요소를 고려하고 이민법과 규정에 부합될 경우에 이뤄진다"고 밝혔다.중국 외교부도 "관련 보고를 받았다. 법에 따른 태국의 이민 통제 조처를 존중한다"고 밝혔다.

이에앞서 영국 BBC와 태국 현지 언론들은 태국 경찰과 이민국 소속 직원들이 조슈아 웡이 공항에 도착하기를 기다리다가 뒤 곧바로 구금했으며, 휴대전화와 컴퓨터 사용을 제한하고 강제 출국 조처를 할 것이라고 통보했다고 보도했다.

조슈아 웡이 비서장으로 일하고 있는 홍콩 데모시스토는 조슈아 웡이 4일 밤늦게 방콕 수완나품 공항에 도착한 뒤 당국에 구금됐다며 "태국 정부가 불합리하게 웡의 입국 자유를 제한했다"고 주장했다.

웡 비서장을 초청한 태국 학생운동가 넷리윗 초티팟파이산은 "태국 군부가 방문과 관련해 중국 정부로부터 협조요청문을 받은 것 같다"며 중국의 개입 의혹을 제기했다.

조슈아 웡은 '탐마삿 학살' 40주년을 맞는 6일 태국 최고대학으로 꼽히는 쭐라롱껀대학 정치학부 학생들을 대상으로 강연할 예정이었다.

‘탐마삿 학살’ 당시 여학생을 교수형에 처한 뒤 다시 의자로 공격하는 모습. 종군 기자 닐 울비치는 이 사진으로 퓰리처상을 받았다.
'탐마삿 학살'사건은?

1976년 10월 태국의 두 번째 국립대학인 탐마삿 대학에서 정부의 노동운동 탄압을 비판하는 연극이 공연됐다. 당시 연극에는 2명을 교수형에 처하는 장면이 포함돼 있었다. 그런데 그 가운데 한 명이 공교롭게 왕자와 닮았다는 소문이 돌면서 사태는 걷잡을 수 없이 확산했다.

일부 학생들이 군주제를 폐지하려고 한다는 소문도 나돌았다. 결국, 태국 왕정에 대한 모독이라고 규정한 태국 당국은 10월 6일 군경과 극우민병대까지 동원해 대학을 포위하고 강제 진압에 나섰다. 진압과정에서 실탄을 발사했을 뿐만 아니라 신체 절단 등 잔인한 방법 등도 대거 동원됐다. 태국 정부는 진압과정에서 46명이 숨지고 167명이 다쳤다고 공식 발표했지만, 생존자들은 사상자 규모가 훨씬 크다고 주장하고 있다.

지난 2014년 쿠데타를 통해 집권한 태국 군부정권은 극심한 정치혼란을 막는다는 이유로 그동안 정치 집회를 허락하지 않고 표현의 자유를 비롯한 국민의 기본권도 제한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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