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호감 vs 비호감 “최악의 미 대선”

입력 2016.10.07 (18: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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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57.6 vs 53.3 힐러리 클린턴.

지지율 수치가 아니다. 두 대선 후보에 대한 '비호감도' 수치다. 그럼 호감도는? 각각 38%와 43%에 머물러 있다. 미국의 여론조사 전문 사이트 리얼클리어폴리틱스가 힐러리 클린턴도널드 트럼프를 대상으로 지속적으로 조사 중인데, 두 후보 모두 좀처럼 높은 비호감도와 낮은 호감도의 차이가 좁혀지지 않는다.



이 쯤 되면 "누가 누가 덜 싫으세요?"의 경쟁이다. 대선이 고작 두 달 여 앞으로 다가왔는데, 미국 유권자들은 차선도 아닌 차악을 뽑아야 하는 상황이다. 달아오르는 네거티브 선거운동 양상 때문이기도 하겠지만, 완전히 대척된 지점에서 기본적으로 두 후보의 캐릭터가 빚은 경향이 크다.


힐러리 로댐 클린턴은 잘 알려져 있다시피, 미국의 42대 대통령 빌 클린턴의 배우자다. 힐러리는 빌 클린턴의 퍼스트레이디로 백악관에 있을 때에도 그저 내조만 하지 않았다. 국민의료보험 개혁을 직접 추진하는 등 적극적인 정치 행위에 나섰다. 심지어 빌 클린턴이 아직 재임 중인 상황에서 연방 상원의원에 출마해 당선되기까지 했다.

힐러리 클린턴의 '정치적 야심'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대권을 노렸다. 2008년 민주당 대선후보 경선에 나섰지만, 혜성같이 나타난 버락 오바마에 고배를 들고 말았다. 그리고 이내 오바마 행정부에서는 국무장관을 맡았다. 퍼스트레이디 시절부터 지금까지, 힐러리 클린턴은 미국 정치 일선에 늘 노출돼 있었다.

힐러리는 20여 년간 미국 정계에서 스포트라이트를 받으며 지내왔다. 이 점은 그녀의 정치적 자산이자, 동시에 발목을 잡는 요인이기도 하다. (사진: AP)힐러리는 20여 년간 미국 정계에서 스포트라이트를 받으며 지내왔다. 이 점은 그녀의 정치적 자산이자, 동시에 발목을 잡는 요인이기도 하다. (사진: AP)

똑똑하고 경험이 많은 힐러리 클린턴이지만, 이런 그녀의 장점은 양날의 칼이다. 식상해진 것이다. 버니 샌더스도 지적했듯 기성 정치 질서에 오래 몸 담아 월가 자본 등 기득권과의 유착이 깊다는 지적도 있다.

국무장관 시절 112개국을 돌아다니는 왕성한 활동력과 '스태미너'를 자랑하는 그녀이지만, 그렇기 때문에 너무 일에만 파묻히는 '워커홀릭' 이미지가 생긴 것도 치명적이다. 미국 유권자들은 유머러스하고 인생을 즐길 줄 아는 인간적 매력의 인물에 호감을 갖는다. 앨 고어 전 부통령이 능력과 토론에서의 강점에도 불구하고 '하드고어' 이미지를 벗지 못한 채 '인간적인' 조지 W. 부시 전 대통령에 패했던 것을 복기한다면, 힐러리 클린턴의 비호감도에는 분명 문제가 있다.




도널드 J.트럼프는 이런 힐러리 클린턴의 정 반대 지점에 있는 인물이다. 그는 친근하고 연예인 같은 행보로 대중적 인기를 쌓아온 인물이다. 정치적으로는 '새 얼굴'이기도 하다.

그가 얻은 인기의 근간은 그가 출연하며 "넌 해고야"라는 유행어를 만들어 낸 NBC 방송의 리얼리티쇼 '어프렌티스'이다. 트럼프는 이 쇼를 지난 2004년부터 2015년까지 무려 14시즌 동안이나 진행해 왔다. 장기 인기 리얼리티쇼 진행자로서 트럼프의 이미지는 인간적이고 친근하게 여겨지기 쉽다. 텔레비전에 얼굴만 내민 건 아니다. 그는 엔터테인먼트 비즈니스에 사업가로서도 적극적으로 뛰어들었다. 미스 USA와 미스 유니버스 대회를 직접 운영했고, 모델 에이전시도 소유하고 있다.

성공적인 부동산 사업가라는 이미지 구축과 함께 연예 비즈니스에서도 친근한 지명도를 높였던 것이 '정치인 트럼프'에게 기회가 됐다. (사진: AP)성공적인 부동산 사업가라는 이미지 구축과 함께 연예 비즈니스에서도 친근한 지명도를 높였던 것이 '정치인 트럼프'에게 기회가 됐다. (사진: AP)

물론 이런 곳에 돈을 댈 수 있었던 배경은, 그의 부동산 사업이다. 부친으로부터 물려받은 부동산 사업으로 뉴욕에서 고층 빌딩을 다수 소유하고 있다. 소유한 재산에 대해선 의견이 분분하다. 그 자신은 본인이 "억만장자"라고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자기 소유의 회사를 네 번이나 파산시킨 전력도 있고, 투자 수익률도 썩 좋지 않아 그의 재력과 경영 능력에는 거품이 상당하다는 평가도 있다.

그가 가진 장점 역시 양날의 칼이다. 대선 출마 선언 당시부터 멕시코 이민자들에 대한 노골적인 망언을 쏟아내면서 인기가 수직 상승했다. 인종주의, 남성우월주의, 미국 우선주의는 그동안 열패감에 빠져 있던 미국의 저학력 백인 남성 노동자 계급을 자극하며 강력한 지지세를 모았다. 특정 대상들에 대한 극단적인 '혐오'로 얻은 인기이기에, 반대급부도 크다. 그를 지지하지 않는 사람 대부분이 그를 싫어하게 된 것이다.


자신의 강점이 곧 상대의 약점이고, 그 약점이 너무나도 분명한 만큼, 남은 기간 네거티브 선거의 진흙탕 싸움은 점점 심해질 것이 분명하다. 비호감으로 똘똥 뭉친 단 두 명의 대선 후보에 흙탕물 싸움이 되어 가고 있는 대선 과정. 이번 미국 대선이 '최악의 대선'이라고 불리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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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비호감 vs 비호감 “최악의 미 대선”
    • 입력 2016-10-07 18:33:38
    취재K
도널드 트럼프 57.6 vs 53.3 힐러리 클린턴.

지지율 수치가 아니다. 두 대선 후보에 대한 '비호감도' 수치다. 그럼 호감도는? 각각 38%와 43%에 머물러 있다. 미국의 여론조사 전문 사이트 리얼클리어폴리틱스가 힐러리 클린턴도널드 트럼프를 대상으로 지속적으로 조사 중인데, 두 후보 모두 좀처럼 높은 비호감도와 낮은 호감도의 차이가 좁혀지지 않는다.



이 쯤 되면 "누가 누가 덜 싫으세요?"의 경쟁이다. 대선이 고작 두 달 여 앞으로 다가왔는데, 미국 유권자들은 차선도 아닌 차악을 뽑아야 하는 상황이다. 달아오르는 네거티브 선거운동 양상 때문이기도 하겠지만, 완전히 대척된 지점에서 기본적으로 두 후보의 캐릭터가 빚은 경향이 크다.


힐러리 로댐 클린턴은 잘 알려져 있다시피, 미국의 42대 대통령 빌 클린턴의 배우자다. 힐러리는 빌 클린턴의 퍼스트레이디로 백악관에 있을 때에도 그저 내조만 하지 않았다. 국민의료보험 개혁을 직접 추진하는 등 적극적인 정치 행위에 나섰다. 심지어 빌 클린턴이 아직 재임 중인 상황에서 연방 상원의원에 출마해 당선되기까지 했다.

힐러리 클린턴의 '정치적 야심'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대권을 노렸다. 2008년 민주당 대선후보 경선에 나섰지만, 혜성같이 나타난 버락 오바마에 고배를 들고 말았다. 그리고 이내 오바마 행정부에서는 국무장관을 맡았다. 퍼스트레이디 시절부터 지금까지, 힐러리 클린턴은 미국 정치 일선에 늘 노출돼 있었다.

힐러리는 20여 년간 미국 정계에서 스포트라이트를 받으며 지내왔다. 이 점은 그녀의 정치적 자산이자, 동시에 발목을 잡는 요인이기도 하다. (사진: AP)
똑똑하고 경험이 많은 힐러리 클린턴이지만, 이런 그녀의 장점은 양날의 칼이다. 식상해진 것이다. 버니 샌더스도 지적했듯 기성 정치 질서에 오래 몸 담아 월가 자본 등 기득권과의 유착이 깊다는 지적도 있다.

국무장관 시절 112개국을 돌아다니는 왕성한 활동력과 '스태미너'를 자랑하는 그녀이지만, 그렇기 때문에 너무 일에만 파묻히는 '워커홀릭' 이미지가 생긴 것도 치명적이다. 미국 유권자들은 유머러스하고 인생을 즐길 줄 아는 인간적 매력의 인물에 호감을 갖는다. 앨 고어 전 부통령이 능력과 토론에서의 강점에도 불구하고 '하드고어' 이미지를 벗지 못한 채 '인간적인' 조지 W. 부시 전 대통령에 패했던 것을 복기한다면, 힐러리 클린턴의 비호감도에는 분명 문제가 있다.




도널드 J.트럼프는 이런 힐러리 클린턴의 정 반대 지점에 있는 인물이다. 그는 친근하고 연예인 같은 행보로 대중적 인기를 쌓아온 인물이다. 정치적으로는 '새 얼굴'이기도 하다.

그가 얻은 인기의 근간은 그가 출연하며 "넌 해고야"라는 유행어를 만들어 낸 NBC 방송의 리얼리티쇼 '어프렌티스'이다. 트럼프는 이 쇼를 지난 2004년부터 2015년까지 무려 14시즌 동안이나 진행해 왔다. 장기 인기 리얼리티쇼 진행자로서 트럼프의 이미지는 인간적이고 친근하게 여겨지기 쉽다. 텔레비전에 얼굴만 내민 건 아니다. 그는 엔터테인먼트 비즈니스에 사업가로서도 적극적으로 뛰어들었다. 미스 USA와 미스 유니버스 대회를 직접 운영했고, 모델 에이전시도 소유하고 있다.

성공적인 부동산 사업가라는 이미지 구축과 함께 연예 비즈니스에서도 친근한 지명도를 높였던 것이 '정치인 트럼프'에게 기회가 됐다. (사진: AP)
물론 이런 곳에 돈을 댈 수 있었던 배경은, 그의 부동산 사업이다. 부친으로부터 물려받은 부동산 사업으로 뉴욕에서 고층 빌딩을 다수 소유하고 있다. 소유한 재산에 대해선 의견이 분분하다. 그 자신은 본인이 "억만장자"라고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자기 소유의 회사를 네 번이나 파산시킨 전력도 있고, 투자 수익률도 썩 좋지 않아 그의 재력과 경영 능력에는 거품이 상당하다는 평가도 있다.

그가 가진 장점 역시 양날의 칼이다. 대선 출마 선언 당시부터 멕시코 이민자들에 대한 노골적인 망언을 쏟아내면서 인기가 수직 상승했다. 인종주의, 남성우월주의, 미국 우선주의는 그동안 열패감에 빠져 있던 미국의 저학력 백인 남성 노동자 계급을 자극하며 강력한 지지세를 모았다. 특정 대상들에 대한 극단적인 '혐오'로 얻은 인기이기에, 반대급부도 크다. 그를 지지하지 않는 사람 대부분이 그를 싫어하게 된 것이다.


자신의 강점이 곧 상대의 약점이고, 그 약점이 너무나도 분명한 만큼, 남은 기간 네거티브 선거의 진흙탕 싸움은 점점 심해질 것이 분명하다. 비호감으로 똘똥 뭉친 단 두 명의 대선 후보에 흙탕물 싸움이 되어 가고 있는 대선 과정. 이번 미국 대선이 '최악의 대선'이라고 불리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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