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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 따라잡기] 태풍 속 생사의 갈림길에서…‘작은 영웅들’
입력 2016.10.10 (08:33) 수정 2016.10.10 (09:22) 아침뉴스타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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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 멘트>

지난주 수요일 태풍 차바가 제주도와 남부지방을 강타했습니다.

태풍이 머문 시간은 반나절도 안됐지만 예기치 못한 집중호우에 곳곳에서 구조 요청이 잇따랐는데요.

자신의 생명도 장담할 수 없는 순간 선뜻 남을 위해 자신을 내던진 사람들이 있었습니다.

한 해경 대원은 파도에 휩쓸려 바다에 빠진 상황에서도 인명 구조라는 자신의 소명을 잊지 않았습니다.

한 젊은 소방대원은 급류에 갇힌 사람을 구하러 나섰다 강물 휩쓸려 목숨을 잃기도 했습니다.

시민들도 생면부지의 사람을 구하기 위해 기꺼이 몸을 내던졌는데요.

오늘은 이들의 이야기를 한번 따라가 보겠습니다.

<리포트>

그제 태풍 차바로 목숨을 잃은 故강기봉 소방관의 영결식이 거행됐습니다.

<녹취> 신회숙(故 강기봉 소방관 동료) : "마지막으로 명령한다. 소방교 강기봉은 즉각 귀소하라."

이제는 더는 얼굴을 볼 수도, 목소리를 들을 수도 없는 아들의 영정 앞에 어머니는 끝내 오열하고.

눈물을 삼키는 아버지의 모습이 지켜보는 이의 마음을 더 먹먹하게 합니다.

<인터뷰> 한재현(故 강기봉 소방관 동료) : "아직도 실감이 안 나요. 제가 전화하면 받을 것 같고, 동료로서 지켜주지 못해서 너무 미안합니다."

지난 5일 태풍으로 울산 도심이 아수라장이 된 순간 차량이 물에 잠겨 사람이 갇혔다는 신고가 들어왔습니다.

강기봉 소방관을 비롯한 대원들이 구조를 위해 급히 출동했는데 급류로 인해 예기치 못한 상황이 벌어졌습니다.

<녹취> 소방서 관계자 : "차량 내 요 구조자를 확인하러 그 물 안으로 들어간 것으로, 갑자기 불어난 강물에 휩쓸린 것으로 그렇게 ……."

소방관들이 강물 속에서 안간힘을 쓰며 사투를 벌이는 모습이 강물에 떠내려가던 차량 블랙박스에 고스란히 담겼는데요.

간절한 바람에도 불구하고 강기봉 소방관은 결국 실종 다음날 싸늘한 주검으로 발견되고 말았습니다.

올해 나이 스물아홉,

소방관이었던 아버지의 뒤를 이어 어렸을 적부터 소방관이 되기를 꿈꿔왔다는 강기봉 소방관.

<인터뷰> 부상훈(故 강기봉 소방관 친구) : "기봉이가 초등학교 때 장래희망 같은 것을 쓰라고 하면 그때부터 소방관이라고 적었던 것 같아요. 소방관이 하고 싶다고 해서 도전해서 합격해서 했는데……."

다른 이를 구하기 위해 기꺼이 태풍 속으로 뛰어들었던 고인을 기리며 시민들은 깊은 애도를 보냈습니다.

지난 5일 태풍 차바가 한반도를 강타하면서 곳곳에서 사고가 잇따랐습니다.

태풍에 여객석이 좌초되면서 6명의 여객선 선원들이 고립되기도 했는데요.

<녹취> "엎드려!"

거센 파도를 뚫고 이들을 구조하기 위해 해경이 나섰습니다.

<녹취> "로프! 로프 잡아! 조금만 빨리 갈게요!"

밧줄을 잡고 몇 발자국 걸어가자, 다시 내리치는 파도!

<녹취> "엎드려! 빨리 뛰어! 뛰어! 뛰어!"

집채만 한 파도가 덮치면서 선원과 해경 등 6명이 순식간에 바다 한가운데 빠지고 맙니다.

<인터뷰> 박정태(경사/여수 해양경비안전서) : "빠지는 순간은 잘 기억이 안 납니다. 그 순간은. 그런데 빠져서 나와 보니까 방파제가 아니고 신 항구 내 (바다) 물 위더라고요."

아찔한 순간, 바다에 빠진 박정태 경사는 방파제 쪽이 아닌, 물에 빠져있는 선원을 향해 헤엄쳤습니다.

<인터뷰> 박정태(경사/여수 해양경비안전서) : "막상 물 위에 뜨니까 또 사람을 구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죠. 둘러보다 보니까 제 눈에 항해사님이 들어와서 제가 그쪽으로 헤엄쳐 가서 그분을 안고 안심시켰죠. 무사히 탈출할 수 있으니까 너무 걱정하지 말아라."

결국, 침착한 대응으로 전원 무사히 구조될 수 있었습니다.

해경은 발목이 부러지는 등 크고 작은 부상을 입고도 또 파도에 휩쓸려 자신의 생명이 위험한 순간에서도 인명 구조라는 소명을 잊지 않습니다.

<인터뷰> 박정태(경사/여수 해양경비안전서) : "가장 중요한 것이 생명을 살려야 하기 때문에 제가 다치는 것보다는 그 구조에 처한 생명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같은 날, 태풍 차바의 직격탄을 맞은 울산에서도 다급한 구조 작업이 펼쳐졌습니다.

물에 잠긴 야외 주차장에 홀로 고립된 한 중년 여성. 점점 물이 차오르지만 거센 물살에 빠져나올 엄두조차 내지 못합니다.

구조대가 아직 도착하지 못한 순간 시민들이 나섰습니다.

<녹취> "언제 119 오길 기다리는데요."

한 청년이 밧줄을 자기 몸에 묶고 거침없이 물속으로 뛰어듭니다.

하지만 빠르게 흐르는 강물에 몸을 가누기도 쉽지 않습니다.

<녹취> "안 되겠다. 안 되겠다. 깊어서 안 된다."

마음처럼 구조가 쉽지 않아 발만 동동 구르던 그때, 다시 한 남성이 나서서 물속을 헤엄쳐 갑니다.

자칫 급류에 휩쓸릴 수 있는 긴박한 상황.

<녹취> "아주머니 줄 잡으세요 줄. 줄을 당겨요 줄을 당겨."

결국 시민들의 도움으로 고립됐던 여성은 조심조심 물속을 빠져나올 수 있었습니다.

<인터뷰> 김민지(목격 시민) : "아주머니 나오시는 모습을 보고 가슴이 많이 뭉클하고, 생판 모르는 사람들이 한 분, 두 분, 세 분 이렇게 모여서 한 사람을 구해냈다는 것이 무척 감동적이었습니다."

순식간에 불어난 물을 미처 피하지 못하고 물길 속에 갇혀 버렸다는 나석자 씨.

<인터뷰> 나석자(울산시 중구) : "지금도 그 생각하면 가슴이 부들부들 막 떨려요. 나가니까 이미 내 키 보다 더 높잖아요 물이. 그러니까 에어컨 실외기 위에 올라갔는데 차는 떠내려가지, 119도 안 되지, 112도 안 되지."

한 치 앞을 알 수 없는 위기의 순간. 그때 나 씨를 구하러 와준 청년이 있었습니다.

근처에 있던 KBS 취재진이었는데요.

<인터뷰> 김경민(KBS 촬영팀) : "촬영하는 도중에 살려달라는 소리가 들렸거든요. 촬영 감독님이 그럼 일단 사람부터 구하자. 제가 키가 크니까 물살을 뚫고 들어간 거거든요."

<인터뷰> 나석자(울산시 중구) : "그 키 크신 분이 이렇게 들어오셔 가지고 (나를) 업고 나왔어요. 너무 고마웠어요. 그날은 경황이 없고 놀라고 그래서 고맙다는 말도 제대로 못 전했는데, 좀 전해주세요."

누구도 예상치 못한 재난 현장에서 생면부지의 사람을 구하기 위해 누군가는 물속으로 뛰어들었고, 또 누군가는 자신의 생명을 맞바꿨습니다.

이들의 숭고한 희생정신은 태풍으로 상처 입은 사람들에게 희망이 되고 있습니다.
  • [뉴스 따라잡기] 태풍 속 생사의 갈림길에서…‘작은 영웅들’
    • 입력 2016-10-10 08:34:32
    • 수정2016-10-10 09:22:30
    아침뉴스타임
<기자 멘트>

지난주 수요일 태풍 차바가 제주도와 남부지방을 강타했습니다.

태풍이 머문 시간은 반나절도 안됐지만 예기치 못한 집중호우에 곳곳에서 구조 요청이 잇따랐는데요.

자신의 생명도 장담할 수 없는 순간 선뜻 남을 위해 자신을 내던진 사람들이 있었습니다.

한 해경 대원은 파도에 휩쓸려 바다에 빠진 상황에서도 인명 구조라는 자신의 소명을 잊지 않았습니다.

한 젊은 소방대원은 급류에 갇힌 사람을 구하러 나섰다 강물 휩쓸려 목숨을 잃기도 했습니다.

시민들도 생면부지의 사람을 구하기 위해 기꺼이 몸을 내던졌는데요.

오늘은 이들의 이야기를 한번 따라가 보겠습니다.

<리포트>

그제 태풍 차바로 목숨을 잃은 故강기봉 소방관의 영결식이 거행됐습니다.

<녹취> 신회숙(故 강기봉 소방관 동료) : "마지막으로 명령한다. 소방교 강기봉은 즉각 귀소하라."

이제는 더는 얼굴을 볼 수도, 목소리를 들을 수도 없는 아들의 영정 앞에 어머니는 끝내 오열하고.

눈물을 삼키는 아버지의 모습이 지켜보는 이의 마음을 더 먹먹하게 합니다.

<인터뷰> 한재현(故 강기봉 소방관 동료) : "아직도 실감이 안 나요. 제가 전화하면 받을 것 같고, 동료로서 지켜주지 못해서 너무 미안합니다."

지난 5일 태풍으로 울산 도심이 아수라장이 된 순간 차량이 물에 잠겨 사람이 갇혔다는 신고가 들어왔습니다.

강기봉 소방관을 비롯한 대원들이 구조를 위해 급히 출동했는데 급류로 인해 예기치 못한 상황이 벌어졌습니다.

<녹취> 소방서 관계자 : "차량 내 요 구조자를 확인하러 그 물 안으로 들어간 것으로, 갑자기 불어난 강물에 휩쓸린 것으로 그렇게 ……."

소방관들이 강물 속에서 안간힘을 쓰며 사투를 벌이는 모습이 강물에 떠내려가던 차량 블랙박스에 고스란히 담겼는데요.

간절한 바람에도 불구하고 강기봉 소방관은 결국 실종 다음날 싸늘한 주검으로 발견되고 말았습니다.

올해 나이 스물아홉,

소방관이었던 아버지의 뒤를 이어 어렸을 적부터 소방관이 되기를 꿈꿔왔다는 강기봉 소방관.

<인터뷰> 부상훈(故 강기봉 소방관 친구) : "기봉이가 초등학교 때 장래희망 같은 것을 쓰라고 하면 그때부터 소방관이라고 적었던 것 같아요. 소방관이 하고 싶다고 해서 도전해서 합격해서 했는데……."

다른 이를 구하기 위해 기꺼이 태풍 속으로 뛰어들었던 고인을 기리며 시민들은 깊은 애도를 보냈습니다.

지난 5일 태풍 차바가 한반도를 강타하면서 곳곳에서 사고가 잇따랐습니다.

태풍에 여객석이 좌초되면서 6명의 여객선 선원들이 고립되기도 했는데요.

<녹취> "엎드려!"

거센 파도를 뚫고 이들을 구조하기 위해 해경이 나섰습니다.

<녹취> "로프! 로프 잡아! 조금만 빨리 갈게요!"

밧줄을 잡고 몇 발자국 걸어가자, 다시 내리치는 파도!

<녹취> "엎드려! 빨리 뛰어! 뛰어! 뛰어!"

집채만 한 파도가 덮치면서 선원과 해경 등 6명이 순식간에 바다 한가운데 빠지고 맙니다.

<인터뷰> 박정태(경사/여수 해양경비안전서) : "빠지는 순간은 잘 기억이 안 납니다. 그 순간은. 그런데 빠져서 나와 보니까 방파제가 아니고 신 항구 내 (바다) 물 위더라고요."

아찔한 순간, 바다에 빠진 박정태 경사는 방파제 쪽이 아닌, 물에 빠져있는 선원을 향해 헤엄쳤습니다.

<인터뷰> 박정태(경사/여수 해양경비안전서) : "막상 물 위에 뜨니까 또 사람을 구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죠. 둘러보다 보니까 제 눈에 항해사님이 들어와서 제가 그쪽으로 헤엄쳐 가서 그분을 안고 안심시켰죠. 무사히 탈출할 수 있으니까 너무 걱정하지 말아라."

결국, 침착한 대응으로 전원 무사히 구조될 수 있었습니다.

해경은 발목이 부러지는 등 크고 작은 부상을 입고도 또 파도에 휩쓸려 자신의 생명이 위험한 순간에서도 인명 구조라는 소명을 잊지 않습니다.

<인터뷰> 박정태(경사/여수 해양경비안전서) : "가장 중요한 것이 생명을 살려야 하기 때문에 제가 다치는 것보다는 그 구조에 처한 생명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같은 날, 태풍 차바의 직격탄을 맞은 울산에서도 다급한 구조 작업이 펼쳐졌습니다.

물에 잠긴 야외 주차장에 홀로 고립된 한 중년 여성. 점점 물이 차오르지만 거센 물살에 빠져나올 엄두조차 내지 못합니다.

구조대가 아직 도착하지 못한 순간 시민들이 나섰습니다.

<녹취> "언제 119 오길 기다리는데요."

한 청년이 밧줄을 자기 몸에 묶고 거침없이 물속으로 뛰어듭니다.

하지만 빠르게 흐르는 강물에 몸을 가누기도 쉽지 않습니다.

<녹취> "안 되겠다. 안 되겠다. 깊어서 안 된다."

마음처럼 구조가 쉽지 않아 발만 동동 구르던 그때, 다시 한 남성이 나서서 물속을 헤엄쳐 갑니다.

자칫 급류에 휩쓸릴 수 있는 긴박한 상황.

<녹취> "아주머니 줄 잡으세요 줄. 줄을 당겨요 줄을 당겨."

결국 시민들의 도움으로 고립됐던 여성은 조심조심 물속을 빠져나올 수 있었습니다.

<인터뷰> 김민지(목격 시민) : "아주머니 나오시는 모습을 보고 가슴이 많이 뭉클하고, 생판 모르는 사람들이 한 분, 두 분, 세 분 이렇게 모여서 한 사람을 구해냈다는 것이 무척 감동적이었습니다."

순식간에 불어난 물을 미처 피하지 못하고 물길 속에 갇혀 버렸다는 나석자 씨.

<인터뷰> 나석자(울산시 중구) : "지금도 그 생각하면 가슴이 부들부들 막 떨려요. 나가니까 이미 내 키 보다 더 높잖아요 물이. 그러니까 에어컨 실외기 위에 올라갔는데 차는 떠내려가지, 119도 안 되지, 112도 안 되지."

한 치 앞을 알 수 없는 위기의 순간. 그때 나 씨를 구하러 와준 청년이 있었습니다.

근처에 있던 KBS 취재진이었는데요.

<인터뷰> 김경민(KBS 촬영팀) : "촬영하는 도중에 살려달라는 소리가 들렸거든요. 촬영 감독님이 그럼 일단 사람부터 구하자. 제가 키가 크니까 물살을 뚫고 들어간 거거든요."

<인터뷰> 나석자(울산시 중구) : "그 키 크신 분이 이렇게 들어오셔 가지고 (나를) 업고 나왔어요. 너무 고마웠어요. 그날은 경황이 없고 놀라고 그래서 고맙다는 말도 제대로 못 전했는데, 좀 전해주세요."

누구도 예상치 못한 재난 현장에서 생면부지의 사람을 구하기 위해 누군가는 물속으로 뛰어들었고, 또 누군가는 자신의 생명을 맞바꿨습니다.

이들의 숭고한 희생정신은 태풍으로 상처 입은 사람들에게 희망이 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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