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순실 개입 정황 취임행사 ‘오방낭’ 알고보니 엉터리

입력 2016.10.27 (18: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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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대통령 취임 행사 때 등장한 '오방낭(五方囊)'이 엉터리인 것으로 밝혀졌다.

최근 최순실 씨의 PC에서 '오방낭' 사진 파일이 발견돼 최순실씨가 박 대통령의 취임식에도 개입했다는 정황이 드러났다.

공식 기구를 제치고 민간인 신분인 최 씨가 취임행사를 주도했다면 그 자체로 부적절하지만 그 '오방낭'조차 기본을 지키지 않은 채 제작됐다.

지난 박근혜 대통령 취임식에서 청·황·적·백·흑의 초대형 오방낭이 개봉됐다. 대형 오방낭 안에는 가지마다 오방낭을 달고 있는 나무가 등장했다.

한복을 입은 박근혜 대통령이 취임식을 마치고 청와대로 향하다 광화문 광장에서 열린 '희망의 열리는 나무'에 참석해 국민들의 희망이 적힌 복주머니(오방낭) 속 글을 읽고 있다. (2013.2.25) 한복을 입은 박근혜 대통령이 취임식을 마치고 청와대로 향하다 광화문 광장에서 열린 '희망의 열리는 나무'에 참석해 국민들의 희망이 적힌 복주머니(오방낭) 속 글을 읽고 있다. (2013.2.25)

얼핏 보면 전통적인 '오방낭'과 비슷해 보이지만, 뭔가 이상하다. 국립 중앙 박물관에 전시된 전통적인 '오방낭'은 황색을 중심으로 적·백·흑·청 순인데, 대통령 취임식 때 사용된 '오방낭'은 황색을 중심으로 적흑·백·청·순이다.

이에 대해 "최순실 씨가 우리 전통의 색깔을 종교적 관점에서 접근한 것이 아니냐", "무당정치다"라는 논란이 일었다.

문은배(홍익대 산업대학원 색채전공)교수는 KBS와의 통화에서 "조금이라도 전통색을 공부한 사람이라면 오방낭의 색깔 순서는 기본 중 기본이다. 청색 전에는 무조건 겨울을 상징하는 흑색이 와야 한다/ 책임자가 생각이 없다고밖에 볼 수 없다"고 말했다.

KBS 방송 ‘한국의 유산-오방색 편’ 캡처KBS 방송 ‘한국의 유산-오방색 편’ 캡처

오방낭은 청·황·적·백·흑의 오색비단 주머니라는 뜻으로 청은 탄생과 희망, 적은 강인한 생명력, 백은 지조와 절개, 흑은 최상의 권위 황은 우주의 중심을 의미한다.

이 행사는 전 미르재단 이사인 김영석 한복 디자이너가 기획했다. 김영석 디자이너는 미르재단 이사이며 박 대통령의 한복 디자이너다. 대통령 취임식 당시 최순실 씨가 김영석 씨에게 직접 한복 제작을 주문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문교수는 "오방색 체계는 기본인데도 은근히 모르는 분이 많다. 그냥 오방색이라니까 다섯 색깔을 아무렇게나 배열한 것 같다"고 말했다.

문교수는 영생교와 관련된 것 아니냐는 세간의 의혹에 대해선 "오방색은 종교와 관련시키긴 어렵다. '단청'처럼 우리 민족의 상징으로 봐야 한다. 종교적으로 접근하긴 무리가 있다"고 밝혔다.

강지수 kbs.kangji@kbs.co.kr

[연관기사] ☞ 박 대통령, 다섯 색깔 ‘패션 정치’…의미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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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최순실 개입 정황 취임행사 ‘오방낭’ 알고보니 엉터리
    • 입력 2016-10-27 18:13:31
    정치
박근혜 대통령 취임 행사 때 등장한 '오방낭(五方囊)'이 엉터리인 것으로 밝혀졌다.

최근 최순실 씨의 PC에서 '오방낭' 사진 파일이 발견돼 최순실씨가 박 대통령의 취임식에도 개입했다는 정황이 드러났다.

공식 기구를 제치고 민간인 신분인 최 씨가 취임행사를 주도했다면 그 자체로 부적절하지만 그 '오방낭'조차 기본을 지키지 않은 채 제작됐다.

지난 박근혜 대통령 취임식에서 청·황·적·백·흑의 초대형 오방낭이 개봉됐다. 대형 오방낭 안에는 가지마다 오방낭을 달고 있는 나무가 등장했다.

한복을 입은 박근혜 대통령이 취임식을 마치고 청와대로 향하다 광화문 광장에서 열린 '희망의 열리는 나무'에 참석해 국민들의 희망이 적힌 복주머니(오방낭) 속 글을 읽고 있다. (2013.2.25)
얼핏 보면 전통적인 '오방낭'과 비슷해 보이지만, 뭔가 이상하다. 국립 중앙 박물관에 전시된 전통적인 '오방낭'은 황색을 중심으로 적·백·흑·청 순인데, 대통령 취임식 때 사용된 '오방낭'은 황색을 중심으로 적흑·백·청·순이다.

이에 대해 "최순실 씨가 우리 전통의 색깔을 종교적 관점에서 접근한 것이 아니냐", "무당정치다"라는 논란이 일었다.

문은배(홍익대 산업대학원 색채전공)교수는 KBS와의 통화에서 "조금이라도 전통색을 공부한 사람이라면 오방낭의 색깔 순서는 기본 중 기본이다. 청색 전에는 무조건 겨울을 상징하는 흑색이 와야 한다/ 책임자가 생각이 없다고밖에 볼 수 없다"고 말했다.

KBS 방송 ‘한국의 유산-오방색 편’ 캡처
오방낭은 청·황·적·백·흑의 오색비단 주머니라는 뜻으로 청은 탄생과 희망, 적은 강인한 생명력, 백은 지조와 절개, 흑은 최상의 권위 황은 우주의 중심을 의미한다.

이 행사는 전 미르재단 이사인 김영석 한복 디자이너가 기획했다. 김영석 디자이너는 미르재단 이사이며 박 대통령의 한복 디자이너다. 대통령 취임식 당시 최순실 씨가 김영석 씨에게 직접 한복 제작을 주문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문교수는 "오방색 체계는 기본인데도 은근히 모르는 분이 많다. 그냥 오방색이라니까 다섯 색깔을 아무렇게나 배열한 것 같다"고 말했다.

문교수는 영생교와 관련된 것 아니냐는 세간의 의혹에 대해선 "오방색은 종교와 관련시키긴 어렵다. '단청'처럼 우리 민족의 상징으로 봐야 한다. 종교적으로 접근하긴 무리가 있다"고 밝혔다.

강지수 kbs.kangji@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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