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한반도] 미 대선 직전 북·미 접촉…의도는?

입력 2016.10.29 (07:50) 수정 2016.10.29 (08: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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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북한과 미국이 최근 비밀 접촉을 하는 현장이 KBS 취재진에 포착됐습니다.

북한 핵실험에 따른 유엔의 추가 제재안이 논의 중이고 미국 대선이 코 앞에 닥친 민감한 시점에 양측이 만난 건데요.

북핵 문제를 놓고 어떤 대화가 오갔는지, 또 다른 당사자인 우리 입장에선 궁금할 수 밖에 없습니다.

<이슈 앤 한반도> 오늘은, 이번 북-미 접촉의 의미와, 우리의 과제를 모색해봤습니다.

맹유나 리포텁니다.

<리포트>

지난 18일, 베이징 공항에 한성렬 북한 외무성 부상이 나타났습니다.

<녹취> 한성렬(북한 외무성 부상) : "(어디 가십니까?) ......"

유엔 주재 북한 대표부 차석대사를 지낸 북한의 대표적 미국통 인사의 움직임이 포착된 것입니다.

그리고 사흘 뒤, 한성렬 부상은 말레이시아의 한 호텔에 모습을 드러냈습니다.

<녹취> 한성렬(북한 외무성 부상) : "(안녕하세요. KBS 기자입니다) 허허허...."

비밀 접촉 장소에 KBS 취재진이 보이자 당황한 모습이 역력했습니다.

곧이어 미국 대표단이 도착하면서 자리의 성격이 확인됐습니다.

로버트 갈루치 전 미국 북핵 특사와, 6자 회담 차석대표를 지낸 북핵 전문가 조지프 디트라니가 나타난 겁니다.

북측에서는 한성렬 부상과 함께, 장일훈 유엔 주재 차석대사가 참석했습니다.

북핵을 위시한 한반도 문제를 논의하기 위한 북미 접촉.

이틀 간 이어진 이번 만남에서 미국 측 인사들은 특히 핵 동결에 대한 북한 측의 입장을 타진한 것으로 보입니다.

<녹취> 장일훈(북한 유엔 주재 차석 대사) : "(그 쪽(미국)에서 생각하는 건 핵, 미사일 동결해 달라 이거에요? 어때요?) 뭐 단계별로 해주면 하는데..."

회동에 합류한 미국의 핵 전문가 리언 시걸은, 논의 내용이 공식 대화로 발전될 가능성도 있다는 점을 시사했습니다.

<녹취> 리언 시걸(미국 사회과학원 동북아안보협력국장) : "어떻게 하면 정부 간 회담이 이뤄질 수 있을지 알아보는 게 목표였습니다. 제 생각에 방법이 있을 것 같습니다."

북한은 대북제재 속에서 차기 미 행정부와의 대화 가능성 등 미국의 의중을 떠 본 것으로 보입니다.

<녹취> 한성렬(북한 외무성 부상) : "(분위기만 한 번 보시는 거예요?) 비공식 인사들이니까 전직 관리들이고 기회 삼아 한 번 오랜 친구들을 만나서 퇴직하기 전에 한 번 만나보는 거죠."

직접 정책을 담당하는 관리가 아닌 민간이 참석한 회동을 부르는‘트랙 투’

현직은 떠났어도 미국측 인사들이 워낙 중량감이 있는데다, 북측은 모두 현직 외교관들이어서 관심이 집중됐습니다.

이번 북미 접촉에서 미국 측은 지난 2005년 6자회담에서 합의한 9.19 공동성명 내용을 되짚으며 북한의 이행 가능성을 타진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9.19 공동성명은 한반도 비핵화와 대북 에너지 지원, 북미 관계 정상화, 한반도 평화체제 협상 등을 담고 있습니다.

하지만 북한은 핵개발이 한국과 미국의 위협에 대한 방어용이라는 기존 주장을 되풀이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인터뷰> 윤영관(서울대 정치외교학과 명예교수/전 외교통상부 장관) : "북한의 입장에서도 미국의 의중을 탐색하고자 하는 그런 욕구가 있을 거라고 봅니다. 그런 차원에서 미국의 의도가 지금 뭔가 라고 하는 것을 궁금해 할 것이고, 물론 오바마 행정부가 끝나기 전에 어떤 극적인 새로운 협상을 기대하기는 힘들지만,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알아보고 싶은 생각은 있었을 거라고 봅니다. 양쪽의 입장을 재확인 하는 정도로 끝난 것 같다, 라고 봅니다."

미국 정부는, 이번 트랙 투 접촉에 대해 민간 차원의 회동이라고 선을 그었고, 케리 미 국무장관은 북한을 불법 정권으로 규정하며 대북제재 강화 의지를 밝혔습니다.

왜, 지금일까?

우선 북한 핵실험에 따른 새로운 유엔 대북제재가 논의 중이고 특히 미국의 정권 교체기라는 점이 중요합니다.

북한은 현 오바마 행정부의 대북제재 고삐를 늦추고 차기 행정부와의 대화 가능성을 타진하기 위해, 미국 역시 차기 행정부가 정책을 수립하기 전에 북측 분위기를 탐색하려의 의도가 엿보입니다.

공식 외교라인이 아닌 미국의 정치인이나 민간인 신분 인사가 나서는, 이 같은 북미 간 접촉은 과거에도 한반도 문제가 고비를 맞을 때마다 계속돼 왔습니다.

1993년, 북한 영변 핵 시설이 포착되고 북한이 NPT, 핵확산금지조약을 탈퇴하면서 미국과 북한의 줄다리기는 시작됐습니다.

미국 정부가 영변 핵 시설 폭격까지 검토했던 극한 상황.

이때 미국의 전직 대통령인 지미 카터가 북한을 방문했고, 이는 제네바 합의로 이어졌습니다.

<녹취> 강석주(1994년/당시 북한 수석대표) : "경수로와 우리 흑연감속로가 교체만 되고 완공되면 이른바 우리에 대한 핵 우려는 말끔히 가셔지게 됩니다."

이에 따라 북한은 핵 포기 선언의 대가로 체제 보장과 경수로 지원 등을 얻었지만 뒤로는 핵 개발을 계속했습니다.

북미 양자만 진행한 합의 결과에 대해 우리 정부는 경수로 건설 비용의 절반 이상을 떠안기까지 했습니다.

<인터뷰> 남성욱(고려대 통일외교학부 교수) : "스위스 제네바에서 제네바 합의라는 것으로 도출이 됐습니다. 그래서 다시 함경남도 신포에 백만KW짜리 원자력 발전소를 건설하는 5억불 중에 1차 1억 5천만 달러를 한국이 부담함으로써 협상은 미국이 하고 한국이 항상 스폰서 역할을 했던 경험도 있습니다."

오바마 대통령 취임 직후인 2009년 5월, 북한은 2차 핵실험을 감행했습니다.

그리곤 석 달 뒤 북한은 빌 리처드슨 뉴멕시코 주지사의 방북을 허용해 메신저로 활용했습니다.

<녹취> 빌 리처드슨(2009년/당시 미 뉴멕시코 주지사) : "북한은 6자회담은 반대합니다."

​​새로운 틀의 회담을 원하고 그 틀에서 미국과 직접 대화하기를 원하고 있습니다.

북한은 2010년 천안함 폭침을 저지른 뒤 핵 전문가 지그프리드 헤커 박사를 초청해 핵 시설을 공개하고, 같은 해 연평도 포격 사건 직후 리처드슨 주지사와 CNN을 함께 초청해 자신들의 입장을 선전했습니다.

북한은 이처럼 공식 외교라인이 아닌 ‘트랙 투’를 대미전략에 적극 이용해 협상을 타진하는 동시에 핵개발의 시간을 벌었고, 미국도 이런 유형의 대화를 꾸준히 활용했습니다.

<인터뷰> 윤영관(서울대 정치외교학과 명예교수/전 외교통상부 장관) : "미국 같은 경우는 북의 생각이 좀 바뀌었나 아니면 대화의 여지가 좀 생겼나, 이런 것들을 끊임없이 탐색을 해왔다고 봅니다. 그래서 이제 그런 것들을 통해서 양측 정부가 본격적인 협상의 분위기가 무르익었다, 라고 판단이 될 때 공식적인 정부 간 퍼스트 트랙 대화가 시작이 된다고 봅니다."

앞에서는 대화 공세를 펴면서 뒤로는 도발을 준비해 강행하는 화전양면술.

북한의 이 같은 전술은 특히, 미국의 대통령 선거 시기에 더욱 두드러졌는데요.

미 대선은 세 차례의 TV 토론을 끝내고, 불과 열흘 앞으로 다가왔습니다.

이에 차기 미 행정부를 이끌어 갈 두 후보의 한반도 정책이 다시 한 번 주목받고 있습니다.

지난 주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미 대선 후보 3차 TV 토론

마지막 TV 토론인 만큼 두 후보 간 치열한 난타전이 이어졌고 한미 동맹도 언급됐습니다.

<녹취> 도널드 트럼프(공화당 대선 후보) : "(방위비 분담) 협상을 다시 해야 합니다. 더는 우리가 사우디아라비아, 일본, 독일, 한국 등 여러 국가를 방어해 줄 여력이 없어요."

<녹취> 힐러리 클린턴(민주당 대선 후보) : "트럼프는 우리의 동맹을 찢으려 하고 있어요. 동맹은 세상을, 솔직히 미국을 더 안전하게 만든다고 생각합니다."

선제타격론, 중국 압박론 등 대선 기간 다양한 의견이 제기됐지만, 북핵 위기를 해결하기 위한 두 후보의 정책 방안은, 대선 이후 정책 책임자들의 진용을 갖춘 뒤에나 구체적으로 나올 것으로 보입니다.

<인터뷰> 남성욱(고려대 통일외교학부 교수) : "힐러리의 당선 가능성인데, 일단 오바마 행정부의 대북 정책을 거의 그대로 이어받을 것으로 보입니다. 일단은 제재 압박을 강화하고 이 와중에서 좀 더 중국을 끌어들이는 정책을 가속화할 것으로 보이고요. 트럼프의 시나리오는 사실상 종잡을 수는 없습니다. 일단 명확한 것은 한미 상호 방위 조약에 의해서 한국의 동맹에 대한 부담, 즉 주한미군의 부담 비용을 요구를 할 것입니다."

미국의 정권교체기와 북핵 위기가 겹쳐 그 어느 때보다 한미 공조가 필요한 상황.

그런데 지난 주 한미 안보협의회의 성명에 당초 알려진 것과 달리 전략폭격기 등 미국 전략 자산의 한반도 상시 순환 배치 내용이 없자, 한미 간 엇박자 지적이 나왔습니다.

미국의 전략과 주변국 입장 등에 대해 우리 정부가 너무 쉽게 판단을 했다는 평가가 뒤따랐습니다.

<인터뷰> 윤영관(서울대 정치외교학과 명예교수/전 외교부 장관) : "중동이라든지 새로 우크라이나라든지 이런 데서도 우리도 전략자산 배치를 해달라라는 식으로 많이 요구를 하기 때문에 미국 입장에서는 상당히 부담을 느끼는 것이죠. 그래서 만약에 한국에다 상시배치를 그렇게 한다고 그러면 그것은 전략 자체를, 세계 전략 자체를 다시 짜야만 되는 문제가 있다고 보고요."

여기에 최근 미국 정보 총괄책임자의 발언도 논란이 됐습니다.

<녹취> 제임스 클래퍼(지난 25일/미 국가정보국장) : "우리가 바랄 수 있는 최선은 북의 핵 능력을 제한하는 것입니다. 우리가 요청한다고 될 일은 아니고 상당한 유인책이 필요합니다."

한반도 비핵화가 아닌 일정 수준의 핵 능력을 북한에 용인할 수도 있다는 뜻으로 해석되자, 미국 정부가 즉각 진화에 나섰습니다.

<녹취> 존 커비(지난 25일/미 국무부 대변인) : "(미국의 정책은) 한반도에서 입증 가능한 비핵화를 추구하고 이뤄내는 것입니다."

이 같은 일련의 상황은 한미 간 정책 공조를 철저히 점검하고 우리 정부의 정책 수단도 유연성을 확보해야 한다는 지적의 근거가 되고 있습니다.

<인터뷰> 남성욱(고려대 통일외교학부 교수) : "국제 정세가 긴박하게 돌아가면 양국 간에 대화가 물밑에서 활발하게 진행되고, 또 그것이 자국에게 필요하다면 동맹국일지라도 알려주지 않는, 국제 정치의 냉엄한 현실이 적용될 수밖에 없습니다."

<인터뷰> 윤영관(서울대 정치외교학부 명예교수/전 외교통상부 장관) : "우리가 우리 역할을 하려면 미국의 의도를 잘 파악하고, 중국의 의도를 잘 파악해서 우리의 태도가 너무 경직되지 않게 유연하게 또 실용적인 자세로 임해야 된다고 봅니다."

이번 주 한미일 세 나라 외교차관이 모여 대북제재 공조를 과시했습니다.

하지만 미국의 대선을 앞둔 시점에 이뤄진 북미 간 접촉., 여기에 미국 전략 무기의 한반도 배치가 우리의 기대만큼 즉각적으로 결정되지는 않은 현실.

최근의 이 같은 상황 전개는 북한의 핵위협에 대응하는 우리 정부가 보다 적극적인 동맹 외교와 폭넓은 정책 수단 확보를 고민해야 하는 이유가 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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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슈&한반도] 미 대선 직전 북·미 접촉…의도는?
    • 입력 2016-10-29 08:18:51
    • 수정2016-10-29 08:52: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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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과 미국이 최근 비밀 접촉을 하는 현장이 KBS 취재진에 포착됐습니다.

북한 핵실험에 따른 유엔의 추가 제재안이 논의 중이고 미국 대선이 코 앞에 닥친 민감한 시점에 양측이 만난 건데요.

북핵 문제를 놓고 어떤 대화가 오갔는지, 또 다른 당사자인 우리 입장에선 궁금할 수 밖에 없습니다.

<이슈 앤 한반도> 오늘은, 이번 북-미 접촉의 의미와, 우리의 과제를 모색해봤습니다.

맹유나 리포텁니다.

<리포트>

지난 18일, 베이징 공항에 한성렬 북한 외무성 부상이 나타났습니다.

<녹취> 한성렬(북한 외무성 부상) : "(어디 가십니까?) ......"

유엔 주재 북한 대표부 차석대사를 지낸 북한의 대표적 미국통 인사의 움직임이 포착된 것입니다.

그리고 사흘 뒤, 한성렬 부상은 말레이시아의 한 호텔에 모습을 드러냈습니다.

<녹취> 한성렬(북한 외무성 부상) : "(안녕하세요. KBS 기자입니다) 허허허...."

비밀 접촉 장소에 KBS 취재진이 보이자 당황한 모습이 역력했습니다.

곧이어 미국 대표단이 도착하면서 자리의 성격이 확인됐습니다.

로버트 갈루치 전 미국 북핵 특사와, 6자 회담 차석대표를 지낸 북핵 전문가 조지프 디트라니가 나타난 겁니다.

북측에서는 한성렬 부상과 함께, 장일훈 유엔 주재 차석대사가 참석했습니다.

북핵을 위시한 한반도 문제를 논의하기 위한 북미 접촉.

이틀 간 이어진 이번 만남에서 미국 측 인사들은 특히 핵 동결에 대한 북한 측의 입장을 타진한 것으로 보입니다.

<녹취> 장일훈(북한 유엔 주재 차석 대사) : "(그 쪽(미국)에서 생각하는 건 핵, 미사일 동결해 달라 이거에요? 어때요?) 뭐 단계별로 해주면 하는데..."

회동에 합류한 미국의 핵 전문가 리언 시걸은, 논의 내용이 공식 대화로 발전될 가능성도 있다는 점을 시사했습니다.

<녹취> 리언 시걸(미국 사회과학원 동북아안보협력국장) : "어떻게 하면 정부 간 회담이 이뤄질 수 있을지 알아보는 게 목표였습니다. 제 생각에 방법이 있을 것 같습니다."

북한은 대북제재 속에서 차기 미 행정부와의 대화 가능성 등 미국의 의중을 떠 본 것으로 보입니다.

<녹취> 한성렬(북한 외무성 부상) : "(분위기만 한 번 보시는 거예요?) 비공식 인사들이니까 전직 관리들이고 기회 삼아 한 번 오랜 친구들을 만나서 퇴직하기 전에 한 번 만나보는 거죠."

직접 정책을 담당하는 관리가 아닌 민간이 참석한 회동을 부르는‘트랙 투’

현직은 떠났어도 미국측 인사들이 워낙 중량감이 있는데다, 북측은 모두 현직 외교관들이어서 관심이 집중됐습니다.

이번 북미 접촉에서 미국 측은 지난 2005년 6자회담에서 합의한 9.19 공동성명 내용을 되짚으며 북한의 이행 가능성을 타진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9.19 공동성명은 한반도 비핵화와 대북 에너지 지원, 북미 관계 정상화, 한반도 평화체제 협상 등을 담고 있습니다.

하지만 북한은 핵개발이 한국과 미국의 위협에 대한 방어용이라는 기존 주장을 되풀이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인터뷰> 윤영관(서울대 정치외교학과 명예교수/전 외교통상부 장관) : "북한의 입장에서도 미국의 의중을 탐색하고자 하는 그런 욕구가 있을 거라고 봅니다. 그런 차원에서 미국의 의도가 지금 뭔가 라고 하는 것을 궁금해 할 것이고, 물론 오바마 행정부가 끝나기 전에 어떤 극적인 새로운 협상을 기대하기는 힘들지만,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알아보고 싶은 생각은 있었을 거라고 봅니다. 양쪽의 입장을 재확인 하는 정도로 끝난 것 같다, 라고 봅니다."

미국 정부는, 이번 트랙 투 접촉에 대해 민간 차원의 회동이라고 선을 그었고, 케리 미 국무장관은 북한을 불법 정권으로 규정하며 대북제재 강화 의지를 밝혔습니다.

왜, 지금일까?

우선 북한 핵실험에 따른 새로운 유엔 대북제재가 논의 중이고 특히 미국의 정권 교체기라는 점이 중요합니다.

북한은 현 오바마 행정부의 대북제재 고삐를 늦추고 차기 행정부와의 대화 가능성을 타진하기 위해, 미국 역시 차기 행정부가 정책을 수립하기 전에 북측 분위기를 탐색하려의 의도가 엿보입니다.

공식 외교라인이 아닌 미국의 정치인이나 민간인 신분 인사가 나서는, 이 같은 북미 간 접촉은 과거에도 한반도 문제가 고비를 맞을 때마다 계속돼 왔습니다.

1993년, 북한 영변 핵 시설이 포착되고 북한이 NPT, 핵확산금지조약을 탈퇴하면서 미국과 북한의 줄다리기는 시작됐습니다.

미국 정부가 영변 핵 시설 폭격까지 검토했던 극한 상황.

이때 미국의 전직 대통령인 지미 카터가 북한을 방문했고, 이는 제네바 합의로 이어졌습니다.

<녹취> 강석주(1994년/당시 북한 수석대표) : "경수로와 우리 흑연감속로가 교체만 되고 완공되면 이른바 우리에 대한 핵 우려는 말끔히 가셔지게 됩니다."

이에 따라 북한은 핵 포기 선언의 대가로 체제 보장과 경수로 지원 등을 얻었지만 뒤로는 핵 개발을 계속했습니다.

북미 양자만 진행한 합의 결과에 대해 우리 정부는 경수로 건설 비용의 절반 이상을 떠안기까지 했습니다.

<인터뷰> 남성욱(고려대 통일외교학부 교수) : "스위스 제네바에서 제네바 합의라는 것으로 도출이 됐습니다. 그래서 다시 함경남도 신포에 백만KW짜리 원자력 발전소를 건설하는 5억불 중에 1차 1억 5천만 달러를 한국이 부담함으로써 협상은 미국이 하고 한국이 항상 스폰서 역할을 했던 경험도 있습니다."

오바마 대통령 취임 직후인 2009년 5월, 북한은 2차 핵실험을 감행했습니다.

그리곤 석 달 뒤 북한은 빌 리처드슨 뉴멕시코 주지사의 방북을 허용해 메신저로 활용했습니다.

<녹취> 빌 리처드슨(2009년/당시 미 뉴멕시코 주지사) : "북한은 6자회담은 반대합니다."

​​새로운 틀의 회담을 원하고 그 틀에서 미국과 직접 대화하기를 원하고 있습니다.

북한은 2010년 천안함 폭침을 저지른 뒤 핵 전문가 지그프리드 헤커 박사를 초청해 핵 시설을 공개하고, 같은 해 연평도 포격 사건 직후 리처드슨 주지사와 CNN을 함께 초청해 자신들의 입장을 선전했습니다.

북한은 이처럼 공식 외교라인이 아닌 ‘트랙 투’를 대미전략에 적극 이용해 협상을 타진하는 동시에 핵개발의 시간을 벌었고, 미국도 이런 유형의 대화를 꾸준히 활용했습니다.

<인터뷰> 윤영관(서울대 정치외교학과 명예교수/전 외교통상부 장관) : "미국 같은 경우는 북의 생각이 좀 바뀌었나 아니면 대화의 여지가 좀 생겼나, 이런 것들을 끊임없이 탐색을 해왔다고 봅니다. 그래서 이제 그런 것들을 통해서 양측 정부가 본격적인 협상의 분위기가 무르익었다, 라고 판단이 될 때 공식적인 정부 간 퍼스트 트랙 대화가 시작이 된다고 봅니다."

앞에서는 대화 공세를 펴면서 뒤로는 도발을 준비해 강행하는 화전양면술.

북한의 이 같은 전술은 특히, 미국의 대통령 선거 시기에 더욱 두드러졌는데요.

미 대선은 세 차례의 TV 토론을 끝내고, 불과 열흘 앞으로 다가왔습니다.

이에 차기 미 행정부를 이끌어 갈 두 후보의 한반도 정책이 다시 한 번 주목받고 있습니다.

지난 주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미 대선 후보 3차 TV 토론

마지막 TV 토론인 만큼 두 후보 간 치열한 난타전이 이어졌고 한미 동맹도 언급됐습니다.

<녹취> 도널드 트럼프(공화당 대선 후보) : "(방위비 분담) 협상을 다시 해야 합니다. 더는 우리가 사우디아라비아, 일본, 독일, 한국 등 여러 국가를 방어해 줄 여력이 없어요."

<녹취> 힐러리 클린턴(민주당 대선 후보) : "트럼프는 우리의 동맹을 찢으려 하고 있어요. 동맹은 세상을, 솔직히 미국을 더 안전하게 만든다고 생각합니다."

선제타격론, 중국 압박론 등 대선 기간 다양한 의견이 제기됐지만, 북핵 위기를 해결하기 위한 두 후보의 정책 방안은, 대선 이후 정책 책임자들의 진용을 갖춘 뒤에나 구체적으로 나올 것으로 보입니다.

<인터뷰> 남성욱(고려대 통일외교학부 교수) : "힐러리의 당선 가능성인데, 일단 오바마 행정부의 대북 정책을 거의 그대로 이어받을 것으로 보입니다. 일단은 제재 압박을 강화하고 이 와중에서 좀 더 중국을 끌어들이는 정책을 가속화할 것으로 보이고요. 트럼프의 시나리오는 사실상 종잡을 수는 없습니다. 일단 명확한 것은 한미 상호 방위 조약에 의해서 한국의 동맹에 대한 부담, 즉 주한미군의 부담 비용을 요구를 할 것입니다."

미국의 정권교체기와 북핵 위기가 겹쳐 그 어느 때보다 한미 공조가 필요한 상황.

그런데 지난 주 한미 안보협의회의 성명에 당초 알려진 것과 달리 전략폭격기 등 미국 전략 자산의 한반도 상시 순환 배치 내용이 없자, 한미 간 엇박자 지적이 나왔습니다.

미국의 전략과 주변국 입장 등에 대해 우리 정부가 너무 쉽게 판단을 했다는 평가가 뒤따랐습니다.

<인터뷰> 윤영관(서울대 정치외교학과 명예교수/전 외교부 장관) : "중동이라든지 새로 우크라이나라든지 이런 데서도 우리도 전략자산 배치를 해달라라는 식으로 많이 요구를 하기 때문에 미국 입장에서는 상당히 부담을 느끼는 것이죠. 그래서 만약에 한국에다 상시배치를 그렇게 한다고 그러면 그것은 전략 자체를, 세계 전략 자체를 다시 짜야만 되는 문제가 있다고 보고요."

여기에 최근 미국 정보 총괄책임자의 발언도 논란이 됐습니다.

<녹취> 제임스 클래퍼(지난 25일/미 국가정보국장) : "우리가 바랄 수 있는 최선은 북의 핵 능력을 제한하는 것입니다. 우리가 요청한다고 될 일은 아니고 상당한 유인책이 필요합니다."

한반도 비핵화가 아닌 일정 수준의 핵 능력을 북한에 용인할 수도 있다는 뜻으로 해석되자, 미국 정부가 즉각 진화에 나섰습니다.

<녹취> 존 커비(지난 25일/미 국무부 대변인) : "(미국의 정책은) 한반도에서 입증 가능한 비핵화를 추구하고 이뤄내는 것입니다."

이 같은 일련의 상황은 한미 간 정책 공조를 철저히 점검하고 우리 정부의 정책 수단도 유연성을 확보해야 한다는 지적의 근거가 되고 있습니다.

<인터뷰> 남성욱(고려대 통일외교학부 교수) : "국제 정세가 긴박하게 돌아가면 양국 간에 대화가 물밑에서 활발하게 진행되고, 또 그것이 자국에게 필요하다면 동맹국일지라도 알려주지 않는, 국제 정치의 냉엄한 현실이 적용될 수밖에 없습니다."

<인터뷰> 윤영관(서울대 정치외교학부 명예교수/전 외교통상부 장관) : "우리가 우리 역할을 하려면 미국의 의도를 잘 파악하고, 중국의 의도를 잘 파악해서 우리의 태도가 너무 경직되지 않게 유연하게 또 실용적인 자세로 임해야 된다고 봅니다."

이번 주 한미일 세 나라 외교차관이 모여 대북제재 공조를 과시했습니다.

하지만 미국의 대선을 앞둔 시점에 이뤄진 북미 간 접촉., 여기에 미국 전략 무기의 한반도 배치가 우리의 기대만큼 즉각적으로 결정되지는 않은 현실.

최근의 이 같은 상황 전개는 북한의 핵위협에 대응하는 우리 정부가 보다 적극적인 동맹 외교와 폭넓은 정책 수단 확보를 고민해야 하는 이유가 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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