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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도 도핑 파문에 ‘8위→銀’…김민재 “보상받은 기분”
입력 2016.10.29 (13:27) 연합뉴스
"제가 올림픽에서만 시상대에 서지 못했거든요."

자신의 것이 아닌 줄 알았던 올림픽 메달이 몇 개월 후면 김민재(33·경북개발공사)의 손에 들어온다.

반가운 소식이 들린 날, 김민재는 '시상대'를 떠올렸다.

김민재는 29일 연합뉴스 통화에서 "올림픽 메달을 받을 수 있다고 하니 정말 기쁘긴 한데…"라고 운을 뗀 후 "선수들은 시상대에 오를 때 가장 큰 희열을 느낀다. 가장 큰 무대 올림픽에서 그 기회를 놓친 건 아쉽다"고 말했다.

국제역도연맹(IWC)은 28일 홈페이지에 '금지약물로 조사받는 선수 명단'을 공개했다.

2012년 런던올림픽 역도 남자 94㎏급에서 김민재와 경쟁한 선수 중 7명이 금지약물 복용 혐의를 받고 있다.

금, 은, 동메달을 딴 일리야 일린(카자흐스탄), 알렉산드르 이바노프(러시아), 아나톨리 시리쿠(몰도바)의 샘플에서는 모두 금지약물 성분이 나왔다.

4위, 6위, 7위, 11위도 도핑 테스트 양성 반응을 보였다.

이들을 제외하면 당시 5위에 오른 모하메드 푸어(이란)의 기록이 가장 좋다. 그다음이 합계 395㎏을 기록한 김민재다.

김민재는 4년 만에 은메달을 되찾을 가능성이 매우 크다.

서류 작업에는 꽤 많은 시간이 걸린다.

IWF는 남자 94㎏급 금지약물 복용 선수 이름 옆에 'IOC 조사 진행 중(ongoing IOC)'이란 설명을 붙였다.

국제올림픽위원회(IOC)가 최종 결론을 내고, IWF에 '해당 선수 기록 삭제'를 요청하면 순위 재조정을 시작한다.

2008년 베이징 여자 역도 48kg급 4위에 오른 임정화와 2012년 런던에서 75㎏ 이상급 4위를 차지한 장미란은 3개월 전에 앞 순위 선수가 도핑 양성 반응을 보여 '3위 승격이 유력하다'는 소식을 접했다.

하지만 아직 행정 절차가 마무리되지 않아 IOC와 IWF가 순위 재조정을 완료하지 못했고, 동메달도 손에 넣지 못했다.

김민재는 "나도 아직 실감이 나지 않는다. 메달이 손에 들어와야 뭔가 느낌이 올 것 같다"고 했다.

런던올림픽에서 김민재는 인상 185㎏을 들어 한국 신기록을 세웠다. 용상에서는 1차 시기 210㎏을 성공한 뒤 2, 3차에서 실패해 합계에서 8위에 머물렀다.

김민재는 "그때도 용상 결과가 너무 아쉬웠다. 더구나 런던올림픽에서 한국 역도가 노메달에 그쳐 대표 선수단 전체가 실망감이 컸다"고 떠올렸다.

IOC가 2008년 베이징, 2012년 런던올림픽에서 채취한 과거 샘플을 현대 기술로 재검사하면서 '메달의 진짜 주인'이 가려지고 있다. 역도는 특히 변화가 크다.

런던에서 노메달에 그쳤던 한국 역도도 행정 절차가 끝나면 '은 1개(김민재), 동 1개(장미란)'로 결과가 달라진다.

김민재는 "선수들끼리는 '저 선수 약물에 의존한 것 같은데'라는 말을 하곤 한다. 그런데 내가 이런 피해를 볼 줄을 몰랐다"며 "황당하기도 하고, 역도 선수로서 안타까운 마음도 생긴다"고 말했다.

약물에 의존하지 않고, 성실하게 훈련한 김민재는 늦게나마 보상을 받았다.

그는 "아시안게임(2014년 인천 은메달)과 세계선수권(2009년 고양 합계 동메달, 2011년 프랑스 인상 동메달)에서는 시상대에서 메달을 받았다. 올림픽에서도 시상대에 서고 싶은 꿈이 있었는데 그 기회를 외부 요인 때문에 놓쳐 아쉽다. 그래도 올림픽 메달을 손에 넣을 수 있다고 생각하니 고생했던 시간이 보상받는 것 같아 기쁘다"고 했다.

고교 시절 유망주로 꼽히던 김민재는 대학 입학 후 역도를 포기했다. 부상과 단체 생활의 어려움을 극복하지 못했다.

현역으로 입대하고, 전역 후에는 헬스 트레이너로 일하기도 했다.

2007년 선수로 복귀했지만, 2013년 무릎 십자인대 파열로 은퇴 갈림길에 서기도 했다.

김민재는 "어릴 때는 역도를 소중하게 생각하지 못했다. 역도를 떠나니 더 힘들더라"며 "차라리 부상을 극복하는 게 더 수월했다"고 떠올렸다.

어려운 시기를 함께한 이희영 경북개발공사 감독은 "김민재가 정말 성실한 모습으로 재기를 노렸고 성공했다. 대견하다"고 말했다.

김민재는 2014년 인천 아시안게임에서 은메달을 따내며 다시 주목을 받았다.

사실 그는 2012년 런던올림픽 시상대 위에서 주목받았어야 한다.

시상대를 향한 그리움을 몇 차례나 이야기하던 김민재는 "지난해 무릎을 다쳐 지금도 재활을 하고 있다. 많이 힘들었는데 좋은 소식이 들려오니 힘이 난다. 과정에 아쉬움은 있지만 열심히 하면 보상받는다는 걸 또 깨달았다"고 했다.
  • 역도 도핑 파문에 ‘8위→銀’…김민재 “보상받은 기분”
    • 입력 2016-10-29 13:27:44
    연합뉴스
"제가 올림픽에서만 시상대에 서지 못했거든요."

자신의 것이 아닌 줄 알았던 올림픽 메달이 몇 개월 후면 김민재(33·경북개발공사)의 손에 들어온다.

반가운 소식이 들린 날, 김민재는 '시상대'를 떠올렸다.

김민재는 29일 연합뉴스 통화에서 "올림픽 메달을 받을 수 있다고 하니 정말 기쁘긴 한데…"라고 운을 뗀 후 "선수들은 시상대에 오를 때 가장 큰 희열을 느낀다. 가장 큰 무대 올림픽에서 그 기회를 놓친 건 아쉽다"고 말했다.

국제역도연맹(IWC)은 28일 홈페이지에 '금지약물로 조사받는 선수 명단'을 공개했다.

2012년 런던올림픽 역도 남자 94㎏급에서 김민재와 경쟁한 선수 중 7명이 금지약물 복용 혐의를 받고 있다.

금, 은, 동메달을 딴 일리야 일린(카자흐스탄), 알렉산드르 이바노프(러시아), 아나톨리 시리쿠(몰도바)의 샘플에서는 모두 금지약물 성분이 나왔다.

4위, 6위, 7위, 11위도 도핑 테스트 양성 반응을 보였다.

이들을 제외하면 당시 5위에 오른 모하메드 푸어(이란)의 기록이 가장 좋다. 그다음이 합계 395㎏을 기록한 김민재다.

김민재는 4년 만에 은메달을 되찾을 가능성이 매우 크다.

서류 작업에는 꽤 많은 시간이 걸린다.

IWF는 남자 94㎏급 금지약물 복용 선수 이름 옆에 'IOC 조사 진행 중(ongoing IOC)'이란 설명을 붙였다.

국제올림픽위원회(IOC)가 최종 결론을 내고, IWF에 '해당 선수 기록 삭제'를 요청하면 순위 재조정을 시작한다.

2008년 베이징 여자 역도 48kg급 4위에 오른 임정화와 2012년 런던에서 75㎏ 이상급 4위를 차지한 장미란은 3개월 전에 앞 순위 선수가 도핑 양성 반응을 보여 '3위 승격이 유력하다'는 소식을 접했다.

하지만 아직 행정 절차가 마무리되지 않아 IOC와 IWF가 순위 재조정을 완료하지 못했고, 동메달도 손에 넣지 못했다.

김민재는 "나도 아직 실감이 나지 않는다. 메달이 손에 들어와야 뭔가 느낌이 올 것 같다"고 했다.

런던올림픽에서 김민재는 인상 185㎏을 들어 한국 신기록을 세웠다. 용상에서는 1차 시기 210㎏을 성공한 뒤 2, 3차에서 실패해 합계에서 8위에 머물렀다.

김민재는 "그때도 용상 결과가 너무 아쉬웠다. 더구나 런던올림픽에서 한국 역도가 노메달에 그쳐 대표 선수단 전체가 실망감이 컸다"고 떠올렸다.

IOC가 2008년 베이징, 2012년 런던올림픽에서 채취한 과거 샘플을 현대 기술로 재검사하면서 '메달의 진짜 주인'이 가려지고 있다. 역도는 특히 변화가 크다.

런던에서 노메달에 그쳤던 한국 역도도 행정 절차가 끝나면 '은 1개(김민재), 동 1개(장미란)'로 결과가 달라진다.

김민재는 "선수들끼리는 '저 선수 약물에 의존한 것 같은데'라는 말을 하곤 한다. 그런데 내가 이런 피해를 볼 줄을 몰랐다"며 "황당하기도 하고, 역도 선수로서 안타까운 마음도 생긴다"고 말했다.

약물에 의존하지 않고, 성실하게 훈련한 김민재는 늦게나마 보상을 받았다.

그는 "아시안게임(2014년 인천 은메달)과 세계선수권(2009년 고양 합계 동메달, 2011년 프랑스 인상 동메달)에서는 시상대에서 메달을 받았다. 올림픽에서도 시상대에 서고 싶은 꿈이 있었는데 그 기회를 외부 요인 때문에 놓쳐 아쉽다. 그래도 올림픽 메달을 손에 넣을 수 있다고 생각하니 고생했던 시간이 보상받는 것 같아 기쁘다"고 했다.

고교 시절 유망주로 꼽히던 김민재는 대학 입학 후 역도를 포기했다. 부상과 단체 생활의 어려움을 극복하지 못했다.

현역으로 입대하고, 전역 후에는 헬스 트레이너로 일하기도 했다.

2007년 선수로 복귀했지만, 2013년 무릎 십자인대 파열로 은퇴 갈림길에 서기도 했다.

김민재는 "어릴 때는 역도를 소중하게 생각하지 못했다. 역도를 떠나니 더 힘들더라"며 "차라리 부상을 극복하는 게 더 수월했다"고 떠올렸다.

어려운 시기를 함께한 이희영 경북개발공사 감독은 "김민재가 정말 성실한 모습으로 재기를 노렸고 성공했다. 대견하다"고 말했다.

김민재는 2014년 인천 아시안게임에서 은메달을 따내며 다시 주목을 받았다.

사실 그는 2012년 런던올림픽 시상대 위에서 주목받았어야 한다.

시상대를 향한 그리움을 몇 차례나 이야기하던 김민재는 "지난해 무릎을 다쳐 지금도 재활을 하고 있다. 많이 힘들었는데 좋은 소식이 들려오니 힘이 난다. 과정에 아쉬움은 있지만 열심히 하면 보상받는다는 걸 또 깨달았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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