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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로즈업 북한] 병원 대신 장마당으로…北 무상 의료 실상은?
입력 2016.11.05 (08:07) 수정 2016.11.05 (08:38) 남북의 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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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돈 한 푼 안들이고 마음껏 치료 받을 수 있다”

김정은 시대 들어 북한 당국이 부쩍 많이 선전하는 말인데요.

현실은 어떨까요?

몸이 아프면 약을 구하러 병원 대신 장마당으로 향하고 심지어 아편에 의존하기까지 합니다.

평양 특권층과 일반 주민들 사이의 심각한 의료 양극화 현실을 <클로즈업 북한>에서 조명했습니다.

<리포트>

김정은 정권 들어 개발 사업이 활발한 평양 문수지구.

큰 병원들이 모여 있는 이곳에 최근 새 병원이 들어섰다.

사람의 눈 모양을 닮은 건물 외관이 인상적인 이 곳, 류경안과종합병원이다.

<녹취> 최태복(북한 노동당 중앙위원회 부위원장) : "볼수록 멋있고 희한한 류경안과종합병원이 솟아오른 것은 일대 경사입니다."

북한 매체들은 무상의료로 대변되는 ‘사회주의 보건 제도’를 한껏 선전했다.

<녹취> 조선중앙TV(지난 달 31일) : "세계적 수준의 현대적인 류경안과종합병원이 훌륭히 일떠서 개원됨으로써 우리 인민은 사회주의 보건제도의 혜택을 보다 마음껏 누릴 수 있게 되었습니다."

김정은은 공사가 한창이던 지난 5월 현장을 찾은 데 이어, 최근 공개 활동이 뜸한 가운데서도 개원식에 앞서 병원을 방문했다.

<녹취> 조선중앙TV(지난 달 18일) : "경애하는 김정은 동지께서는 인민들을 위해 꼭 하고 싶었던 일을 해놓았다고, 인민들을 위한 자신의 소원이 또 하나 풀렸다고 기쁨에 넘쳐 말씀하셨습니다."

북한 문수지구에는 이번에 문을 연 류경안과 외에도 평양산원 유선종양연구소와 옥류아동병원, 류경치과병원 등 대형 의료기관들이 들어서 있다.

북한 매체들은 이것을 모두 김정은의 치적이라고 치켜세운다.

<녹취> 北기록영화(2014년 5월) : "경애하는 원수님께서 지어주신 궁전 같은 병원에서 돈 한 푼 내지 않고 치료를 받고 있다고 정말 고맙다고 감사의 인사를 삼가 드리고 또 드리는 우리 인민입니다."

1952년 ‘무상치료제’를 도입한 북한은 1960년부터 무상치료제를 전면 실시했다.

봉급의 1% 정도를 사회보험료 명목으로 원천징수하고 있지만, 의사의 진찰과 처방, 수술비와 약값 등은 모두 국가가 부담한다고 선전한다.

<녹취> 北기록영화 ‘인민사랑의 뜻 받들어가는 보건일군들(2014년 10월) : "돈 한 푼 안 들이고 마음껏 치료받을 수 있는 세상에서 살아보고 싶은 우리 인민의 세계적 숙망을 풀어주시려는 어버이수령님께서만이 구상하시고 실현하실 수 있는 대 용단이었습니다."

하지만 북한이 선전하는 무상 의료 체계는 1990년대 고난의 행군 시기를 거치며 이미 붕괴됐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인터뷰> 김광진(국가안보전략연구원 연구위원) : "무상치료라는 것은 국가의 경제가 제대로 돌아가고 그 다음에 모든 병원 의료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해야 이제 효과가 나오는 거죠. 일정 정도, 그런데 이게 다 무너지고 고리가 끊어지고 한 상태에서는 아무런 의미가 없어요."

지난 2014년 kbs가 입수한 함경북도 회령시 한 인민병원의 모습이다.

북한이 선전하는 평양의 병원들과는 다르게 열악하고 비위생적인 환경이 한 눈에 들어온다.

검게 녹슨 의료 기구와 반복해서 사용한 1회용 주사기.

무엇보다 큰 문제는 치료에 쓸 의약품이 턱없이 부족하다는 점이다.

<녹취> "치료약들이 국가에서 받은 게 아니고 다 선생님들이 자체로 이렇게 마련해서 한 겁니까? (그런 거까지 다 대줄라고? 그런 건 환자들이 가져오죠.) 근데 이거 뭐 약들이 다 텅텅 비었구나..."

북한의 무상 치료제가 그저 구호에 그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인터뷰> 최정훈(前 북한 의사/2011년 탈북) : "수술을 하러 병원에 가게 되면 소독용 알콜, 거즈, 반창고, 붕대 이런 건 의무적으로 준비해야 되는 걸로 이제는 알고 있습니다. 그건 다 시장에 가서 환자 스스로가 사야 되는... 항생제같은 것도 환자나 가족이 부담해야되는 그런 환경입니다."

<녹취> 조선중앙TV(지난 달 3일 특집 ‘살구는 내과의사’) : "살구는 여러 가지 질병들을 예방하고 치료하는 데서 그 효능이 특이하기 때문에 사람들은 이 살구를 일명 내과의사라고까지 일러오고 있습니다."

의약품 부족을 해결하기 위한 방편의 하나로 북한은 오래 전부터 양방에 한방을 접목한 이른바 ‘고려의학’을 강조하고 있다.

<녹취> 조선중앙TV(지난 9월 17일 ‘고려약 탐구에 한생을 바치며’) : "강영례 여성은 지금 이렇게 어느 농촌 집 마당에서 고향 여인의 부탁대로 치료약을 만들고 있습니다."

<녹취> 강영례(특발성 괴저(괴사) 치료약 개발) : "우리 어머니가 고려약 치료에서 아주 능했습니다 한생을. 8남매를 길렀는데 아이들이 아프면 무슨 딸기물로 설사를 이렇게 그치고, 또 무슨 출혈을 하면 조가비를 또 해서 하고..."

예로부터 전해 내려온 민간요법을 체계화한 것인데, 북한은 고려의학이 상당한 수준이라고 자평한다.

<녹취> 조선중앙TV(지난 9월 17일 ‘고려약 탐구에 한생을 바치며’) : "특발성 괴저(괴사)라는 무서운 병에 대해서 우리나라 산과 들에 있는 약초들로 만든 고려약으로 치료하는 방법도 적용되고 있다는 것은 참으로 놀랍고도 기쁜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하지만 고려의학이 불러온 민간요법에 대한 과도한 의존은 사회적으로 많은 부작용을 낳고 있다.

<인터뷰> 최정훈(前 북한 의사/2011년 탈북) : "석유나 휘발유나 이런 걸 먹게 되면 기생충들이 다 구충이 된다, 뭐 이런 것들... 잘못된 의학 상식이 전해져가지고 자기가 알아서 뜸을 뜨다가 그게 이제 뜸을 뜬 자리가 화농이 되면서 그게 심해지다가 그냥 방치하다가 패혈증까지 걸려가지고 목숨까지 잃게 되는 그런 상황들도 빈번하죠."

잘못된 민간요법보다 더 심각한 건 바로 마약이다.

아편을 추출할 수 있는 양귀비를 ‘백도라지’라 부르며 국가 차원에서 재배를 장려하고 있는 북한.

은밀한 외화벌이를 위한 수단이지만 북한 주민들 사이에서 아편은 흔히 만병통치약으로 통하기도 한다.

<인터뷰> 최정훈(前 북한 의사/2011년 탈북) : "아편 자체에 한 40여 가지의 이런 약 성분들이 있어요. 그래서 그런 것들을 다 자기 약물을 추출해가지고 약으로 사용되는 게 많은데 그게 민간 차원에서 일단 마약으로 사용되지 않습니까. 실제 아편을 사용하면 좀 주민들의 고달픈 삶이라든가 그리고 힘들었던, 육체적으로 힘든 이런 것들이 일시적으로 가려지는 그런 효과도 있습니다."

무상 의료는 이미 유명무실해진 현실.

약을 구하러 병원이 아닌 장마당을 찾고, 그마저도 없어 아편으로 견디는 주민들과 달리 고위 간부들과 김정은 일가는 높은 수준의 의료 혜택을 누리고 있다.

북한 최고의 병원인 봉화 진료소.

김정은과 그 친인척, 그리고 중앙당의 부장급 이상 고위 간부만 이용할 수 있는 특급 병원이다.

국가정보원은 이 봉화진료소가 첨단 의료시설을 갖추고 있다고 자세히 설명했다.

<녹취> 이철우(국회 정보위원장/지난 7월 1일) : "봉화병원을 재건축하고 있는데, 기존 장비를 독일산 MRI, 미국산 방사선 치료장치 등 서방의 첨단 장비로 모두 교체하고 있는데..."

김 씨 일가와 체격이나 건강상태가 비슷한 사람을 선발해 임상 실험까지 하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인터뷰> 김광진(국가안보전략연구원 연구위원) : "김일성이 피우는, 또 김정일이 피우는 담배를 그대로 피우게 합니다. 그래서 하루에 한 갑을 피운다 하면 환자들, 입원 환자들 한 갑씩 피우게 해요. 그렇게 하고, 똑같은 담배를 하고 치료, 약을 또 쓰는 거죠. 해서 어떤 효과가 있는지 이런 것들을 검증을 다 합니다. 김 부자, 태양의 만수무강을 위해서 하는 것이다. 그래서 그게 정당화 되는 거예요."

맞춤형 의료를 제공받는 특권층과는 달리 열악한 보건 의료 환경에 놓인 북한 주민들...

이는 남북한의 평균 수명 격차로 이어지고 있다.

2015년 현재 남한의 평균수명은 여자 84.6세, 남자 78세인 반면, 북한의 평균수명은 여자 73.3세 남자 66.3세에 그쳐 각각 11세 이상의 차이를 보이고 있다.

1990년대 대홍수 등 자연재해에 따른 식량난과 경제난, 여기에 보건의료체계의 붕괴가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기본적인 의료 장비와 필수 의약품조차 턱없이 부족한 상황.

그러나 북한 당국은 이에 대한 투자는 미룬 채 잇단 핵실험과 미사일 발사로 대북제재를 자초해 국제 사회의 지원마저 어렵게 하고 있다.

<인터뷰> 김광진(국가안보전략연구원 연구위원) : "지금 특히나 콜레라, 큰 물 피해 때문에 설사 이런 질병들이 발생을 많이 하고 있는데 핵 만드는 비용, 그리고 미사일에 쏟아 붓는 그런 돈이면 그런 건 얼마든지 많이 할 수 있죠. 북한으로서는. 핵, 미사일 개발 때문에 약품과 관련된 그런 인도적 지원도 지금 못 받는 상황이죠. 해서 북한 당국에게 문제가 있다, 이렇게 볼 수 있겠습니다."

이와 관련해 고민할 점은 북한의 보건의료 실태가 결코 우리와 동떨어진 문제가 아니라는 사실이다.

<인터뷰> 신희영(서울대 의대 통일의학센터 소장) : "북한은 바로 인접 국가이기 때문에 예를 들어 말라리아라든지 결핵이라든지 이러한 질병들이 언제든지 우리한테 내려올 수가 있고요. 양쪽의 의료 수준을 언젠가 통일이 되었을 때 동일하게 만들기 위해서는 지금부터 그러한 투자를 미리미리 해 놓는 게 나중에 큰 돈 들이는 것을 막을 수 있는..."

인도적 지원보다 더 중요한 건 무상치료제로 대변되는 북한의 의료 시스템을 근본적으로 개혁하는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인터뷰> 신희영(서울대 의대 통일의학센터 소장) : "무상의료라는 것을 고집하면서 그러한 걸 지원해 줄 수 있는 재정적인 지원이 하나도 없으니까 당연히 의료는 붕괴될 수밖에 없습니다. 그래서 예를 들어서 제약 공장 같은 것을 시설 같은 걸 남쪽에서 다 해준 경우에도 그 약이 나와 봐야 그 약을 만든 사람은 아무런 보상을 못 받으니까 아무도 약을 만들지 않죠."

북한 보건의료시스템 붕괴의 주요 원인으로 꼽히는 무상 의료, 그런데 최근 들어 북한에도 변화의 조짐이 보인다.

평양을 중심으로 약국이 들어서고 있는 것이다.

<녹취> 김창호(지난 해 3월 조선중앙TV/약국 손님) : "먹으면 정신이 맑아지고 힘이 솟고 그래서 나는 여기 단골손님이 되고 말았습니다."

그런가 하면 환자와 의사 사이에 치료에 대한 대가로 물품을 주고받는 현상도 생겨나고 있다.

<인터뷰> 신희영(서울대 의대 통일의학센터 소장) : "의사들한테 환자들이 담배를 갖다 주면 우선 그걸 받고 치료를 해주고 의사가 그 담배를 다 모으면 바로 병원 앞에 담배상이 있다고 합니다. 그래서 그 담배상한테 팔면 의사는 그걸 화폐로 바꿀 수가 있고. 해서 그러한 식의 자본주의 경제가 의료에도 조금씩 도입이 되면서... 의료면이 조금씩은 살아나고 있는 것같이 보입니다."

무상 의료를 통해 북한은 사회주의 보건 체제의 우월성과 김정은 정권의 정당성을 선전한다.

하지만 약을 구하러 병원이 아닌 장마당으로 향하는 주민들의 발걸음은 북한이 내세우는 무상의료가 이미 수명이 다했음을 말해준다.

특권층과 일반 주민, 평양과 지방 사이의 심각한 의료 양극화는 대다수 북한 주민의 기본권과 나아가 통일 한국의 미래마저 위협하는 시급한 해결 과제가 되고 있다.
  • [클로즈업 북한] 병원 대신 장마당으로…北 무상 의료 실상은?
    • 입력 2016-11-05 08:21:41
    • 수정2016-11-05 08:38:11
    남북의 창
<앵커 멘트>

“돈 한 푼 안들이고 마음껏 치료 받을 수 있다”

김정은 시대 들어 북한 당국이 부쩍 많이 선전하는 말인데요.

현실은 어떨까요?

몸이 아프면 약을 구하러 병원 대신 장마당으로 향하고 심지어 아편에 의존하기까지 합니다.

평양 특권층과 일반 주민들 사이의 심각한 의료 양극화 현실을 <클로즈업 북한>에서 조명했습니다.

<리포트>

김정은 정권 들어 개발 사업이 활발한 평양 문수지구.

큰 병원들이 모여 있는 이곳에 최근 새 병원이 들어섰다.

사람의 눈 모양을 닮은 건물 외관이 인상적인 이 곳, 류경안과종합병원이다.

<녹취> 최태복(북한 노동당 중앙위원회 부위원장) : "볼수록 멋있고 희한한 류경안과종합병원이 솟아오른 것은 일대 경사입니다."

북한 매체들은 무상의료로 대변되는 ‘사회주의 보건 제도’를 한껏 선전했다.

<녹취> 조선중앙TV(지난 달 31일) : "세계적 수준의 현대적인 류경안과종합병원이 훌륭히 일떠서 개원됨으로써 우리 인민은 사회주의 보건제도의 혜택을 보다 마음껏 누릴 수 있게 되었습니다."

김정은은 공사가 한창이던 지난 5월 현장을 찾은 데 이어, 최근 공개 활동이 뜸한 가운데서도 개원식에 앞서 병원을 방문했다.

<녹취> 조선중앙TV(지난 달 18일) : "경애하는 김정은 동지께서는 인민들을 위해 꼭 하고 싶었던 일을 해놓았다고, 인민들을 위한 자신의 소원이 또 하나 풀렸다고 기쁨에 넘쳐 말씀하셨습니다."

북한 문수지구에는 이번에 문을 연 류경안과 외에도 평양산원 유선종양연구소와 옥류아동병원, 류경치과병원 등 대형 의료기관들이 들어서 있다.

북한 매체들은 이것을 모두 김정은의 치적이라고 치켜세운다.

<녹취> 北기록영화(2014년 5월) : "경애하는 원수님께서 지어주신 궁전 같은 병원에서 돈 한 푼 내지 않고 치료를 받고 있다고 정말 고맙다고 감사의 인사를 삼가 드리고 또 드리는 우리 인민입니다."

1952년 ‘무상치료제’를 도입한 북한은 1960년부터 무상치료제를 전면 실시했다.

봉급의 1% 정도를 사회보험료 명목으로 원천징수하고 있지만, 의사의 진찰과 처방, 수술비와 약값 등은 모두 국가가 부담한다고 선전한다.

<녹취> 北기록영화 ‘인민사랑의 뜻 받들어가는 보건일군들(2014년 10월) : "돈 한 푼 안 들이고 마음껏 치료받을 수 있는 세상에서 살아보고 싶은 우리 인민의 세계적 숙망을 풀어주시려는 어버이수령님께서만이 구상하시고 실현하실 수 있는 대 용단이었습니다."

하지만 북한이 선전하는 무상 의료 체계는 1990년대 고난의 행군 시기를 거치며 이미 붕괴됐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인터뷰> 김광진(국가안보전략연구원 연구위원) : "무상치료라는 것은 국가의 경제가 제대로 돌아가고 그 다음에 모든 병원 의료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해야 이제 효과가 나오는 거죠. 일정 정도, 그런데 이게 다 무너지고 고리가 끊어지고 한 상태에서는 아무런 의미가 없어요."

지난 2014년 kbs가 입수한 함경북도 회령시 한 인민병원의 모습이다.

북한이 선전하는 평양의 병원들과는 다르게 열악하고 비위생적인 환경이 한 눈에 들어온다.

검게 녹슨 의료 기구와 반복해서 사용한 1회용 주사기.

무엇보다 큰 문제는 치료에 쓸 의약품이 턱없이 부족하다는 점이다.

<녹취> "치료약들이 국가에서 받은 게 아니고 다 선생님들이 자체로 이렇게 마련해서 한 겁니까? (그런 거까지 다 대줄라고? 그런 건 환자들이 가져오죠.) 근데 이거 뭐 약들이 다 텅텅 비었구나..."

북한의 무상 치료제가 그저 구호에 그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인터뷰> 최정훈(前 북한 의사/2011년 탈북) : "수술을 하러 병원에 가게 되면 소독용 알콜, 거즈, 반창고, 붕대 이런 건 의무적으로 준비해야 되는 걸로 이제는 알고 있습니다. 그건 다 시장에 가서 환자 스스로가 사야 되는... 항생제같은 것도 환자나 가족이 부담해야되는 그런 환경입니다."

<녹취> 조선중앙TV(지난 달 3일 특집 ‘살구는 내과의사’) : "살구는 여러 가지 질병들을 예방하고 치료하는 데서 그 효능이 특이하기 때문에 사람들은 이 살구를 일명 내과의사라고까지 일러오고 있습니다."

의약품 부족을 해결하기 위한 방편의 하나로 북한은 오래 전부터 양방에 한방을 접목한 이른바 ‘고려의학’을 강조하고 있다.

<녹취> 조선중앙TV(지난 9월 17일 ‘고려약 탐구에 한생을 바치며’) : "강영례 여성은 지금 이렇게 어느 농촌 집 마당에서 고향 여인의 부탁대로 치료약을 만들고 있습니다."

<녹취> 강영례(특발성 괴저(괴사) 치료약 개발) : "우리 어머니가 고려약 치료에서 아주 능했습니다 한생을. 8남매를 길렀는데 아이들이 아프면 무슨 딸기물로 설사를 이렇게 그치고, 또 무슨 출혈을 하면 조가비를 또 해서 하고..."

예로부터 전해 내려온 민간요법을 체계화한 것인데, 북한은 고려의학이 상당한 수준이라고 자평한다.

<녹취> 조선중앙TV(지난 9월 17일 ‘고려약 탐구에 한생을 바치며’) : "특발성 괴저(괴사)라는 무서운 병에 대해서 우리나라 산과 들에 있는 약초들로 만든 고려약으로 치료하는 방법도 적용되고 있다는 것은 참으로 놀랍고도 기쁜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하지만 고려의학이 불러온 민간요법에 대한 과도한 의존은 사회적으로 많은 부작용을 낳고 있다.

<인터뷰> 최정훈(前 북한 의사/2011년 탈북) : "석유나 휘발유나 이런 걸 먹게 되면 기생충들이 다 구충이 된다, 뭐 이런 것들... 잘못된 의학 상식이 전해져가지고 자기가 알아서 뜸을 뜨다가 그게 이제 뜸을 뜬 자리가 화농이 되면서 그게 심해지다가 그냥 방치하다가 패혈증까지 걸려가지고 목숨까지 잃게 되는 그런 상황들도 빈번하죠."

잘못된 민간요법보다 더 심각한 건 바로 마약이다.

아편을 추출할 수 있는 양귀비를 ‘백도라지’라 부르며 국가 차원에서 재배를 장려하고 있는 북한.

은밀한 외화벌이를 위한 수단이지만 북한 주민들 사이에서 아편은 흔히 만병통치약으로 통하기도 한다.

<인터뷰> 최정훈(前 북한 의사/2011년 탈북) : "아편 자체에 한 40여 가지의 이런 약 성분들이 있어요. 그래서 그런 것들을 다 자기 약물을 추출해가지고 약으로 사용되는 게 많은데 그게 민간 차원에서 일단 마약으로 사용되지 않습니까. 실제 아편을 사용하면 좀 주민들의 고달픈 삶이라든가 그리고 힘들었던, 육체적으로 힘든 이런 것들이 일시적으로 가려지는 그런 효과도 있습니다."

무상 의료는 이미 유명무실해진 현실.

약을 구하러 병원이 아닌 장마당을 찾고, 그마저도 없어 아편으로 견디는 주민들과 달리 고위 간부들과 김정은 일가는 높은 수준의 의료 혜택을 누리고 있다.

북한 최고의 병원인 봉화 진료소.

김정은과 그 친인척, 그리고 중앙당의 부장급 이상 고위 간부만 이용할 수 있는 특급 병원이다.

국가정보원은 이 봉화진료소가 첨단 의료시설을 갖추고 있다고 자세히 설명했다.

<녹취> 이철우(국회 정보위원장/지난 7월 1일) : "봉화병원을 재건축하고 있는데, 기존 장비를 독일산 MRI, 미국산 방사선 치료장치 등 서방의 첨단 장비로 모두 교체하고 있는데..."

김 씨 일가와 체격이나 건강상태가 비슷한 사람을 선발해 임상 실험까지 하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인터뷰> 김광진(국가안보전략연구원 연구위원) : "김일성이 피우는, 또 김정일이 피우는 담배를 그대로 피우게 합니다. 그래서 하루에 한 갑을 피운다 하면 환자들, 입원 환자들 한 갑씩 피우게 해요. 그렇게 하고, 똑같은 담배를 하고 치료, 약을 또 쓰는 거죠. 해서 어떤 효과가 있는지 이런 것들을 검증을 다 합니다. 김 부자, 태양의 만수무강을 위해서 하는 것이다. 그래서 그게 정당화 되는 거예요."

맞춤형 의료를 제공받는 특권층과는 달리 열악한 보건 의료 환경에 놓인 북한 주민들...

이는 남북한의 평균 수명 격차로 이어지고 있다.

2015년 현재 남한의 평균수명은 여자 84.6세, 남자 78세인 반면, 북한의 평균수명은 여자 73.3세 남자 66.3세에 그쳐 각각 11세 이상의 차이를 보이고 있다.

1990년대 대홍수 등 자연재해에 따른 식량난과 경제난, 여기에 보건의료체계의 붕괴가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기본적인 의료 장비와 필수 의약품조차 턱없이 부족한 상황.

그러나 북한 당국은 이에 대한 투자는 미룬 채 잇단 핵실험과 미사일 발사로 대북제재를 자초해 국제 사회의 지원마저 어렵게 하고 있다.

<인터뷰> 김광진(국가안보전략연구원 연구위원) : "지금 특히나 콜레라, 큰 물 피해 때문에 설사 이런 질병들이 발생을 많이 하고 있는데 핵 만드는 비용, 그리고 미사일에 쏟아 붓는 그런 돈이면 그런 건 얼마든지 많이 할 수 있죠. 북한으로서는. 핵, 미사일 개발 때문에 약품과 관련된 그런 인도적 지원도 지금 못 받는 상황이죠. 해서 북한 당국에게 문제가 있다, 이렇게 볼 수 있겠습니다."

이와 관련해 고민할 점은 북한의 보건의료 실태가 결코 우리와 동떨어진 문제가 아니라는 사실이다.

<인터뷰> 신희영(서울대 의대 통일의학센터 소장) : "북한은 바로 인접 국가이기 때문에 예를 들어 말라리아라든지 결핵이라든지 이러한 질병들이 언제든지 우리한테 내려올 수가 있고요. 양쪽의 의료 수준을 언젠가 통일이 되었을 때 동일하게 만들기 위해서는 지금부터 그러한 투자를 미리미리 해 놓는 게 나중에 큰 돈 들이는 것을 막을 수 있는..."

인도적 지원보다 더 중요한 건 무상치료제로 대변되는 북한의 의료 시스템을 근본적으로 개혁하는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인터뷰> 신희영(서울대 의대 통일의학센터 소장) : "무상의료라는 것을 고집하면서 그러한 걸 지원해 줄 수 있는 재정적인 지원이 하나도 없으니까 당연히 의료는 붕괴될 수밖에 없습니다. 그래서 예를 들어서 제약 공장 같은 것을 시설 같은 걸 남쪽에서 다 해준 경우에도 그 약이 나와 봐야 그 약을 만든 사람은 아무런 보상을 못 받으니까 아무도 약을 만들지 않죠."

북한 보건의료시스템 붕괴의 주요 원인으로 꼽히는 무상 의료, 그런데 최근 들어 북한에도 변화의 조짐이 보인다.

평양을 중심으로 약국이 들어서고 있는 것이다.

<녹취> 김창호(지난 해 3월 조선중앙TV/약국 손님) : "먹으면 정신이 맑아지고 힘이 솟고 그래서 나는 여기 단골손님이 되고 말았습니다."

그런가 하면 환자와 의사 사이에 치료에 대한 대가로 물품을 주고받는 현상도 생겨나고 있다.

<인터뷰> 신희영(서울대 의대 통일의학센터 소장) : "의사들한테 환자들이 담배를 갖다 주면 우선 그걸 받고 치료를 해주고 의사가 그 담배를 다 모으면 바로 병원 앞에 담배상이 있다고 합니다. 그래서 그 담배상한테 팔면 의사는 그걸 화폐로 바꿀 수가 있고. 해서 그러한 식의 자본주의 경제가 의료에도 조금씩 도입이 되면서... 의료면이 조금씩은 살아나고 있는 것같이 보입니다."

무상 의료를 통해 북한은 사회주의 보건 체제의 우월성과 김정은 정권의 정당성을 선전한다.

하지만 약을 구하러 병원이 아닌 장마당으로 향하는 주민들의 발걸음은 북한이 내세우는 무상의료가 이미 수명이 다했음을 말해준다.

특권층과 일반 주민, 평양과 지방 사이의 심각한 의료 양극화는 대다수 북한 주민의 기본권과 나아가 통일 한국의 미래마저 위협하는 시급한 해결 과제가 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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