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장소에서 숨지고 다치고…일본 어린이들 잇따른 수난

입력 2016.11.09 (10:48) 수정 2016.11.09 (10: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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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안전 선진국을 자처해온 일본의 명성이 퇴색하고 있다. 공공장소에서 어른들의 부주의 또는 과실 탓에 어린이가 숨지거나 다치는 사고가 잇따르면서, 사고재발 방지에 비상이 걸렸다.

■ 버스 전도 사고…어린이 11명 부상

11월 8일 오전 8시쯤 일본 사이타마 현 가미사토의 교차로에서 보육원 셔틀버스와 경승용차가 충돌해, 셔틀버스가 옆으로 넘어졌다. 4살에서 6살까지의 원아 11명과 40대 여성 보육사 1명 등 12명이 다쳐 병원으로 옮겨져 치료를 받고 있다. 중상자는 없었지만, 탑승자들 대부분이 어린이들이어서 자칫 대형 인명피해로 이어질 뻔했다.


셔틀버스는 평일 아침과 저녁에 보육원 어린이들의 등하교를 돕던 차량이었다. 사고 당시, 오전 7시 30분에 보육원을 출발해 8시 30분까지 원아들을 태우고 돌아올 예정이었다. 사고 지점은 신호등이 없는 교차로였지만, 논으로 둘러싸여 있어서 전망이 탁 트인 곳이었다.


■ 정글짐에 불…어린이 사망

이에 앞서 6일 저녁 도쿄 신주쿠의 메이지 신궁 바깥 정원 행사장에서 정글짐 형태의 전시물에 화재가 발생했다. 현장에 있던 사람들이 소화기를 이용해 곧바로 불길을 잡았지만, 5살 어린이가 숨지고, 아이의 아버지 등 40대 남성 2명이 화상을 입었다. 숨진 어린이는 정글짐 형태의 전시물에서 놀고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화재 당시, 메이지 신궁 외원에서는 현대미술전이 열리고 있었다. 불에 탄 것은 일본공업대학 공업부 건축학과 학생들이 중심이 된 동아리의 설치 작품이었다. 가로 5미터, 세로 2미터, 높이 3미터의 목재 설치작품으로, 사람이 안으로 들어가 놀 수 있게 만들었다. 숨진 어린이는 사고 당시, 전시물 중간 부분에서 놀다가 변을 당한 것으로 추정된다.

■ 불길에 휩싸인 아이…필사의 구조 작업도 헛되이…

화재 발생 직후 불길이 15미터 상공까지 치솟았고, 일부 목격자들은 이벤트의 하나인 줄 알았다고 말했다. '불속에 아이가 있다'는 외침을 듣고 젊은 남성 등 10여 명이 달려와 물을 뿌리고 소화기를 동원하고 전시물을 들어 올리려고 시도했지만, 인명 피해를 막지는 못했다.


■ 가연성 소재 옆에 조명…화재원인?

행사를 주최한 '도쿄 디자인 위크' 가와사키 대표는 사고 직후 기자들과 만나, 인명사고에 대한 책임을 무겁게 받아들인다면서 죄송하다고 사과했다. 또 31년 동안 이어온 행사에서 이러한 인명사고는 처음이라고 말했다.

설치작품에 날카로운 부분이 없는지 살피기는 하지만, 600여 개의 전시작품 모두를 일일이 점검하기는 어렵다는 입장도 밝혔다. 불붙기 쉬운 목재 소재 옆에 조명이 설치될 것은 몰랐다는 얘기다. 사고 직후, 전시회는 중단됐지만, 소중한 생명을 앗아간 사고는 이미 돌이킬 수 없는 상태이다.


전시장 바닥에는 나무 조각이 깔려 있었고, 조명도 설치돼 있었다. 경찰과 소방당국은 조명이 과열되면서 목재 설치물에 옮겨 붙은 것으로 추정하고, 정확한 화재 경위를 조사하고 있다.


문제의 작품을 출품한 학생들이 소속된 일본공업대학측도 사고 직후 대단히 죄송하다고 사과했다. 그러나 설치 작품의 실제 내용과 안전대책 등에 대해서는 정확하게 파악하지 못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당초 전시 계획에는 백열전구를 사용하지 않고, LED 전구만 사용하기로 한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로는 설치 작업에 사용된 백열전구를 설치물 가까이에서 점등한 것으로 드러났다. 날이 어두워지자, 백열등을 켰다는 것이다. 경찰은 과열되기 쉬운 백열등이 실제로 화재를 유발했는지를 조사하고 있다. 백열등의 위험성이 학생들 사이에서 공유되고 있었는지도 조사하고 있다.


■ 무너진 안전 신화?

사고 현장엔 애도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 화재 현장 근처에 마련된 헌화대에는 꽃과 과자를 들고 찾아온 시민들의 방문이 계속되고 있다. 어린 자녀 또는 손자·손녀를 둔 사람들은 남의 일 같지 않다며 눈시울을 적셨다. 어린이들이 안전하게 생활하고 자랄 수 있는 환경을 만들 책임은 오롯이 어른에게 있음을 잊지 말자는 자성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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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공공장소에서 숨지고 다치고…일본 어린이들 잇따른 수난
    • 입력 2016-11-09 10:48:25
    • 수정2016-11-09 10:49:03
    취재K
생활안전 선진국을 자처해온 일본의 명성이 퇴색하고 있다. 공공장소에서 어른들의 부주의 또는 과실 탓에 어린이가 숨지거나 다치는 사고가 잇따르면서, 사고재발 방지에 비상이 걸렸다.

■ 버스 전도 사고…어린이 11명 부상

11월 8일 오전 8시쯤 일본 사이타마 현 가미사토의 교차로에서 보육원 셔틀버스와 경승용차가 충돌해, 셔틀버스가 옆으로 넘어졌다. 4살에서 6살까지의 원아 11명과 40대 여성 보육사 1명 등 12명이 다쳐 병원으로 옮겨져 치료를 받고 있다. 중상자는 없었지만, 탑승자들 대부분이 어린이들이어서 자칫 대형 인명피해로 이어질 뻔했다.


셔틀버스는 평일 아침과 저녁에 보육원 어린이들의 등하교를 돕던 차량이었다. 사고 당시, 오전 7시 30분에 보육원을 출발해 8시 30분까지 원아들을 태우고 돌아올 예정이었다. 사고 지점은 신호등이 없는 교차로였지만, 논으로 둘러싸여 있어서 전망이 탁 트인 곳이었다.


■ 정글짐에 불…어린이 사망

이에 앞서 6일 저녁 도쿄 신주쿠의 메이지 신궁 바깥 정원 행사장에서 정글짐 형태의 전시물에 화재가 발생했다. 현장에 있던 사람들이 소화기를 이용해 곧바로 불길을 잡았지만, 5살 어린이가 숨지고, 아이의 아버지 등 40대 남성 2명이 화상을 입었다. 숨진 어린이는 정글짐 형태의 전시물에서 놀고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화재 당시, 메이지 신궁 외원에서는 현대미술전이 열리고 있었다. 불에 탄 것은 일본공업대학 공업부 건축학과 학생들이 중심이 된 동아리의 설치 작품이었다. 가로 5미터, 세로 2미터, 높이 3미터의 목재 설치작품으로, 사람이 안으로 들어가 놀 수 있게 만들었다. 숨진 어린이는 사고 당시, 전시물 중간 부분에서 놀다가 변을 당한 것으로 추정된다.

■ 불길에 휩싸인 아이…필사의 구조 작업도 헛되이…

화재 발생 직후 불길이 15미터 상공까지 치솟았고, 일부 목격자들은 이벤트의 하나인 줄 알았다고 말했다. '불속에 아이가 있다'는 외침을 듣고 젊은 남성 등 10여 명이 달려와 물을 뿌리고 소화기를 동원하고 전시물을 들어 올리려고 시도했지만, 인명 피해를 막지는 못했다.


■ 가연성 소재 옆에 조명…화재원인?

행사를 주최한 '도쿄 디자인 위크' 가와사키 대표는 사고 직후 기자들과 만나, 인명사고에 대한 책임을 무겁게 받아들인다면서 죄송하다고 사과했다. 또 31년 동안 이어온 행사에서 이러한 인명사고는 처음이라고 말했다.

설치작품에 날카로운 부분이 없는지 살피기는 하지만, 600여 개의 전시작품 모두를 일일이 점검하기는 어렵다는 입장도 밝혔다. 불붙기 쉬운 목재 소재 옆에 조명이 설치될 것은 몰랐다는 얘기다. 사고 직후, 전시회는 중단됐지만, 소중한 생명을 앗아간 사고는 이미 돌이킬 수 없는 상태이다.


전시장 바닥에는 나무 조각이 깔려 있었고, 조명도 설치돼 있었다. 경찰과 소방당국은 조명이 과열되면서 목재 설치물에 옮겨 붙은 것으로 추정하고, 정확한 화재 경위를 조사하고 있다.


문제의 작품을 출품한 학생들이 소속된 일본공업대학측도 사고 직후 대단히 죄송하다고 사과했다. 그러나 설치 작품의 실제 내용과 안전대책 등에 대해서는 정확하게 파악하지 못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당초 전시 계획에는 백열전구를 사용하지 않고, LED 전구만 사용하기로 한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로는 설치 작업에 사용된 백열전구를 설치물 가까이에서 점등한 것으로 드러났다. 날이 어두워지자, 백열등을 켰다는 것이다. 경찰은 과열되기 쉬운 백열등이 실제로 화재를 유발했는지를 조사하고 있다. 백열등의 위험성이 학생들 사이에서 공유되고 있었는지도 조사하고 있다.


■ 무너진 안전 신화?

사고 현장엔 애도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 화재 현장 근처에 마련된 헌화대에는 꽃과 과자를 들고 찾아온 시민들의 방문이 계속되고 있다. 어린 자녀 또는 손자·손녀를 둔 사람들은 남의 일 같지 않다며 눈시울을 적셨다. 어린이들이 안전하게 생활하고 자랄 수 있는 환경을 만들 책임은 오롯이 어른에게 있음을 잊지 말자는 자성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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