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소수자 무차별 폭행…‘트럼프 악몽’ 현실화?

입력 2016.11.11 (15:10) 수정 2016.11.11 (22: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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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관기사] ☞ [뉴스9] 反트럼프 시위 확산…고속도로 점거·고교생 동참

도널드 트럼프가 미국 대통령으로 당선된 다음날, 끔찍한 사진과 글들이 SNS에 올라오기 시작했다.


자신의 절친한 친구가 게이라는 이유로 간밤에 무차별 폭행을 당했다며 분노하는 글이다. 병원에서 치료받는 모습까지 공개해 '조작 의심'을 차단했다.


성적 취향이 다른 이들을 향한 악랄한 저주가 담긴 폭력적인 글이 나붙기도 했다. 미국 현행법인 '혐오 범죄 방지법'에 의해 처벌되는 명백한 혐오 발언이다. 하지만 범죄를 저지른 자들은 무척 떳떳하고 자랑스러운 듯하다. 아마도 믿는 구석이 있었던 것 같다. '진짜 대통령' '트럼프 2016'이 강조돼있다.


흑인을 향한 노골적 비하와 욕설, 차량 테러에서도 이른바 '트럼프 부심(=자부심)'이 거침없이 드러난다.


한 고등학교 화장실에는, 미국 사회에서 사용이 금기시된 'N word (N으로 시작하는 흑인 비하 단어)'가 휘갈겨졌다. 그 아래는 #whites only(백인 천하) #white america(백인들의 미국) 등 백인우월주의, 인종차별주의를 드러내는 낙서가 뒤따랐다. '너희 나라로 돌아가'라는 식상한 문구까지 등장했다.

그리고 어김없이 'TRUMP', 제45대 대통령의 이름이 서명처럼 달렸다.

이 외에도 대학 캠퍼스나 사람들이 많은 길거리 등에서, 지금까지는 상상할 수도 없던 욕설이나 모욕적인 말을 듣거나 상황을 목격했다는 글들이 이어지고 있다. 심지어 떼를 지어 소수 인종이나 여성들을 공격하고 물건을 빼앗는 일도 벌어지고 있다.


같은 글에서 제니퍼는, "트럼프가 대통령이 된 지 24시간도 안 돼서 벌어진 일이었다"면서 "33년을 살면서 그렇게 노골적인 인종차별은 처음 당했다"고 울분을 토했다.

하루가 더 지나면서 미국 내 한국 교민들 사이에서도 비슷한 경험과 불안감을 토로하는 이들이 생겨나고 있다. 한인회 사이트와 각종 인터넷 카페, SNS 등에는 "확실히 분위기가 달라졌어요", "아무렇지 않게 무시하거나, '차별 언어'를 쓰는 사람들이 주변에 확 늘었네요" 같은 글들이 올라오고 있다.

트럼프가 당선되자마자 미국 사회가 오랜 세월 지키고 발전시켜 온 소중한 가치들이 허물어질 조짐을 보이고 있다. 대통령이 이렇게 중요하다.


'인종·성별·종교·성적 취향 등이 다르다고 해서 차별하거나 모욕해서는 안 된다. 나쁜 짓이며, 법으로 처벌될 만큼 심각한 범죄다' 라는 사회적 문화와 의식이 '위대한 미국'의 자부심이었다. 지금까지는.

속은 어떨지 몰라도, 공공연히 차별이나 멸시를 드러내는 것에 대한 두려움과 반감이 일반적인 정서였다. 만약 인종차별주의자로 찍히거나 여성 비하·성희롱, 성적 소수자에 대한 혐오 등이 확인되면 사회적으로 거센 비난은 물론이거니와 공직에서 물러날 각오까지 해야 했던 나라다.

'트럼프 대통령'과 일부 광적인 추종자들, 그리고 "당신은 우리의 대통령이 아니다"라고 외치는 사람들까지. 이들이 함께 만들어 갈 미국은, 과연 어떤 역사로 남게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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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성소수자 무차별 폭행…‘트럼프 악몽’ 현실화?
    • 입력 2016-11-11 15:10:16
    • 수정2016-11-11 22:32:41
    국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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