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시대’, 떨고 있는 검은 대륙

입력 2016.11.11 (15:29)

읽어주기 기능은 크롬기반의
브라우저에서만 사용하실 수 있습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의 경제 정책 기조는 미국 우선주의와 보호무역이다. 미국 내 산업 육성과 일자리 확보를 위해 기업의 해외 이전을 제한하고, 수입품에 높은 관세를 부과하겠다는 전략이다.

아프리카 국가들은 대체로 대미 수출 의존도가 높고, 미국 등 선진국으로부터의 원조금이 경제의 뼈대를 이룬다. 차기 트럼프 정부는 개발도상국이나 후진국의 성장에 관심을 두는 대신, 미국인들의 이익에 집중하겠다고 누차 밝혀왔다.

예상치 못한 미국 정권교체로 사하라 사막 이남 아프리카 국가들의 경제 불확실성은 높아졌다. 이 변화는 국가마다 서로 다른 효과를 일으킬 것으로 예측된다.

남아공, "수출 기업 타격·대량 실직 우려"

남아프리카공화국 최대 도시 요하네스버그(Johannesburg) 전경남아프리카공화국 최대 도시 요하네스버그(Johannesburg) 전경

2000년 당시 美 빌 클린턴 정부는 '아프리카 성장과 기회에 관한 법률(African Growth and Opportunity Act, AGOA)'을 통과시켰다. 미국이 사하라 사막 이남 국가들에서 생산된 수입품에 대해 무관세를 적용하기로 한 것이 핵심이다. 이 정책에 힘입어 지난 17년간 무관세 상품의 수는 4,600개까지 늘어났다.

AGOA는 특히 남아프리카공화국의 산업 전반을 부흥시켰다. 의류·와인·차량·원예작물이 주요 대미 수출품이다. 2015년 기준 미국으로부터 총 74.4억 달러(약 8조 5,800억원)를 벌어들인 반면, 수입액은 48.4억 달러(약 5조 5,800억원)였다.

AGOA로 인한 혜택이 컸던 만큼, 미국이 보호무역으로 전환할 시 남아공 경제는 큰 타격이 예상된다. 남아공의 투자·경제 전문가 이라즈 아베디안(Iraj Abedian)은 "트럼프가 실제 중국 상품에 45% 관세를 매기고,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까지 폐기한다면, AGOA 역시 더이상 남아공 경제를 보호할 장치로 생각할 수 없다"며 우려를 나타냈다.

남아공 언론들 역시 "(AGOA가 무력화된다면) 수출 기업의 타격이 불가피하다. 또, AGOA 효과로 생겨난 6만 2,000개의 일자리 가운데 특히 제조업 부문에서의 실직 사태가 벌어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

나이지리아, "원유값 상승으로 경제성장 기대"

나이지리아 최대 도시 라고스(Lagos)나이지리아 최대 도시 라고스(Lagos)

나이지리아는 아프리카 최대의 에너지 부국이다. 2014년 기준 원유와 천연가스 매장량은 각각 370억 배럴과 5조 1천억 세제곱미터(㎥)로 모두 사하라 이남 아프리카 국가 가운데 최고다.

하지만 최근 몇 년 새 원유값이 곤두박질치면서 경제는 타격을 입었다. 북미와 유럽 선진국들이 대체 에너지 개발에 열을 올리고, 지난해 국가별 온실가스 감축을 의무화한 '파리기후협약'까지 체결되면서 저유가 현상이 지속되고 있다.

지난 2년 간 나이지리아 경제 성장률은 2% 수준에 머물렀다. 2010년대 초반과 비교해 절반에 못 미친다. 도로·철도 신설 등 국가 개발 전략을 세워야 할 시점에서 정부 수입이 급감해 세계은행 등에 35억 달러의 차관까지 요청했다.

트럼프 당선인은 기존의 에너지 정책 기조를 뒤엎고, 화석 연료 기반의 산업 부활을 주장해왔다. 오바마 정부가 추진하던 신재생 에너지 개발 정책이 후퇴하면서, 석유와 가스 등 전통적 에너지의 비중이 높아질 것으로 예측된다.

세계 경제의 불확실성이 증가한 것은 물론이다. 역사적으로 경제 전망이 불확실할수록 원유·금 등 자원이 강세를 보여왔다. 설사 트럼프 정부에 의해 AGOA가 무력화된다고 할지라도, 이를 만회하고도 남는 호재라는 전망이다.

케냐, "원조 경제 타격·강제 추방 걱정"

케냐 나이로비 국립공원(Nairobi National Park)에서 바라본 나이로비 시내케냐 나이로비 국립공원(Nairobi National Park)에서 바라본 나이로비 시내

미국 정부가 케냐에 지원하는 무상원조 규모는 한해 8.2억 달러(약 9,500억원) 정도다. 케냐 정부가 세계 각국으로부터 받는 전체 무상 원조금의 4분의 1에 해당하는 동시에, 국민총소득(GNI)의 1.9%에 이른다.

당장 에이즈 치료와 빈곤 퇴치를 위해 지원했던 원조금 일부가 축소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케냐는 한 달 전부터 가뭄으로 최소 130만 명이 기근에 시달리고 있다. 재난 상황에서 원조에 늘 의존해 오던 케냐 정부의 위기관리 능력이 시험대에 오를 가능성이 높다.

미국 내 불법 체류자 추방 문제도 우려를 낳고 있다. 현재 미국 내에 체류하는 케냐인 수는 9만 명이다. 이 가운데 3분의 1이 불법 체류자다. 이들이 미국 내에서 번 돈을 자국으로 송금하는 액수가 한해 6백억 실링(약 6천억 원)에 이른다. 이들이 전부 추방될 경우 케냐 국내 경제의 타격 역시 불가피하다.

■ 제보하기
▷ 카카오톡 : 'KBS제보' 검색, 채널 추가
▷ 전화 : 02-781-1234, 4444
▷ 이메일 : kbs1234@kbs.co.kr
▷ 유튜브, 네이버, 카카오에서도 KBS뉴스를 구독해주세요!


  • ‘트럼프 시대’, 떨고 있는 검은 대륙
    • 입력 2016-11-11 15:29:14
    취재K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의 경제 정책 기조는 미국 우선주의와 보호무역이다. 미국 내 산업 육성과 일자리 확보를 위해 기업의 해외 이전을 제한하고, 수입품에 높은 관세를 부과하겠다는 전략이다.

아프리카 국가들은 대체로 대미 수출 의존도가 높고, 미국 등 선진국으로부터의 원조금이 경제의 뼈대를 이룬다. 차기 트럼프 정부는 개발도상국이나 후진국의 성장에 관심을 두는 대신, 미국인들의 이익에 집중하겠다고 누차 밝혀왔다.

예상치 못한 미국 정권교체로 사하라 사막 이남 아프리카 국가들의 경제 불확실성은 높아졌다. 이 변화는 국가마다 서로 다른 효과를 일으킬 것으로 예측된다.

남아공, "수출 기업 타격·대량 실직 우려"

남아프리카공화국 최대 도시 요하네스버그(Johannesburg) 전경
2000년 당시 美 빌 클린턴 정부는 '아프리카 성장과 기회에 관한 법률(African Growth and Opportunity Act, AGOA)'을 통과시켰다. 미국이 사하라 사막 이남 국가들에서 생산된 수입품에 대해 무관세를 적용하기로 한 것이 핵심이다. 이 정책에 힘입어 지난 17년간 무관세 상품의 수는 4,600개까지 늘어났다.

AGOA는 특히 남아프리카공화국의 산업 전반을 부흥시켰다. 의류·와인·차량·원예작물이 주요 대미 수출품이다. 2015년 기준 미국으로부터 총 74.4억 달러(약 8조 5,800억원)를 벌어들인 반면, 수입액은 48.4억 달러(약 5조 5,800억원)였다.

AGOA로 인한 혜택이 컸던 만큼, 미국이 보호무역으로 전환할 시 남아공 경제는 큰 타격이 예상된다. 남아공의 투자·경제 전문가 이라즈 아베디안(Iraj Abedian)은 "트럼프가 실제 중국 상품에 45% 관세를 매기고,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까지 폐기한다면, AGOA 역시 더이상 남아공 경제를 보호할 장치로 생각할 수 없다"며 우려를 나타냈다.

남아공 언론들 역시 "(AGOA가 무력화된다면) 수출 기업의 타격이 불가피하다. 또, AGOA 효과로 생겨난 6만 2,000개의 일자리 가운데 특히 제조업 부문에서의 실직 사태가 벌어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

나이지리아, "원유값 상승으로 경제성장 기대"

나이지리아 최대 도시 라고스(Lagos)
나이지리아는 아프리카 최대의 에너지 부국이다. 2014년 기준 원유와 천연가스 매장량은 각각 370억 배럴과 5조 1천억 세제곱미터(㎥)로 모두 사하라 이남 아프리카 국가 가운데 최고다.

하지만 최근 몇 년 새 원유값이 곤두박질치면서 경제는 타격을 입었다. 북미와 유럽 선진국들이 대체 에너지 개발에 열을 올리고, 지난해 국가별 온실가스 감축을 의무화한 '파리기후협약'까지 체결되면서 저유가 현상이 지속되고 있다.

지난 2년 간 나이지리아 경제 성장률은 2% 수준에 머물렀다. 2010년대 초반과 비교해 절반에 못 미친다. 도로·철도 신설 등 국가 개발 전략을 세워야 할 시점에서 정부 수입이 급감해 세계은행 등에 35억 달러의 차관까지 요청했다.

트럼프 당선인은 기존의 에너지 정책 기조를 뒤엎고, 화석 연료 기반의 산업 부활을 주장해왔다. 오바마 정부가 추진하던 신재생 에너지 개발 정책이 후퇴하면서, 석유와 가스 등 전통적 에너지의 비중이 높아질 것으로 예측된다.

세계 경제의 불확실성이 증가한 것은 물론이다. 역사적으로 경제 전망이 불확실할수록 원유·금 등 자원이 강세를 보여왔다. 설사 트럼프 정부에 의해 AGOA가 무력화된다고 할지라도, 이를 만회하고도 남는 호재라는 전망이다.

케냐, "원조 경제 타격·강제 추방 걱정"

케냐 나이로비 국립공원(Nairobi National Park)에서 바라본 나이로비 시내
미국 정부가 케냐에 지원하는 무상원조 규모는 한해 8.2억 달러(약 9,500억원) 정도다. 케냐 정부가 세계 각국으로부터 받는 전체 무상 원조금의 4분의 1에 해당하는 동시에, 국민총소득(GNI)의 1.9%에 이른다.

당장 에이즈 치료와 빈곤 퇴치를 위해 지원했던 원조금 일부가 축소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케냐는 한 달 전부터 가뭄으로 최소 130만 명이 기근에 시달리고 있다. 재난 상황에서 원조에 늘 의존해 오던 케냐 정부의 위기관리 능력이 시험대에 오를 가능성이 높다.

미국 내 불법 체류자 추방 문제도 우려를 낳고 있다. 현재 미국 내에 체류하는 케냐인 수는 9만 명이다. 이 가운데 3분의 1이 불법 체류자다. 이들이 미국 내에서 번 돈을 자국으로 송금하는 액수가 한해 6백억 실링(약 6천억 원)에 이른다. 이들이 전부 추방될 경우 케냐 국내 경제의 타격 역시 불가피하다.

이 기사가 좋으셨다면

오늘의 핫 클릭

실시간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는 뉴스

이 기사에 대한 의견을 남겨주세요.

수신료 수신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