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후] ‘황당 행정’이 빚은 참사…낙동강 오·폐수 사건

입력 2016.11.15 (15: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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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 수도'를 자처하며 환경 올림픽이라 불리는 람사르 총회까지 개최했던 창원시의 민낯이 그대로 드러났다. 차라리 관리 부실이라고 한다면 좀 나았을지도 모른다. 불법을 단속해야 할 자치단체가 1년 6개월 이상, 불법 관로를 묻어 낙동강에 오·폐수를 방류한 주체였다는 것이 KBS 취재로 확인된 진실이다.

오·폐수가 버려진 지점에서 1, 2km 하류에는 본포와 대산 등 창원 시민들의 수돗물 취수장이 있다. 창원시가 불법 방류한 오·폐수가 그대로 창원시민의 입으로 들어갔다는 결론인데, 지역 환경 단체는 물론, 그동안 이런 사실을 모르고 이 물을 마셔야 했던 시민들의 반응은 싸늘하다.

창원시가 오폐수를 무단 방류한 하천에 쌓인 슬러지창원시가 오폐수를 무단 방류한 하천에 쌓인 슬러지

오·폐수 불법 방류의 이유를 파악하기 위해서는 10여 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가야 한다. 2000년대 중순, 전임 창원 시장의 환경수도 정책 일환으로 북면 생태 주거 단지(이하 북면 신도시) 조성 공사가 추진됐다. 오·폐수가 불법 방류된 곳에서 7km 떨어진 곳이다.

지난 2014년 1차로 공사가 마무리가 되고 주민들의 입주가 시작됐다. 당연히 북면 지역의 오·폐수 발생량이 폭발적으로 늘어났다. 급기야 지난해 초 기존 하수처리장으로 유입된 오·폐수는 만 2천 톤으로 처리 용량은 한계에 이르렀다.


창원시는 북면 신도시 조성 계획 당시, 인근 북면 하수처리장 용량을 3배로 늘리겠다고 공언했다. 하지만 애초 지난 2011년 시작됐어야 할 증설 공사는 3년이 지난 2014년에야 시작됐다. 새 아파트 주민들이 입주를 시작했는데, 하수처리장 증설 공사는 그제야 시작한 셈이다.

창원시는 뒤늦게라도 입주 승인을 재검토해야 했지만, 그러기는커녕 인근 아파트 단지에 대한 공사 승인을 계속해서 내줬다. 창원시의 막무가내 행정은 결국 오·폐수 무단 방류로 이어졌다.

낙동강 오·폐수 대란…특혜성 신도시 개발이 원인?

증설 공사 중인 북면 하수종말처리장증설 공사 중인 북면 하수종말처리장

창원시의 이해하지 못할 행정은 이것뿐만이 아니다. 관련 보도가 나가고 창원시가 내놓은 해명은 하수 처리 계획은 제때 세웠지만, 예산이 부족해 공사가 늦어지다 보니 일어난 단순 실수라는 것이었다.

예산이 왜 부족했을까? 조목조목 예산이 부족했던 이유를 찾아 들어가니 창원시의 황당한 행정 실태가 또 여지없이 드러났다. 창원시가 200억 원이 넘는 신도시 개발 부담금을 민간사업자에게 부과하지 않아 돈이 부족했던 것이다.


일반적으로 대규모 택지 사업의 하수 처리 부담은 개발 행위자에게 하수처리 증설 비용을 일정 부분 부담시켜 처리하거나, 자체적으로 하수처리 시설을 짓도록 하고 있다. 그런데 창원시는 북면 신도시를 개발하면서 이 두 가지 모두 하지 않았다. 북면 하수처리장 증설 사업에 투입되는 예산은 모두 300억 원으로, 모두 창원시가 전액 부담키로 하면서 증설 사업은 지연됐다.

감사에 착수한 경상남도는 창원시가 개발 사업자에게 부담시켰어야 할 비용이 93억 원에 이른다고 지적했다. 이뿐 아니라, 북면 신도시 폐기물 설치 부담금 124억 원도 창원시가 부과하지 않았다고 결론 내렸다. 결과적으로 개발사업자는 200억 원 이상 이득을 보았고, 그 피해는 고스란히 창원 시민들에게 돌아가게 됐다.

[연관 기사] ☞ 낙동강 오폐수 대란…특혜성 신도시 개발이 원인

감독 권한 포기한 낙동강유역환경청!

창원시는 농어촌공사가 관리하는 농수로에 오폐수를 불법 방류했다.창원시는 농어촌공사가 관리하는 농수로에 오폐수를 불법 방류했다.

창원시가 오·폐수를 불법으로 배출한 낙동강 지천은 농어촌공사가 관리하는 농수로다. 해당 농수로에서 물을 대는 농지는 약 300ha, 280만 제곱미터에 달한다. 취재진은 지난 여름 해당 농수로에서 붕어가 떼죽음 당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당시 인근 농민들이 농수로에서 심한 냄새가 났다는 민원을 농어촌공사에 제기했는데, 농어촌공사는 당시 창원시에 해당 민원을 떠넘기고 현장 확인조차 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관리 관청의 직무유기로 인해, 결과적으로 인근 300ha에 달하는 농지가 오·폐수에 오염됐을 뿐만 아니라, 창원시에 시정 조치를 요구해 불법 방류를 막을 수 있었던 기회를 놓친 셈이다.


낙동강 녹조 대응을 위해 지천 오·폐수 감시 체계를 갖추고 있는 낙동강유역환경청(이하 낙동강환경청) 역시 책임을 피할 수 없다. 특히 낙동강환경청은 지난 2008년, 북면 신도시 개발을 위한 환경영향평가 협의를 하면서, 하수처리장 3배 증설과 공사 진척 상황 보고를 조건으로 사업을 협의해줬다.

하지만 이후 7년 동안 창원시는 단 한 번도 협의 내용을 지키지 않았고, 낙동강환경청은 언론 보도 전까지 해당 사실 자체도 모르고 있었다. 협의 대상 공사장이 워낙 많아, 현장을 일일이 확인하지 못했다는 게 낙동강환경청의 해명이다. 이처럼 관계 기관들의 이중, 삼중 감시와 견제 시스템을 갖추고도 2년 가까이 지속한 창원시의 오·폐수 불법 방류를 막지 못했던 것이다.

경찰 수사 착수...시민단체 "공익 감사 청구"

지난 8일, 안상수 창원시장은 오·폐수 불법방류의 책임을 물어 하수정비과 등 관련 부서 전·현직 공무원 12명을 중징계하기로 했다. 또 북면 하수처리장의 물량 일부를 인근 하수처리장으로 보내 처리하고, 임시 오·폐수 저장소를 설치하는 등 사후 대책을 3차례에 걸쳐 발표했다.

하지만 이미 16만 톤 이상의 오·폐수가 식수원에 버려진 이후, '사후 약방문'에 불과하다. 또 보도 이후 일주일도 안 돼 신속하게 대책을 내놨던 창원시는 왜 불법 방류를 악수 중의 악수를 뒀는지 의문은 계속해서 남는다.


보도 직후 경찰이 수사에 착수하면서 멀지 않은 시점에 사건의 전모가 구체적으로 드러나는 것은 물론, 관련자들의 사법 처리도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개발사업자에게 200억 원이 넘는 부담금을 부과하지 않은 것이 창원시의 해명대로 단순히 행정 착오나 실수 때문인지, 아니면 다른 배경이 있었는지도 밝혀야 할 대목이다. 최순실 국정논란 사태에서 보듯 시스템이 붕괴된 행정의 이면에는 그럴만한 사정이 있었다는 것이 밝혀지고 있지 않은가?

지역 시민단체들도 창원시는 물론 농어촌 공사와 낙동강환경청 등 관련 기관도 공범이라며 감사원 공익 감사를 청구해 무너진 행정을 바로 세우겠다고 밝혔다. 창원 시의원들도 안상수 시장의 공개 사과를 요구하는 등 파장은 일파만파 커지고 있다. '환경 수도' 창원시의 황당한 행정의 이면에는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연관 기사] ☞ 하천에 오폐수 ‘콸콸’…알고보니 창원시가 방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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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취재후] ‘황당 행정’이 빚은 참사…낙동강 오·폐수 사건
    • 입력 2016-11-15 15:24:23
    취재후·사건후
'환경 수도'를 자처하며 환경 올림픽이라 불리는 람사르 총회까지 개최했던 창원시의 민낯이 그대로 드러났다. 차라리 관리 부실이라고 한다면 좀 나았을지도 모른다. 불법을 단속해야 할 자치단체가 1년 6개월 이상, 불법 관로를 묻어 낙동강에 오·폐수를 방류한 주체였다는 것이 KBS 취재로 확인된 진실이다.

오·폐수가 버려진 지점에서 1, 2km 하류에는 본포와 대산 등 창원 시민들의 수돗물 취수장이 있다. 창원시가 불법 방류한 오·폐수가 그대로 창원시민의 입으로 들어갔다는 결론인데, 지역 환경 단체는 물론, 그동안 이런 사실을 모르고 이 물을 마셔야 했던 시민들의 반응은 싸늘하다.

창원시가 오폐수를 무단 방류한 하천에 쌓인 슬러지
오·폐수 불법 방류의 이유를 파악하기 위해서는 10여 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가야 한다. 2000년대 중순, 전임 창원 시장의 환경수도 정책 일환으로 북면 생태 주거 단지(이하 북면 신도시) 조성 공사가 추진됐다. 오·폐수가 불법 방류된 곳에서 7km 떨어진 곳이다.

지난 2014년 1차로 공사가 마무리가 되고 주민들의 입주가 시작됐다. 당연히 북면 지역의 오·폐수 발생량이 폭발적으로 늘어났다. 급기야 지난해 초 기존 하수처리장으로 유입된 오·폐수는 만 2천 톤으로 처리 용량은 한계에 이르렀다.


창원시는 북면 신도시 조성 계획 당시, 인근 북면 하수처리장 용량을 3배로 늘리겠다고 공언했다. 하지만 애초 지난 2011년 시작됐어야 할 증설 공사는 3년이 지난 2014년에야 시작됐다. 새 아파트 주민들이 입주를 시작했는데, 하수처리장 증설 공사는 그제야 시작한 셈이다.

창원시는 뒤늦게라도 입주 승인을 재검토해야 했지만, 그러기는커녕 인근 아파트 단지에 대한 공사 승인을 계속해서 내줬다. 창원시의 막무가내 행정은 결국 오·폐수 무단 방류로 이어졌다.

낙동강 오·폐수 대란…특혜성 신도시 개발이 원인?

증설 공사 중인 북면 하수종말처리장
창원시의 이해하지 못할 행정은 이것뿐만이 아니다. 관련 보도가 나가고 창원시가 내놓은 해명은 하수 처리 계획은 제때 세웠지만, 예산이 부족해 공사가 늦어지다 보니 일어난 단순 실수라는 것이었다.

예산이 왜 부족했을까? 조목조목 예산이 부족했던 이유를 찾아 들어가니 창원시의 황당한 행정 실태가 또 여지없이 드러났다. 창원시가 200억 원이 넘는 신도시 개발 부담금을 민간사업자에게 부과하지 않아 돈이 부족했던 것이다.


일반적으로 대규모 택지 사업의 하수 처리 부담은 개발 행위자에게 하수처리 증설 비용을 일정 부분 부담시켜 처리하거나, 자체적으로 하수처리 시설을 짓도록 하고 있다. 그런데 창원시는 북면 신도시를 개발하면서 이 두 가지 모두 하지 않았다. 북면 하수처리장 증설 사업에 투입되는 예산은 모두 300억 원으로, 모두 창원시가 전액 부담키로 하면서 증설 사업은 지연됐다.

감사에 착수한 경상남도는 창원시가 개발 사업자에게 부담시켰어야 할 비용이 93억 원에 이른다고 지적했다. 이뿐 아니라, 북면 신도시 폐기물 설치 부담금 124억 원도 창원시가 부과하지 않았다고 결론 내렸다. 결과적으로 개발사업자는 200억 원 이상 이득을 보았고, 그 피해는 고스란히 창원 시민들에게 돌아가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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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원시는 농어촌공사가 관리하는 농수로에 오폐수를 불법 방류했다.
창원시가 오·폐수를 불법으로 배출한 낙동강 지천은 농어촌공사가 관리하는 농수로다. 해당 농수로에서 물을 대는 농지는 약 300ha, 280만 제곱미터에 달한다. 취재진은 지난 여름 해당 농수로에서 붕어가 떼죽음 당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당시 인근 농민들이 농수로에서 심한 냄새가 났다는 민원을 농어촌공사에 제기했는데, 농어촌공사는 당시 창원시에 해당 민원을 떠넘기고 현장 확인조차 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관리 관청의 직무유기로 인해, 결과적으로 인근 300ha에 달하는 농지가 오·폐수에 오염됐을 뿐만 아니라, 창원시에 시정 조치를 요구해 불법 방류를 막을 수 있었던 기회를 놓친 셈이다.


낙동강 녹조 대응을 위해 지천 오·폐수 감시 체계를 갖추고 있는 낙동강유역환경청(이하 낙동강환경청) 역시 책임을 피할 수 없다. 특히 낙동강환경청은 지난 2008년, 북면 신도시 개발을 위한 환경영향평가 협의를 하면서, 하수처리장 3배 증설과 공사 진척 상황 보고를 조건으로 사업을 협의해줬다.

하지만 이후 7년 동안 창원시는 단 한 번도 협의 내용을 지키지 않았고, 낙동강환경청은 언론 보도 전까지 해당 사실 자체도 모르고 있었다. 협의 대상 공사장이 워낙 많아, 현장을 일일이 확인하지 못했다는 게 낙동강환경청의 해명이다. 이처럼 관계 기관들의 이중, 삼중 감시와 견제 시스템을 갖추고도 2년 가까이 지속한 창원시의 오·폐수 불법 방류를 막지 못했던 것이다.

경찰 수사 착수...시민단체 "공익 감사 청구"

지난 8일, 안상수 창원시장은 오·폐수 불법방류의 책임을 물어 하수정비과 등 관련 부서 전·현직 공무원 12명을 중징계하기로 했다. 또 북면 하수처리장의 물량 일부를 인근 하수처리장으로 보내 처리하고, 임시 오·폐수 저장소를 설치하는 등 사후 대책을 3차례에 걸쳐 발표했다.

하지만 이미 16만 톤 이상의 오·폐수가 식수원에 버려진 이후, '사후 약방문'에 불과하다. 또 보도 이후 일주일도 안 돼 신속하게 대책을 내놨던 창원시는 왜 불법 방류를 악수 중의 악수를 뒀는지 의문은 계속해서 남는다.


보도 직후 경찰이 수사에 착수하면서 멀지 않은 시점에 사건의 전모가 구체적으로 드러나는 것은 물론, 관련자들의 사법 처리도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개발사업자에게 200억 원이 넘는 부담금을 부과하지 않은 것이 창원시의 해명대로 단순히 행정 착오나 실수 때문인지, 아니면 다른 배경이 있었는지도 밝혀야 할 대목이다. 최순실 국정논란 사태에서 보듯 시스템이 붕괴된 행정의 이면에는 그럴만한 사정이 있었다는 것이 밝혀지고 있지 않은가?

지역 시민단체들도 창원시는 물론 농어촌 공사와 낙동강환경청 등 관련 기관도 공범이라며 감사원 공익 감사를 청구해 무너진 행정을 바로 세우겠다고 밝혔다. 창원 시의원들도 안상수 시장의 공개 사과를 요구하는 등 파장은 일파만파 커지고 있다. '환경 수도' 창원시의 황당한 행정의 이면에는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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