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수홍 “인생의 버저비터 터뜨린 기분…너무 짜릿” ①

입력 2016.11.20 (16: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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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두 가지가 궁금했다.

하나는 '늦바람'의 즐거움이 '뒤늦은 인기'로 침해당하고 있지는 않은지, 또 하나는 '흥부자 아재'로 떠오르고 나니 괴로워도 슬퍼도 마냥 즐거운 척 해야 하는 건 아닌지.

첫번째 질문에 대한 대답은 "맞다"였고, 두번째 질문에는 "전혀 아니다"는 답이 돌아왔다.

금요일 밤 돌풍을 일으키고 있는 SBS TV '미운 우리 새끼'로 데뷔 25년 만에 최고의 인기를 누리고 있는 '생후 552개월' 된 박수홍(46)을 20일 서울 상암동에서 만났다.

끊이지 않고 이어진 그의 풍부한 말들을 일문일답으로 전한다.

-- 뒤늦게 유쾌하고 즐거운 삶을 누리다가 갑자기 대대적인 관심을 받게 됐다. 자유롭게 노는 데 제약이 따를 것 같다.

▲ 사실이다. 관심받고 바빠지니 전처럼 놀 시간도, 여유도 없다.(웃음) 어딜 가도 사람들이 사진 찍자고 모여든다. 여의도 먹자골목만큼은 늘 편하게 다녔는데 요즘엔 거기서도 사람들에 둘러싸인다.

-- 놀지도 못하고, 불편할 텐데 그래도 좋나.

▲ 세상에…당연하죠. 너무 감사하다. 정말 땡큐다. 연예계 생활 25년 만에 온전히 내게만 관심이 쏠린 게 이번이 처음이다. 너무나 바라왔던 일이 오십을 바라보는 지금 일어난 것이다. 난생처음으로 내가 공을 드리블해 가서 골까지 넣은 기분이다. 골도 그냥 골이 아니다. 골든 골이고, 경기 종료 직전 터지는 버저비터다. 늘 다른 사람 이야기를 들어주고, 다른 사람을 돋보이게 하는 역할을 해왔는데 이번엔 내가 주인공이 됐다. 방송에서 내 얘기를 하게 된 것이다. 너무 짜릿하고 좋다. 어제 오랜만에 술자리를 가졌는데 다들 나보고 행복해 보인다고 하더라.

1991년 제1회 KBS 대학개그콘서트에서 동상을 받으며 데뷔한 박수홍은 초반에 김국진, 김용만, 김수용과 함께 '감자골 4인방'으로 인기를 누렸다. 하지만 이내 개그맨보다는 방송 진행자의 길을 걸으면서 연예인이 아닌, 'MC계의 공무원' 같은 모습을 보여줬다.

그랬던 그가 '미운 우리 새끼'를 통해 '늦바람'이 든 유쾌한 사생활을 공개하면서 대반전을 이뤘다. 시청자들은 클럽에서 에너지를 발산하고, 뒤늦게 작은 '일탈'을 하는 박수홍에게 '흥부자 아재'라는 애칭을 붙였고, 그를 보면 절로 신이 나고 기분이 좋아진다고 입을 모은다.

-- '미운 우리 새끼'에 어머니와 함께 출연하는 게 쉽지 않았을 텐데.

▲ 물론이다. 나는 연예인이지만 우리 부모님은 TV 나오는 게 얼마나 부담스러우셨겠나. 우리 친형이 내 매니저인데 어머니께 "엄마, 공중파에서 오랜만에 수홍이에게 제안이 왔는데 엄마랑 함께 출연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어머니가 "수홍이한테 도움이 되는 거라면 구정물은 못 먹겠니"라며 수락하셨다. 처음에는 간단한 인사말도 못해서 열번 정도나 엔지(NG)를 내셔서 너무 안쓰러웠는데, 지금은 '연예인 병'에 걸리신 것 같다.(웃음) 동네에서 못 알아보는 사람이 없으니, 외출하실 때면 립스틱이라도 꼭 바르고 나오신다.

처음에는 욕도 먹었다. 나잇값도 못하고 주책없다는 소리도 나왔고 우리 어머니에게도 안 좋은 댓글이 달렸다. 하지만 지금은 어머니 보고 '귀여우시다'고 하고, 내가 행복하게 사는 모습을 보니 대리만족을 느낀다는 반응이 많아 다행이다.

-- 클럽에 다닌 지 얼마나 됐나. 염색도 하고, 왁싱을 생각하고, 그야말로 박수홍의 반전이다.

▲ 그러니까 말이다. 인생은 역시 살아봐야 안다. 클럽을 다닌 지는 4년 됐다. 그렇다고 내가 '죽돌이'는 아니다. 클럽이 생각보다 비싸다. 내가 그렇게 돈을 마구 쓰지 못한다. 매주 가고 그런 건 아니다.(웃음)

태어나서 처음으로 파마와 탈색을 해봤는데 하기 잘한 것 같다. 남들은 '중년의 탈선'이라고 하는데, 사람이 외모가 바뀌면 마음도 바뀌는 것 같다. 머리 스타일이 달라지니 흥이 나더라. 하지만 조만간 좀 더 진한 색으로 염색을 해야 할 것 같다. 내가 진행하는 토크쇼에서 '너무 가벼워 보인다'고 우려해서 바꿔보려고 한다.(웃음)

왁싱(체모 제거)은 미용실에서 방송에 나가는지 모르고 나눈 대화인데 그 부분만 방송에 나갔더라.(웃음) 엄마가 싫어하시고, 나한테 절박한 일도 아니니 그건 당장 하고 싶지는 않고 팔에 문신은 해보고 싶다. 지난번에 김수용과 함께할 기회가 있었는데 나만 주저하다 안 했다. 그게 너무 후회된다. 또 언젠가 방송을 그만두고 전 세계 페스티벌을 다 다녀보고 싶은 생각도 있다. (②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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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박수홍 “인생의 버저비터 터뜨린 기분…너무 짜릿” ①
    • 입력 2016-11-20 16:21:50
    연합뉴스
일단 두 가지가 궁금했다.

하나는 '늦바람'의 즐거움이 '뒤늦은 인기'로 침해당하고 있지는 않은지, 또 하나는 '흥부자 아재'로 떠오르고 나니 괴로워도 슬퍼도 마냥 즐거운 척 해야 하는 건 아닌지.

첫번째 질문에 대한 대답은 "맞다"였고, 두번째 질문에는 "전혀 아니다"는 답이 돌아왔다.

금요일 밤 돌풍을 일으키고 있는 SBS TV '미운 우리 새끼'로 데뷔 25년 만에 최고의 인기를 누리고 있는 '생후 552개월' 된 박수홍(46)을 20일 서울 상암동에서 만났다.

끊이지 않고 이어진 그의 풍부한 말들을 일문일답으로 전한다.

-- 뒤늦게 유쾌하고 즐거운 삶을 누리다가 갑자기 대대적인 관심을 받게 됐다. 자유롭게 노는 데 제약이 따를 것 같다.

▲ 사실이다. 관심받고 바빠지니 전처럼 놀 시간도, 여유도 없다.(웃음) 어딜 가도 사람들이 사진 찍자고 모여든다. 여의도 먹자골목만큼은 늘 편하게 다녔는데 요즘엔 거기서도 사람들에 둘러싸인다.

-- 놀지도 못하고, 불편할 텐데 그래도 좋나.

▲ 세상에…당연하죠. 너무 감사하다. 정말 땡큐다. 연예계 생활 25년 만에 온전히 내게만 관심이 쏠린 게 이번이 처음이다. 너무나 바라왔던 일이 오십을 바라보는 지금 일어난 것이다. 난생처음으로 내가 공을 드리블해 가서 골까지 넣은 기분이다. 골도 그냥 골이 아니다. 골든 골이고, 경기 종료 직전 터지는 버저비터다. 늘 다른 사람 이야기를 들어주고, 다른 사람을 돋보이게 하는 역할을 해왔는데 이번엔 내가 주인공이 됐다. 방송에서 내 얘기를 하게 된 것이다. 너무 짜릿하고 좋다. 어제 오랜만에 술자리를 가졌는데 다들 나보고 행복해 보인다고 하더라.

1991년 제1회 KBS 대학개그콘서트에서 동상을 받으며 데뷔한 박수홍은 초반에 김국진, 김용만, 김수용과 함께 '감자골 4인방'으로 인기를 누렸다. 하지만 이내 개그맨보다는 방송 진행자의 길을 걸으면서 연예인이 아닌, 'MC계의 공무원' 같은 모습을 보여줬다.

그랬던 그가 '미운 우리 새끼'를 통해 '늦바람'이 든 유쾌한 사생활을 공개하면서 대반전을 이뤘다. 시청자들은 클럽에서 에너지를 발산하고, 뒤늦게 작은 '일탈'을 하는 박수홍에게 '흥부자 아재'라는 애칭을 붙였고, 그를 보면 절로 신이 나고 기분이 좋아진다고 입을 모은다.

-- '미운 우리 새끼'에 어머니와 함께 출연하는 게 쉽지 않았을 텐데.

▲ 물론이다. 나는 연예인이지만 우리 부모님은 TV 나오는 게 얼마나 부담스러우셨겠나. 우리 친형이 내 매니저인데 어머니께 "엄마, 공중파에서 오랜만에 수홍이에게 제안이 왔는데 엄마랑 함께 출연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어머니가 "수홍이한테 도움이 되는 거라면 구정물은 못 먹겠니"라며 수락하셨다. 처음에는 간단한 인사말도 못해서 열번 정도나 엔지(NG)를 내셔서 너무 안쓰러웠는데, 지금은 '연예인 병'에 걸리신 것 같다.(웃음) 동네에서 못 알아보는 사람이 없으니, 외출하실 때면 립스틱이라도 꼭 바르고 나오신다.

처음에는 욕도 먹었다. 나잇값도 못하고 주책없다는 소리도 나왔고 우리 어머니에게도 안 좋은 댓글이 달렸다. 하지만 지금은 어머니 보고 '귀여우시다'고 하고, 내가 행복하게 사는 모습을 보니 대리만족을 느낀다는 반응이 많아 다행이다.

-- 클럽에 다닌 지 얼마나 됐나. 염색도 하고, 왁싱을 생각하고, 그야말로 박수홍의 반전이다.

▲ 그러니까 말이다. 인생은 역시 살아봐야 안다. 클럽을 다닌 지는 4년 됐다. 그렇다고 내가 '죽돌이'는 아니다. 클럽이 생각보다 비싸다. 내가 그렇게 돈을 마구 쓰지 못한다. 매주 가고 그런 건 아니다.(웃음)

태어나서 처음으로 파마와 탈색을 해봤는데 하기 잘한 것 같다. 남들은 '중년의 탈선'이라고 하는데, 사람이 외모가 바뀌면 마음도 바뀌는 것 같다. 머리 스타일이 달라지니 흥이 나더라. 하지만 조만간 좀 더 진한 색으로 염색을 해야 할 것 같다. 내가 진행하는 토크쇼에서 '너무 가벼워 보인다'고 우려해서 바꿔보려고 한다.(웃음)

왁싱(체모 제거)은 미용실에서 방송에 나가는지 모르고 나눈 대화인데 그 부분만 방송에 나갔더라.(웃음) 엄마가 싫어하시고, 나한테 절박한 일도 아니니 그건 당장 하고 싶지는 않고 팔에 문신은 해보고 싶다. 지난번에 김수용과 함께할 기회가 있었는데 나만 주저하다 안 했다. 그게 너무 후회된다. 또 언젠가 방송을 그만두고 전 세계 페스티벌을 다 다녀보고 싶은 생각도 있다. (②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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