터키 ‘성폭행 피해 아동과 결혼시 처벌 면제’ 논란 확산

입력 2016.11.20 (19:51) 수정 2016.11.20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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터키에서 아동 성폭행범이 피해자와 결혼하면 처벌을 면할 수 있다는 취지의 법안이 추진되면서 논란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터키 야권은 "아동 성범죄자의 결혼을 합법화하는 것"이라며 반발했고, 터키 시민 수천여 명은 이 법안에 반대하는 대규모 시위를 열었다.

20일 터키 일간 후리예트와 AFP통신 등은 터키 집권당 정의개발당(AKP)이 추진 중인 아동 성폭행 처벌 관련 법안이 의회에 상정됐지만, 야권으로부터 거센 비판을 받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 법안 초안을 보면, 지난 16일 이전에 "강제나 협박 없이" 아동을 성적으로 학대한 경우 그 가해자가 피해자와 결혼하면 법원 선고나 기소가 연기될 수 있다는 내용을 골자로 하고 있다.

그러나 지난 17일 의회 초안 심사를 통과한 이 법안은 아동 성폭행으로 교도소에 수용된 범죄자들이 풀려날 수도 있는 등 약자를 성폭행하는 범죄를 방조한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이 때문에 터키의 주요 3개 야당과 여성 시민단체는 일제히 이 법안이 "강제 결혼을 독려하고 성폭행범들의 결혼을 합법화할 수 있다"고 비난하고 나섰다.

터키 제 1야당 공화인민당(CHP)의 오메르 수하 알단 의원은 "만약 50~60대 남성이 11살 된 여자 어린이를 성폭행한 뒤 몇 년이 지나고 나서 그 피해자와 결혼한다면 그녀는 그 결과로 큰 고통을 받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유엔아동기금(UNICEF·유니세프)이 낸 성명에서도 "아동 대상 성범죄는 처벌받아야 하는 행위이고 어떤 경우에도 어린이의 이익이 우선돼야 한다"고 밝혔다.

이런 가운데 터키 시민 3천여 명은 전날 이스탄불에서 이 법안에 반대하는 거리 시위를 했다.

이에 앞서 베키르 보즈다 터키 법무장관은 지난 18일 "(터키에서) 조혼의 경우는 흔하다"며 "그 법에 따르면 교도소로 가야 할 남성이 약 3천 명에 달한다"며 이 법안 추진 배경을 설명했다.

그는 또 "법원은 (조혼이 이뤄진) 주변 환경과 관계없이 오로지 16세의 나이만을 기준으로 선고한다"며 "조혼이 그 가족의 전통에 따라 이뤄지는 것인지 아닌지를 고려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법안의 논란이 지속되자, 보즈다 장관은 전날에도 "그 법안은 성폭행범을 사면하는 게 아니다."라면서 "이는 터키 일부 지역에서 일어나는 문제를 푸는 조치"라고 해명했다.

터키는 지난 5월 헌법재판소가 상대방 동의 여부와 상관없이 15세를 기준만으로 아동성범죄로 처벌하는 것은 헌법에 어긋난다는 결정을 내려 한 차례 거센 논란이 일었다.

터키 헌재는 이 법률 조항을 한정 위헌으로 판단해 내년 1월까지 시한을 주며 대체 입법을 지시했지만, 아직 대체입법안은 논의되지 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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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6-11-20 19:51:49
    • 수정2016-11-20 20:00:27
    국제
터키에서 아동 성폭행범이 피해자와 결혼하면 처벌을 면할 수 있다는 취지의 법안이 추진되면서 논란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터키 야권은 "아동 성범죄자의 결혼을 합법화하는 것"이라며 반발했고, 터키 시민 수천여 명은 이 법안에 반대하는 대규모 시위를 열었다.

20일 터키 일간 후리예트와 AFP통신 등은 터키 집권당 정의개발당(AKP)이 추진 중인 아동 성폭행 처벌 관련 법안이 의회에 상정됐지만, 야권으로부터 거센 비판을 받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 법안 초안을 보면, 지난 16일 이전에 "강제나 협박 없이" 아동을 성적으로 학대한 경우 그 가해자가 피해자와 결혼하면 법원 선고나 기소가 연기될 수 있다는 내용을 골자로 하고 있다.

그러나 지난 17일 의회 초안 심사를 통과한 이 법안은 아동 성폭행으로 교도소에 수용된 범죄자들이 풀려날 수도 있는 등 약자를 성폭행하는 범죄를 방조한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이 때문에 터키의 주요 3개 야당과 여성 시민단체는 일제히 이 법안이 "강제 결혼을 독려하고 성폭행범들의 결혼을 합법화할 수 있다"고 비난하고 나섰다.

터키 제 1야당 공화인민당(CHP)의 오메르 수하 알단 의원은 "만약 50~60대 남성이 11살 된 여자 어린이를 성폭행한 뒤 몇 년이 지나고 나서 그 피해자와 결혼한다면 그녀는 그 결과로 큰 고통을 받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유엔아동기금(UNICEF·유니세프)이 낸 성명에서도 "아동 대상 성범죄는 처벌받아야 하는 행위이고 어떤 경우에도 어린이의 이익이 우선돼야 한다"고 밝혔다.

이런 가운데 터키 시민 3천여 명은 전날 이스탄불에서 이 법안에 반대하는 거리 시위를 했다.

이에 앞서 베키르 보즈다 터키 법무장관은 지난 18일 "(터키에서) 조혼의 경우는 흔하다"며 "그 법에 따르면 교도소로 가야 할 남성이 약 3천 명에 달한다"며 이 법안 추진 배경을 설명했다.

그는 또 "법원은 (조혼이 이뤄진) 주변 환경과 관계없이 오로지 16세의 나이만을 기준으로 선고한다"며 "조혼이 그 가족의 전통에 따라 이뤄지는 것인지 아닌지를 고려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법안의 논란이 지속되자, 보즈다 장관은 전날에도 "그 법안은 성폭행범을 사면하는 게 아니다."라면서 "이는 터키 일부 지역에서 일어나는 문제를 푸는 조치"라고 해명했다.

터키는 지난 5월 헌법재판소가 상대방 동의 여부와 상관없이 15세를 기준만으로 아동성범죄로 처벌하는 것은 헌법에 어긋난다는 결정을 내려 한 차례 거센 논란이 일었다.

터키 헌재는 이 법률 조항을 한정 위헌으로 판단해 내년 1월까지 시한을 주며 대체 입법을 지시했지만, 아직 대체입법안은 논의되지 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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