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NN 예측 방송 "클린턴의 당선 확률 91%."
미국 대선 하루 전, CNN이 내놓은 예측 결과입니다.
<녹취> 맷 루이스(정치전문매체 선임 논객) : "클린턴이 진다는 건 정말 상상하기 어렵습니다. 트럼프가 어떻게 펜실베이니아와 미시간에서 이기겠다는 건지 이해가 안 갑니다."
CNN뿐만 아니었습니다.
허핑턴포스트는 무려 98%, 뉴욕타임스는 85%로 클런턴 승리 가능성을 점쳤고, 대부분의 여론조사가 클린턴이 대통령이 될 것이라고 예측했습니다.
하지만 예측은 완전히 빗나갔습니다.
<녹취> 제이크 테퍼(CNN 정치전문기자) : "이 정도라면 여론조사업체들은 다 폐업할 겁니다. 과학이 아니라 예언을 한 거죠. "
곧바로 미국 여론조사 연합회는 "많은 조사가 클린턴 지지 수준을 과대 평가했다," "우리가 이번에는 완전히 틀렸다"며 사실상 반성문을 내놨습니다.
"우리가 완전히 틀렸다"
'여론조사의 굴욕'
지난 1948년 미국 대선.
공화당의 토머스 듀이 후보와 민주당의 해리 트루먼 후보가 격돌했습니다.
"듀이가 트루먼을 이겼다."
당시 미국 시카고트리뷴지는 개표가 끝나기도 전에 듀이 후보가 대통령에 당선됐다는 대형 오보를 냅니다.
그러나 결과는 트루먼의 승리.
시카고트리뷴의 오보는 줄곧 듀이가 앞선다는 여론조사를 과신한 결과였습니다.
뼈아픈 과거를 딛고 미국의 여론조사 기법은 발전합니다.
휴대전화와 온라인을 활용해 조사 방식을 다변화했고, 디지털 분석 시스템으로 표본의 대표성도 높였습니다.
<인터뷰> 배종찬(여론조사 기관/'리서치앤리서치' 본부장) : "국의 어느 부위를 떠서 마시더라도 골고루 잘 섞여있으면 똑같은 맛을 낼 텐데 그만큼 어느 지역이든 어느 연령대든 또 어느 직업이든 골고루 섞이게..."
그러나 68년 만에 미국 미디어에 듀이 악몽이 재현됐습니다.
시사주간지 뉴스위크는 클린턴 당선을 기정사실화한 특집호를 배포했다 회수하는 해프닝을 빚기도 했습니다.
여론조사 기관들의 첫번째 실수는 이른바 '러스트 벨트', 즉 쇠락한 공업지대 조사에서 나왔습니다.
<녹취> 도널드 트럼프(대선 후보 당시) : "해고된 공장 노동자들을 만난 적이 있는데 그 공동체는 끔찍하고 불공정한 무역협정 때문에 완전히 파괴돼 있었습니다."
해고된 공장 노동자.
<녹취> 도널드 트럼프(공화당 대선 경선 후보 당시) : "신이 만든 최고의 일자리 대통령이 될 겁니다."
일자리 대통령.
트럼프는 몰락한 중산층, 백인 노동자들을 찾았고 이들에게 일자리를 약속했습니다.
자동차, 철강 등 제조업의 중심지였다가 황폐해진 지역의 상실감을 집중 공략한 겁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론조사 기관들은 '러스트벨트' 노동자층의 투표 가능성을 낮게 잡았고 이 지역에서 트럼프가 3~5% 포인트 밀린다고 내다봤습니다.
<인터뷰> 김지윤(아산정책연구원 연구위원) : "지난번에 선거를 많이 안 한 백인들이 있고저학력이고 저소득이고 또 시골 지역에 살고 있으니까 아마도 투표를 많이 안 할 것이다라고 가정을 하고 가중치를 뒀는데 여기서 오류가 생겼다라고 보고 있는 거죠."
반전이었습니다.
저학력, 저소득 백인 노동자들은 대거 투표장으로 몰려나왔고, 지난 2012년 대선 당시 민주당 오바마 후보를 찍었던 러스트벨트 4개 주 모두 공화당 트럼프 지지로 돌아섰습니다.
전통적으로 민주당 강세였던 위스콘신과 미시간까지 트럼프를 선택한 건 충격적인 결과였습니다.
이 노동자 계층을 투표장으로 이끈 것은 사회에 대한 불만과 분노라고 전문가들은 분석합니다.
<인터뷰> 이택광(경희대학교 글로벌커뮤니케이션학부 교수) : "백인 노동자들과 백인 소외계층이 가지고 있던 불만들이었거든요. 이 불만에 대한 인지들은 계속 있었죠. 하지만 (여론조사가 이를) 무시했다는 거죠."
미국 여론조사 기관들이 놓친 건 바로 이 '분노 지수'였습니다.
<인터뷰> 배종찬(리서치앤리서치 본부장) : "지금은 투표하시겠습니까 하고 묻는 정도의 적극성이기 때문에 숨어 있는 강한 분노의 마음을 수치화해서 선거 결과 예측지에 포함하는 기술까지는 아직 발달하지 못한 상태입니다."
이번 미 대선의 또다른 관건은 어느 때보다 높았던 15%의 부동층.
과연 이들 부동층은 실제로 지지후보를 정하지 않은 상태였던 것일까.
<녹취> 메긴 켈리(방송 진행자) : "트럼프 당신은 여성을 당신이 싫어하는 살찐 돼지, 개, 게으름뱅이, 역겨운 동물로 비유했습니다."
<녹취> 트럼프(공화당 대선 경선 후보) : "당시 나는 이슬람교도의 미국 입국을 완전히 금지할 것을 요구합니다."
트럼프의 이런 막말은 대통령 후보로서의 자질 논란으로 이어졌습니다.
이민자들이 건설한 국가인 미국 정계에서는 전통적으로 "특정 집단에 대한 차별적 언행을 자제해야 한다"는 이른바 '정치적 올바름'을 강조해왔습니다.
이런 '정치적 올바름'을 거부하는 트럼프와 트럼프의 지지자는 도덕적 비난을 피하기 어려웠습니다.
<녹취> 이택광(경희대학교 글로벌커뮤니케이션학부 교수) : "내가 트럼프를 지지한다라고 얘기했을 때 토론이 안되는 거죠. 그 사람은 무조건 나쁜 사람이고, 정신 나간 사람이고 이렇게 만들어져버리는 거예요. 그러니까 자기 의견을 숨기는 거죠."
정치적 수치심 때문에 숨어 있던 표, 이른바 '샤이 트럼프' 현상을 여론조사는 잡아내지 못했습니다.
<인터뷰> 마이크 허커비(전 공화당 경선 후보) : "트럼프를 반대하려면 하세요. 그러나 트럼프를 지지하는 모든 유권자들이 어리석다고 여겨서는 안 됩니다."
실제 출구 조사 결과 고학력 백인 남성(54%)과, 백인 여성(53%) 가운데서도 트럼프 지지가 클린턴 지지보다 더 많은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녹취> 트럼프(대선 후보 당시 유세 현장) : "대선 당일 놀라운 일이 벌어질 겁니다. 브렉시트보다 더, 훨씬 더할 겁니다."
브렉시트의 메아리.
뉴욕타임즈는 이번 미국 대선을 영국 브렉시트의 메아리라고 표현했습니다.
지난 6월, 영국 브렉시트 국민투표는 'EU 잔류'가 우세하다는 여론조사를 뒤집고, 'EU 탈퇴'로 최종 결정됐습니다.
주요 언론은 탈퇴를 지지하면서도 마음을 드러내지 않던, 이른바 '샤이 토리즈'가 집결한 결과로 분석했습니다.
'샤이토리즈'는 토리당, 즉 영국의 보수당을 지지하면서도 자신의 입장을 밝히지 않는 유권자를 일컫는 말입니다.
<인터뷰> 김지윤(아산정책연구원 연구위원) : "예전에 샤이토리즈라고 해서 1992년도에 분명히 보수당이 진다. 아무도 보수당을 지지하지 않는 (분위기였는데) 결과는 반대로 나왔어요. 그래서 그 때 샤이토리즈라고 해서 토리가 보수당이잖아요. 보수당을 지지하면서 얘길 안 하는 그런 유권자들이 있다는 얘기가 나왔었습니다."
한국에서도 지난 4월 치러진 20대 총선이 대이변을 연출했습니다.
여당의 압도적인 승리를 예측한 여론조사와 달리, 결과는 '여소야대'.
20-30대 유권자의 표심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한 게 원인 중 하나로 꼽힙니다.
젊은 유권자들은 소셜네트워크서비스, 즉 SNS를 통해 의견을 표출하고 전통적인 미디어보다는 SNS로 연결된 사람들의 의견에 많은 영향을 받습니다.
<인터뷰> 홍지수(대학생) : "친구들끼리 대화를 할 수 있는 공간이 SNS가 활발하다 보니까 SNS 친구들이랑 얘기하면서 의사결정을 하게 된 것 같아요."
<인터뷰> 최우선(대학생) : "(SNS에서)관련 포스팅을 공유하거나 아니면 선거철에 제 생각을 표현하는 편입니다."
이번 미국 대선 예측이 모두 틀린 것은 아닙니다.
미 대선을 열흘 앞두고 '트럼프'의 당선을 예측한 주인공.
인도 벤처기업이 개발한 인공지능 '모그IA'입니다.
미국 경제지 포브스는 ' 모그IA'의 예측을 놓고 1948년 듀이 당선 오보와 똑같은 일이 반복될 거라고 조롱했습니다.
하지만 최종 승자는 모그IA였습니다.
'모그IA'의 예측 비결은 무엇이었을까요?
'모그IA'는 구체적인 방법을 밝히지 않고 있지만 전문가와 함께 모그IA의 분석 알고리즘을 추론해봤습니다.
먼저, 구글과 페이스북, 트위터 등 SNS에서 대선 후보와 관련된 데이터 2천만 건을 수집합니다.
이 가운데 특정 진영에서 의도적으로 만들어낸 것으로 보이는 데이터는 모두 삭제해 허수를 없앱니다.
그 다음 누군가가 올린 긍정적인 글이 글쓴이와 연결 관계에 있는 사람들에게 전파가 된다면, 이 군집 자체를 특정 후보 지지 세력으로 집계합니다.
일반 여론조사와 달리 상대적으로 익명성이 보장되는 SNS 상에서는 유권자들이 자신의 의사를 표현하는 데 덜 '샤이'하다는 특성도 작용했습니다.
<인터뷰> 홍순만(소셜네트워크분석업체 '사이람' 공동대표) : "여론 조사를 할 때 대답을 안 하고, 숨어있는 사람들도 군집 그룹, 응집된 정도 안에는 충분히 파악돼서 나올 수가 있거든요. 훨씬 더 정확하게 볼 수가 있죠."
마지막 판단 요인은 특정 군집을 이루는 사람들 가운데 실제로 투표장에 가는 사람이 얼마나 될지를 예측하는 것입니다
모그IA는 특정 군집 그룹이 활발하게 글을 올리고 수시로 의견을 주고받는다면, 그만큼 실제 투표할 확률이 높다고 가중치를 주는 방식을 사용한 것으로 보입니다.
<인터뷰> 홍순만(소셜네트워크분석업체 '사이람' 공동대표) : "트위터(SNS)라는 공간은 굉장히 밀접하게 서로 얽혀져 있죠. 얼마 정도 얽혀져 있는가. 우리쪽의 전문용어로 얘기한다면 얼마나 응집되어 있는가. 이 사람들이 굉장히 단단하게 응집돼 있으면 이 사람들은 투표장에 갈 가능성이 대단히 높다라고..."
더타임 특집호 '룰 브레이커'
아웃사이더로 불리며 워싱턴 정가 기득권에 도전한 트럼프.
트럼프는 유세 과정에서 주류 언론과 각종 여론조사가 클린턴에 편향됐다고 줄기차게 주장해왔습니다.
<녹취> 도널드 트럼프(대선 후보 당시) : "힐러리 클린턴의 당선을 위해 정말 열심히일하는 사람들을 만나게 됐다. CNN, ABC, 뉴욕타임즈, 워싱턴 포스트..."
미국의 주류 언론은 트럼프가 정치적으로 올바르지 않고, 공약의 현실성이 없다는 등의 이유로 트럼프를 지지하는 민심의 흐름을 애써 외면해왔다는 지적을 받고 있습니다.
예측 실패가 단순히 조사 기법만의 문제가 아니라 여론 조사 결과를 편향적으로 해석한 데에도 원인이 있다는 얘깁니다.
<인터뷰> 이춘근(한국해양전략연구소 선임연구위원) : "노동자들이 지금 세계화가 돼서 우리가 좋은 건 도대체 뭐냐, 잘사는 사람만 더 잘 살고 그런 분노가 있었는데 트럼프가 그 노동자를 잡은 거예요. 그 동네는 노동자들이니까 당연히 노동조합이 있고, 노동조합이 있으면 당연히 민주당이고, 그 공식이 깨져나가는 겁니다."
영국의 브렉시트를 시작으로 트럼프 현상으로 이어진 대이변은 전 세계에 확산하고 있는 반세계화, 반자유주의 물결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메이 영국 총리는 해석했습니다.
메이 총리는 이를 '변화의 기운이 감돌고 있다'는 증거라며, 모두를 위한 새로운 경제를 구축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인터뷰> 이춘근(한국해양전략연구소 선임위원) : "세계화가 이렇게 진행이 되는데, 이것이 순탄하게 계속 한 방향으로 가는 게 아니라 가다가 삐끗하는 순간이 지금이라고 보는 겁니다. 변곡점. 굴곡이 있는 그 문제가 영국에서 나타나고, 미국에서 나타나고 프랑스에서 나타날 거고, 또 다른 데서 나타날런지도 모르죠."
세계화로 인한 경제적 양극화에 반기를 든 분노 세력.
극단적으로 대립하는 정치 상황에서 오락가락하는 민심.
깨진 게임의 법칙과 이른바 '아웃사이더'의 반란.
아이러니하게도 여론조사 실패를 통해 비로소 확인한 사회 현상들입니다.
<인터뷰> 이택광(경희대학교 글로벌커뮤니케이션 학부) : "기존에 있던 구조가 허물어지고, 기존에 있던 그런 의견의 생산 방식이 바뀌고 있다는 뜻이에요 대중이 바뀌고 있다는 뜻이고 사회가 바뀌고 있다는 뜻이기 때문에 좋게 말하면 변화의 조짐인 것이고, 나쁘게 말하면미래를 예측할 수 없는 불확실성의 시대란 측면이 있거든요."
빅데이터 전문가들은 사회적 갈등이 심각해질수록 숨는 표가 늘어나고 이걸 읽어내는 게 앞으로 여론조사의 과제가 될 것이라고 전망합니다.
<인터뷰> 배종찬(여조조사기관 리서치앤리서치 본부장) : "우리 사회도 갈등이 깊어지면 깊어질수록 앞으로 선거에서의 이슈가 더 첨예해지면 첨예해질수록 숨어있는 표, 조사를 거부하는 일련의 행동들이 나타날 수 있기 때문에 다양한 선거 결과를 예측할 수 있는 그런 지표들이 모아질 때 더 정확한, 숨어있는 사람들의 표심까지도 끄집어낼 수 있을 것으로..."
신뢰성이 의심받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여론조사는 주요 정책과 의사결정에 매우 중요한 판단 근거가 되고 있습니다.
급변하는 여론, 숨어있는 민심을 읽어내는 것, 미국 언론의 듀이 오보 이후 약 반세기만에 여론 조사가 또 한번 시험대에 올랐습니다.
미국 대선 하루 전, CNN이 내놓은 예측 결과입니다.
<녹취> 맷 루이스(정치전문매체 선임 논객) : "클린턴이 진다는 건 정말 상상하기 어렵습니다. 트럼프가 어떻게 펜실베이니아와 미시간에서 이기겠다는 건지 이해가 안 갑니다."
CNN뿐만 아니었습니다.
허핑턴포스트는 무려 98%, 뉴욕타임스는 85%로 클런턴 승리 가능성을 점쳤고, 대부분의 여론조사가 클린턴이 대통령이 될 것이라고 예측했습니다.
하지만 예측은 완전히 빗나갔습니다.
<녹취> 제이크 테퍼(CNN 정치전문기자) : "이 정도라면 여론조사업체들은 다 폐업할 겁니다. 과학이 아니라 예언을 한 거죠. "
곧바로 미국 여론조사 연합회는 "많은 조사가 클린턴 지지 수준을 과대 평가했다," "우리가 이번에는 완전히 틀렸다"며 사실상 반성문을 내놨습니다.
"우리가 완전히 틀렸다"
'여론조사의 굴욕'
지난 1948년 미국 대선.
공화당의 토머스 듀이 후보와 민주당의 해리 트루먼 후보가 격돌했습니다.
"듀이가 트루먼을 이겼다."
당시 미국 시카고트리뷴지는 개표가 끝나기도 전에 듀이 후보가 대통령에 당선됐다는 대형 오보를 냅니다.
그러나 결과는 트루먼의 승리.
시카고트리뷴의 오보는 줄곧 듀이가 앞선다는 여론조사를 과신한 결과였습니다.
뼈아픈 과거를 딛고 미국의 여론조사 기법은 발전합니다.
휴대전화와 온라인을 활용해 조사 방식을 다변화했고, 디지털 분석 시스템으로 표본의 대표성도 높였습니다.
<인터뷰> 배종찬(여론조사 기관/'리서치앤리서치' 본부장) : "국의 어느 부위를 떠서 마시더라도 골고루 잘 섞여있으면 똑같은 맛을 낼 텐데 그만큼 어느 지역이든 어느 연령대든 또 어느 직업이든 골고루 섞이게..."
그러나 68년 만에 미국 미디어에 듀이 악몽이 재현됐습니다.
시사주간지 뉴스위크는 클린턴 당선을 기정사실화한 특집호를 배포했다 회수하는 해프닝을 빚기도 했습니다.
여론조사 기관들의 첫번째 실수는 이른바 '러스트 벨트', 즉 쇠락한 공업지대 조사에서 나왔습니다.
<녹취> 도널드 트럼프(대선 후보 당시) : "해고된 공장 노동자들을 만난 적이 있는데 그 공동체는 끔찍하고 불공정한 무역협정 때문에 완전히 파괴돼 있었습니다."
해고된 공장 노동자.
<녹취> 도널드 트럼프(공화당 대선 경선 후보 당시) : "신이 만든 최고의 일자리 대통령이 될 겁니다."
일자리 대통령.
트럼프는 몰락한 중산층, 백인 노동자들을 찾았고 이들에게 일자리를 약속했습니다.
자동차, 철강 등 제조업의 중심지였다가 황폐해진 지역의 상실감을 집중 공략한 겁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론조사 기관들은 '러스트벨트' 노동자층의 투표 가능성을 낮게 잡았고 이 지역에서 트럼프가 3~5% 포인트 밀린다고 내다봤습니다.
<인터뷰> 김지윤(아산정책연구원 연구위원) : "지난번에 선거를 많이 안 한 백인들이 있고저학력이고 저소득이고 또 시골 지역에 살고 있으니까 아마도 투표를 많이 안 할 것이다라고 가정을 하고 가중치를 뒀는데 여기서 오류가 생겼다라고 보고 있는 거죠."
반전이었습니다.
저학력, 저소득 백인 노동자들은 대거 투표장으로 몰려나왔고, 지난 2012년 대선 당시 민주당 오바마 후보를 찍었던 러스트벨트 4개 주 모두 공화당 트럼프 지지로 돌아섰습니다.
전통적으로 민주당 강세였던 위스콘신과 미시간까지 트럼프를 선택한 건 충격적인 결과였습니다.
이 노동자 계층을 투표장으로 이끈 것은 사회에 대한 불만과 분노라고 전문가들은 분석합니다.
<인터뷰> 이택광(경희대학교 글로벌커뮤니케이션학부 교수) : "백인 노동자들과 백인 소외계층이 가지고 있던 불만들이었거든요. 이 불만에 대한 인지들은 계속 있었죠. 하지만 (여론조사가 이를) 무시했다는 거죠."
미국 여론조사 기관들이 놓친 건 바로 이 '분노 지수'였습니다.
<인터뷰> 배종찬(리서치앤리서치 본부장) : "지금은 투표하시겠습니까 하고 묻는 정도의 적극성이기 때문에 숨어 있는 강한 분노의 마음을 수치화해서 선거 결과 예측지에 포함하는 기술까지는 아직 발달하지 못한 상태입니다."
이번 미 대선의 또다른 관건은 어느 때보다 높았던 15%의 부동층.
과연 이들 부동층은 실제로 지지후보를 정하지 않은 상태였던 것일까.
<녹취> 메긴 켈리(방송 진행자) : "트럼프 당신은 여성을 당신이 싫어하는 살찐 돼지, 개, 게으름뱅이, 역겨운 동물로 비유했습니다."
<녹취> 트럼프(공화당 대선 경선 후보) : "당시 나는 이슬람교도의 미국 입국을 완전히 금지할 것을 요구합니다."
트럼프의 이런 막말은 대통령 후보로서의 자질 논란으로 이어졌습니다.
이민자들이 건설한 국가인 미국 정계에서는 전통적으로 "특정 집단에 대한 차별적 언행을 자제해야 한다"는 이른바 '정치적 올바름'을 강조해왔습니다.
이런 '정치적 올바름'을 거부하는 트럼프와 트럼프의 지지자는 도덕적 비난을 피하기 어려웠습니다.
<녹취> 이택광(경희대학교 글로벌커뮤니케이션학부 교수) : "내가 트럼프를 지지한다라고 얘기했을 때 토론이 안되는 거죠. 그 사람은 무조건 나쁜 사람이고, 정신 나간 사람이고 이렇게 만들어져버리는 거예요. 그러니까 자기 의견을 숨기는 거죠."
정치적 수치심 때문에 숨어 있던 표, 이른바 '샤이 트럼프' 현상을 여론조사는 잡아내지 못했습니다.
<인터뷰> 마이크 허커비(전 공화당 경선 후보) : "트럼프를 반대하려면 하세요. 그러나 트럼프를 지지하는 모든 유권자들이 어리석다고 여겨서는 안 됩니다."
실제 출구 조사 결과 고학력 백인 남성(54%)과, 백인 여성(53%) 가운데서도 트럼프 지지가 클린턴 지지보다 더 많은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녹취> 트럼프(대선 후보 당시 유세 현장) : "대선 당일 놀라운 일이 벌어질 겁니다. 브렉시트보다 더, 훨씬 더할 겁니다."
브렉시트의 메아리.
뉴욕타임즈는 이번 미국 대선을 영국 브렉시트의 메아리라고 표현했습니다.
지난 6월, 영국 브렉시트 국민투표는 'EU 잔류'가 우세하다는 여론조사를 뒤집고, 'EU 탈퇴'로 최종 결정됐습니다.
주요 언론은 탈퇴를 지지하면서도 마음을 드러내지 않던, 이른바 '샤이 토리즈'가 집결한 결과로 분석했습니다.
'샤이토리즈'는 토리당, 즉 영국의 보수당을 지지하면서도 자신의 입장을 밝히지 않는 유권자를 일컫는 말입니다.
<인터뷰> 김지윤(아산정책연구원 연구위원) : "예전에 샤이토리즈라고 해서 1992년도에 분명히 보수당이 진다. 아무도 보수당을 지지하지 않는 (분위기였는데) 결과는 반대로 나왔어요. 그래서 그 때 샤이토리즈라고 해서 토리가 보수당이잖아요. 보수당을 지지하면서 얘길 안 하는 그런 유권자들이 있다는 얘기가 나왔었습니다."
한국에서도 지난 4월 치러진 20대 총선이 대이변을 연출했습니다.
여당의 압도적인 승리를 예측한 여론조사와 달리, 결과는 '여소야대'.
20-30대 유권자의 표심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한 게 원인 중 하나로 꼽힙니다.
젊은 유권자들은 소셜네트워크서비스, 즉 SNS를 통해 의견을 표출하고 전통적인 미디어보다는 SNS로 연결된 사람들의 의견에 많은 영향을 받습니다.
<인터뷰> 홍지수(대학생) : "친구들끼리 대화를 할 수 있는 공간이 SNS가 활발하다 보니까 SNS 친구들이랑 얘기하면서 의사결정을 하게 된 것 같아요."
<인터뷰> 최우선(대학생) : "(SNS에서)관련 포스팅을 공유하거나 아니면 선거철에 제 생각을 표현하는 편입니다."
이번 미국 대선 예측이 모두 틀린 것은 아닙니다.
미 대선을 열흘 앞두고 '트럼프'의 당선을 예측한 주인공.
인도 벤처기업이 개발한 인공지능 '모그IA'입니다.
미국 경제지 포브스는 ' 모그IA'의 예측을 놓고 1948년 듀이 당선 오보와 똑같은 일이 반복될 거라고 조롱했습니다.
하지만 최종 승자는 모그IA였습니다.
'모그IA'의 예측 비결은 무엇이었을까요?
'모그IA'는 구체적인 방법을 밝히지 않고 있지만 전문가와 함께 모그IA의 분석 알고리즘을 추론해봤습니다.
먼저, 구글과 페이스북, 트위터 등 SNS에서 대선 후보와 관련된 데이터 2천만 건을 수집합니다.
이 가운데 특정 진영에서 의도적으로 만들어낸 것으로 보이는 데이터는 모두 삭제해 허수를 없앱니다.
그 다음 누군가가 올린 긍정적인 글이 글쓴이와 연결 관계에 있는 사람들에게 전파가 된다면, 이 군집 자체를 특정 후보 지지 세력으로 집계합니다.
일반 여론조사와 달리 상대적으로 익명성이 보장되는 SNS 상에서는 유권자들이 자신의 의사를 표현하는 데 덜 '샤이'하다는 특성도 작용했습니다.
<인터뷰> 홍순만(소셜네트워크분석업체 '사이람' 공동대표) : "여론 조사를 할 때 대답을 안 하고, 숨어있는 사람들도 군집 그룹, 응집된 정도 안에는 충분히 파악돼서 나올 수가 있거든요. 훨씬 더 정확하게 볼 수가 있죠."
마지막 판단 요인은 특정 군집을 이루는 사람들 가운데 실제로 투표장에 가는 사람이 얼마나 될지를 예측하는 것입니다
모그IA는 특정 군집 그룹이 활발하게 글을 올리고 수시로 의견을 주고받는다면, 그만큼 실제 투표할 확률이 높다고 가중치를 주는 방식을 사용한 것으로 보입니다.
<인터뷰> 홍순만(소셜네트워크분석업체 '사이람' 공동대표) : "트위터(SNS)라는 공간은 굉장히 밀접하게 서로 얽혀져 있죠. 얼마 정도 얽혀져 있는가. 우리쪽의 전문용어로 얘기한다면 얼마나 응집되어 있는가. 이 사람들이 굉장히 단단하게 응집돼 있으면 이 사람들은 투표장에 갈 가능성이 대단히 높다라고..."
더타임 특집호 '룰 브레이커'
아웃사이더로 불리며 워싱턴 정가 기득권에 도전한 트럼프.
트럼프는 유세 과정에서 주류 언론과 각종 여론조사가 클린턴에 편향됐다고 줄기차게 주장해왔습니다.
<녹취> 도널드 트럼프(대선 후보 당시) : "힐러리 클린턴의 당선을 위해 정말 열심히일하는 사람들을 만나게 됐다. CNN, ABC, 뉴욕타임즈, 워싱턴 포스트..."
미국의 주류 언론은 트럼프가 정치적으로 올바르지 않고, 공약의 현실성이 없다는 등의 이유로 트럼프를 지지하는 민심의 흐름을 애써 외면해왔다는 지적을 받고 있습니다.
예측 실패가 단순히 조사 기법만의 문제가 아니라 여론 조사 결과를 편향적으로 해석한 데에도 원인이 있다는 얘깁니다.
<인터뷰> 이춘근(한국해양전략연구소 선임연구위원) : "노동자들이 지금 세계화가 돼서 우리가 좋은 건 도대체 뭐냐, 잘사는 사람만 더 잘 살고 그런 분노가 있었는데 트럼프가 그 노동자를 잡은 거예요. 그 동네는 노동자들이니까 당연히 노동조합이 있고, 노동조합이 있으면 당연히 민주당이고, 그 공식이 깨져나가는 겁니다."
영국의 브렉시트를 시작으로 트럼프 현상으로 이어진 대이변은 전 세계에 확산하고 있는 반세계화, 반자유주의 물결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메이 영국 총리는 해석했습니다.
메이 총리는 이를 '변화의 기운이 감돌고 있다'는 증거라며, 모두를 위한 새로운 경제를 구축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인터뷰> 이춘근(한국해양전략연구소 선임위원) : "세계화가 이렇게 진행이 되는데, 이것이 순탄하게 계속 한 방향으로 가는 게 아니라 가다가 삐끗하는 순간이 지금이라고 보는 겁니다. 변곡점. 굴곡이 있는 그 문제가 영국에서 나타나고, 미국에서 나타나고 프랑스에서 나타날 거고, 또 다른 데서 나타날런지도 모르죠."
세계화로 인한 경제적 양극화에 반기를 든 분노 세력.
극단적으로 대립하는 정치 상황에서 오락가락하는 민심.
깨진 게임의 법칙과 이른바 '아웃사이더'의 반란.
아이러니하게도 여론조사 실패를 통해 비로소 확인한 사회 현상들입니다.
<인터뷰> 이택광(경희대학교 글로벌커뮤니케이션 학부) : "기존에 있던 구조가 허물어지고, 기존에 있던 그런 의견의 생산 방식이 바뀌고 있다는 뜻이에요 대중이 바뀌고 있다는 뜻이고 사회가 바뀌고 있다는 뜻이기 때문에 좋게 말하면 변화의 조짐인 것이고, 나쁘게 말하면미래를 예측할 수 없는 불확실성의 시대란 측면이 있거든요."
빅데이터 전문가들은 사회적 갈등이 심각해질수록 숨는 표가 늘어나고 이걸 읽어내는 게 앞으로 여론조사의 과제가 될 것이라고 전망합니다.
<인터뷰> 배종찬(여조조사기관 리서치앤리서치 본부장) : "우리 사회도 갈등이 깊어지면 깊어질수록 앞으로 선거에서의 이슈가 더 첨예해지면 첨예해질수록 숨어있는 표, 조사를 거부하는 일련의 행동들이 나타날 수 있기 때문에 다양한 선거 결과를 예측할 수 있는 그런 지표들이 모아질 때 더 정확한, 숨어있는 사람들의 표심까지도 끄집어낼 수 있을 것으로..."
신뢰성이 의심받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여론조사는 주요 정책과 의사결정에 매우 중요한 판단 근거가 되고 있습니다.
급변하는 여론, 숨어있는 민심을 읽어내는 것, 미국 언론의 듀이 오보 이후 약 반세기만에 여론 조사가 또 한번 시험대에 올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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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론조사의 굴욕
-
- 입력 2016-11-20 23:25:36
- 수정2016-11-20 23:42:22
CNN 예측 방송 "클린턴의 당선 확률 91%."
미국 대선 하루 전, CNN이 내놓은 예측 결과입니다.
<녹취> 맷 루이스(정치전문매체 선임 논객) : "클린턴이 진다는 건 정말 상상하기 어렵습니다. 트럼프가 어떻게 펜실베이니아와 미시간에서 이기겠다는 건지 이해가 안 갑니다."
CNN뿐만 아니었습니다.
허핑턴포스트는 무려 98%, 뉴욕타임스는 85%로 클런턴 승리 가능성을 점쳤고, 대부분의 여론조사가 클린턴이 대통령이 될 것이라고 예측했습니다.
하지만 예측은 완전히 빗나갔습니다.
<녹취> 제이크 테퍼(CNN 정치전문기자) : "이 정도라면 여론조사업체들은 다 폐업할 겁니다. 과학이 아니라 예언을 한 거죠. "
곧바로 미국 여론조사 연합회는 "많은 조사가 클린턴 지지 수준을 과대 평가했다," "우리가 이번에는 완전히 틀렸다"며 사실상 반성문을 내놨습니다.
"우리가 완전히 틀렸다"
'여론조사의 굴욕'
지난 1948년 미국 대선.
공화당의 토머스 듀이 후보와 민주당의 해리 트루먼 후보가 격돌했습니다.
"듀이가 트루먼을 이겼다."
당시 미국 시카고트리뷴지는 개표가 끝나기도 전에 듀이 후보가 대통령에 당선됐다는 대형 오보를 냅니다.
그러나 결과는 트루먼의 승리.
시카고트리뷴의 오보는 줄곧 듀이가 앞선다는 여론조사를 과신한 결과였습니다.
뼈아픈 과거를 딛고 미국의 여론조사 기법은 발전합니다.
휴대전화와 온라인을 활용해 조사 방식을 다변화했고, 디지털 분석 시스템으로 표본의 대표성도 높였습니다.
<인터뷰> 배종찬(여론조사 기관/'리서치앤리서치' 본부장) : "국의 어느 부위를 떠서 마시더라도 골고루 잘 섞여있으면 똑같은 맛을 낼 텐데 그만큼 어느 지역이든 어느 연령대든 또 어느 직업이든 골고루 섞이게..."
그러나 68년 만에 미국 미디어에 듀이 악몽이 재현됐습니다.
시사주간지 뉴스위크는 클린턴 당선을 기정사실화한 특집호를 배포했다 회수하는 해프닝을 빚기도 했습니다.
여론조사 기관들의 첫번째 실수는 이른바 '러스트 벨트', 즉 쇠락한 공업지대 조사에서 나왔습니다.
<녹취> 도널드 트럼프(대선 후보 당시) : "해고된 공장 노동자들을 만난 적이 있는데 그 공동체는 끔찍하고 불공정한 무역협정 때문에 완전히 파괴돼 있었습니다."
해고된 공장 노동자.
<녹취> 도널드 트럼프(공화당 대선 경선 후보 당시) : "신이 만든 최고의 일자리 대통령이 될 겁니다."
일자리 대통령.
트럼프는 몰락한 중산층, 백인 노동자들을 찾았고 이들에게 일자리를 약속했습니다.
자동차, 철강 등 제조업의 중심지였다가 황폐해진 지역의 상실감을 집중 공략한 겁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론조사 기관들은 '러스트벨트' 노동자층의 투표 가능성을 낮게 잡았고 이 지역에서 트럼프가 3~5% 포인트 밀린다고 내다봤습니다.
<인터뷰> 김지윤(아산정책연구원 연구위원) : "지난번에 선거를 많이 안 한 백인들이 있고저학력이고 저소득이고 또 시골 지역에 살고 있으니까 아마도 투표를 많이 안 할 것이다라고 가정을 하고 가중치를 뒀는데 여기서 오류가 생겼다라고 보고 있는 거죠."
반전이었습니다.
저학력, 저소득 백인 노동자들은 대거 투표장으로 몰려나왔고, 지난 2012년 대선 당시 민주당 오바마 후보를 찍었던 러스트벨트 4개 주 모두 공화당 트럼프 지지로 돌아섰습니다.
전통적으로 민주당 강세였던 위스콘신과 미시간까지 트럼프를 선택한 건 충격적인 결과였습니다.
이 노동자 계층을 투표장으로 이끈 것은 사회에 대한 불만과 분노라고 전문가들은 분석합니다.
<인터뷰> 이택광(경희대학교 글로벌커뮤니케이션학부 교수) : "백인 노동자들과 백인 소외계층이 가지고 있던 불만들이었거든요. 이 불만에 대한 인지들은 계속 있었죠. 하지만 (여론조사가 이를) 무시했다는 거죠."
미국 여론조사 기관들이 놓친 건 바로 이 '분노 지수'였습니다.
<인터뷰> 배종찬(리서치앤리서치 본부장) : "지금은 투표하시겠습니까 하고 묻는 정도의 적극성이기 때문에 숨어 있는 강한 분노의 마음을 수치화해서 선거 결과 예측지에 포함하는 기술까지는 아직 발달하지 못한 상태입니다."
이번 미 대선의 또다른 관건은 어느 때보다 높았던 15%의 부동층.
과연 이들 부동층은 실제로 지지후보를 정하지 않은 상태였던 것일까.
<녹취> 메긴 켈리(방송 진행자) : "트럼프 당신은 여성을 당신이 싫어하는 살찐 돼지, 개, 게으름뱅이, 역겨운 동물로 비유했습니다."
<녹취> 트럼프(공화당 대선 경선 후보) : "당시 나는 이슬람교도의 미국 입국을 완전히 금지할 것을 요구합니다."
트럼프의 이런 막말은 대통령 후보로서의 자질 논란으로 이어졌습니다.
이민자들이 건설한 국가인 미국 정계에서는 전통적으로 "특정 집단에 대한 차별적 언행을 자제해야 한다"는 이른바 '정치적 올바름'을 강조해왔습니다.
이런 '정치적 올바름'을 거부하는 트럼프와 트럼프의 지지자는 도덕적 비난을 피하기 어려웠습니다.
<녹취> 이택광(경희대학교 글로벌커뮤니케이션학부 교수) : "내가 트럼프를 지지한다라고 얘기했을 때 토론이 안되는 거죠. 그 사람은 무조건 나쁜 사람이고, 정신 나간 사람이고 이렇게 만들어져버리는 거예요. 그러니까 자기 의견을 숨기는 거죠."
정치적 수치심 때문에 숨어 있던 표, 이른바 '샤이 트럼프' 현상을 여론조사는 잡아내지 못했습니다.
<인터뷰> 마이크 허커비(전 공화당 경선 후보) : "트럼프를 반대하려면 하세요. 그러나 트럼프를 지지하는 모든 유권자들이 어리석다고 여겨서는 안 됩니다."
실제 출구 조사 결과 고학력 백인 남성(54%)과, 백인 여성(53%) 가운데서도 트럼프 지지가 클린턴 지지보다 더 많은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녹취> 트럼프(대선 후보 당시 유세 현장) : "대선 당일 놀라운 일이 벌어질 겁니다. 브렉시트보다 더, 훨씬 더할 겁니다."
브렉시트의 메아리.
뉴욕타임즈는 이번 미국 대선을 영국 브렉시트의 메아리라고 표현했습니다.
지난 6월, 영국 브렉시트 국민투표는 'EU 잔류'가 우세하다는 여론조사를 뒤집고, 'EU 탈퇴'로 최종 결정됐습니다.
주요 언론은 탈퇴를 지지하면서도 마음을 드러내지 않던, 이른바 '샤이 토리즈'가 집결한 결과로 분석했습니다.
'샤이토리즈'는 토리당, 즉 영국의 보수당을 지지하면서도 자신의 입장을 밝히지 않는 유권자를 일컫는 말입니다.
<인터뷰> 김지윤(아산정책연구원 연구위원) : "예전에 샤이토리즈라고 해서 1992년도에 분명히 보수당이 진다. 아무도 보수당을 지지하지 않는 (분위기였는데) 결과는 반대로 나왔어요. 그래서 그 때 샤이토리즈라고 해서 토리가 보수당이잖아요. 보수당을 지지하면서 얘길 안 하는 그런 유권자들이 있다는 얘기가 나왔었습니다."
한국에서도 지난 4월 치러진 20대 총선이 대이변을 연출했습니다.
여당의 압도적인 승리를 예측한 여론조사와 달리, 결과는 '여소야대'.
20-30대 유권자의 표심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한 게 원인 중 하나로 꼽힙니다.
젊은 유권자들은 소셜네트워크서비스, 즉 SNS를 통해 의견을 표출하고 전통적인 미디어보다는 SNS로 연결된 사람들의 의견에 많은 영향을 받습니다.
<인터뷰> 홍지수(대학생) : "친구들끼리 대화를 할 수 있는 공간이 SNS가 활발하다 보니까 SNS 친구들이랑 얘기하면서 의사결정을 하게 된 것 같아요."
<인터뷰> 최우선(대학생) : "(SNS에서)관련 포스팅을 공유하거나 아니면 선거철에 제 생각을 표현하는 편입니다."
이번 미국 대선 예측이 모두 틀린 것은 아닙니다.
미 대선을 열흘 앞두고 '트럼프'의 당선을 예측한 주인공.
인도 벤처기업이 개발한 인공지능 '모그IA'입니다.
미국 경제지 포브스는 ' 모그IA'의 예측을 놓고 1948년 듀이 당선 오보와 똑같은 일이 반복될 거라고 조롱했습니다.
하지만 최종 승자는 모그IA였습니다.
'모그IA'의 예측 비결은 무엇이었을까요?
'모그IA'는 구체적인 방법을 밝히지 않고 있지만 전문가와 함께 모그IA의 분석 알고리즘을 추론해봤습니다.
먼저, 구글과 페이스북, 트위터 등 SNS에서 대선 후보와 관련된 데이터 2천만 건을 수집합니다.
이 가운데 특정 진영에서 의도적으로 만들어낸 것으로 보이는 데이터는 모두 삭제해 허수를 없앱니다.
그 다음 누군가가 올린 긍정적인 글이 글쓴이와 연결 관계에 있는 사람들에게 전파가 된다면, 이 군집 자체를 특정 후보 지지 세력으로 집계합니다.
일반 여론조사와 달리 상대적으로 익명성이 보장되는 SNS 상에서는 유권자들이 자신의 의사를 표현하는 데 덜 '샤이'하다는 특성도 작용했습니다.
<인터뷰> 홍순만(소셜네트워크분석업체 '사이람' 공동대표) : "여론 조사를 할 때 대답을 안 하고, 숨어있는 사람들도 군집 그룹, 응집된 정도 안에는 충분히 파악돼서 나올 수가 있거든요. 훨씬 더 정확하게 볼 수가 있죠."
마지막 판단 요인은 특정 군집을 이루는 사람들 가운데 실제로 투표장에 가는 사람이 얼마나 될지를 예측하는 것입니다
모그IA는 특정 군집 그룹이 활발하게 글을 올리고 수시로 의견을 주고받는다면, 그만큼 실제 투표할 확률이 높다고 가중치를 주는 방식을 사용한 것으로 보입니다.
<인터뷰> 홍순만(소셜네트워크분석업체 '사이람' 공동대표) : "트위터(SNS)라는 공간은 굉장히 밀접하게 서로 얽혀져 있죠. 얼마 정도 얽혀져 있는가. 우리쪽의 전문용어로 얘기한다면 얼마나 응집되어 있는가. 이 사람들이 굉장히 단단하게 응집돼 있으면 이 사람들은 투표장에 갈 가능성이 대단히 높다라고..."
더타임 특집호 '룰 브레이커'
아웃사이더로 불리며 워싱턴 정가 기득권에 도전한 트럼프.
트럼프는 유세 과정에서 주류 언론과 각종 여론조사가 클린턴에 편향됐다고 줄기차게 주장해왔습니다.
<녹취> 도널드 트럼프(대선 후보 당시) : "힐러리 클린턴의 당선을 위해 정말 열심히일하는 사람들을 만나게 됐다. CNN, ABC, 뉴욕타임즈, 워싱턴 포스트..."
미국의 주류 언론은 트럼프가 정치적으로 올바르지 않고, 공약의 현실성이 없다는 등의 이유로 트럼프를 지지하는 민심의 흐름을 애써 외면해왔다는 지적을 받고 있습니다.
예측 실패가 단순히 조사 기법만의 문제가 아니라 여론 조사 결과를 편향적으로 해석한 데에도 원인이 있다는 얘깁니다.
<인터뷰> 이춘근(한국해양전략연구소 선임연구위원) : "노동자들이 지금 세계화가 돼서 우리가 좋은 건 도대체 뭐냐, 잘사는 사람만 더 잘 살고 그런 분노가 있었는데 트럼프가 그 노동자를 잡은 거예요. 그 동네는 노동자들이니까 당연히 노동조합이 있고, 노동조합이 있으면 당연히 민주당이고, 그 공식이 깨져나가는 겁니다."
영국의 브렉시트를 시작으로 트럼프 현상으로 이어진 대이변은 전 세계에 확산하고 있는 반세계화, 반자유주의 물결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메이 영국 총리는 해석했습니다.
메이 총리는 이를 '변화의 기운이 감돌고 있다'는 증거라며, 모두를 위한 새로운 경제를 구축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인터뷰> 이춘근(한국해양전략연구소 선임위원) : "세계화가 이렇게 진행이 되는데, 이것이 순탄하게 계속 한 방향으로 가는 게 아니라 가다가 삐끗하는 순간이 지금이라고 보는 겁니다. 변곡점. 굴곡이 있는 그 문제가 영국에서 나타나고, 미국에서 나타나고 프랑스에서 나타날 거고, 또 다른 데서 나타날런지도 모르죠."
세계화로 인한 경제적 양극화에 반기를 든 분노 세력.
극단적으로 대립하는 정치 상황에서 오락가락하는 민심.
깨진 게임의 법칙과 이른바 '아웃사이더'의 반란.
아이러니하게도 여론조사 실패를 통해 비로소 확인한 사회 현상들입니다.
<인터뷰> 이택광(경희대학교 글로벌커뮤니케이션 학부) : "기존에 있던 구조가 허물어지고, 기존에 있던 그런 의견의 생산 방식이 바뀌고 있다는 뜻이에요 대중이 바뀌고 있다는 뜻이고 사회가 바뀌고 있다는 뜻이기 때문에 좋게 말하면 변화의 조짐인 것이고, 나쁘게 말하면미래를 예측할 수 없는 불확실성의 시대란 측면이 있거든요."
빅데이터 전문가들은 사회적 갈등이 심각해질수록 숨는 표가 늘어나고 이걸 읽어내는 게 앞으로 여론조사의 과제가 될 것이라고 전망합니다.
<인터뷰> 배종찬(여조조사기관 리서치앤리서치 본부장) : "우리 사회도 갈등이 깊어지면 깊어질수록 앞으로 선거에서의 이슈가 더 첨예해지면 첨예해질수록 숨어있는 표, 조사를 거부하는 일련의 행동들이 나타날 수 있기 때문에 다양한 선거 결과를 예측할 수 있는 그런 지표들이 모아질 때 더 정확한, 숨어있는 사람들의 표심까지도 끄집어낼 수 있을 것으로..."
신뢰성이 의심받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여론조사는 주요 정책과 의사결정에 매우 중요한 판단 근거가 되고 있습니다.
급변하는 여론, 숨어있는 민심을 읽어내는 것, 미국 언론의 듀이 오보 이후 약 반세기만에 여론 조사가 또 한번 시험대에 올랐습니다.
미국 대선 하루 전, CNN이 내놓은 예측 결과입니다.
<녹취> 맷 루이스(정치전문매체 선임 논객) : "클린턴이 진다는 건 정말 상상하기 어렵습니다. 트럼프가 어떻게 펜실베이니아와 미시간에서 이기겠다는 건지 이해가 안 갑니다."
CNN뿐만 아니었습니다.
허핑턴포스트는 무려 98%, 뉴욕타임스는 85%로 클런턴 승리 가능성을 점쳤고, 대부분의 여론조사가 클린턴이 대통령이 될 것이라고 예측했습니다.
하지만 예측은 완전히 빗나갔습니다.
<녹취> 제이크 테퍼(CNN 정치전문기자) : "이 정도라면 여론조사업체들은 다 폐업할 겁니다. 과학이 아니라 예언을 한 거죠. "
곧바로 미국 여론조사 연합회는 "많은 조사가 클린턴 지지 수준을 과대 평가했다," "우리가 이번에는 완전히 틀렸다"며 사실상 반성문을 내놨습니다.
"우리가 완전히 틀렸다"
'여론조사의 굴욕'
지난 1948년 미국 대선.
공화당의 토머스 듀이 후보와 민주당의 해리 트루먼 후보가 격돌했습니다.
"듀이가 트루먼을 이겼다."
당시 미국 시카고트리뷴지는 개표가 끝나기도 전에 듀이 후보가 대통령에 당선됐다는 대형 오보를 냅니다.
그러나 결과는 트루먼의 승리.
시카고트리뷴의 오보는 줄곧 듀이가 앞선다는 여론조사를 과신한 결과였습니다.
뼈아픈 과거를 딛고 미국의 여론조사 기법은 발전합니다.
휴대전화와 온라인을 활용해 조사 방식을 다변화했고, 디지털 분석 시스템으로 표본의 대표성도 높였습니다.
<인터뷰> 배종찬(여론조사 기관/'리서치앤리서치' 본부장) : "국의 어느 부위를 떠서 마시더라도 골고루 잘 섞여있으면 똑같은 맛을 낼 텐데 그만큼 어느 지역이든 어느 연령대든 또 어느 직업이든 골고루 섞이게..."
그러나 68년 만에 미국 미디어에 듀이 악몽이 재현됐습니다.
시사주간지 뉴스위크는 클린턴 당선을 기정사실화한 특집호를 배포했다 회수하는 해프닝을 빚기도 했습니다.
여론조사 기관들의 첫번째 실수는 이른바 '러스트 벨트', 즉 쇠락한 공업지대 조사에서 나왔습니다.
<녹취> 도널드 트럼프(대선 후보 당시) : "해고된 공장 노동자들을 만난 적이 있는데 그 공동체는 끔찍하고 불공정한 무역협정 때문에 완전히 파괴돼 있었습니다."
해고된 공장 노동자.
<녹취> 도널드 트럼프(공화당 대선 경선 후보 당시) : "신이 만든 최고의 일자리 대통령이 될 겁니다."
일자리 대통령.
트럼프는 몰락한 중산층, 백인 노동자들을 찾았고 이들에게 일자리를 약속했습니다.
자동차, 철강 등 제조업의 중심지였다가 황폐해진 지역의 상실감을 집중 공략한 겁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론조사 기관들은 '러스트벨트' 노동자층의 투표 가능성을 낮게 잡았고 이 지역에서 트럼프가 3~5% 포인트 밀린다고 내다봤습니다.
<인터뷰> 김지윤(아산정책연구원 연구위원) : "지난번에 선거를 많이 안 한 백인들이 있고저학력이고 저소득이고 또 시골 지역에 살고 있으니까 아마도 투표를 많이 안 할 것이다라고 가정을 하고 가중치를 뒀는데 여기서 오류가 생겼다라고 보고 있는 거죠."
반전이었습니다.
저학력, 저소득 백인 노동자들은 대거 투표장으로 몰려나왔고, 지난 2012년 대선 당시 민주당 오바마 후보를 찍었던 러스트벨트 4개 주 모두 공화당 트럼프 지지로 돌아섰습니다.
전통적으로 민주당 강세였던 위스콘신과 미시간까지 트럼프를 선택한 건 충격적인 결과였습니다.
이 노동자 계층을 투표장으로 이끈 것은 사회에 대한 불만과 분노라고 전문가들은 분석합니다.
<인터뷰> 이택광(경희대학교 글로벌커뮤니케이션학부 교수) : "백인 노동자들과 백인 소외계층이 가지고 있던 불만들이었거든요. 이 불만에 대한 인지들은 계속 있었죠. 하지만 (여론조사가 이를) 무시했다는 거죠."
미국 여론조사 기관들이 놓친 건 바로 이 '분노 지수'였습니다.
<인터뷰> 배종찬(리서치앤리서치 본부장) : "지금은 투표하시겠습니까 하고 묻는 정도의 적극성이기 때문에 숨어 있는 강한 분노의 마음을 수치화해서 선거 결과 예측지에 포함하는 기술까지는 아직 발달하지 못한 상태입니다."
이번 미 대선의 또다른 관건은 어느 때보다 높았던 15%의 부동층.
과연 이들 부동층은 실제로 지지후보를 정하지 않은 상태였던 것일까.
<녹취> 메긴 켈리(방송 진행자) : "트럼프 당신은 여성을 당신이 싫어하는 살찐 돼지, 개, 게으름뱅이, 역겨운 동물로 비유했습니다."
<녹취> 트럼프(공화당 대선 경선 후보) : "당시 나는 이슬람교도의 미국 입국을 완전히 금지할 것을 요구합니다."
트럼프의 이런 막말은 대통령 후보로서의 자질 논란으로 이어졌습니다.
이민자들이 건설한 국가인 미국 정계에서는 전통적으로 "특정 집단에 대한 차별적 언행을 자제해야 한다"는 이른바 '정치적 올바름'을 강조해왔습니다.
이런 '정치적 올바름'을 거부하는 트럼프와 트럼프의 지지자는 도덕적 비난을 피하기 어려웠습니다.
<녹취> 이택광(경희대학교 글로벌커뮤니케이션학부 교수) : "내가 트럼프를 지지한다라고 얘기했을 때 토론이 안되는 거죠. 그 사람은 무조건 나쁜 사람이고, 정신 나간 사람이고 이렇게 만들어져버리는 거예요. 그러니까 자기 의견을 숨기는 거죠."
정치적 수치심 때문에 숨어 있던 표, 이른바 '샤이 트럼프' 현상을 여론조사는 잡아내지 못했습니다.
<인터뷰> 마이크 허커비(전 공화당 경선 후보) : "트럼프를 반대하려면 하세요. 그러나 트럼프를 지지하는 모든 유권자들이 어리석다고 여겨서는 안 됩니다."
실제 출구 조사 결과 고학력 백인 남성(54%)과, 백인 여성(53%) 가운데서도 트럼프 지지가 클린턴 지지보다 더 많은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녹취> 트럼프(대선 후보 당시 유세 현장) : "대선 당일 놀라운 일이 벌어질 겁니다. 브렉시트보다 더, 훨씬 더할 겁니다."
브렉시트의 메아리.
뉴욕타임즈는 이번 미국 대선을 영국 브렉시트의 메아리라고 표현했습니다.
지난 6월, 영국 브렉시트 국민투표는 'EU 잔류'가 우세하다는 여론조사를 뒤집고, 'EU 탈퇴'로 최종 결정됐습니다.
주요 언론은 탈퇴를 지지하면서도 마음을 드러내지 않던, 이른바 '샤이 토리즈'가 집결한 결과로 분석했습니다.
'샤이토리즈'는 토리당, 즉 영국의 보수당을 지지하면서도 자신의 입장을 밝히지 않는 유권자를 일컫는 말입니다.
<인터뷰> 김지윤(아산정책연구원 연구위원) : "예전에 샤이토리즈라고 해서 1992년도에 분명히 보수당이 진다. 아무도 보수당을 지지하지 않는 (분위기였는데) 결과는 반대로 나왔어요. 그래서 그 때 샤이토리즈라고 해서 토리가 보수당이잖아요. 보수당을 지지하면서 얘길 안 하는 그런 유권자들이 있다는 얘기가 나왔었습니다."
한국에서도 지난 4월 치러진 20대 총선이 대이변을 연출했습니다.
여당의 압도적인 승리를 예측한 여론조사와 달리, 결과는 '여소야대'.
20-30대 유권자의 표심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한 게 원인 중 하나로 꼽힙니다.
젊은 유권자들은 소셜네트워크서비스, 즉 SNS를 통해 의견을 표출하고 전통적인 미디어보다는 SNS로 연결된 사람들의 의견에 많은 영향을 받습니다.
<인터뷰> 홍지수(대학생) : "친구들끼리 대화를 할 수 있는 공간이 SNS가 활발하다 보니까 SNS 친구들이랑 얘기하면서 의사결정을 하게 된 것 같아요."
<인터뷰> 최우선(대학생) : "(SNS에서)관련 포스팅을 공유하거나 아니면 선거철에 제 생각을 표현하는 편입니다."
이번 미국 대선 예측이 모두 틀린 것은 아닙니다.
미 대선을 열흘 앞두고 '트럼프'의 당선을 예측한 주인공.
인도 벤처기업이 개발한 인공지능 '모그IA'입니다.
미국 경제지 포브스는 ' 모그IA'의 예측을 놓고 1948년 듀이 당선 오보와 똑같은 일이 반복될 거라고 조롱했습니다.
하지만 최종 승자는 모그IA였습니다.
'모그IA'의 예측 비결은 무엇이었을까요?
'모그IA'는 구체적인 방법을 밝히지 않고 있지만 전문가와 함께 모그IA의 분석 알고리즘을 추론해봤습니다.
먼저, 구글과 페이스북, 트위터 등 SNS에서 대선 후보와 관련된 데이터 2천만 건을 수집합니다.
이 가운데 특정 진영에서 의도적으로 만들어낸 것으로 보이는 데이터는 모두 삭제해 허수를 없앱니다.
그 다음 누군가가 올린 긍정적인 글이 글쓴이와 연결 관계에 있는 사람들에게 전파가 된다면, 이 군집 자체를 특정 후보 지지 세력으로 집계합니다.
일반 여론조사와 달리 상대적으로 익명성이 보장되는 SNS 상에서는 유권자들이 자신의 의사를 표현하는 데 덜 '샤이'하다는 특성도 작용했습니다.
<인터뷰> 홍순만(소셜네트워크분석업체 '사이람' 공동대표) : "여론 조사를 할 때 대답을 안 하고, 숨어있는 사람들도 군집 그룹, 응집된 정도 안에는 충분히 파악돼서 나올 수가 있거든요. 훨씬 더 정확하게 볼 수가 있죠."
마지막 판단 요인은 특정 군집을 이루는 사람들 가운데 실제로 투표장에 가는 사람이 얼마나 될지를 예측하는 것입니다
모그IA는 특정 군집 그룹이 활발하게 글을 올리고 수시로 의견을 주고받는다면, 그만큼 실제 투표할 확률이 높다고 가중치를 주는 방식을 사용한 것으로 보입니다.
<인터뷰> 홍순만(소셜네트워크분석업체 '사이람' 공동대표) : "트위터(SNS)라는 공간은 굉장히 밀접하게 서로 얽혀져 있죠. 얼마 정도 얽혀져 있는가. 우리쪽의 전문용어로 얘기한다면 얼마나 응집되어 있는가. 이 사람들이 굉장히 단단하게 응집돼 있으면 이 사람들은 투표장에 갈 가능성이 대단히 높다라고..."
더타임 특집호 '룰 브레이커'
아웃사이더로 불리며 워싱턴 정가 기득권에 도전한 트럼프.
트럼프는 유세 과정에서 주류 언론과 각종 여론조사가 클린턴에 편향됐다고 줄기차게 주장해왔습니다.
<녹취> 도널드 트럼프(대선 후보 당시) : "힐러리 클린턴의 당선을 위해 정말 열심히일하는 사람들을 만나게 됐다. CNN, ABC, 뉴욕타임즈, 워싱턴 포스트..."
미국의 주류 언론은 트럼프가 정치적으로 올바르지 않고, 공약의 현실성이 없다는 등의 이유로 트럼프를 지지하는 민심의 흐름을 애써 외면해왔다는 지적을 받고 있습니다.
예측 실패가 단순히 조사 기법만의 문제가 아니라 여론 조사 결과를 편향적으로 해석한 데에도 원인이 있다는 얘깁니다.
<인터뷰> 이춘근(한국해양전략연구소 선임연구위원) : "노동자들이 지금 세계화가 돼서 우리가 좋은 건 도대체 뭐냐, 잘사는 사람만 더 잘 살고 그런 분노가 있었는데 트럼프가 그 노동자를 잡은 거예요. 그 동네는 노동자들이니까 당연히 노동조합이 있고, 노동조합이 있으면 당연히 민주당이고, 그 공식이 깨져나가는 겁니다."
영국의 브렉시트를 시작으로 트럼프 현상으로 이어진 대이변은 전 세계에 확산하고 있는 반세계화, 반자유주의 물결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메이 영국 총리는 해석했습니다.
메이 총리는 이를 '변화의 기운이 감돌고 있다'는 증거라며, 모두를 위한 새로운 경제를 구축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인터뷰> 이춘근(한국해양전략연구소 선임위원) : "세계화가 이렇게 진행이 되는데, 이것이 순탄하게 계속 한 방향으로 가는 게 아니라 가다가 삐끗하는 순간이 지금이라고 보는 겁니다. 변곡점. 굴곡이 있는 그 문제가 영국에서 나타나고, 미국에서 나타나고 프랑스에서 나타날 거고, 또 다른 데서 나타날런지도 모르죠."
세계화로 인한 경제적 양극화에 반기를 든 분노 세력.
극단적으로 대립하는 정치 상황에서 오락가락하는 민심.
깨진 게임의 법칙과 이른바 '아웃사이더'의 반란.
아이러니하게도 여론조사 실패를 통해 비로소 확인한 사회 현상들입니다.
<인터뷰> 이택광(경희대학교 글로벌커뮤니케이션 학부) : "기존에 있던 구조가 허물어지고, 기존에 있던 그런 의견의 생산 방식이 바뀌고 있다는 뜻이에요 대중이 바뀌고 있다는 뜻이고 사회가 바뀌고 있다는 뜻이기 때문에 좋게 말하면 변화의 조짐인 것이고, 나쁘게 말하면미래를 예측할 수 없는 불확실성의 시대란 측면이 있거든요."
빅데이터 전문가들은 사회적 갈등이 심각해질수록 숨는 표가 늘어나고 이걸 읽어내는 게 앞으로 여론조사의 과제가 될 것이라고 전망합니다.
<인터뷰> 배종찬(여조조사기관 리서치앤리서치 본부장) : "우리 사회도 갈등이 깊어지면 깊어질수록 앞으로 선거에서의 이슈가 더 첨예해지면 첨예해질수록 숨어있는 표, 조사를 거부하는 일련의 행동들이 나타날 수 있기 때문에 다양한 선거 결과를 예측할 수 있는 그런 지표들이 모아질 때 더 정확한, 숨어있는 사람들의 표심까지도 끄집어낼 수 있을 것으로..."
신뢰성이 의심받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여론조사는 주요 정책과 의사결정에 매우 중요한 판단 근거가 되고 있습니다.
급변하는 여론, 숨어있는 민심을 읽어내는 것, 미국 언론의 듀이 오보 이후 약 반세기만에 여론 조사가 또 한번 시험대에 올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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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다영 기자 browneyes@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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