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맥경화’ 심각…예금회전율 11년 7개월만에 최저

입력 2016.11.28 (08:04) 수정 2016.11.28 (08: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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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행이 완화적 통화정책을 유지하고 있지만 시중에 풀린 돈이 돌지 않는 현상은 갈수록 심해지고 있다. 국내경기의 극심한 부진 속에서 가계 소비와 기업 투자가 잔뜩 위축된 데다 국내외 불안 요인이 산적해 있어 돈이 돌지 않고 고여만 있는 '돈맥경화' 현상은 더욱 가중될 것으로 우려된다.

한국은행의 통계를 보면 예금은행의 요구불예금 회전율은 지난 9월 19.6회로 집계돼 8월 20.7회보다 1.1회 떨어졌다. 2005년 2월 18.1회를 기록한 이후 11년 7개월 만에 가장 낮은 수준이다.

예금회전율은 월간 예금지급액을 예금의 평균잔액으로 나눈 것이다. 회전율이 낮다는 것은 그만큼 은행에 맡긴 예금을 인출해 사용하지 않았다는 의미다. 경기 부진과 불확실성 증대, 노후자금 부담 등의 요인 때문에 가계나 기업이 소비와 투자에 나서기보다는 자금을 은행에 넣어두고만 있기 때문이다.

2010년 34.8회였던 회전율은 5년째 하락 행진을 지속했다. 이처럼 시중의 자금이 돌지 않으면서 한국은행이 돈을 풀고 기준금리를 내려도 통화정책의 효과가 제대로 나타나지 않고 있다. 9월 통화량은 작년 같은 달보다 6.9% 증가한 2천383조405억원으로 집계돼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

예금회전율뿐 아니라 통화의 유통속도, 본원통화의 통화량 창출 효과를 보여주는 통화 승수 등도 역대 최저 수준에 머물고 있다. 이 때문에 돈을 풀어도 돌지 않는 '유동성 함정'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개인과 기업이 자금을 풀지 않으면 생산, 투자, 소비가 늘지 않아 마치 '함정'에 빠진 것처럼 경제에 악영향을 주게 된다. 더구나 4분기엔 청탁금지법과 주요 대기업 실적악화 여파로 국내경기가 더욱 위축될 것으로 예상된다. 여기에 국내 정치 혼란 여파로 정부의 정책보강 효과를 기대하기 어려워 경기 부진은 더욱 가중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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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수정2016-11-28 08:37:29
    경제
한국은행이 완화적 통화정책을 유지하고 있지만 시중에 풀린 돈이 돌지 않는 현상은 갈수록 심해지고 있다. 국내경기의 극심한 부진 속에서 가계 소비와 기업 투자가 잔뜩 위축된 데다 국내외 불안 요인이 산적해 있어 돈이 돌지 않고 고여만 있는 '돈맥경화' 현상은 더욱 가중될 것으로 우려된다.

한국은행의 통계를 보면 예금은행의 요구불예금 회전율은 지난 9월 19.6회로 집계돼 8월 20.7회보다 1.1회 떨어졌다. 2005년 2월 18.1회를 기록한 이후 11년 7개월 만에 가장 낮은 수준이다.

예금회전율은 월간 예금지급액을 예금의 평균잔액으로 나눈 것이다. 회전율이 낮다는 것은 그만큼 은행에 맡긴 예금을 인출해 사용하지 않았다는 의미다. 경기 부진과 불확실성 증대, 노후자금 부담 등의 요인 때문에 가계나 기업이 소비와 투자에 나서기보다는 자금을 은행에 넣어두고만 있기 때문이다.

2010년 34.8회였던 회전율은 5년째 하락 행진을 지속했다. 이처럼 시중의 자금이 돌지 않으면서 한국은행이 돈을 풀고 기준금리를 내려도 통화정책의 효과가 제대로 나타나지 않고 있다. 9월 통화량은 작년 같은 달보다 6.9% 증가한 2천383조405억원으로 집계돼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

예금회전율뿐 아니라 통화의 유통속도, 본원통화의 통화량 창출 효과를 보여주는 통화 승수 등도 역대 최저 수준에 머물고 있다. 이 때문에 돈을 풀어도 돌지 않는 '유동성 함정'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개인과 기업이 자금을 풀지 않으면 생산, 투자, 소비가 늘지 않아 마치 '함정'에 빠진 것처럼 경제에 악영향을 주게 된다. 더구나 4분기엔 청탁금지법과 주요 대기업 실적악화 여파로 국내경기가 더욱 위축될 것으로 예상된다. 여기에 국내 정치 혼란 여파로 정부의 정책보강 효과를 기대하기 어려워 경기 부진은 더욱 가중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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