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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수립이 아니라 대한민국 수립”…논쟁 재점화
입력 2016.11.28 (15:48) 수정 2016.11.28 (22:25) 취재K

[연관기사] ☞ [뉴스9] 국정교과서·집필진 첫 공개…“수용불가” 반발 확산

국정 역사교과서에서 가장 큰 쟁점 중의 하나는 대한민국의 건국 시기에 관한 것이다.

교육부는 28일 공개된 국정 역사교과서 현장 검토본에서 현행 검인정 교과서에 ‘대한민국 정부 수립’으로 돼 있는 1948년 8월 15일에 대한 표현을 ‘대한민국 수립’으로 수정했다.

교육부는 ‘국가 정통성’을 강조한 표현이라는 입장이지만 진보 진영은 뉴라이트 등 보수 진영의 건국절 사관을 그대로 반영한 것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정부’라는 단어 하나가 빠진 것뿐인데 이것이 국정 역사교과서 논란에서 태풍의 눈이 되고 있다.

이준식 교육부 장관이 28일 기자회견을 열어 국정 역사교과서 현장 검토본을 공개하고 있다.이준식 교육부 장관이 28일 기자회견을 열어 국정 역사교과서 현장 검토본을 공개하고 있다.

교육부, “‘대한민국 수립’ 표현은 국가 정통성 강조”

교육부는 ‘대한민국 수립 Q&A’ 자료에서 “오랜 각고의 노력 끝에 대한민국이 완성됐음을 ‘대한민국 수립’으로 표현해 자라나는 청소년들에게 대한민국의 긍지를 일깨워주고자 한다”고 밝혔다.


대한민국은 1910년 국권 피탈 이후 1919년 3·1 운동을 비롯한 독립운동, 광복을 거쳐 1948년 8월15일 대한민국 정부가 구성됨으로써 완성됐는데, '국가의 완성'의 의미로서 '대한민국 수립'이라는 표현을 썼다는 것이다.

이에 반해 “‘대한민국 정부 수립’이라는 표현은 1948년 8월15일에 ‘정부’가 수립되었음을 강조하는 것으로 국가가 완성되었음을 표현하는 것이 아니다”라고 교육부는 밝혔다.

즉 기존 교과서에서는 남한은 ‘정부 수립’, 북한은 ‘국가(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수립’으로 서술되어 있어 대한민국의 정통성이 훼손됐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이번 국정교과서에서는 ‘대한민국은 국가 수립, 북한은 정권 수립’이라는 표현을 써 대한민국의 정통성을 확고히 했다고 밝혔다.

교육부는 '대한민국 수립' 용어가 이미 예전 교과서에서 사용되던 표현이라는 점도 강조했다.

1차 교육과정(1956년)부터 7차 교육과정(2009년)까지의 교과서에서 '대한민국 수립' 용어가 사용되다가 그 이후 '정부 수립' 용어로 바뀌었다는 설명이다.

교육부는 Q&A 자료와 함께 김철수 전 서울대 법대 교수의 견해도 참고 자료로 제시했는데, 이 자료에서 김 교수는 "국가론에 입각해 실질적 건국으로 인정하려면 영토, 국민, 주권의 요건이 갖춰져야 하는데 1919년의 임시정부는 그 중 어느 것도 갖추지 못한 망명 정부였다"고 지적했다.

국정 역사교과서 현장 검토본국정 역사교과서 현장 검토본

"1948년에 대한민국 세웠다면 독립운동사를 부정하는 것"

진보 진영에서는 1948년 8월15일을 건국 시점으로 본다면, 1919년 3·1운동과 상하이 임시정부 수립 이후 벌어졌던 독립운동 역사를 모두 부정하는 것이라고 반박한다.

상하이 임시정부를 영토, 국민, 주권 등 아무 권리가 없는 망명정부에 불과했다고 폄하한다면, '권리가 없는 나라에서 권리를 주장한 독립운동 자체가 말이 안 되는 것 아니냐'는 것이다.

이처럼 독립운동사를 부정하고 일본의 식민 지배를 정당화하는 듯한 논리는 뉴라이트가 '국부'로 추앙하는 이승만을 비롯한 친일세력의 과거 행적을 지우기 위한 의도라는 게 진보 진영의 시각이다.

보수 진영에서 건국절 주장이 본격적으로 공론화된 것은 뉴라이트의 대표적 학자이자 '식민지 근대화론자'로 불린 이영훈 서울대 교수가 2006년 한 신문에 기고한 '우리도 건국절을 만들자'라는 제목의 칼럼이 계기가 됐다.

이후 이명박 정부가 2008년 8월 15일에 건국 60주년 행사를 개최함으로써 논란은 더욱 확산됐다.

진보진영은 이미 예전 교과서에서도 '대한민국 수립' 표현을 써왔다는 교육부 주장에 대해, 그 때까지는 사실 큰 의미 없이 '대한민국 정부 수립'과 '대한민국 수립'을 혼용했던 것이고, 지금의 뉴라이트는 의도를 가지고 '대한민국 수립'을 주장하는 것이라고 반박했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 조합원들이 28일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중·고교 한국사 교과서의 국정화 추진 중단을 촉구하며 피켓 시위를 벌이고 있다.전국교직원노동조합 조합원들이 28일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중·고교 한국사 교과서의 국정화 추진 중단을 촉구하며 피켓 시위를 벌이고 있다.

‘건국’과 ‘정부 수립’ 사이서 절충한 듯

정부가 ‘대한민국 수립’이란 용어를 사용한 것은 팽팽하게 대립하고 있는 ‘대한민국 건국’ 주장과 ‘대한민국 정부 수립’ 주장의 절충으로 보인다.

한쪽에서는 대한민국 출범의 의의를 명확하게 하기 위해서는 ‘대한민국 건국’으로 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반면 다른 쪽에서는 대한민국은 1919년 대한민국 임시정부 수립 때 이미 건국된 것이며, ‘대한민국 건국’이란 표현은 대한민국 임시정부의 법통을 계승했다는 헌법 전문 위배라고 주장한다.

첨예하게 부딪치는 ‘건국’을 피하면서 대한민국 출범의 의의를 표현하기 위해 ‘대한민국 수립’이라는 표현을 선택한 것이다.

국정교과서의 “대한민국 정부가 구성됨으로써 대한민국 임시정부의 법통을 계승한 대한민국이 수립되었다(1948.8.15.)”는 서술은 이런 고민의 결과로 보인다.

기자들이 국정 역사교과서 현장 검토본을 살펴보고 있다.기자들이 국정 역사교과서 현장 검토본을 살펴보고 있다.

하지만 ‘대한민국 수립’ 역시 대한민국 임시정부를 부정하고 친일 건국 세력을 미화하는 것이라며 반대하는 의견이 만만치 않다.

한시준 단국대 교수는 ‘대한민국 건국’이라고 쓰고 싶지만 반대가 심해 쓸 수 없고 ‘정부 수립’이라고는 안 하고 싶으니 ‘대한민국 수립’이라는 꼼수를 부린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교총)도 최근 ‘대한민국 수립’은 건국절과 같은 표현이고 이런 표현을 쓴다면 국정 역사 교과서를 반대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사실 보수 진영이 ‘1948년 건국설’을 주장하기 전까지 역사학계에서는 대한민국 건국 시기에 대한 논란은 거의 없었다.

1919년 대한민국 임시정부가 국호를 대한민국으로 정하고 국민주권 원리를 내세운 것을 대한민국의 성립으로 보는 것이 그 당시까지의 정설이었기 때문이다.

1948년 제헌헌법을 보더라도 "대한민국은 기미(1919년) 삼일운동으로 대한민국을 건립해 세계에 선포한 위대한 독립 정신을 계승해 이제 민주 독립국가를 재건함에 있어서"라며 1919년 대한민국 건립과 1948년 재건을 명시해놓고 있다.

따라서 ‘1948년 건국설’에는 어떤 ‘숨은 의도’가 있지 않냐는 게 반대 진영의 주장이다.


  • “정부 수립이 아니라 대한민국 수립”…논쟁 재점화
    • 입력 2016-11-28 15:48:41
    • 수정2016-11-28 22:25:33
    취재K

[연관기사] ☞ [뉴스9] 국정교과서·집필진 첫 공개…“수용불가” 반발 확산

국정 역사교과서에서 가장 큰 쟁점 중의 하나는 대한민국의 건국 시기에 관한 것이다.

교육부는 28일 공개된 국정 역사교과서 현장 검토본에서 현행 검인정 교과서에 ‘대한민국 정부 수립’으로 돼 있는 1948년 8월 15일에 대한 표현을 ‘대한민국 수립’으로 수정했다.

교육부는 ‘국가 정통성’을 강조한 표현이라는 입장이지만 진보 진영은 뉴라이트 등 보수 진영의 건국절 사관을 그대로 반영한 것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정부’라는 단어 하나가 빠진 것뿐인데 이것이 국정 역사교과서 논란에서 태풍의 눈이 되고 있다.

이준식 교육부 장관이 28일 기자회견을 열어 국정 역사교과서 현장 검토본을 공개하고 있다.이준식 교육부 장관이 28일 기자회견을 열어 국정 역사교과서 현장 검토본을 공개하고 있다.

교육부, “‘대한민국 수립’ 표현은 국가 정통성 강조”

교육부는 ‘대한민국 수립 Q&A’ 자료에서 “오랜 각고의 노력 끝에 대한민국이 완성됐음을 ‘대한민국 수립’으로 표현해 자라나는 청소년들에게 대한민국의 긍지를 일깨워주고자 한다”고 밝혔다.


대한민국은 1910년 국권 피탈 이후 1919년 3·1 운동을 비롯한 독립운동, 광복을 거쳐 1948년 8월15일 대한민국 정부가 구성됨으로써 완성됐는데, '국가의 완성'의 의미로서 '대한민국 수립'이라는 표현을 썼다는 것이다.

이에 반해 “‘대한민국 정부 수립’이라는 표현은 1948년 8월15일에 ‘정부’가 수립되었음을 강조하는 것으로 국가가 완성되었음을 표현하는 것이 아니다”라고 교육부는 밝혔다.

즉 기존 교과서에서는 남한은 ‘정부 수립’, 북한은 ‘국가(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수립’으로 서술되어 있어 대한민국의 정통성이 훼손됐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이번 국정교과서에서는 ‘대한민국은 국가 수립, 북한은 정권 수립’이라는 표현을 써 대한민국의 정통성을 확고히 했다고 밝혔다.

교육부는 '대한민국 수립' 용어가 이미 예전 교과서에서 사용되던 표현이라는 점도 강조했다.

1차 교육과정(1956년)부터 7차 교육과정(2009년)까지의 교과서에서 '대한민국 수립' 용어가 사용되다가 그 이후 '정부 수립' 용어로 바뀌었다는 설명이다.

교육부는 Q&A 자료와 함께 김철수 전 서울대 법대 교수의 견해도 참고 자료로 제시했는데, 이 자료에서 김 교수는 "국가론에 입각해 실질적 건국으로 인정하려면 영토, 국민, 주권의 요건이 갖춰져야 하는데 1919년의 임시정부는 그 중 어느 것도 갖추지 못한 망명 정부였다"고 지적했다.

국정 역사교과서 현장 검토본국정 역사교과서 현장 검토본

"1948년에 대한민국 세웠다면 독립운동사를 부정하는 것"

진보 진영에서는 1948년 8월15일을 건국 시점으로 본다면, 1919년 3·1운동과 상하이 임시정부 수립 이후 벌어졌던 독립운동 역사를 모두 부정하는 것이라고 반박한다.

상하이 임시정부를 영토, 국민, 주권 등 아무 권리가 없는 망명정부에 불과했다고 폄하한다면, '권리가 없는 나라에서 권리를 주장한 독립운동 자체가 말이 안 되는 것 아니냐'는 것이다.

이처럼 독립운동사를 부정하고 일본의 식민 지배를 정당화하는 듯한 논리는 뉴라이트가 '국부'로 추앙하는 이승만을 비롯한 친일세력의 과거 행적을 지우기 위한 의도라는 게 진보 진영의 시각이다.

보수 진영에서 건국절 주장이 본격적으로 공론화된 것은 뉴라이트의 대표적 학자이자 '식민지 근대화론자'로 불린 이영훈 서울대 교수가 2006년 한 신문에 기고한 '우리도 건국절을 만들자'라는 제목의 칼럼이 계기가 됐다.

이후 이명박 정부가 2008년 8월 15일에 건국 60주년 행사를 개최함으로써 논란은 더욱 확산됐다.

진보진영은 이미 예전 교과서에서도 '대한민국 수립' 표현을 써왔다는 교육부 주장에 대해, 그 때까지는 사실 큰 의미 없이 '대한민국 정부 수립'과 '대한민국 수립'을 혼용했던 것이고, 지금의 뉴라이트는 의도를 가지고 '대한민국 수립'을 주장하는 것이라고 반박했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 조합원들이 28일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중·고교 한국사 교과서의 국정화 추진 중단을 촉구하며 피켓 시위를 벌이고 있다.전국교직원노동조합 조합원들이 28일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중·고교 한국사 교과서의 국정화 추진 중단을 촉구하며 피켓 시위를 벌이고 있다.

‘건국’과 ‘정부 수립’ 사이서 절충한 듯

정부가 ‘대한민국 수립’이란 용어를 사용한 것은 팽팽하게 대립하고 있는 ‘대한민국 건국’ 주장과 ‘대한민국 정부 수립’ 주장의 절충으로 보인다.

한쪽에서는 대한민국 출범의 의의를 명확하게 하기 위해서는 ‘대한민국 건국’으로 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반면 다른 쪽에서는 대한민국은 1919년 대한민국 임시정부 수립 때 이미 건국된 것이며, ‘대한민국 건국’이란 표현은 대한민국 임시정부의 법통을 계승했다는 헌법 전문 위배라고 주장한다.

첨예하게 부딪치는 ‘건국’을 피하면서 대한민국 출범의 의의를 표현하기 위해 ‘대한민국 수립’이라는 표현을 선택한 것이다.

국정교과서의 “대한민국 정부가 구성됨으로써 대한민국 임시정부의 법통을 계승한 대한민국이 수립되었다(1948.8.15.)”는 서술은 이런 고민의 결과로 보인다.

기자들이 국정 역사교과서 현장 검토본을 살펴보고 있다.기자들이 국정 역사교과서 현장 검토본을 살펴보고 있다.

하지만 ‘대한민국 수립’ 역시 대한민국 임시정부를 부정하고 친일 건국 세력을 미화하는 것이라며 반대하는 의견이 만만치 않다.

한시준 단국대 교수는 ‘대한민국 건국’이라고 쓰고 싶지만 반대가 심해 쓸 수 없고 ‘정부 수립’이라고는 안 하고 싶으니 ‘대한민국 수립’이라는 꼼수를 부린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교총)도 최근 ‘대한민국 수립’은 건국절과 같은 표현이고 이런 표현을 쓴다면 국정 역사 교과서를 반대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사실 보수 진영이 ‘1948년 건국설’을 주장하기 전까지 역사학계에서는 대한민국 건국 시기에 대한 논란은 거의 없었다.

1919년 대한민국 임시정부가 국호를 대한민국으로 정하고 국민주권 원리를 내세운 것을 대한민국의 성립으로 보는 것이 그 당시까지의 정설이었기 때문이다.

1948년 제헌헌법을 보더라도 "대한민국은 기미(1919년) 삼일운동으로 대한민국을 건립해 세계에 선포한 위대한 독립 정신을 계승해 이제 민주 독립국가를 재건함에 있어서"라며 1919년 대한민국 건립과 1948년 재건을 명시해놓고 있다.

따라서 ‘1948년 건국설’에는 어떤 ‘숨은 의도’가 있지 않냐는 게 반대 진영의 주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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