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24] 교황이 용서한 낙태라지만…

입력 2016.11.28 (20:58) 수정 2016.11.29 (15: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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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 한국도 그렇지만 낙태를 둘러싼 논란은 세계 어디에서든 계속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최근 교황청은 낙태에 관한 죄를 용서한다는 입장을 내놓기도 했는데요. 오늘 글로벌 이슈에서 낙태 논란을 자세히 짚어봅니다.


이재석 기자. 가톨릭은 전통적으로 낙태 반대 입장 아닌가요?

○이재석 기자 > 그렇습니다. 생명을 죽이는 죄라고 보는 거죠. 그런데 교황이 지난주에 좀 결이 다른 이야기를 했거든요.


교황은 서한에서 "모든 사제들에게 한시적으로 허용했던, 낙태를 용서할 수 있는 권한을 연장한다"고 밝혔습니다. 이게 무슨 말이냐면 원래 교황청은 지난해 12월부터 가톨릭 사제들한테 낙태한 여성이나 의사들을 용서할 수 있는 권한을 줬습니다. 1년 기간을 한정해서 말이죠.

그런데 그 기간을 늘린다는 겁니다. 사실상 '무기한 연장'이라고 교황청은 설명하고 있습니다. 물론 그렇다고 교황청이 낙태를 죄라고 보는 기존 입장을 바꾼 건 아닙니다.

그러나 여성과 사회적 소수자의 처지에 관심이 많은 프란치스코 교황의 철학이 반영된 걸로 풀이됩니다.

■앵커 > 그렇군요. 미국도 지금 낙태 문제가 다시 뜨거워지고 있잖아요. 트럼프 때문이죠.


○이재석 기자 > 네, 트럼프는 당선 뒤 언론 인터뷰에서 낙태에 대한 자기 입장을 다시 강조했습니다. 트럼프는 신임 대법관을 낙태 합법화에 반대하는 사람을 임명하겠다는 뜻을 밝혔습니다.

미국은 1973년 대법원 판결 이후 낙태가 원칙적으로 합법입니다. 여성의 결정권을 존중한다는 거죠. 그런데 트럼프는 대법관 임명을 새로 해서 이걸 뒤집을 수도 있다는 겁니다.

공화당 지지자들은 트럼프처럼 낙태 반대 입장이 많죠. 민주당은 반대고요. 텍사스나 인디애나 같은 공화당 강세 지역에선 주별로 낙태 처벌법을 따로 만들다가 올해 대법원에서 제동이 걸리기도 했습니다.

■앵커 > 유럽은 좀 어떻습니까.

○이재석 기자 > 유럽 선진국들은 낙태 허용 기간에서 약간 차이가 있긴 하지만 대부분 허용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요즘 특히 시끄러운 나라가 있습니다. 폴란드가 그렇습니다. 가톨릭 전통이 강한 나라다 보니 논란이 뜨겁죠.


이 장면, 지난달 내내 폴란드 전국 곳곳에서 있었던 시위 현장입니다. 검은 옷을 많이 입고들 있죠. 저항의 의미입니다.

정부가 낙태 규제와 처벌을 강화하는 법안을 추진했는데, 이걸 반대하는 시위입니다. 결국 법안은 없던 일이 됐지만, 사실 폴란드는 이미 유럽에서 가장 강한 수준의 낙태 규제법안을 이미 갖고 있습니다.

독일 병원에서 낙태 시술을 받은 폴란드 여성 독일 병원에서 낙태 시술을 받은 폴란드 여성

임산부나 태아의 생명이 위험하거나 범죄로 임신한 경우에 한해서만 낙태를 인정하고 있습니다. 이렇다 보니 이웃 나라 독일로 건너가서 낙태를 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마찬가지로 아일랜드의 경우에도 가톨릭 전통 때문에 낙태 규제 분위기가 강해서 영국으로 건너가 시술을 받는 여성들이 있죠.

■앵커 > 사실 법도 법이지만 현실이 따로 돌아가는 경우도 꽤 많잖아요.


○이재석 기자 > 그렇죠. 이탈리아를 볼까요. 임신 90일 이내의 낙태를 법적으로 허용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여기도 가톨릭 전통이 강해서 이탈리아 의사 70%가 종교적 이유로 낙태 시술을 거부하고 있다는 조사도 있습니다.

한국도 형법에 '낙태죄'라는 게 있습니다. 여성과 의사에게 징역형을 줄 수도 있는 법인데, 사실상 사문화됐다는 지적도 있지만 여성단체를 중심으론 언제든 상황에 따라 악용될 소지가 있으니 아예 없애자고 주장하고 있죠.

정치, 종교, 인권 문제와 연결된 낙태 논란은 지구촌 곳곳에서 계속되고 있습니다. 글로벌 이슈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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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글로벌24] 교황이 용서한 낙태라지만…
    • 입력 2016-11-28 20:58:06
    • 수정2016-11-29 15:43:46
    국제
■앵커 > 한국도 그렇지만 낙태를 둘러싼 논란은 세계 어디에서든 계속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최근 교황청은 낙태에 관한 죄를 용서한다는 입장을 내놓기도 했는데요. 오늘 글로벌 이슈에서 낙태 논란을 자세히 짚어봅니다. 이재석 기자. 가톨릭은 전통적으로 낙태 반대 입장 아닌가요? ○이재석 기자 > 그렇습니다. 생명을 죽이는 죄라고 보는 거죠. 그런데 교황이 지난주에 좀 결이 다른 이야기를 했거든요. 교황은 서한에서 "모든 사제들에게 한시적으로 허용했던, 낙태를 용서할 수 있는 권한을 연장한다"고 밝혔습니다. 이게 무슨 말이냐면 원래 교황청은 지난해 12월부터 가톨릭 사제들한테 낙태한 여성이나 의사들을 용서할 수 있는 권한을 줬습니다. 1년 기간을 한정해서 말이죠. 그런데 그 기간을 늘린다는 겁니다. 사실상 '무기한 연장'이라고 교황청은 설명하고 있습니다. 물론 그렇다고 교황청이 낙태를 죄라고 보는 기존 입장을 바꾼 건 아닙니다. 그러나 여성과 사회적 소수자의 처지에 관심이 많은 프란치스코 교황의 철학이 반영된 걸로 풀이됩니다. ■앵커 > 그렇군요. 미국도 지금 낙태 문제가 다시 뜨거워지고 있잖아요. 트럼프 때문이죠. ○이재석 기자 > 네, 트럼프는 당선 뒤 언론 인터뷰에서 낙태에 대한 자기 입장을 다시 강조했습니다. 트럼프는 신임 대법관을 낙태 합법화에 반대하는 사람을 임명하겠다는 뜻을 밝혔습니다. 미국은 1973년 대법원 판결 이후 낙태가 원칙적으로 합법입니다. 여성의 결정권을 존중한다는 거죠. 그런데 트럼프는 대법관 임명을 새로 해서 이걸 뒤집을 수도 있다는 겁니다. 공화당 지지자들은 트럼프처럼 낙태 반대 입장이 많죠. 민주당은 반대고요. 텍사스나 인디애나 같은 공화당 강세 지역에선 주별로 낙태 처벌법을 따로 만들다가 올해 대법원에서 제동이 걸리기도 했습니다. ■앵커 > 유럽은 좀 어떻습니까. ○이재석 기자 > 유럽 선진국들은 낙태 허용 기간에서 약간 차이가 있긴 하지만 대부분 허용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요즘 특히 시끄러운 나라가 있습니다. 폴란드가 그렇습니다. 가톨릭 전통이 강한 나라다 보니 논란이 뜨겁죠. 이 장면, 지난달 내내 폴란드 전국 곳곳에서 있었던 시위 현장입니다. 검은 옷을 많이 입고들 있죠. 저항의 의미입니다. 정부가 낙태 규제와 처벌을 강화하는 법안을 추진했는데, 이걸 반대하는 시위입니다. 결국 법안은 없던 일이 됐지만, 사실 폴란드는 이미 유럽에서 가장 강한 수준의 낙태 규제법안을 이미 갖고 있습니다. 독일 병원에서 낙태 시술을 받은 폴란드 여성 임산부나 태아의 생명이 위험하거나 범죄로 임신한 경우에 한해서만 낙태를 인정하고 있습니다. 이렇다 보니 이웃 나라 독일로 건너가서 낙태를 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마찬가지로 아일랜드의 경우에도 가톨릭 전통 때문에 낙태 규제 분위기가 강해서 영국으로 건너가 시술을 받는 여성들이 있죠. ■앵커 > 사실 법도 법이지만 현실이 따로 돌아가는 경우도 꽤 많잖아요. ○이재석 기자 > 그렇죠. 이탈리아를 볼까요. 임신 90일 이내의 낙태를 법적으로 허용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여기도 가톨릭 전통이 강해서 이탈리아 의사 70%가 종교적 이유로 낙태 시술을 거부하고 있다는 조사도 있습니다. 한국도 형법에 '낙태죄'라는 게 있습니다. 여성과 의사에게 징역형을 줄 수도 있는 법인데, 사실상 사문화됐다는 지적도 있지만 여성단체를 중심으론 언제든 상황에 따라 악용될 소지가 있으니 아예 없애자고 주장하고 있죠. 정치, 종교, 인권 문제와 연결된 낙태 논란은 지구촌 곳곳에서 계속되고 있습니다. 글로벌 이슈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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