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델 카스트로 없는 美·쿠바 관계 어디로?

입력 2016.11.30 (14: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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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59년 쿠바 혁명이 성공한 이후 쿠바의 최고 지도자로 쿠바 사회에 영향력을 행사해온 피델 카스트로 전 쿠바 국가 평의회 의장이 숨진 후 쿠바 수도 아바나에서는 술집 영업 등 유흥이 금지된 가운데 차분하게 그를 기리는 추모 행사가 이어지고 있다. 세계 각 나라에서는 다음 달 4일로 예정된 카스트로 장례식에 파견할 조문 사절단을 속속 발표하고 있다.

중국 베이징 쿠바대사관 밖에 있는 피델 카스트로 쿠바전 국가평의회 의장의 사진과 조화 앞에서 한 중국인이 조의를 표하고 있다. (사진=AP)중국 베이징 쿠바대사관 밖에 있는 피델 카스트로 쿠바전 국가평의회 의장의 사진과 조화 앞에서 한 중국인이 조의를 표하고 있다. (사진=AP)

피델 카스트로는 지난 2006년 건강 문제로 모든 공식 직위를 내려놓은 이후에도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면서 지금의 쿠바를 만든 인물이어서 그의 사망은 쿠바 역사의 중요한 분기점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피델 카스트로 없는 쿠바'는 어떤 모습일까?

美·쿠바 '해빙 분위기' 계속될까?

피델 카스트로 이후 쿠바의 앞날을 결정할 중대 변수는 미국과의 관계가 될 것으로 보인다. 지난 3월 미국 오바마 대통령이 미국 대통령으로는 88년 만에 처음으로 쿠바를 공식 방문한 이후 미국과 쿠바의 관계는 정상화의 길로 돌아섰다. 미국에서 쿠바로 향하는 민간 상업용 직항기가 운항을 시작하고, 미국 기업과 쿠바 기업의 호텔 합작 사업이 성사되는 등 다양한 분야에서 경제협력이 속도를 내고 있다.


캡션: 미국 오바마 대통령과 라울 카스트로 쿠바 국가 평의회 의장은 지난 3월 쿠바 아바나에서 정상회담을 하고 두 나라 간 협력 방안을 폭넓게 논의했다. (사진-=AP)

하지만 미국 대통령으로 당선된 도널드 트럼프가 쿠바에 대해 매우 부정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어 쿠바의 앞날에 대한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다. 대선 기간 내내 오바마 행정부의 대쿠바 유화정책을 비판해온 트럼프 당선인은 피델 카스트로 가 사망한 직후 그를 "야만적인 독재자"로 지칭했다. 트럼프 당선인은 또 트위터에 "쿠바가 쿠바 국민과 쿠바계 미국인, 미국을 위한 더 나은 협상을 할 의지가 없다면 협정을 끝내버리겠다"는 글을 올렸다. 트럼프 당선인이 쿠바가 가시적인 변화를 보이지 않을 경우 양국 관계를 국교 재수립 이전으로 돌리겠다고 경고한 것이다.

피델 카스트로의 동생인 라울 카스트로 현 국가평의회 의장이 대선 기간 트럼프 후보에 대한 비판을 자제하고 트럼프 당선인이 대선에서 이겼을 때 축하의 메시지를 보내는 등 지속적인 화해 신호를 보낸 상황을 고려하면 뜻밖에 강경한 메시지였다는 평가가 나왔다.피델 카스트로의 동생인 라울 카스트로 현 국가평의회 의장이 대선 기간 트럼프 후보에 대한 비판을 자제하고 트럼프 당선인이 대선에서 이겼을 때 축하의 메시지를 보내는 등 지속적인 화해 신호를 보낸 상황을 고려하면 뜻밖에 강경한 메시지였다는 평가가 나왔다.

라인스 프리버스 백악관 비서실장 내정자도 미국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미국과의 외교 관계 회복을 위해서는 쿠바가 변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프리버스는 "쿠바에서 정치, 경제, 종교의 자유가 더 보장돼야 한다"며 "미국과 자유롭고 열린 관계를 맺기 위해서는 쿠바가 이를 받아들여야 한다. 트럼프도 이런 점이 실천돼야 한다고 믿고 있다"고 밝혔다.

트럼프 당선인과 측근들의 강경 발언은 카스트로 전 의장 사망 이후 공화당 주류에서 재부상한 미국의 대쿠바 기조 변화 요구와 맥락을 같이하는 것이어서 쿠바 정부는 앞으로 과거 유화적이던 '오바마-민주당'이 아닌 '트럼프-공화당'의 강경파를 상대로 버거운 협상을 하는 상황을 맞을 것으로 보인다.

미국 공화당은 오바마 대통령의 쿠바와의 국교정상화에 대해 반대하며 미국이 여행, 통상 등 기존 제재를 완화하거나 폐지하는 등 쿠바에 일방적으로 양보하고 있지만, 쿠바는 인권 개선 등 가시적인 변화를 전혀 보이지 않고 있다는 불만을 제기해왔다.

"궤도에 오른 경협 되돌리면 美 재계 압력받을 수도"

트럼프 진영의 이런 불만에도 불구하고 미국-쿠바 관계가 이미 일정 궤도에 오른 이상 '사업가' 출신인 트럼프 당선인이 급격한 변화를 시도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미국 워싱턴DC에 있는 연구기관 '미주 대화'의 마이클 시프터 회장은 "오바마 행정부에서 일어난 변화를 되돌리려고 한다면 트럼프 당선인은 재계로부터 큰 압력을 받을 것"이라고 미국 크리스천사이언스모니터에 말했다. 시프터 회장은 "트럼프 당선인이 경제 제재를 해제하지는 않겠지만, 재계가 원하는 조치를 그가 취소하는 일도 없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런 상황에서 나오는 트럼프 당선인의 강경 발언은 두 나라 간 관계 단절보다는 미국·쿠바 국교정상화 협상의 핵심 쟁점인 쿠바 내 미국 동결 자산 청구권 문제, 시장 개방 등 경제적 측면의 이해를 따지는 데 있어 미국 우선주의를 적용하기 위한 사전 포석이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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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6-11-30 14:11:21
    취재K
1959년 쿠바 혁명이 성공한 이후 쿠바의 최고 지도자로 쿠바 사회에 영향력을 행사해온 피델 카스트로 전 쿠바 국가 평의회 의장이 숨진 후 쿠바 수도 아바나에서는 술집 영업 등 유흥이 금지된 가운데 차분하게 그를 기리는 추모 행사가 이어지고 있다. 세계 각 나라에서는 다음 달 4일로 예정된 카스트로 장례식에 파견할 조문 사절단을 속속 발표하고 있다.

중국 베이징 쿠바대사관 밖에 있는 피델 카스트로 쿠바전 국가평의회 의장의 사진과 조화 앞에서 한 중국인이 조의를 표하고 있다. (사진=AP)
피델 카스트로는 지난 2006년 건강 문제로 모든 공식 직위를 내려놓은 이후에도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면서 지금의 쿠바를 만든 인물이어서 그의 사망은 쿠바 역사의 중요한 분기점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피델 카스트로 없는 쿠바'는 어떤 모습일까?

美·쿠바 '해빙 분위기' 계속될까?

피델 카스트로 이후 쿠바의 앞날을 결정할 중대 변수는 미국과의 관계가 될 것으로 보인다. 지난 3월 미국 오바마 대통령이 미국 대통령으로는 88년 만에 처음으로 쿠바를 공식 방문한 이후 미국과 쿠바의 관계는 정상화의 길로 돌아섰다. 미국에서 쿠바로 향하는 민간 상업용 직항기가 운항을 시작하고, 미국 기업과 쿠바 기업의 호텔 합작 사업이 성사되는 등 다양한 분야에서 경제협력이 속도를 내고 있다.


캡션: 미국 오바마 대통령과 라울 카스트로 쿠바 국가 평의회 의장은 지난 3월 쿠바 아바나에서 정상회담을 하고 두 나라 간 협력 방안을 폭넓게 논의했다. (사진-=AP)

하지만 미국 대통령으로 당선된 도널드 트럼프가 쿠바에 대해 매우 부정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어 쿠바의 앞날에 대한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다. 대선 기간 내내 오바마 행정부의 대쿠바 유화정책을 비판해온 트럼프 당선인은 피델 카스트로 가 사망한 직후 그를 "야만적인 독재자"로 지칭했다. 트럼프 당선인은 또 트위터에 "쿠바가 쿠바 국민과 쿠바계 미국인, 미국을 위한 더 나은 협상을 할 의지가 없다면 협정을 끝내버리겠다"는 글을 올렸다. 트럼프 당선인이 쿠바가 가시적인 변화를 보이지 않을 경우 양국 관계를 국교 재수립 이전으로 돌리겠다고 경고한 것이다.

피델 카스트로의 동생인 라울 카스트로 현 국가평의회 의장이 대선 기간 트럼프 후보에 대한 비판을 자제하고 트럼프 당선인이 대선에서 이겼을 때 축하의 메시지를 보내는 등 지속적인 화해 신호를 보낸 상황을 고려하면 뜻밖에 강경한 메시지였다는 평가가 나왔다.
라인스 프리버스 백악관 비서실장 내정자도 미국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미국과의 외교 관계 회복을 위해서는 쿠바가 변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프리버스는 "쿠바에서 정치, 경제, 종교의 자유가 더 보장돼야 한다"며 "미국과 자유롭고 열린 관계를 맺기 위해서는 쿠바가 이를 받아들여야 한다. 트럼프도 이런 점이 실천돼야 한다고 믿고 있다"고 밝혔다.

트럼프 당선인과 측근들의 강경 발언은 카스트로 전 의장 사망 이후 공화당 주류에서 재부상한 미국의 대쿠바 기조 변화 요구와 맥락을 같이하는 것이어서 쿠바 정부는 앞으로 과거 유화적이던 '오바마-민주당'이 아닌 '트럼프-공화당'의 강경파를 상대로 버거운 협상을 하는 상황을 맞을 것으로 보인다.

미국 공화당은 오바마 대통령의 쿠바와의 국교정상화에 대해 반대하며 미국이 여행, 통상 등 기존 제재를 완화하거나 폐지하는 등 쿠바에 일방적으로 양보하고 있지만, 쿠바는 인권 개선 등 가시적인 변화를 전혀 보이지 않고 있다는 불만을 제기해왔다.

"궤도에 오른 경협 되돌리면 美 재계 압력받을 수도"

트럼프 진영의 이런 불만에도 불구하고 미국-쿠바 관계가 이미 일정 궤도에 오른 이상 '사업가' 출신인 트럼프 당선인이 급격한 변화를 시도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미국 워싱턴DC에 있는 연구기관 '미주 대화'의 마이클 시프터 회장은 "오바마 행정부에서 일어난 변화를 되돌리려고 한다면 트럼프 당선인은 재계로부터 큰 압력을 받을 것"이라고 미국 크리스천사이언스모니터에 말했다. 시프터 회장은 "트럼프 당선인이 경제 제재를 해제하지는 않겠지만, 재계가 원하는 조치를 그가 취소하는 일도 없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런 상황에서 나오는 트럼프 당선인의 강경 발언은 두 나라 간 관계 단절보다는 미국·쿠바 국교정상화 협상의 핵심 쟁점인 쿠바 내 미국 동결 자산 청구권 문제, 시장 개방 등 경제적 측면의 이해를 따지는 데 있어 미국 우선주의를 적용하기 위한 사전 포석이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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