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도라’ 박정우 감독 “올해 화두는 탈핵과 탄핵”

입력 2016.11.30 (15:18) 수정 2016.11.30 (15: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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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4년간 저와 배우들은 마치 우리가 '숨겨놓은 자식'인 양 작업을 했어요. 이런 영화를 찍는지 일가친척 말고는 잘 몰랐죠."

박정우 감독은 '판도라'가 우여곡절 끝에 개봉을 앞두게 되자 만감이 교차한 듯 보였다. 시나리오 집필부터 개봉까지 꼬박 4년이 걸렸다.

30일 서울 종로구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만난 박 감독은 "영화 제작 중에 소문이 나면 날수록 어떤 장애를 만날지 몰라 일부러 홍보활동도 일절 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박 감독은 그러면서도 최근 '판도라'가 영화 외적으로 주목받는 것에 부담스러워했다.

원전사고를 소재로 한 재난영화지만 정부의 무능력함 등을 사실적으로 보여주면서 '현 시국과 똑같다'는 평가가 주를 이루고 있기 때문이다.

"처음 영화를 시작할 때 우려했던 것보다는 편안하게 개봉할 수 있지만, 저희가 마치 시류에 편승해 영화를 만든 것처럼 비치는 것은 우리가 보낸 지난 4년의 세월을 생각할 때 억울한 측면이 있죠."

박 감독은 "'판도라'는 2년 전 혹은 2년 후에 개봉했어도 '현 시국과 똑같다'는 평가를 받을 것"이라고 했다.

박 감독은 그래도 몇몇 장면은 최종 편집에서 덜어냈다고 했다.

극 중 대통령으로 나오는 김명민이 "도대체 누가 이 나라를 이끌어가는 것입니까"라고 하소연하는 장면이나, '실세 총리' 이경영이 장관들에게 "대통령은 판단능력을 상실하셨습니다"라고 말하는 대목 등은 최종 편집본에서 빠졌다.

박 감독은 "영화를 보면서 현실이 연상되면 좋지 않은 쪽으로 작용할 것 같아 뺐다"고 했다.

전날 시사회 이후 호평이 주를 이뤘지만, 후반부로 갈수록 지나치게 신파로 흐른다는 지적도 나왔다.

박 감독은 150억 원이 투입된 영화다 보니 상업영화 감독으로서 '안전한 선택'을 한 것이라고 털어놨다.

"제가 하고 싶은 이야기를 저예산이나 다큐멘터리가 아니라 100억 원대의 상업영화 틀 안에서 만들려면 포기해야 할 것들이 있었죠. 기존의 재난영화에서 볼 수 없는 형식적인 실험을 한다든가, 독특하고 참신한 캐릭터를 등장시킨다든가 하는 것들이죠."

이런 참신한 시도는 감독에게는 좋겠지만, 안정적인 흥행을 바라는 제작자나 투자자들에게는 바람직하지 않다고 판단했다는 것이다.

박 감독은 그러면서도 "이 영화는 그 어떤 재난영화보다 현실적, 사실적으로 만들기 위해 노력했다"면서 "전반부에 진행되는 방식이 논리적이고 합리적이면 설령 뻔한 형식의 신파라도 진부함을 뛰어넘는 정서적 공감대가 있을 것"이라고 봤다.

박 감독은 "100%를 만족하게 할 수는 없지만, 작은 것을 포기하고 큰 것을 얻는 전략을 취했다"고 설명했다.

영화를 본 뒤 원전 피해가 더 충격적으로 다가오는 것은 방사능에 피폭당한 사람들의 모습을 실감 나게 그렸기 때문이다.

그는 "실제 피폭자들의 모습은 훨씬 더 끔찍하지만, 관객들이 느낄 공포를 고려해 순화했다"고 했다.

이 영화는 탈핵의 메시지를 분명히 담고 있기도 하다. 박 감독은 "올해 화두는 탈핵과 탄핵"이라며 "무엇보다 노후화된 원전을 어떻게 처리할 것인지는 긴 안목을 갖고 대비해야 하며 이 영화를 통해 그런 논의들이 활발하게 일어났으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박 감독은 '라이터를 켜라', '광복절 특사'의 시나리오를 썼고 2012년에는 살인 기생충을 소재로 한 재난영화 '연가시'로 451만 명을 동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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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판도라’ 박정우 감독 “올해 화두는 탈핵과 탄핵”
    • 입력 2016-11-30 15:18:09
    • 수정2016-11-30 15:18:45
    연합뉴스
"지난 4년간 저와 배우들은 마치 우리가 '숨겨놓은 자식'인 양 작업을 했어요. 이런 영화를 찍는지 일가친척 말고는 잘 몰랐죠."

박정우 감독은 '판도라'가 우여곡절 끝에 개봉을 앞두게 되자 만감이 교차한 듯 보였다. 시나리오 집필부터 개봉까지 꼬박 4년이 걸렸다.

30일 서울 종로구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만난 박 감독은 "영화 제작 중에 소문이 나면 날수록 어떤 장애를 만날지 몰라 일부러 홍보활동도 일절 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박 감독은 그러면서도 최근 '판도라'가 영화 외적으로 주목받는 것에 부담스러워했다.

원전사고를 소재로 한 재난영화지만 정부의 무능력함 등을 사실적으로 보여주면서 '현 시국과 똑같다'는 평가가 주를 이루고 있기 때문이다.

"처음 영화를 시작할 때 우려했던 것보다는 편안하게 개봉할 수 있지만, 저희가 마치 시류에 편승해 영화를 만든 것처럼 비치는 것은 우리가 보낸 지난 4년의 세월을 생각할 때 억울한 측면이 있죠."

박 감독은 "'판도라'는 2년 전 혹은 2년 후에 개봉했어도 '현 시국과 똑같다'는 평가를 받을 것"이라고 했다.

박 감독은 그래도 몇몇 장면은 최종 편집에서 덜어냈다고 했다.

극 중 대통령으로 나오는 김명민이 "도대체 누가 이 나라를 이끌어가는 것입니까"라고 하소연하는 장면이나, '실세 총리' 이경영이 장관들에게 "대통령은 판단능력을 상실하셨습니다"라고 말하는 대목 등은 최종 편집본에서 빠졌다.

박 감독은 "영화를 보면서 현실이 연상되면 좋지 않은 쪽으로 작용할 것 같아 뺐다"고 했다.

전날 시사회 이후 호평이 주를 이뤘지만, 후반부로 갈수록 지나치게 신파로 흐른다는 지적도 나왔다.

박 감독은 150억 원이 투입된 영화다 보니 상업영화 감독으로서 '안전한 선택'을 한 것이라고 털어놨다.

"제가 하고 싶은 이야기를 저예산이나 다큐멘터리가 아니라 100억 원대의 상업영화 틀 안에서 만들려면 포기해야 할 것들이 있었죠. 기존의 재난영화에서 볼 수 없는 형식적인 실험을 한다든가, 독특하고 참신한 캐릭터를 등장시킨다든가 하는 것들이죠."

이런 참신한 시도는 감독에게는 좋겠지만, 안정적인 흥행을 바라는 제작자나 투자자들에게는 바람직하지 않다고 판단했다는 것이다.

박 감독은 그러면서도 "이 영화는 그 어떤 재난영화보다 현실적, 사실적으로 만들기 위해 노력했다"면서 "전반부에 진행되는 방식이 논리적이고 합리적이면 설령 뻔한 형식의 신파라도 진부함을 뛰어넘는 정서적 공감대가 있을 것"이라고 봤다.

박 감독은 "100%를 만족하게 할 수는 없지만, 작은 것을 포기하고 큰 것을 얻는 전략을 취했다"고 설명했다.

영화를 본 뒤 원전 피해가 더 충격적으로 다가오는 것은 방사능에 피폭당한 사람들의 모습을 실감 나게 그렸기 때문이다.

그는 "실제 피폭자들의 모습은 훨씬 더 끔찍하지만, 관객들이 느낄 공포를 고려해 순화했다"고 했다.

이 영화는 탈핵의 메시지를 분명히 담고 있기도 하다. 박 감독은 "올해 화두는 탈핵과 탄핵"이라며 "무엇보다 노후화된 원전을 어떻게 처리할 것인지는 긴 안목을 갖고 대비해야 하며 이 영화를 통해 그런 논의들이 활발하게 일어났으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박 감독은 '라이터를 켜라', '광복절 특사'의 시나리오를 썼고 2012년에는 살인 기생충을 소재로 한 재난영화 '연가시'로 451만 명을 동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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